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철학자 헤겔의 변증법,수학자 라이프니츠의 이진법,컴퓨터 논리회로 1과0의 이론적 뿌리가 이곳에 있다.
붐비는 도심으로 나가 사람들을 관찰해보자.거리는 사람의 물결로 넘쳐나고 있다.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나름대로의 생각과 일을 가지고 어디론가 열심히 오가고 있다.그런데 아무리 제각기 다양한 얼굴과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남자·여자 외에 다른 유형의 사람을 찾을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음양론은 우주생성 원리
자연계를 둘러보자.해가 있으니 달이 있고,하늘 있으니 땅이 있다.있는 것 있으니 없는 것이 있고,나온 곳 있으니 들어간 곳이 있다.그늘 있으니 양지가 있고,밝음 있으니 어둠이 있다.무엇 하나 대립하지 않는 사물이 없다.
그리고 또하나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남자 없으면 여자가 있을 수 없고,하늘 없으면 땅이 있을 수 없고,밝음 없으면 어둠이 있을 수 없고,양지 없으면 그늘이 있을 수 없고,자물쇠 없으면 열쇠는 무용지물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이렇게 모든 인간계와 자연계의 구성요소들은 서로 대립되어 있지만 서로가 없으면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상보(相補)적인 관계로 맺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시시하고 뻔한 진리지만 이 관계 속에는 심오한 우주의 법칙이 들어있다.‘주역’은 바로 이러한 우주만물의 운행질서를 음양오행이라는 철학원리를 통해 나타내고 있다.
○‘부분은 곧 전체’ 세계관
인간의 몸은 많은 기관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어디 하나 쓸모없는 것이 없다.모두 나름대로의 일이 있다.만일 한 부위라도 이상이 생기면 몸 전체에 이상을 느낀다.발가락 사이에 난 염증이 온 몸을 아프게 하는 이치다.반면,우리의 몸 일부에 병이 들어도 몸 전체가 건강하면 사소한 병은 곧 치유된다.병든 부분을 낫게 해주기 위해 몸의 여러 기관들이 활발히 움직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어느 한 부분의 병이 골수에 사무치면 몸 전체는 조화와 균형을 잃고 병은 점점 넓게 퍼져 나간다.
이렇게 신체의 각 기관들은 ‘전체는 부분’이요,‘부분은 곧 전체’의 유기체적 관계로 맺어져 있다.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하나의 소우주로 여기고 있다.이러한 유기체적 세계관은 동양철학의 중심개념이며 그철학적 진앙지가 바로‘주역’이다.
이러한 유기체적 세계관의 철학관은 동양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현대 서구의 자연철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양자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닐스보어는 노벨상 수상식날 태극무늬가 새겨진 옷을 입고 나와 자신의 양자이론의 뿌리가 ‘주역’에 있음을 밝혔다.
신과학운동의 카프라,하이젠베르크의 물리학이론,현대의 지성이라 일컬어지는 화이트헤드의 유기체적 세계관,‘부분의 합은 전체 그 이상이다’를 중심이론으로 하는 게슈탈트 심리학이론 등 ‘주역’의 영향을 받은 과학자 철학자들이 현대 서구의 과학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주술서라는 잘못된 인식
‘주역’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철학성은 한두마디로 정의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연말연시에 토정비결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토정비결의 괘형은 ‘주역’의 괘상론에 근거한다.미아리고개를 오르다 보면 역술원 간판이 어지럽게 늘어서 있다.집안사람중 한 명 정도는 이 집에 들어가 사주 팔자 궁합 등을 물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주역적 사고들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선입견으로 흔히들 ‘주역’을 단순히 길흉화복을 미리 알아보고 미래를 점치는 책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주역’은 단순히 역술서나 예견서가 아니다.‘주역’은 우주변화의 원리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길러줄 뿐 미래의 해결사는 아니다.
책방에 나가보면 젊은이들이 역술관련 코너에 모여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미래는 스스로 노력하는 자에게 복을 준다는 소박한 진리를 아직 깨우치지 못한 젊은이들이 해괴한 미신적 역술에 빠져든다.현재에 충실하지 못하면서 미래를 알기 위해 애쓰는 젊은이들은 이 책이 담고 있는 본질적 메시지를 경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