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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리와의 인연
한 달 전쯤 날아온
쪽지 한 통
노가리호프집에 관심이 있다며
노가리소스 레시피 좀 알려 주세요
하고 날아든 쪽지가
한 사람과 또 다른 인연을 맺어 주었다.
시간되면 한 번 찾아 오라는 답을
보내고 몇 일 뒤 사진 주문 받아
작업이 한창일 때 테이블 옆에
조용히 있던 핸폰이 부르르 몸을 떤다.
안녕하세요
몇 일전 쪽지 보냈던 사람이라며
인사를 한다.
40대 초반의 중년이라고 하기에는
젊은 청년
마침 창업을 준비 중이었는데
외식산업경영자클럽 사이트에서
나의 경험담을 읽어 보고는 비전이 있다고 판단이
되어 자문을 구하고 싶어 왔다고 한다.
그동안 내가 몸으로 부딪히며 겪은
일들이 다름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글을 쓴다는 일이
더 조심스러워진다.
펜이 총칼보다 무섭다고 하더니
펜 끝에서 흐르는 나의 보잘 것 없는 글이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뿌듯해져 옴을 느끼며
글로 다 쓰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힘들고 어려웠던 일 즐거웠던 에피소드들을 들려주며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 한번 일러주며 신중하게 판단해서
창업을 해야함을 주지 시킨다.
걍 ~~
노가리만 구워 주면 되는 것 아니냐
생각하고 왔는데 나의 이야기를
들어 볼수록 생각처럼 단순한 업종이
아님을 느끼는 것 같았다.
지난번 올렸던 글에도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판단한다.
직접 운영하며 겪는 나의 말보다는
먼 발치에서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주변사람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
모습에 언제나 가슴은 답답해져 온다.
그게 아닌데
겉모습만 보고 창업하면 실패하는데
진실보다는 허구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인 것 같다.
왜 그럴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인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창업 할 수 있겠냐는
말에 대답해 줄 수 있는 말은
한마디
무조건 몸으로 부딪히며 한 달간만
배우라 했지만 너무 길다는 눈치다.
그렇게나 많이요?
할 줄 아는 것이 뭐냐?
재차 물으니 할 줄 아는 것이 없단다.
눈앞이 캄캄하다.
할 줄 아는 것도 없는데
한 달이 길다니 뭐라 해 줄 말이 없다.
나보다 더 맨땅에 헤딩하려 하는
무모함에 할 말을 잃었지만
한편으로는 젊음이 좋기는 좋다고
생각하니 희망은 보였다.
조금 할 줄 안다고
우습게 보는 것보다는
백지상태에서 도전하는 것이
오히려 내게는 가르치기가 편하고
본인도 수월할 것 같아
한 달간의 하드트레이닝에 들어가기로
하고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또 다른 한 친구는 치킨호프 경력이
조금 있다는 자신감에 노가리호프의
본질을 망각한 채 나의 조언을
귓전으로 흘리며 재창업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워
달려가 가르쳐 주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칼질도 할 줄 모르는 총각이
라면 끓일 줄밖에 모르는 총각이
하루하루 나와 얼굴을 익히며
노가리 굽는 냄새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맥주병을 한 병 한 병 닦아
음료수 냉장고에 넣는
나에게
사장님 !!
병도 닦아서 넣어야 하나요??
엥~~~
뭔 소리야??
먼지투성이인 병을 그냥 넣을 생각이었어??
라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갑자기 뒷목이 뻐근해져 온다.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하긴
요식업에 대해 왕초보이니 뭐라
할 수도 없다.
미스터 최~~
무슨 일이든 내가 먹고 마시는 것
내가 손님이라는 입장에서 일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실수를 하게 되니
내가 손님이라는 입장에서
매사에 임하라 말해주지만
과연 그것을 쉽게 실행하리라고는 믿지
않기에 당부 또 당부 해보며
하루하루를 보내기를 일주일
맥주를 어떻게 따르느냐고
묻던 일은 벌써 옛일이 되어가고
사장님~~
저
이제 잘하죠??
