|
* [2016-6월. 제165차 산행] ♣ 괴산 사랑산(647m) *
▶ 2016년 6월 19일 (일요일) ◀
* [오늘의 산행지] -<사랑산> ; 충청북도 괴산군 문광면 사기막리
* [산행 코스] ☞ 사기막리 <용추수퍼> 주차장→ 임도→ 등산로 입구→ 전망바위→ 코끼리바위→ 사랑바위→ 갈림길→ 능선→ 가파른 오름길→ 사랑산 정상→ 안부<점심식사>→ 하산길(내리막길)→ 연리목(連理木)→ 용추계곡→ 임도→ [원점 회귀] 용추수퍼 주차장→ 귀경
*[유월(六月), 산하에 짙어가는 녹음] — 숙연하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때
유월(六月)이 깊어가고 있다. 5월의 그 맑은 신록이 짙은 녹음으로 변하여, 온 산하(山河)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어디를 가나 청정한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다. 돌이켜 보면, 거의 반세기에 걸친 일제(日帝)의 수탈… 그리고 뒤를 이어 발발한 6·25전쟁으로 인해 처참하게 초토화되었던 산야(山野)가 이렇듯 원시림처럼 푸른 숲을 이룬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1950~6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헐벗은 벌거숭이산을 바라보며 ‘사방공사’, ‘산림녹화’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범국민적으로 나무심기를 하고 여름에는 송충이를 잡으러 다니기도 했다. 지난날의 삭막한 산의 풍경을 떠올리는 것은, 산(山)을 통해 새로운 생명(生命)을 충전하는 우리에게는 지금의 푸른 산천(山川)의 모습이 여간 경이롭고 고마운 게 아니다. 나라와 국토가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생각하게 하는 유월이다.
그리고 유월(六月)은, 한국현대사의 가장 처절한 상처를 남긴 달이기도 하다. 북(北)의 남침으로 발발한 6·25전쟁으로 수많은 목숨이 살상되었고, 나라는 천하의 최빈국으로 전락하여 많은 국민은 추위와 굶주림에 허덕거렸다. 그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생명을 바쳐 나라를 지킨 분들, 뜨겁고 순정한 마음으로 나라를 일으킨 분들을 기리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조국의 푸른 산하(山河)를 몸으로 느끼며, 숙연한 마음으로 이 유월(六月)을 생각해야 한다. 단순한 구호로서 ‘호국보훈의 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으로부터 66년 전 그 참혹했던 6·25의 비극적 상황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지금도 그 분단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북(北)은 날카로운 적의를 품고서 핵(核)폭탄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22일 아침에도 무수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연평해전>을 기억하는가, 북(北)의 도발로 두 차례 걸쳐 발발한 연평해전은 모두 유월에 일어난 사건들이다.
*[월드컵 함성이 천지를 진동하던 그 해 유월] — 북(北)의 도발로 발발된 연평해전
1999년 6월 15일, 북한 경비정이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하면서 도발해 온 제1차 연평해전이 벌어진 지 3년 후인, 2002년 6월 29일 <2002.한일월드컵>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북한은 다시 북방한계선을 침범해 왔다. 이날 오전 9시 54분부터 북방한계선을 넘기 시작한 북한 경비정들은 10시 25분 근접차단을 실시하던 대한민국 해군의 <참수리 357호>에 대해 집중사격을 가하였다. 이에 대한민국 해군도 참수리 357호와 358호가 대응사격을 개시하는 한편 인근의 제천·진해함(PCC)과 참수리급 경비정 4척을 투입해 격파사격을 실시하였다. 교전은 오전 10시 56분까지 31분간 진행된 후 북한의 SO·1급 초계정 등산곶 684호가 반파된 채 북으로 퇴각함으로써 종결되었다. 저들의 기습 도발로 우리의 꽃다운 목숨들이 살상을 당하였고 해군 함정이 침몰되는 아픔을 겪었다.
영화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대한민국이 월드컵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그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당시 용사들의 처절한 전투상황과 그들의 동료, 연인, 가족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북한 경비정으로부터 기습 공격을 받은 해군의 참수리급 고속정 357호가 침몰되고, 정장인 '윤영하 소령'을 비롯해 '한상국·조천형·황도현·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을 당했다. 우리는 나라를 위해 귀한 목숨을 바친 영령들을 추모하고 깊은 상처를 입은 국군용사를 기억해야 한다.
