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록 확대, 여전한 ‘사각지대’ 고통
올해 복시 등도 가능…변함 없는 의료중심 기준
개별 특성 고려 심사체계 필요, 정부·국회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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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눈물 외면하는 장애등록 절차 개선하라’ 손피켓을 든 모습. ⓒ에이블뉴스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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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결산]-①장애등록 사각지대
2021년 신축년(辛丑年)은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더욱 기승을 부린 한해였다.
장애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최고 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운영되는 상황에서도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장애인 등록 사각지대, 장애인 탈시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장애인 이동권 등 정부와 사회에 장애계의 요구를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에이블뉴스는 올해 '가장 많이 읽은 기사'를 토대로 한해를 결산하는 특집을 진행한다. 첫 번째는 '장애등록 사각지대'이다.
올해 4월 장애등록 기준이 확대되면서 복시와 투렛장애, 기면증, 백반증 등이 장애인 등록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장애등록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장애등록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장애등록제도는 1989년 장애인복지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장애 유형은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 정신지체인으로 총 5가지였다.
이후 몇 차례 법 개정을 통해 현재 장애 유형은 지체장애인, 뇌병변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정신장애인, 신장장애인, 심장장애인, 호흡기장애인, 간장애인, 안면장애인, 장루․요루장애인, 뇌전증장애인 등 15가지 유형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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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인정 확대 질환 세부 인정기준. ⓒ에이블뉴스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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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보편적 장애인등록제도는 장애인 현황 파악이 가능하고 수요예측을 통해 효율적 예산편성을 할 수 있지만, 장애 유형 및 특성 고려 미비, 지원의 빈익빈 부익부 발생 우려, 행정편의주의로의 편질 등 문제점이 있다.
실례로 백반증은 올해 장애등록이 가능해졌으나 현재 우리나라의 피부와 관련된 장애판정기준은 장애인복지법상 안면 장애에서 일부 제한적으로 포함되고 있으며, 대부분은 법적 공백 상태다.
특히 많은 사람이 피부질환 증상은 ‘참을 수 있는 정도’로 여기고 있지만, 증상으로 인한 일상생활 제약과 타인으로부터의 시선과 편견 등으로 생애주기에 요구되는 교육, 직업 생활, 결혼 등과 직업 활동의 어려움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또한 지난 7월 뇌전증으로 인한 정신질환을 가진 가족이 심한 조현병과 증상이 같으나 그 원인과 약이 달라 조현병으로 분류가 안 되기 때문에 장애판정이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많은 사람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사연의 당사자는 정신장애 판정을 받으면 여러 가지 사회성 기르기 훈련이나 직업훈련 등에 참여할 수 있지만, 현재 어떠한 지원이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그 부담을 오롯이 가족들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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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의원이 공개한 골형성부전증 환아의 사진. 키가 90cm, 몸무게가 13kg도 되지 않는 11살 아이는 스스로 서본 적도, 걸어본 적도 없지만 장애로 인정받지 못한다. ⓒ에이블뉴스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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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개최된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장애등록 사각지대에 놓인 골형성부전증 환아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며 장애판정기준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뼈가 쉽게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이라는 희귀병을 가진 아이는 장애가 있지만, 국가에서 아이를 아직 충분히 장애인이 아니라고 판정했기 때문에 장애 유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골형성부전증이란 이유만으로 장애를 인정받을 수는 없고 관절의 강직 또는 불안정 증상이 심각하거나, 남성은 만 18세까지 145cm 이하로, 여성은 만 16세까지 140cm 이하로 성장이 멈춰야만 장애로 인정받을 수 있다.
18세 이하 골형성부전증 환자 현황(국민건강보험공단)을 살펴보면 환아의 숫자는 평균 201명 정도였지만, 같은 기간 국민연금공단이 지체장애로 인정한 환아의 수는 연평균 7.2명, 지난해 고작 2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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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0월 15일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 앞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들에 대한 장애등록 인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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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록 사각지대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의 협소한 장애개념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정책적 피해를 보고 있기에 장애인등록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또한 장애를 의학적 기준으로 개념화하지 않고,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어려움까지 고려한 장애개념으로 관점을 확장해 장애인의 정치적 권리를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올해 10월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에도 의료적 평가 위주의 장애심사 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 권리보장을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9년 7월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만큼, 궁극적으로 의학적 접근의 한계를 넘어 포괄적 장애등록체계를 마련하고 필요한 장애인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
특히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호주, 독일, 프랑스 등 해외 국가들은 통일된 장애측정기준이 아닌 제도별 서비스 자격 기준을 가지고 있고 장애 측정 및 수급자격 판정에 있어 의사 외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올해 장애 유형 기준이 확대돼 장애인 등록이 가능해진 사람들이 있었지만, 장애등록이 의료적 평가 위주의 장애심사 기준에서 벗어나 당사자의 개별 특성과 사회적 기능이 최대한 고려될 수 있도록 제도가 개편되지 않는 한 사각지대 속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