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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아침을 보아 버렸다 - 반야봉
1. 반야일출. 남부능선 너머가 부상(扶桑)이다.
入眼乾坤尙嫌隘 눈에 뵈는 천지도 오히려 좁은데
一杯滄海誰云洪 누가 술잔만한 창해를 넓다 했던가
紛綸巨細覽無餘 크고 작은 온갖 것들 남김없이 모두 보니
蜂窠蟻垤難爲崇 벌집인 듯 개미집인 듯 큰 것이 없구나
區區峭嶽各自名 구구한 높은 산들 각각 이름 있지만
雷封眇然如齊楚之於邶鄘 백 리에 아득해 패ㆍ용이 제ㆍ초에 비견되는 듯
只有般若峯高翠磨空 반야봉만 드높이 창천에 닿은 듯하니
讓頭不敢爭比隆 다른 산들 양보하며 높이를 다투지 못하네
高攀老人星 드높이 노인성을 잡을 듯이 솟아서
下瞰雲飛鴻 아래로 구름 속의 기러기 굽어보네
―― 금계 황준량(錦溪 黃俊良 1517~1563),「두류산을 유람한 기행시(遊頭流山紀行篇) 을사년(1545, 인종1) 4월에
산천을 유람하였다」에서
▶ 산행일시 : 2024년 10월 26일(토), 금요무박, 맑음
▶ 산행코스 : 성삼재,노고단고개,돼지령,임결령,노루목,반야봉,삼도봉,화개재,뱀사골,이끼폭포 왕복,반선
▶ 산행거리 : 도상 20.6km
▶ 산행시간 : 11시간 17분(02 : 37 ~ 13 : 54)
▶ 교 통 편 : 반더룽산악회 버스로 가고 옴
▶ 구간별 시간
22 : 10 – 양재역 12번 출구 50m 앞 마을버스정류장
00 : 06 – 여산휴게소( ~ 00 : 25)
02 : 30 – 성삼재, 산행준비, 산행시작(02 : 37)
03 : 00 – 무넹기 간이쉼터
03 : 27 – 노고단고개(1,440m)
04 : 08 – 돼지령
04 : 18 – 피아골삼거리(1,336m)
04 : 40 – 임걸령
05 : 05 – 노루목, 반야봉 1.0km, 삼도봉 1.0km
05 : 47 – 반야봉(般若峰, 1,732m), 일출과 조망( ~ 07 : 00)
07 : 28 - 반야봉삼거리
07 : 42 – 삼도봉(날라리봉, 1,501m), 휴식( ~ 07 : 52)
08 : 12 – 화개재
09 : 16 - 간장소
09 : 32 – 이끼폭포 입구, 이끼폭포 왕복( ~ 11 : 23)
11 : 49 – 제승대
12 : 00 - 옥류교
13 : 00 – 탁용소
13 : 09 – 와운교, 데크로드
13 : 54 – 반선, 공용주차장, 산행종료, 버스출발(14 : 15)
15 : 43 – 인삼랜드휴게소( ~ 15 : 55)
18 : 00 - 양재역
2.1. 지리산 지도
지리산은 지도만 보아도 아름답고, 가슴 설레게 한다.
2.2. 산행지도
오랜만에 무박산행을 간다. 안내산악회 수십 곳의 산행지 중에 노고운해와 반야일출에 꽂혔다. 이 둘을 동시에 보기
는 어려울 것이다. 반야일출이 우선이다. 반야운해 또한 노고운해에 못지않을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반야봉 묘향대
아래 이끼폭포가 그리웠다. 28인승 대형버스 두 대로 간다. 만차다. 한 대는 어느 산악회에서 전세 냈다. 버스에
타자마자 자세잡고 잠을 청한다. 아무 데서나 잠을 잘 자는 것. 아무렴 여행의 제일인 덕목이다. 자다가 눈을 뜨니
여산휴게소이고, 다시 자다가 눈을 뜨니 성삼재다.