* [오늘의 산행지-사랑산] — 아기자기한 암릉과 사랑나무 ‘연리지(連理枝)’
오늘 우리가 오르는 <사랑산>은 원래 무명산이었다. 산도 그리 대단하지 않고 그렇다고 유명한 사찰 하나 없는, 별 볼일 없었던 산이 어느 날부터인가 산꾼들 사이에 유명세를 타게 되었는데, 바로 충북 괴산의 <사랑산>이다. 이렇게 한 산골 마을의 이름 없는 산이, 1999년 이 곳 ‘사기막리’ 앞으로 흘러내리는 용추골의 용추폭포 위에, 기이하게 생긴 연리지(連理枝) 소나무가 발견되고 나서 괴산군에서는 이를 ‘사랑나무’라고 하고 이 산을 <사랑산>으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연리지(連理枝)’는 한 나무의 다른 가지가 서로 붙어서 나뭇결이 하나로 이어진 것을 말한다. 부부 또는 남녀의 아름다운 애정의 결합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 [괴산군 오지(奧地)의 사랑산] — 백두대간 막장봉에 갈라져 나온 산줄기…
<사랑산>은 백두대간(白頭大幹) ‘막장봉’에서 서쪽으로 갈라져 나온 지맥의 끝에 위치한 산이다. 문경시 가은면과 괴산군 칠성면의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 ‘막장봉’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가, 칠성면 쌍곡계곡에서 가은면 선유동계곡으로 넘어가는 ‘재수리치’를 뛰어넘어 ‘남군자산’-‘가령봉’을 경유하여 49번 도로의 ‘송면터널 위’를 가로질러 괴산군 문광면 사기막리에 와서 솟은, 그리 높지 않은 산(山)이다.
백두대간(白頭大幹)의 문경구간은 문경새재-조령산-백화산을 지나, 가은의 희양산-악휘봉-막장봉-장성봉-대야산을 경유하여 농암의 조항산-청화산-버리미기재를 거쳐 속리산 문장대로 이어진다. 대간(大幹)의 남쪽으로는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가은면-농암면이 위치해 있고 북쪽으로는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칠성면-청천면이 위치해 있다. 말하자면 사랑산은 백두대간의 ‘막장봉’에서 괴산군 영역으로 뻗어 나온, 그 산줄기의 끝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 [산으로 가는 길] — 언제나 고락(苦樂)을 함께하는 정겨운 산우들…
오늘은 새재사랑산악회 165차 산행일, 오전 7시 40분 군자역에서 출발했다. 오늘 산행에는 남정균 회장과 호산아 고문, 김준섭 부회장을 비롯하여 민창우 기획, 김동만 대장, 유형상 부대장 그리고 우정(友情)의 삼총사 전진국·안상규·강재훈 님이 참석하였고, 부부동반으로 오랜만에 나온 이종렬 님 내외분, 늘 한결같은 김재철 님 내외분, 한영옥 부회장과 이달호 님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조인규 님과 그 지기 김영기 님과 함께 나오고, 그리고 문승배·김기봉·박현주 님과 명랑한 여성대원들 순이 씨, 김명자·나천옥·김정순·장영서 님 등 26명이 참석하였다. 오늘은 평소에 빠짐없이 참석하던 두꺼비 고문, 핸드폰 자문, 짱가 부회장을 비롯하여, 수정 감사와 향이 부대장 등 많은 분들이 개인 사정으로 나오지 못해 아쉬웠다. 특히 명랑 발랄한 박은배 총무가 특별한 사정이 있어 나오자 못해, 오가는 길이 적적했다.
우리의 분홍버스(권영길 기사님)는 중부고속도로에 올라 남으로 질주, 음성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난 뒤 고속도로 증평I.C에서 내려 34번 국도에 들어섰다. 34번 국도는 청주에서 증평을 지나 괴산을 거쳐 연풍으로 이어지는 자동차전용도로이다. 차 안은 시원했지만 하늘은 얕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고 날씨는 상당히 더웠다. 괴산읍에서 남쪽으로 문경시 가은과 상주시 화북으로 넘어가는 49번 도로를 따라가 산행 들머리인 ‘사기막리’에 도착했다.
* [사랑산 들머리] — 충청북도 괴산군 문광면 사기막리
오전 10시 30분, 사기막리 <용추수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에 돌입했다. 사랑산은 근래 유명세를 타서인지 주차장에는 대형버스가 10여 대 이상 몰려들어 많은 등산객이 운집했다. 날씨는 구름이 살짝 드리워져 있지만 햇살은 매우 뜨거웠다. 오늘의 산행에는 김동만 대장이 선두를 잡고 유형상 부대장이 대열의 중간에서 역할을 하고, 민창우 대장이 후미를 수습해 오기로 했다. 복장을 정비한 대원들이 숲속의 산길로 진입해 들어갔다. 가파르지는 않지만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능선 길이 시작되었다.
