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이정재-정호연 美무대 남녀주연상… K배우, 세계 호령
美배우조합상, ‘오징어게임’ 3관왕
이-정, 드라마 부문 남녀연기상… , 한국 배우 처음… 드라마 새 역사
스트롱-위더스푼 등 스타 제쳐… “오 세상에∼” “너무 영광!” 감탄
‘스턴트앙상블상’도 오겜이 수상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비영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로는 최초로 드라마 시리즈 부문 남녀 연기상을 수상한 ‘오징어게임’의 이정재(왼쪽)와 정호연이 시상식 직후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SAG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두 사람의 수상 소식을 공지하며 올린 오징어게임 스틸컷. 샌타모니카=AP 뉴시스
“오오오 세상에….”
30년 차 배우 이정재가 신인배우처럼 얼어붙었다. 무대 위에 선 그의 표정은 굳었다가 풀어지길 반복했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제28회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 현장. 드라마 시리즈 부문 남자연기상 수상자로 ‘오징어게임’의 이정재가 호명됐다. 이정재는 입이 떡 벌어졌다. 이정재는 이날 ‘오징어게임’에 함께 출연한 정호연과 한국 배우 최초로 SAG 남녀주연상을 받았다.
1995년 SAG상 시상식이 시작된 이래 비영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가 이 부문 후보에 오른 것도, 상을 받은 것도 사상 처음이다. 오영수가 올해 1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골든글로브에서 수상한 첫 한국 배우가 된 데 이어 SAG상까지 ‘오징어게임’ 출연 배우가 수상하며 한국 드라마 역사를 다시 썼다.
이정재는 무대에 올라 방송 진행용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긴장감이 역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너무 큰일이 벌어졌다”며 입을 열었다. 슈트 상의 안주머니에서 감사 인사 명단을 적어온 쪽지를 꺼낸 뒤 “많이 써왔는데 다 읽지를 못 하겠다”며 종이를 다시 넣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오징어게임을 사랑해주신 세계 관객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정재와 경쟁한 후보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당시 같은 부문에서 그를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받은 ‘석세션 시즌3’의 제러미 스트롱을 포함해 브라이언 콕스 등 쟁쟁한 세계적 스타들이었다.
기적은 계속됐다. 뒤이어 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자연기상 수상자로 ‘오징어게임’의 정호연이 호명된 것. 정호연은 이름이 불린 뒤에도 어리둥절해하며 한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와 경쟁한 배우는 ‘더 모닝 쇼’의 제니퍼 애니스턴, 같은 드라마의 리스 위더스푼 등 ‘스타들의 스타’였다.
그는 무대에 올라 “여기 계신 배우분들을 TV와 스크린에서 보며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며 울먹였다. “이 자리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말한 뒤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징어게임’이 후보에 올랐던 시상식 최고상인 드라마 시리즈 부문 ‘앙상블연기상’은 ‘석세션 시즌3’에 돌아갔다. 최고의 캐스팅과 연기 조합을 보여준 작품에 수여되는 상이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외국어영화 최초로 영화 부문 앙상블상인 최고의 캐스팅상을 수상했다.
‘오징어게임’팀은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 한국 드라마 최초로 TV 시리즈 부문 ‘스턴트앙상블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다관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상은 최고의 액션 연기를 선보인 작품에 수여된다. ‘오징어게임’이 제친 작품들은 디즈니플러스의 ‘팔콘과 윈터 솔져’ ‘로키’ 등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팀이 참여한 작품이었다.
‘오징어게임’은 3관왕을 차지하며 이날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작품이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이번 수상은 ‘석세션…’의 콕스와 스트롱 등을 제친 결과”라고 보도했다.
SAG는 영화배우, 스턴트맨 등 16만 명이 가입된 미국 최대의 배우조합으로 영화와 TV에서 활약 중인 배우들을 대상으로 매년 시상식을 진행한다. 배우들이 직접 수상자를 뽑는 만큼 의미가 크다. 지난해에는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아시아 배우 최초로 이 시상식 영화 부문 개인연기상 수상자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정재 정호연님의 수상을 매우 축하한다. 비영어권 드라마 배우로는 사상 최초라는 것이 더욱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