그래 잘한다 잘해 ㅋㅋ
기분 좋단다.
그러기를 또 며칠
하루가 다르게 배우는 속도에
탄력이 붙을 무렵
출근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아무 연락이 없다.
그래 ~~~
벌써 꾀가 나나 보다 하는
생각에 부지런히 밀린 준비를
끝내고 나니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선다.
어떻게 된 거야??
네
죄송합니다.
계란찜 하는 것을 배워 보려고
여기저기 다녀 보느라 늦었습니다.
갑자기 허탈하다.
배우는 것도 아직 멀었는데
뭔 계란찜??
그래서
어디 가서
배우려고???
친구가 알바하는 집에서
계란찜을 내 놓는데
아주 마음에 든다고 배우고 싶다니
할 말은 없다.
이 친구도
내가
누누이 말하는
무엇을 팔아야 하는지를 망각한 채
노가리호프집을 하려는 것 같아
마음이 허탈해 온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한 이야기는
전당포에 맡긴 것일까?
계란찜은 여기서 가르쳐 주는 방식
대로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계란찜에 목숨 거는 모습에 불안이
엄습해온다.
과연 나에게 배우고 가서
잘해낼 수 있을까? 망하지는 않을까?
저녁 내내 옆 지기와 머리를 맞대고
걱정해 본들 뾰족한 방법이 없이
또 저녁을 맞이하지만
배우러 간 사람은 소식이 없다.
비용을 주고서라도 배우고 오겠다고
했는데 과연 배웠을까??
궁금도 하고 걱정도 되지만
좋은 소식 안고 오기를 기다려 보는
수 밖에 없으니 답답하기를 또 하루
부르르 떨리는 핸폰
사장님 오늘은 출근~~~
내가 미리 선수 쳐 본다.
왜?
오늘도 못 온다고??
ㅋㅋ
정색을 하며 아니에요
오늘은 출근한다고요
알겠어
조심해서 와
부지런히 영업 준비를 하는
오후 6시경
씩씩하게 들어서며
안녕하세요~~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들어서니
갔던 일이 궁금하기도 하다.
7시경에 출근한 옆 지기와
계란찜 내용이 궁금하여
계란찜 잘 배우고 왔어?? 물으니
아니요
안 가르쳐 준다네요
실망이 가득한 얼굴이다.
그럼 다시 해 보자며 옆 지기가
재료를 준비하며 실습에 들어가
몇 번의 실패 끝에 완성해 내며
최군!!
이리와 봐 이렇게 하는 것~~~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네 네~~
어떻게 하셨어요
맞아요
이렇게 나왔어요
갑자기 얼굴이 밝아지며
복권이라도 맞은 것처럼 좋아한다.
이제 걱정 끝이에요
모든 비결을 다 배운 표정이다.
잠깐 ~~
그런데 이렇게 하다가
다른 안주는 언제하냐?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 주니
고개를 끄덕인다.
계란찜만 완성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정작 완성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시간을 빼앗기며 올인 했던 일이 우습게 되어 버렸다.
또 다른 후배도 노가리를 부드럽고
맛있게 만든다고 노가리를 물에 불려
줄에 널어 말려서 사용한다며
손님들이 노가리 맛있다고 해
계속 그렇게 한다는 소리를 듣고
계란찜에 올인하는 친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불안 불안하다.
하루 이틀 할 것이라면 몰라도
여름 장마철에는 어떻게 하려고?
노가리만 주야장천 팔아서 어떻게 돈을 벌겠다고?
노가리는 쉬운 말로 미끼상품이라고 수차 말했건만
아직도 내 말뜻을 못 알아듣는 것 같아
희망이 없어져 가고 있다.
다행히
요즘 나를 믿고 따라 주는 최군~~
사장님~~
왜?