* [유월(六月)의 사랑산] — 시원한 숲 그늘이 더운 가슴을 씻어준다
유월은 녹음(綠陰)의 계절이다. 숲속의 산길은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져 아주 쾌적하기 이를 데 없다. 자연의 산길은 인위적으로 만든 세상의 길과 다르다. 주로 차가 다니는 도로는 편리하기는 해도 사람이 그냥 다니기에는 뜨겁고 팍팍하기 짝이 없다. 여름철이면 아주 숨이 막힌다. 숲속의 산길은 자연의 소산이다. 비록 가파른 오르막이 있어 힘들기는 해도 공기가 청정하고 여름의 숲그늘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일단 산속에 접어들면 30℃를 상회하는 더운 날이라도 신선하고 상쾌하기 이를 데 없다. 자연의 숲속에 든 몸이 말한다. ‘아, 참 좋다! 산이 오기를 잘했구나!’ 묵은 땀을 흘리기로 작정을 하고 산을 오르면 긴장하는 다리가 좀 아프기는 해도, 몸속의 불순한 것들을 비워내는 쾌감이 있다. 몸이 느낀다.
* [순수한 자연 속을 들면] — 은혜로운 생명의 숨결을 호흡하고
오늘 산길에는 사람들이 많다. 주차장의 차량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예상은 했지만 길의 앞뒤에 여유가 없어 우리 대원들을 챙기며 함께 걷기에 다소 불편했다. 그러나 나나 너나 모두 ‘이 산이 좋다’고 해서 찾아온 사람들이니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며 동행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어지는 산길에 귀에 거슬리는 경우도 있었다. 허리에 찬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볼륨 높은 뽕짝 가요’는 여간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분명 공해(公害)였다. 쾌적한 산길에서 조용히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를 앗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도시의 지하철에서처럼 산에서도 자기가 좋으면 이어폰을 이용하여 듣는 것이 옳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주변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마음이 중요하다. 모두 자기 기분이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행동한다면 여러 사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가운데서도 마음의 평정심(平定心)을 갖고 싱그러운 숲을 바라보고 하늘로 솟아오른 장대한 소나무의 위용을 느낀다.
* [오름길 전망바위에서] — 흐리지만 첩첩 청산의 풍경이 장엄해…
약 30분 정도 능선 길을 따라 오르니 사방이 탁 트인 암반이 나타났다. 바위 위에 올라섰다. 우선 가까운 곳 저 아래 우리가 산행을 시작한 사기막리의 집들이 적막하고 그 뒤쪽의 산 아래에 49번 도로가 선을 긋듯 지나가고 있다.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니 첩첩산군들이 포진해 있는 가운데 멀리 백두대간의 대야산, 장성봉의 모습이 흐린 시공 속에서 눈에 들어왔다. 길은 서서히 바위와 바위가 이어지는 암릉길, 크고 작은 바위와 주변의 소나무가 어울려 멋진 풍경을 보여주었다. 산은 다시 숲길로 이어지다가 가파른 바위를 타고 오른다.
* [명물 코끼리바위] — 그리고 ‘U자 송(松)’…
산행들머리부터 산길은 계속해서 올라만 가는 길이었다. 숲길과 바윗길이 번갈아가며 길을 열었다. 높다랗게 치솟은 커다란 입석(立石)이 앞을 가로 막았다, ‘코끼리바위’였다. 바위의 윗부분에서 코끼리의 코의 형상이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모여들었다. 차례를 기다려 대원들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다람쥐 대장과 순이 씨가 각각 코끼리 머리에 올라앉아 포즈를 취한다. 그렇게 코끼리바위는 사랑산 능선 길에 있는 명물이다. 계속 바윗길이 이어지고 다시 숲길이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올라간 능선 길에 눈길을 끄는 소나무가 있었다. 땅 바닥에서 두 개로 갈라져 올라간 장대한 소나무였다. 그 형상이 꼭 U자를 이루고 있어 필자는 ‘U자 송(松)’이라 명명했다.