마한 때 성씨가 다른 세 명의 장군이 지켰던 고개라 하여 성삼재(性三峙)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경향각지
에서 몰려든 많은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성삼재가 예전의 모습과 판이하게 다르다. 번화하다. 갈 곳을 몰라 잠시
우왕좌왕한다. 문득 하늘 우러르니, 아! 소리가 저절로 난다. 하늘은 맑고 별들이 총총하다. 그믐으로 치닫는 스무
나흘 홀쭉한 달은 별무리의 왕이다. 이런 하늘을 여태 모르고 지내다니 각박하게 살고 있다.
북두칠성에 이어 북극성도 찾아낸다. 저렇게 또렷하게 보여도 무척 먼 거리다. 약 430광년 거리라고 한다.
4,070,930,400,000,000km이다. 다음은 2024.7.8.자 ‘인터넷 강화뉴스’에 실린 이광식(1951 ~ ) 천문작가의 북극성
에 대한 글이다.
“(…) 밝기가 태양의 2천 배인 초거성이자 동반별 두 개를 거느리고 있는 세페이드 변광성(Cepheid variable)이다.
그러니 세 별이 하나처럼 보이는 것이다. 수축과 팽창을 반복해 밝기가 변하는 세페이드 변광성은 지구에서 해당
천체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표준광원이다. 북극성까지의 거리는 약 430광년이다. 오늘 밤 당신이 보는
북극성의 별빛은 조선의 임진왜란 때쯤 출발한 빛인 셈이다. 이건 과학이다. 북극성이란 사실 일반명사이고, 영어로
는 폴라리스(Polaris), 우리 옛 이름은 구진대성(句陳大星)이라 한다.”
입산시각이 03시라고 하는데 등산객들의 자율에 맡기나 보다. 대로 가로 막은 바리케이트 옆으로 한 사람 두 사람씩
아무런 제지 없이 지난다. 어둠 속 헤드램프 심지 돋우고 간다. 완만한 오르막이다. 간혹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트이는 숲길이다. 별들이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달린 모습이라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한다. 길 왼쪽 아래 캄캄한
골짜기에는 물이 큰소리 내며 흐른다. 1,200m 고지의 계류가 저러니 아마 이끼폭포는 더욱 볼만하리라.
무넹기 안전쉼터 지나고 Y자 코재 갈림길이다. 성삼재에서 1.5km를 왔다. 오른쪽은 화엄사를 오가는 코재를 거쳐
노고단고개(편안한 길) 2.6km이고, 왼쪽의 데크계단 오르막은 노고단고개 1.0km이다. 다들 왼쪽 빠른 길로 간다.
나도 그런다. 데크계단 끝나면 널따란 돌길이다. 얼마 안 가 코재를 거쳐 오는 ‘편안한 길’과 만난다. 편안하게 간다.
산모롱이 돌고 바로 편안한 길 버리고 돌계단 길 오른다. 이번에는 좀 더 길다.
노고단 대피소 앞에서 편안한 길과 만나고 곧바로 헤어진다. 제법 가파른 돌계단 길이다. 노고단고개(1,440m).
노고단 정상은 탐방예약을 해야 갈 수 있고, 개방시간은 05시이다. 산행대장님이 차안에서 자기에게 여분의 예약이
있으니 노고단 정상을 올라가실 분이 있는지 물었는데 3명이(나는 아니다) 그러겠노라고 했다. 이 노고단고개에서
개방시간 10분 전에 만나자고 했다. 지금시각 03시 26분이다. 이 한밤중에 노고단에 올라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지리10경의 하나인 ‘노고운해’도 훤할 때의 일이다.
3. 반야봉에서 바라보는 일출
4. 일출직전, 오른쪽 가린 산은 광양 백운산, 멀리 가운데 왼쪽은 국사봉(?)
5. 앞 가운데는 고리봉(?)
