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화의 시사 한자성어 <390> 長江後浪推前浪
중국 사람들이 평시에 즐겨 쓴다는 이 말은 양쯔강(揚子江/ 양자강)의 앞 물결이 뒤따르는 물결에 밀린다는 뜻이다. 양쯔강의 본래 명칭인 長江(장강)은 6300㎞가 넘어 아시아에서 가장 길고 세계에서도 세 번째로 긴 강이다. 5400㎞이상인 황허(黃河/ 황하)와 함께 3000년 이상의 중국 젖줄 구실을 해 왔다. 뒤따라오는 물결에 앞 물결은 밀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한 세대를 주름잡던 앞 사람들은 신인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은퇴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말은 여러 곳에서 비슷하게 바꾸어 사용하고 있는데 우선 明(명)나라 말기의 처세격언집 '增廣賢文(증광현문)' 내용을 보자. 고대 경전에서 민간의 격언까지 고르게 실어 중국인들이 어려서부터 익힌다고 한다. 짤막하게 대구를 이룬 내용을 보자. '장강 뒤따르는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고, 한 시대의 새 사람이 옛 사람을 대신하네(長江後浪推前浪 世上新人 換 舊人/ 장강후랑추전랑 세상신인환구인).' 趕은 쫓을 간.
따르는 구절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다양하다. '한 시대의 새사람이 옛사람을 바꾼다(一代新人換舊人/ 일대신인환구인)'거나 뒤따르는 후인이 앞 사람을 이길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世上新人換舊人(세상신인환구인), 또는 一代新人勝舊人(일대신인승구인)이 대구를 이루기도 한다.
자발적으로 후진을 위해 용퇴한 경우는 다르지만 어쩔 수없이 밀린 사람에게는 자기 시대는 다 간 것 같은 허전함도 느낀다. 그래서 씁쓸함을 토로한 시도 알려져 있다.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니, 앞 물결은 모래톱 여울에 스러지네. 뒷물결의 좋은 시절 또한 얼마나 갈 것인가, 그 또한 순식간에 앞 물결이 되리니(長江後浪推前浪 前浪死在沙灘上 後浪風光能幾時 轉眼還不是一樣/ 장강후랑추전랑 전랑사재사탄상 후랑풍광능기시 전안환불시일양).' 灘은 여울 탄. 자리를 차지하는 뒤의 세대도 영원하지 않으니 겸허하게 살라는 충고다.
20대 총선이 격전을 치른 끝에 300명의 국회의원을 탄생시켰다. 모두 당선 일성으로 지역과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이번 국회에 새로 입성하는 신인은 모두 132명으로 19대의 148명보다 줄었다고 집계됐다. 공천 때 욕을 먹으면서도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다선들 탓이다. 이번에 초선이 된 의원만이라도 큰 바람을 일으키는 실력을 발휘하여 앞 물결을 깨끗이 했으면 한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