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3회 LG배 우승으로 프로 데뷔 후 첫 메이저 정상에 오른
양딩신 9단. 중국기원 승단규정에 따라 7단에서 9단으로 승단했다.
인터뷰/ 첫 세계대회 정상에 오른 양딩신 9단
"사활문제는 풀지 않고 인공지능으로 공부해"
"감격적인 첫 우승이어서 (소감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프로기사로서 가장 큰 목표를 이뤘습니다."
곱상한 얼굴의 21세 청년 양딩신 9단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2010년에 중국
최연소인 9세 9개월 입단으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아왔지만 드넓은 세계 무대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입단 동기인 판팅위와 커제가 어린 나이로 세계를 제패하고, 동갑내기인 구쯔하오와
셰얼하오가 메이저 타이틀 홀더 반열에 이름을 올릴 때에도 침묵하고 있었다.
이번 LG배에서 양딩신은 예선부터 출전해 4연승으로 본선 티켓을 획득했고, 본선에서도 4연승으로 결승에 올랐다.
메이저 세계대회에서의 첫 4강이었고, 첫 결승이었다. 그리고 입단 9년 만의 첫 우승으로 환호했다. 15분가량의 복기를 마친 양딩신 9단을
대국장에서 인터뷰했다.
▲ 스웨 9단을 상대로 강세를 보여온 양딩신 9단은 상대전적에서
8승3패로 크게 앞선다. 양딩신의 현재 중국랭킹은 6위.
Q.
세계대회 첫 우승 소감이 각별할 것 같다.
A. "감격적이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프로로서 가장 큰 목표를 이뤘다."
Q. 결승 3국은 어땠나.
A. "최대한으로 실력을 발휘한 대국이었다. 중반
들어 우변 패가 났을 때에는 약간의 위기를 느꼈지만 바꿔치기 결과는 괜찮았다."
Q.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나.
A. "예선부터 힘들었고 컨디션도 별로였다.
강동윤 9단과의 8강전은 AI 승률에서 99% 졌던 바둑이었는데 상대 실수로 운 좋게 이겼다. 그 판을 이기고 나서 꼭 우승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Q. 스웨 9단은 힘이
세고 '대마킬러'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들을 알고 있어서 조심스럽게 판을 이끌었나.
A.
"저와 둘 때는 그렇게 공격적이지 않고 매우 두텁게 둔다. 격렬한 전투가 별로 없다."
Q. 또래 기사인 구쯔하오 9단, 셰얼하오 9단
등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심적 부담 같은 것은 없었나.
A. "판팅위 9단,
커제 9단과 함께 입단했는데 일찍부터 우승하는 것을 보고 그 당시에는 부러웠다.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랬던 게 2016년부터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면서 꾸준히 공부할 수 있었다."
Q.
중국 최연소 입단, 최연소 우승 등의 타이틀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는지.
A.
"의식하지 않았다. (양딩신은 처음 질문을 받고는 창하오 9단이 더 이른 나이에 입단한 줄 알고 있었다)"
Q. 현재 세계 최강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A. "정확하게는 말을 못하겠다. 성적으로는 커제
9단, 박정환 9단을 꼽을 수 있겠다. 인공지능 출현 이후 대부분의 기사들이 대등하게 가는 것 같다."
▲ 양딩신 9단은 인공지능과의 승부에 대해 "석점 치수이면 인간 쪽에
희망적일 것 같다"고 했다.
Q. 평소 바둑 공부는
어떻게 하는가.
A. "인공지능을 많이 활용한다. 다른 기사와
다른 점은 사활 문제를 아예 풀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 웨량 도장에서 공부할 때는 사활을 많이 풀었지만 게으른 것도 있고 나한테 맞는 사활
문제집도 찾기 힘들어지면서 무뎌졌다."
Q.
우승상금은 어디다 쓸 예정인가.
A. "부모님께서
은행에 저축하실 것 같다."
Q. 바둑을 두지 않을
때에는 무엇을 하나.
A. "게임도 하고 애니메이션도 보며 음악도
듣는다."
Q. 바둑 인생에서
영향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A. "너무 많다. 오청원 선생의 전기와 기보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이창호 9단한테도 많은 것을 배웠다."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A. "프로기사가 되고 나서 가장 큰 목표였던
세계대회 우승은 이뤘지만 더 열심히 하겠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바둑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A. "응원해 주시는
바둑팬들에게 감사드린다. 한국바둑이 더 발전했으면 좋겠고 팬들도 더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두 나라 바둑의 경쟁 관계가 더 치열하게
지속됐으면 한다."
▲ 중국 국가대표팀 위빈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편 결승전에 동행한 중국 국가대표팀 위빈 감독은 최근 중국바둑의
강세에 대해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중국에는 어린 자원이 많기 때문에 좀 더 좋은 성적을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사실 정상급 기사들은 한국과 중국이 격렬하게 싸울 수 있는
분위기"라면서 "만일 최정상권 기사들이 5대 5로 대항전을 벌인다면 5대 5 승부라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덧붙여 "앞으로 계속 경쟁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2000년생 이후 출생 기사들이 어떻게 하는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커제 9단이 지난 2월 초 박정환 9단과의 하세배 결승에서 자기 뺨을 수차례 때리고 바둑돌을 뿌리친 행동에 대한
질문에도 대답했다.
"커제 9단은 신진서 9단과의 천부배 결승에서도 돌을
놓을까 말까 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중국은 한국처럼 부채 소리를 내는 것 등에 대한 규정은 없는데 커제 9단에게 이런 행동들에 대해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 국가팀에서는 기사들의 대국 매너에 대해 계속 주의를 주고 교육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