6. 앞 왼쪽 불빛은 성삼재
7. 앞 왼쪽은 문바우등, 오른쪽 중간은 차일봉
8. 앞 오른쪽은 노고단
9. 반야봉에서 바라보는 일출, 이때가 06시 31분
10. 반야봉에서 바라보는 일출, 이때가 06시 44분
11. 앞 왼쪽 불빛은 성삼재
12. 일출직후, 앞 오른쪽은 노고단
13. 멀리 가운데는 광양 백운산 연봉
그렇다고 훤하기 기다려 노고운해를 구경하겠다면 반야일출은 포기해야 한다. 오히려 노고운해보다 더 높은 데서
보는 반야운해가 낫지 않겠는가. 예전에는 무시로 오르내렸던 노고단을 이제는 함부로 갈 수 없다. 천왕봉 가는 길
로 들어선다. 데크계단 내리막이다. 노고단 왼쪽 사면을 돌아가는 길이다. 울퉁불퉁한 돌길의 연속이다. 헤드램프
불빛이 힘을 잃어 손전등으로 바꾼다. 가로등처럼 훤하니 발걸음을 내딛기 훨씬 수월하다.
노고단 동릉을 내린 안부가 돼지령이다. 능선을 간다. 속속 젊은이들에게 추월당한다. 지체 없이 길섶에 비켜 그들
에게 양보한다. 그들의 산행차림이 날렵하다. 등산복 상의와 하의는 몸에 찰싹 달라붙고, 등에 매미처럼 붙어 있는
배낭은 애니쌕(AnySac)이거나 그보다 더 작아(내 카메라도 넣지 못하겠다) 500ml 물병과 빵 한두 개 정도 넣었음
직하다. 그러니 저렇듯 날아다니겠지 하고 내 더딘 발걸음을 다독인다.
대판(1,383m)을 왼쪽 사면으로 길게 돌아 넘어 ┣자 갈림길인 피아골삼거리(1,336m)이다. 다시 한 차례 내리면
안부인 임걸령 샘터(50m) 갈림길이다. 이곳 샘에서는 언제나 차가운 물이 솟으며, 물맛 또한 좋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이정표에 임걸령은 그 도중에 있다. 옛날에 임걸(林傑) 또는 임걸년(林傑年)이라
는 이름의 의적이 은거하던 곳이어서 임걸령(林傑嶺)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반야봉 오름길은 임걸령 샘터에서 시작된다. 삼도봉 갈림길인 노루목 지나고 0.2m 오르면 반야봉삼거리(1,550m)
다. 대개 단체등산객들은 이곳에 배낭을 벗어두고 반야봉을 갔다 온다. 반야봉까지 0.8km 가파른 돌길 오르막이다.
이쯤해서 등산객들이 확 줄었다. 화대종주 또는 성중종주 하는 사람들은 노루목이나 이곳 삼거리에서 반야봉을
오르지 않고 곧장 오른쪽 삼도봉 쪽으로 간다. 캄캄하다. 05시가 넘었는데도 날이 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반야봉 쉼터가 나온다. 일출은 멀었고 반야봉 정상은 추울 것이니 쉬어간다. 그래도 몇 사람이 지나가자 내 주관
없이 일어나서 그들 뒤를 쫓아간다. 긴 테크계단 오르고 하늘 트이는 관목 숲 지나면 바위지대인 반야봉 정상이다.
지금시각 05시 47분이다. 일출을 보려면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느긋하게 샌드
위치로 아침밥을 먹고 주위 서성이며 시시각각 변하는 원경과 근경을 살핀다. 일출 훨씬 이전부터 동녘은 그 준비로
부산하다.
부상(扶桑)은 남부능선 너머다. 그 많던 별과 달은 약속이나 한 듯 자취를 감추고 남부능선 너머 하늘은 온통 벌겋
다. 황석산과 거망산 쪽은 운해가 거친 파고로 넘실대고, 성삼재 그 아래로는 골골마다 운해가 찼다. 동서남북 한
바퀴 돌 때마다 달라 보이는 경치다. 내 처음 반야봉을 새벽에 올랐기로 이런 경치를 보는 것 또한 처음이다. 장관이
고 대관이고 특관이다. 드디어 해가 떠오르고 뭇 산들이 얼굴 내밀고 맞이한다.
이때는 반야봉도 만원이다. 와! 하는 환성을 합창한다. 일출을 보았다고 바로 내려가지 않는다. 문자 그대로 만학천
봉이 아침을 맞이하는 모습을 본다. 혹자는 반야봉이 지리산의 중심이라고 한다. 그럴듯하다. 천왕봉에서도 이런
장관을 볼 수 있을까 의문이다.
