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자정을 넘어 새로 1시다.
심야의 고요함이 이런 것인가. 적막강산이다.
초저녁에 잠깐 눈 붙인다는 게 네 시간가량을 잤나보다.
일어난 김에 물 한잔 마시고, 화장실 들러 요강(?)까지 비웠다.
정식으로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정신만 초롱같아진다.
제법 긴 시간, 잠과의 전쟁을 치러야 할 판이다.
억지로 용쓴다고 들 잠도 아니다.
차라리 일어나 앉았다.
좀 놀다 자야겠다.
그래도 옛날에는 냉장고를 뒤져,
소주라도 한 잔 마시고 잠을 청해보기도 했지만
나이 든 지금에야 괜한 자학행위일 뿐,
가당찮은 소리다.
참아야지.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는데 어떡하지?
궁여지책으로 낮에 읽다가 덮어둔 책을 펴놓고 앉았다.
읽어보지만 글자가 제대로 눈에 들어올 턱이 없다.
흰 종이 위에 검은 개미처럼 가로로 기어가다
세로로 기어가다 금방 행방이 묘연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거리인지
모를 일이다.
그 옛날 〈이조년(李兆年)〉 선생도 이런 밤을 보냈을까?
동병상련일 턱은 없지만, 불면의 밤을 보내며 지은
시조나 한 수 읊어 보자.
“이화(梨花)에 月白(월백)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 다정가(多情歌) 이조년 -
TV라도 켜볼까 싶지만 그것도 아니다.
괜히 깊은 잠에 든 마누라까지 깨워서야 될 일이든가?
며칠 전, 축구 중계방송 볼 때도 볼륨 줄여놓고
끝날 때까지 얼마나 노심초사 했었는데,
오늘 또 그런다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절대로 될 성 부른 일이 아니다.
누군가는,
밤늦은 시간 TV소리 요란한 집은 십중팔구
늙은이 혼자 사는 집이라고 했다.
정말 그럴 듯한 이야기다.
오늘따라 이해가 된다.
하는 수 없다.
컴퓨터를 켜고 카페로 들어가 봐야겠다.
카페에서 반가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과연 어느 친구가
다녀 갔을까?
- 끝 -
모두 꿀잠 자는 밤이 되시길......
Good night!
첫댓글 나는 꺼꾸로 1 시 30 분경에 잠들었는데...
하루저녁에 서너번 예사로 일어나니 숙면하고는 여엉...
모 친구가 알려 준대로 용천혈에 파스를 붙혀 자면 효과 있다하여,
처음 붙히고 10 시 30 분경에 잠자리 들어 두 번 일어나고 3 시간 30 분 정도 숙면을 취했네.
아침 산행길에 발걸음이 가볍더만은.
오늘도 파스 붙이고 효과를 체크해 봐야지.
확실한 효과를 임상실험을 통해 결과를 공지하겠습니다.
불면으로 고생하시는 친구분들,쫴끔만 지다리이소이.
잠이 안 오면 누워서 복식호흡을 해 보세요.
자기도 모르게 잠 속으로 들어갑니다.ㅎ
건강하이소^^
무슨 청승인고!!!
새벽2시부터 6시까지 꼬빡 네시간 넘게 잠도 안자고 지켰는데 ...;
세상에 승부차기 12놈까지 하는 축구(?)는 생전 처음이다.
괜히 잠만 꼴았다 ㅉㅉㅉ
본전이 얼마였어요?
390분 쯤~~~
잠 그거요,
쉬어가면서 자는 겁니다.
한꺼번에 다 자면 힘들잖아요.
옛날에 장편영화(벤허 같은)는 중간에 쉬는 시간(인터미션이라고 하는)이 있었잖아요.
그러려니 하세요.
설정스님 글에도 자다가 일어나서 벽에 등을 대고 달맞이를 하는 대목이 나오지요.
세상걱정 다 하며 사는 것이 우리 세대의 숙명이려니 하세요.
잠 그거 쉬어가면서 자는 겁니다.
스트레이트로 자면 힘들잖아요,
중간에 쉬는 시간(인터미션)이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