사장님은 재활용의 대가세요
뭐가?
사장님은 버리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손님들이 한 줌 뽑아 놓은 냅킨도
다 정리해서 재떨이에 깔아 쓰고
물병에 반쯤 남은 물도 버리지 않으시고
화분에 물도 주시고 ~~
그래
돈으로 따지면 얼마 안 되지만
어떤 일이나 습관을 들여야 절약할 수 있어
어느 날 갑자기 절약은 힘든 거야
앞으로 일주일 후 면 노가리호프집 사장님이
될 사람인데 주인이 아끼는 모습을 보여야
종업원들도 아껴 주거든 명심해~~라고 해주니
네~~
꼭 그렇게 하겠다며
마음의 각오를 다진다.
외식산업경영자클럽에서 알게 된 친구들
나의 글에 공감을 하고 창업을 했던 친구들
나의 조언을 무시하고 그까짓 것 하는데 연수를
받아야 하나요? 라며
문 만 열면 손님이 오겠지라고
영업을 하다 문을 닫은 친구들도 있기에
나와 한 달을
머리를 맞대고 좀 더 발전적인 영업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더 소중한 하루다.
나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 주어
꼭 성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어
가게 위치며 상권을 보기 위해
없는 시간을 쪼개어 당산동에 작고 아담한 장소를
하나 물색해 얻어 놓았다.
사장님
이곳에서 장사가 될까요?
초보 창업자의 마음은 언제나 불안하다.
걱정 마~~
우리 가게 보다 여건이 좋으니까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
친구들의 말과
노가리호프집을 운영해보지 않은 주변 사람들의 말에는
귀를 닫기를 간곡하게 부탁해 보지만
자꾸 삼천포로 빠지려 해서 가끔은 서운하다.
문제점은 나에게 말하면
해결해 줄 텐데 저질러 놓은 일을 보면
돈 들이고 효과가 없는 일이 태반이라
오픈할 때까지 집기 배치며 실내 인테리어 등을
점검해 주어야 할 것 같아
며 칠 당산동으로 출근하며
마무리를 해 나가고 있다.
하루면 준비해서 오픈할 수 있다며
자신만만하게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다.
지가 무슨 신이라도 되는 양
무슨 수로 하루에 다 마무리하겠다고
큰 소리 뻥뻥 치는지 가만히 두고 보기로
했지만 내 나름대로 이것저것 준비해주기 위해
시장 거래처며 간판 주류 등등
혼자 안 되는 일을 마무리해 주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낸다.
글도 써야 하는데
사진도 찍으러 가야 하는데
장모님 문병도 가야 하는데
모른척해도 되는 일이지만
나를 믿고 따라 주는데 외면할 수가 없다.
오픈일에 맞추어 주기 위해 바쁘다.
내일이면 12월 6일 오픈 하루 전
최종 점검을 위해 잠을 설치며
11시에 당산동으로 출근한다.
하나하나 점검에 들어가며
미비점을 보완해 나가는 일 끝이 없지만
일단 완료!!
수고했어 윤석아
내일 오전 다시 한번
마무리하고 오후에 임시 오픈하기로 하고
나의 영업장으로 출근하는 시간이 오후 3시
바쁘다 바뻐~~
한 달간 밀린 일이 머리속을 어지럽힌다.
2012년 들어
세번째이지만
그래도 나의 비결을 전수해서인지
마음 뿌듯하다.
창 밖으로 찬바람이 휘몰아친다.
에이~~
오늘은 추워서 손님 없겠다.
혼자 결론을 내리며 준비에 소홀해진다.
컴퓨터의 전원을 넣고
그동안 밀린 손님들 사진 작업에 시간을 빼앗긴다.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시간이 왜 이리도
빨리 가는지
오후 6시
너무 꾀를 부린다 싶어
옆 지기가 나오기 전에 준비를 마치려
주방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손님이 들어온다.