14. 앞 맨 왼쪽은 왕시루봉, 그 오른쪽은 문바우등
15. 멀리 왼쪽은 와룡산, 그 앞은 삼신봉
16. 앞 오른쪽은 노고단 능선
17. 앞 왼쪽 불빛은 성삼재
18. 광양 백운산 연봉
19. 오른쪽 가린 산은 광양 백운산
20. 멀리 왼쪽은 와룡산, 맨 오른쪽은 금오산
21. 멀리 왼쪽은 금오산, 가운데 오른쪽은 국사봉(?)
22. 앞 왼쪽은 성삼재
23. 멀리 왼쪽은 금오산
24. 앞은 노고단, 멀리는 백운산 연봉
반야봉이란 산의 이름은 불교에서 지혜를 뜻하는 말인 반야(般若)에서 유래하었다.
지리산에서 불도를 닦고 있던 반야가 지리산의 산신이면서 여신인 마고할미와 결혼하여 천왕봉에서 살았다는 전설
이 있고, 어떤 도력이 있는 스님이 뱀사골에 있는 이무기를 물리치고 사찰의 안녕을 이루면서 반야심경에서 이름을
따 반야봉이라고 지었다는 설도 있다. 마고할미가 지리산에서 불도를 닦고 있던 반야를 만나서 결혼한 뒤 천왕봉에
살다가 슬하에 여덟 명의 딸을 두었는데, 그 뒤 반야가 더 많은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처와 딸들을 뒤로하고 반야봉
으로 들어갔다고도 한다.(한국지명유래집 전라 · 제주편 지명)
다시 말하면 반야는 “분별하지 않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직관하는 마음 작용. 미혹을 끊고 모든 현상을 있는 그대로
주시하는 마음 작용. 분별과 집착이 끊어진 마음 상태. 모든 분별이 끊어져 집착하지 않는 마음 상태. 모든 분별을
떠난 경지에서 온갖 차별을 명료하게 아는 마음 작용”이라고 한다.(시공 불교사전, 2003.7.30., 곽철환)
반야를 단순히 ‘지혜’라고 하면 알듯했는데 자세히 풀어 쓰니 어렵다.
추강 남효온(秋江 南孝溫, 1454~1492)은 530여 년 전에 반야봉을 올랐다. 다음은 그의 「지리산 일과(日課)」중 일
부다. 그때와 지금의 산하는 같을 터인데 알아볼 수 있는 지명이 매우 드물다. 반야봉은 그때도 반야봉이라고 했다.
“정미년(1487, 성종18) 10월 경오일(4일)
설근(雪根),의문(義文)과 함께 반야봉(般若峰)에 올랐다. 내려다보니 봉우리 북쪽에 혼흑동(昏黑洞)과 월락동
(月落洞)이 있고 초막 한 칸이 있었으니, 설근이 사는 곳이다. 또 그 북쪽의 중봉산(中鳳山)은 곧 빈발봉(貧鉢峰)의
북쪽 줄기이다. 산등성이 끊어진 곳에 적조암(寂照庵), 무주암(無住庵) 등의 암자가 있다. 또 그 북쪽의 금봉산(金鳳
山)에는 금대암(金臺庵)이 있다. 반야봉 서쪽에 방장산이 있고, 방장산 꼭대기에 만복대(萬福臺)가 있다. 만복대
동쪽에 묘봉암(妙峰庵)이 있고, 만복대 북쪽에 보문암(普門庵)이 있으니, 일명이 황령암(黃嶺庵)이다. 반야봉 남쪽
에 고모당(姑母堂)이 있고, 고모당 남쪽에 우번대(牛翻臺)가 있으니, 우번 선사(牛翻禪師)의 도량(道場)이었다.
반야봉 동쪽에 선인대(仙人臺)가 있고, 선인대 동쪽이 곧 쌍계동(雙溪洞)이다. 빈발봉은 반야봉의 동쪽에 있고,
천왕봉(天王峰)은 또 그 동북쪽에 있다.“
“나는 서쪽으로 반야봉 중봉(中峰)을 내려갔다. 주위를 둘러본 뒤에 우동수(牛銅水)를 내려다보았다. 물이 마르고
흰 벌레만 우물에 가득하여 좋은 구경거리가 아니었다. 이날 누른 구름이 사방에 자욱하여 산 아래 보이는 곳은
남원(南原)뿐이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의문이 초막으로 돌아가기를 재촉하였다. 왕복 20리 길이었다.”