코끼리바위
* [사방이 탁 트인 암반] — 장엄한 백두대간의 산들이 숨결을 고르고 있는…
‘사랑바위’는 바위 위에 바위가 얹혀 있었는데, 역광(逆光)을 받아 디지털카메라에는 시커먼 실루엣만 남는다. 그 바위에 입을 맞추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나. 바위 하나에도 색다를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호사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암릉 길은 참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 주었다. 험하지는 않지만 바위와 소나무들이 어울린 모습이 가히 일품이었다. 풍경을 좋아하는 대원이 포즈를 취한다. 다시 널따란 암반 위에 올라섰다. 흐린 하늘, 뭉실뭉실 구름이 떠 있는 시야는 선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많은 첩첩청산이 가까운 곳에서 멀리까지 뿌연 시공 속에서 눈에 들어왔다. 민창우 대장이 백두대간의 대야산과 장성봉을 가리키고 그 뒤쪽으로 몇 년 전 둘이서 등정했던 악휘봉, 마분봉까지 손으로 가리켰다. 날씨가 좋면 더욱 선명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바위
* [갈림길을 지나 본격적 능선 길] — 시야가 열린 남쪽으로 보이는 풍경(風景)
가파른 오르막 숲길을 올라가니 본격적인 능선에서 ‘갈림길’이 나왔다. 오른 쪽으로 방향을 잡아 산행을 계속했다. 능선 길… 산의 남쪽으로 시야가 열린다. 부드러운 바람결이 아주 시원하다. 장대한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행정구역으로 청천면 일대의 계곡과 산들이다. 그 계곡은 그 유명한 화양계곡이고 산은 도명산, 낙영산 등이 포진하고 있는 곳이다. 유서 깊은 화양구곡 옆의 도명산은 아름다운 암봉산으로 유명하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주변의 풍경을 음미한다. 유월의 산은 그야말로 청산(靑山) 일색이다. 산 위에서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눈길이 닿은 곳은 짓푸른 청산의 파노라마가 거침없이 펼쳐진다. 참으로 생명력이 넘치는 조국의 산하(山河)이다.
* [<사랑산> 정상(頂上)] — 작은 정상석(頂上石)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잠시 안부로 내려왔다가 아주 가파른 산길을 치고 오른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니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전 11시 30분,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산봉에 올라섰다. 해발 647m의 <사랑산> 정상이다. 까맣고 작은 정상석이 서 있는 비좁은 암봉 주위에 소나무들이 어울려 있다. 거기에 선두의 김동만 대장이 대원들과 함께 숨을 고르고 있었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 우리 대원들의 단체 사진을 찍고 산행을 계속했다. 앞서 간 선두의 대장이 점심식사 자리를 보았다. 정상 부근에는 사람들이 많아 조금 더 나아가 안부의 평지에 자리를 보아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점심식사를 했다.
* [오후의 산행] — 거침없이 아래로 쏟아지는 하산(下山) 길
오후 12시 40분, 오후의 산행을 계속했다. 이제 산길은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그것도 아주 가파르게 이어지는 토산(土山)의 길이다. 사랑산은 산행 들머리에서 계속 정상을 향하여 올라오고 그리고 용추골 하산 길은 올라온 만큼 내려가는 길이다. 인정사정없이 내려가는 하산 길이었다. 그러나 유월의 숲에서 부는 바람결은 부드러웠다. 시원한 바람결이 이마의 뜨거운 땀을 훔치고 간다. 그렇게 가파른 내리막길을 한 시간 가량 내려오니 어느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가파른 바윗길을 내려가는 데 시간이 많이 지체된 것이다. 오늘따라 이 산에 온 사람이 많은 탓이다.
* [사랑산의 명물, 연리지 소나무] — 인간(人間), 사랑으로 살아가는 특별한 존재
가느다란 자일이 설치된 바윗길을 내려오니 철조망으로 보호하고 있는 장대한 소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그 ‘연리지(連理枝)’ 소나무였다. 연리지는 서로 다른 뿌리에서 자란 나무가 지상에서 하나로 결합하는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의 연리지도 땅 속에서 두 개의 기둥이 올라오다가 2m가 넘는 높이에서 하나의 줄기가 되어 하늘로 자라 올라간 형상이었다. 일종의 기형목이지만, 이 사랑나무는 부부나 연인이 한마음 애정으로 결합하는 이미지로 통용되고 있다. 이 나무가 예전에 이름도 없던 이 산을 <사랑산>으로 명명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보호를 하기 위해서 철조망을 해 놓았겠지만 그 시설이 아주 조잡하고 볼 품이 없어서 아주 실망스러웠다.
