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불이 바람에 흔들린다
문풍지를 달어야 하겠다
그리고 손주 녀석이 장난질 하면서 구멍 내 논
창호지 문 구멍을 막어야 하겠다
가을날씨가 그러하다
지난해 추석 무렵에 새로 발라 놓은 창호지 문이
꺼멓게 때를 타고 있다
문은 양지 바른 곳에 떼어 내놓고 문살을 청소 한다
틈틈 으로 까만 먼지가 쌓여 있다
그리고 창호지도 꺼멓게 색이 발해 있고
여기저기 헤어진 곳이 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창호지를 새로 바꿔야 하겠다
새로 사온 창호지에 풀을 바르고
문틀에 세로 창호지를 입힌다
그리고 사람들의 손이 많이 가는 곳에는
코스모스 꽃 이파리를 하나하나 이어 가면서
꽃을 붙여 놓고는 한겹을 더 바른다
빨강의 코스모스가 담 밑에 있더니 창호지 안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꽃을 피워 내고 있다
양지 바른 벽에 세워 놓고 창호지를 햇볓에 말린다
창문을 두드려 보니 탱탱 하면서 맑은 북 소리를 낸다
그를 다시 문틀로 옮겨 하나 하나 정리를 한다
방안이 환 해졌다
하얀 창호지와 풀 멕인 그 냄새로 인해
우리집 안방은 그야 말로 신혼방이 되었다
가을밤은 빨리도 찾아 온다
해가 중천에 있었나 싶은데 벌써 깜깜한 밤 이다
등잔불에 불을 붙이니 방안이 환하게 밝아 진다
저녁 밥을 지었더니 아랫목이 다듯 하다
그럴때는 배를 쭈욱 깔고 책을 펼친다
요번에는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을 읽는다
어려서 읽었는데 내용이 가물 가물 하였다
그래서 다시 한번 펼쳐 들었다
어렴풋 하게 옛날 읽은 내용을 기억 하는데
나이 들어 읽으니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온다
그래서
이 책을 사춘기의 책 이라 했는가?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 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 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시스 이다"
이 내용을 어릴때 접했을때는 병아리가 태어 나는 그 순간을
생각 하게 되었었다
지금은 읽으면서 즐탁동시 라는 말을 생각 하게 되고
자아를 발견 하라 그 자아를 본성 이라 하면서
누구에게나 자신의 세상이 존재 하고 거기에는
내가 주인 으로써의 역할을 하면서 살아 가게 되니
세상의 눈치를 살피지 말고 자신의 의지대로 세상을 살아
가는게 맞는다 라는 느낌으로 바뀌어 간다
그러면서
헤르만 헷세와 우리나라 작가 한강의 작품 세계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를 해 본다
누구가 감추었으면 하는 그런 역사적 내용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 이를 비평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두 사람의 입장이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서 더 유명한 작품이 되고 더 유명한 작가로 인정 받아
노벨이 수여 하는 문학상을 받는것 아닐까?
그러면서
사춘기에 우쭐 거리던 나의 모습을 투사 시켜 보게 된다
그렇지
만용을 부리다가 어깨들 에게 걸려 들고
그들의 심복 아니 종이 되어 지는 그 내용을 읽으면서
그럴수 있지...
그러나 얼릉 그 문제를 해결 해야 하는데...
질질 끌려 가는 그 에게 연민 이나 동정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구세주로 나타난 데미안
그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알아 가게 되면서
"나는 몰랐어
아니면 실은 알았던 것 인지도 몰라
언젠가 네 초상화를 그린적이 있어 데미안
그런데 난 그 초상화가 나 하고도 닮았다는 사실에 놀랐었지..."
라고 하는 내용에서
그가 내 안에 들어와 있는 사실을 놀라면서
융 의 심리학적 치유 내용을 그 안에 담아 가고 있다는걸
알아 가는건 내가 나이를 들었다는 입증 이기도 하다
베아트리체를 그렸는데
데미안이 화폭에 옮겨 졌고
그 그림은 나를 그린것으로 전이 되어 가는 생각의 변화
그를 통해 우리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것 아닐까?
등화 가친의 세월이다
옛날 읽었던 고서(古書)를 펼쳐 놓고 다시 읽는다면
또 다른 느낌으로 오늘을 생각 하게 되어 진다
그런게
내안에 나를 찾아 가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문풍지 울어 대는
가을 저녁에 달빛은 고요 하게 상현 임을 알려 준다
부엉이 우는 그 소리에 장단 맞춰
등화가친의 지경으로 들어가 본다면
또 다른 가을을
또 다른 오늘의 나를 발견 하게 되어 질것 이다
그래서 데미안을 다시 읽는다
내용을 쉽지가 않지만 느낌은 다름을 알아간다
첫댓글 창호지 문 얘기를 보니
엄마 생각이 납니다~~
꽃 무늬 예쁘게 넣어 말리던~~
같은 책이라도 사춘기때
읽었을 때와 지금의 느낌은
완전 다른 책을 읽는 느낌이지요~~
정말 옛날 생각이 나네요
겨울 오기 전 문 마다 새로 창호지를 바르는 날은 하루 종일 대 공사 지요 ㅎㅎ
우리는 물 뿌러 젖은 창호지를 뜯어내고 새로 바르는건 기술이 필요한 아버지 몫ㅡ
손잡이 부근에 꽃무늬는 어머니 몫 ㅡ
옛날 어릴적에는 문바르는날을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할아버님께서는 나를시켜 어머님께 문창호지를 넣넣하게 사오게 하라고 하셨고 동래에서 문창호지를 만드는 집에가서 창호지를 사오면 반은 벽장에두고 겨울방학 내내 할아버님과 화롯가에서 연을 만들어 띠웟던 옛날 생각이 나내요 연줄은 외할머님께서 명주실을 뽑아서 만들어다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