(ⓒ 한국고전번역원 | 박대현 (역) | 2007)
매직아우어가 지난 07시가 되어 반야봉을 내린다. 어둠 속에 올랐던 길이라 전혀 다른 길 같다. 데크계단 내리며,
슬랩 내리며, 등로 옆 암봉에 들르며, 잡목 헤치고 바위 타고 올라, 방금 전에 본 경치를 다시 본다. 대체 이보다 더
나은 경치가 있을까? 상상하기 어렵다. 반야봉삼거리 지나면 하늘 가린 숲속이다. 잰걸음 한다. 돌길 우르르 내리고
안부 지나 긴 한 피치 오르면 삼도봉이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서는 ‘날라리봉(1,501.0m)’이라고 한다. 정상의
바위가 낫과 같은 모양이라서 낫날봉 또는 날라리봉으로 불렸다.
너른 암반의 삼도봉도 조망이 아주 좋다. 또한 삼도봉에서 올려다보는 반야봉이 후덕하다. 높다란 절벽 밑을 돌아내
린다. 언뜻 내려다보는 목통골 주변이 화려한 적상이다. 데크계단이 이어진다. 길다. 반달가슴골 출몰지역이라는데
난간 너머 지근거리에서 멧돼지를 본다. 크다. 내가 꼬나든 스틱이 바늘 격이다. 멧돼지는 나를 못 본 체하고, 주둥
이로 밭을 갈 듯이 땅을 파헤치며 먹이 찾느라 바쁘다. 나도 몰래 사진 한 장 얼른 찍고는 못 본 체한다.
성긴 나뭇가지 사이로 남덕유산을 본다. 그쪽은 여전히 대해로 파고 높은 운해가 넘실거린다. 내리막 바닥 친 안부
는 화개재다. 예전에 남원 쪽 사람들이 뱀사골을 통해 화개장터를 가기 위해 넘나들던 고개라고 한다. 반선(뱀사골)
9.2km. 데크계단 길 잠시 내리고 널찍한 돌길이다. 완만하다. 길 옆 계류는 금방 여러 지류 모으더니 포말 일으키며
우당탕탕 흐른다. 철교인 화개교, 선봉교, 연하교를 지난다. 그때마다 다리 아래 폭포가 볼만하다.
25. 왕시루봉과 문바우등
26. 멀리 가운데는 무룡산, 그 왼쪽은 남덕유산, 그 앞은 월봉산
27. 멀리 왼쪽은 거망산, 황석산, 그 뒤는 금원산, 기백산
28. 멀리 가운데는 무룡산, 그 왼쪽은 남덕유산, 그 앞은 월봉산
29. 삼도봉에서 바라본 반야봉
30. 앞은 임걸령에서 반야봉 오르는 능선, 그 뒤는 고리봉
31. 화개재 가는 길에 내려다본 목통골 주변
32. 화개재 가는 길에 지근거리에서 본 멧돼지
33. 뱀사골계곡
안영교(安永橋)는 목교다. 유유교(幽幽橋) 지나고 간장소다. 옛 소금 상인들이 하동 화계장터에서 화개재를 넘어오
다 소금짐이 이 소에 빠져 간장이 되었다는 이야기와, 이 소의 물을 마시면 간장까지 시원해진다는 이야기 등이
전해져 간장소라고 한다. 간장소교 지나고 데크로드다. 드디어 이끼폭포 가는 길에 다다른다. 그런데 엄중하게 철조
망을 치고 막았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곳이라며 출입하다 걸리면 2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될 거라고 한다.