어서 오세요
인사도 안 받고 춥다고 투덜투덜이다.
온풍기를 가동 시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직 공기가 차다고 했지만,
입이 부어있다.
사진은 액자에 넣으면 안 된다고 괜한 트집이다.
각자의 취향이 있는데
되네~~
안되네~~~ 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모독이다.
마치 정석이라도 있는 양~~
자기의 생각이 최고인 양 남에게
강요하는 일은 고지식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정해 놓은 격식에 맞추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나에게
너무나 불쾌하여 대답 자체를 무시해 보지만
분위기가 냉랭하다
같이 온 친구 왈~~
이 친구가 사진을 찍거든요
이해하세요
사진을 찍는 사람의 생각이 그 정도라면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밀린 일에
시간을 내어 준다.
옆 지기가 출근하며
추워서 손님 없을 것 같다며 천천히
준비하지 뭐~~~
그럽시다.
날도 추운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계속해서 손님들이 찾아든다.
뭐야??
준비 안 하니 손님들이 찾아드네
바빠지는 손길
문 앞을 가로막는 흰색 자동차
누구인가 보니 포천 사는 동생이다.
9시 15분인데 날아왔는지
손에 손에 선물을 안고 들어온다.
그냥 와도 되는데
뭔 선물을 이리 ~~~
간만에 맥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려 했지만 자리가 비기가
무섭게 들어오는 손님들 맞기에
바빠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
야~~
너 오는 줄 알았나 보다 손님들이...
그러게 형
일복 많은 놈은 어디 가나 일이 기다린다며
홀에 널린 맥주잔 걷어 오기에 바쁘다.
오늘 오후에 당산점 오픈 한다고 한 일이
갑자기 궁금해진다.
전화기를 집어들며
할까 말까 망설인다.
손님이 없어 기가 죽어 있으면 어쩌지?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하나?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하며
대답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길다.
여보세요~~~
들려 오는 목소리가
나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 준다.
윤석아~~~
네!!
손님 있냐?
무엇보다 궁금하다.
나의 작품인데
네!
있어요
첫 손님
와우~~
마치 나의 손님 같아 너무나 반갑다.
그래
첫 손님!!!
앗싸! 노가리호프집
영원히 잊지 못하게 해 드려라
네!!
그럼요
그동안 사장님한테 배운 것이 있는데요
무슨 말인지
그동안 세뇌시킨 말뜻을 알아차려서 기분이 좋다.
그래~~
끝나고 갈 때 전화해
나의 영업장이 바빠서 더 긴 이야기는 할 수 없었지만
암튼 성공이다.
문 열자마자 손님~~~
나 보다는 시작이 좋다.
나를 믿고 따라 준 마음에
보답해 주기 위해서라도
나의 모든 노하우를 동원해 대박집이
되도록 해 줄 생각이라며
시골 동생과
밤늦도록 맥주잔을 기절시켜 보는
기분 좋은 하루였다.
첫댓글 씨아 똥!
창업 아이템으로 하시는것이 어떻겟어요??
글이 넘 길게 써서 일하다 말구 오늘 다갔네 나도 노가리 먹으러 가야 하는데~~~
기둘려라 간다!
ㅋㅋ 일못한 손해배상 청구하지 마라
언제든지 환영하네
한사람의 후배를 키웠네. 무슨 일을 다하든 최선을 다해야하는 자세를 우선 가져야겠지. 처음에 그 윤석이란 친구가 ' 창업하겠나?' 우려가 되더니 그래도 제대로 교육을 잘 받았네. 정환이도 손님들이 많이 온다니 더 반갑고--
앞으로 글씨 좀 뚜렷하게 나타내줘라. 읽기가 힘들다.
앗~~
죄송합니다. 저도 글씨가 좀 작은듯 했는데 괜한 멋부리느라 죄송합니다
제3의 윤석이 1차 상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