연리지 소나무
* [숲 그늘 드리워진 용추골] — 산행 후,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연리지(連理枝) 소나무에서 조금 내려오니 계곡이 나타났다. 사기막리 ‘용추골’이다. 그동안 이곳에는 오랜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서인지 계곡에는 물이 많지 않았다. 겨우 흐름의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숲 그늘이 아늑한 계곡의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아 휴식을 취했다. 주변에 갈대숲에서 날개가 유난히 큰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유유한 풍경이 평화롭다. 계곡에는 수량이 많지 않았지만 발을 담그고 쉴 만했다. 산을 오르내린 발목이 계곡에 내려와 물맛을 보면 산행의 쌓인 온몸의 피로가 싹 가신다. 대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환담을 나누고 있다. 한 가운데 앉은 짓꿎은 꽁지가 동심(童心)을 발동하여 한 차례 물싸움을 벌여 물에 젖은 옷을 털며 모두 함께 깔깔 웃었다. 오늘 용추폭포는 수량이 적어 아쉬웠으나 암반과 숲이 어우러진 용추골은 아주 고즈넉한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산에는 물이 있어야 한다. 산을 뒤덮은 수림과 함께 산의 계곡에 물이 있어야 온전한 생명의 산이 되는 것이다. 문득 강원도 인제 방태산의 아침가리골의 물소리가 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지난 두 해 동안 ‘마른 장마’로 인해 무척 목마른 여름을 보낸 기억이 생생하다. 이제 오늘부터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장마전선이 북상한다고 하니 우리 산하에 풍성한 단비가 쏟아지기를 기원해 본다. 전 대원이 무사히 하산을 완료했다.
* [귀경(歸京), 따뜻한 뒤풀이] — 무더운 여름, 대원들의 건승을 빌며…
오후 3시 쯤에 상경 길에 올랐다. 사기막리 주차장을 출발하여 아침에 내려오던 도로를 역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오늘, 선두의 김동만 대장, 대열 중의 유형상 대장의 노고가 많았다. 그리고 후미를 수습하고 오늘 산행의 모든 진행을 맡은 민창우 대장에게 깊이 감사를 드린다. 중부고속도로에서 부분적으로 조금 지체되기는 했지만 오후 5시에 서울에 도착했다. 내일 모레 하지(夏至)의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전진국 사장이 우리 대원들을 위하여 흔쾌히 저녁을 사셨다. 구의동의 ‘민속 칼국수’는 그 특유의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잔을 들고, 호산아 고문이 전 사장의 정성에 감사하며, ‘우리 새재 산우들의 건강과 행운을 위하여!’ 건배를 제의했다. 팍팍한 산길을 다녀온 대원들에게 따끈한 한 그릇 칼국수야말로 속을 푸는 데 그만이다. 이제 장마철이 시작되는 무더운 여름, 모든 대원들의 건승을 기원하는 바이다.
귀경(歸京), 올림픽대교를 지나며 바라본 신축 중인 잠실 123층 롯데월드
* [에필로그] —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
귀경 길 차안에서, 오늘 산에서 만난 연리지(連理枝)를 떠올리며 ‘인간적인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실, 사랑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가장 귀하고 값진 요소가 아닌가 한다.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가 없는 존재이다. 사랑이 없으면 그것은 스스로 고독(孤獨)한 적막이다. 그리고 그 삶은 팍팍한 여정일 뿐이다.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고독이라고 말한다. 고독은 절망을 낳고 절망은 죽음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1813년~1855년)도 고독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사랑이 없는 삶은, 살아 있어도 산 목숨이 아니다. 그러면 사랑, 어떻게 할 것인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여, 사랑은 사심(私心)이 없는 마음이다. 내가 사랑받기보다는 내 자신이 먼저 사랑의 마음을 품어야 한다. 그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사랑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부모·부부·형제를 비롯하여, 늘 가까이 있는 친구나 친지나 이웃 등이 그들이다. 마음을 공유하는 시간과 공간이 늘 허용되는 사람들이다. 사랑은 자신의 마음에 깃들어 있어야 할 생명(生命)의 근원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면 세상은 아름답고 긍정적이지만, 사랑이 없는 마음으로 보면 모든 것은 무의미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 …♣
<끝>
|
첫댓글 참 대단하신 산행기!!! 자세하고 귀감이 되는 말씀에 캄사드리고 새재사랑산악회에 많은 관심과 중심을 잡아 주시기에 더더욱 고마움을 표합니다..산악회일원으로~~~ 그리고 전진국 사장님의 따뜻한 배려 국시 잘 먹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면 세상은 아름답고 긍정적이지만 사랑이 없는 마음으로 보면 모든것은 무의미 할 뿐" 참으로 공감이 가는 좋은 말씀!!!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든든하시고 따뜻하신 고문님
산행기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귀감이 되는 좋은글 감사드리고 동행하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이번주 일요일 산행예정이라 기대가 크지요..
감사드리고 항상 건승하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