도무지 철조망을 뚫을 틈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경우를 예상했는지 오룩스 맵은 저 앞 지능선(심마니능선의 망바위
봉 동릉 자락이다)의 산모퉁이 지나자마자 또 하나의 등로를 마련하였다. 데크로드 난간을 넘어야 한다. 난간 너머
로 아무런 인적이 없다. 오룩스 맵에 눈 박고 난간 넘는다. 완만한 오르막의 잡목 헤친다. 너덜이 나온다. 내 발길이
쉬운 데만 골라서 가고 보니 자꾸 오룩스 맵의 등로에서 벗어난다. 어렵사리 지능선 마루금에 오르고 이끼폭포 계곡
으로 내린다.
되게 비탈진 산죽 숲이다. 이러다 계곡에 다다를 때면 절벽에 막히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조심스레 계류에 다다
르고 계류 거슬러 오른다. 절벽에 막히면 오른쪽 바위 슬랩을 기어오른다. 바위 슬랩에는 젖은 낙엽이 깔려 있어
일일이 쓸어내며 오른다. 이러니 그만 뒤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데 그런 생각과는 달리 발걸음은 관성인양
전진한다. 어쩌다 나타나는 흐릿한 인적이 반갑기 그지없지만 곧 사라지고 만다.
저 앞 절벽에 가느다란 여러 물줄기가 보인다. 설마 저게 이끼폭포이려고? 너무 볼품이 없어 이끼폭포 닮은 새끼
이끼폭포로 여겼다. 암릉 오르듯 바위 넘고 다가간다. 지도에 표시된 이끼폭포인지 확인한다. 맞다. 이끼폭포다.
오늘이 이 이끼폭포를 보러 온 게 세 번째다. 앞서 두 번은 반야봉에서 묘향대를 거쳐 왔다. 그때는 그 무수한 물줄
기와 그에 어우러진 주변이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었다. 이렇게 사위었다니. 차라리 아니 볼 것을 본
느낌이다. 탁주 헌주하고(또 안 올 것이므로) 독작한다.
어디로 갈까? 온 길을 뒤돌아가기가 겁난다. 심마니능선 망바위봉을 올라 그 능선을 따라 내리는 것도 신중히 검토
하여 보았다. 이끼폭포에서 심마니능선까지 가파른 산죽 또는 잡목 숲이 1km 가까이 된다. 지난날 심마니능선을
올라 반선으로 간 것이 4시간 40분이나 걸렸다. 오늘 뱀사골 간장소 데크로드에서 이끼폭포 온 거리도 1km 정도 된
다. 지금 시간이 10시 30분이니 심마니능선으로 간다면 15시쯤에 반선에 도착하게 되니 산행마감시간인 14시 30분
을 넘기게 된다.
온길 뒤돌아간다. 울며 겨자 먹기다. 오룩스 맵과 방금 전 나의 궤적을 비교 계량하며 내린다. 망바위봉 동릉 끄트머
리를 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너덜지대를 질러 내린다. 땀난다. 난간 넘어 데크로드에 올라선다. 이끼폭포 왕복 2시간
가까이 걸렸다. 나로서는 큰일을 치렀다. 이제는 만고강산 유람이다. 제승대 가까운 계류에 발 담그며 점심밥 먹는
다. 탁주가 더 없어 아쉽다. 대웅교, 옥류교, 명선교(明善橋) 건너고, 병풍소 내려다보고 병풍교 건너고, 병소(甁沼)
굽어보고, 금포교를 지난다.
와운교. 와운마을 갈림길이다. 구름도 누워 간다는 와운마을이다. 그곳에는 할머니 소나무로도 불리는 지리산 천년
송(천연기념물 제424호)이 있다는데 보고 싶지만 2.3km를 가야 하니 너무 멀다. 숙제로 남겨둔다. 반선 가는 길
0.5km는 계류 가까이 데크로드와 그 왼쪽 위로 차도가 있는데 대부분 데크로드로 간다. 계류 물구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반선. 대처다. 지리산 뱀사골 탐방안내소에서 주차장까지는 10분 거리다. 대낮에 산행을 마치고 서울로 간다. 그렇
지만 어째 산행을 하다 만 느낌이다.
36. 이끼폭포
38. 뱀사골계곡
41. 뱀사골계곡 단풍 든 단풍나무
42. 뱀사골계곡
46. 반선 공용주차장에서 바라본 심마니능선(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