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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휘경여고국어교사류덕균 원문보기 글쓴이: 길백 한신섭
[친구시인인 청암/심응문이 쓴 시를 당신생일날에 보내오]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2003~2012)]
1.화진포사랑
당신과의 만남이 벌써 28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네 그려, 오늘 당신과 같이 지낸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우리의 삶을 써 보려한다. 세월의 야속함을 아쉬워하며 내 삶의 나이테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삶의 한편은 28년 전 한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해안 거의 끝까지 가다 보면 그해 여름휴가를 갔던 화진포가 나온다. 그곳에 묵었던 민박집 아주머니는 그때 그 아주머니와는 작년까지도 연(緣)을 맺고 있어서 매년 가을에서 겨울이면 '털게, 도치, 도루묵, 오징어 등'신선한 바다 보물을 보내주셔서 감사하게 먹고 있었는데 그만 작년에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그간 동해의 신선한 보물들을 맛나게 취(取)했었는데 그동안의 고마움을 하늘나라로 보냅니다.
그해 여름 나는 긴 머리를 묶은 채 바다조개와 바다의 진주인 그 무엇인가를 찼고 있었는데 해가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동행한 당신이 속 타는 줄도 모르고 그해 2월에 만나 5월에 약혼하고 첫 여행을 왔으니 잘 모르는 남자가 그냥 바다 속에서 혼자 빠져 있었으니 그날 저녁 채취한 바다의 보물들로 맛있는 국을 끓여 저녁식사 준비를 했지만 시큰둥한 당신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내 머리 속에 남아있네. 무심(無心)한 사람, 아직도 난 무심한 사람으로 통한답니다.
잔 재미도, 아기자기 함도 없는 그런 무덤덤한 남자이다 보니 그저 내가 좋다면 혼자만 즐기는 그런 솔리타리 한 남자 하나 믿고 여기 까지 왔으니 그리고는 운명의 사랑을 확인 했으니 나래를 편다. 그리고 그해 9월에 혼인 신고를 하게 되고 11월에 결혼하고 셋이서 제주도를 가게 된다. 그 당시 그대 아버님은 이미 고인이시지 만 "호적을 먼저 주십시오." 하고 요구 하자 그놈, 참 웃기는 놈이구나 하시며 호적을 주시는 그때 장인의 미소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으니 만일 내 자식이 나에게 그런 요구를 한다면 난 어떻게 처신할 수 있을까?
당신!
이제는 두자식이 자기들이 원하는 직장에 취직 했으니 당신 어깨의 짊을 내려놓아도 되겠소, 이젠 당신과 나의 남은 소풍 길을 어떻게 아름답게 내려 갈수 있을까가 가장 중요한 화두인데 내려놓음과 비움을 어떻게 행(行)해야 할지. 그러나 현재 나의 몸 상태가 안 좋아 미안 하구려.내 빠른 시일 내에 완쾌되어 남은 삶을 당신과 같이 아름답게 마무리 하리다.[2009년]
[진부령에서]
첫사랑과 일 눔 잉태한 화진포 가는 미시령 길
남쪽 백두대간 끝점인 향로봉까지 도와준 선후배 벗님들
또한 25년 동안 묵묵히 따라와 준 가족들
비바람 눈보라에 빛바랜 나그네인 나는
발길 묶는 향로봉을 향해 고산자님의 산경 표 따라
지리천왕봉에서 설악향로봉까지 오건만
누군가
'네가 살고 있는 땅과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
이라 했다지만 나는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
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소.
미시령에서 화암재에 오니 아래 보이는 화암사
그곳 옛 추억을 생각하며 잠시 쉬노라니 아스라이 떠오르는
25년 전 바닷가 첫사랑이 떠오르는구나.
무심했던 철부지 청춘이여!
마산에 오니 남북으로 트인 병풍바위 나를 반기고
진부령 눈 찌푸리는 리프트를 피해 내리니 전망대로
가는 이 고개에 도착하여 군부대 안내 받는구나
금강산 일 만이천봉 중에 5개가 현재
남쪽에 있는데
향로봉-삼봉-둥글 봉-칠정 봉 신선 봉인 듯싶다.
안내 받아온 이길 나무기둥에
‘국토종주 삼천리 오차년도종착점’이라고
종주님들 남겨놓은 희미한 글씨가 나를 반겨준다.
여기까지 무엇 때문에 왔는가라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답하리라
'백두대간 참 이름 찼고
한 點찍어 한 線으로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었노라고'
더 이상 북으로 못가는 아쉬움에 눈시울 적시며...
그 동안 대간 길에 만난
모든 인연 고이 간직하렵니다.
감사합니다.
[2006.08.14/백두대간 날머리인 진부령]
2.강화도 정(情)
8월초 아들과 우리는 휴가날짜를 같은 날로 만들었는데 아들은 여친 뒷바라지 하느라 군대휴가 4박5일을 지들 둘이 보내고는 우리를 대기 상태로 만들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둘만의 오붓한 강화도로 여행을 간다. 이젠 정으로 산을 넘는 것인가 수레가 아직은 무겁구나. 남쪽에서 북으로 해서 전등사에 이르니 반갑게 반기는 두 마리의 학과 능소화의 자태가 내 맘을 흔든다. '나를 다스리는 법'이란 글귀가 나를 또 반긴다.
내자의 4학년 6반 생일 선물로 동자승과 학과 죽비 그리고 책 한권을 건넨다. 그리고 무병장수를 기원해주시는 법당 앞에서 당신의 건강을 기원 드린다. 아직은 못나고 무덤덤한 지 애비이다 보니 미안함을 대신 하련다. "여보,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하고 묻는 말에 "우린 情이나 가지고가지 뭘"하며 빙그레 웃는 당신모습에 난 무언(無言)으로 답한다.[2003년]
3.수종사에서
어제 둘째가 학군단 겨울훈련을 무사히 끝내고 귀가했다. 이제는 어였한 장교향기가 나는 구나. 이젠 4학년으로 인사담당이라는 직책을 맡았다 한다. 첫째는 올해 3학년으로 복학하고 올 한해도 바쁜 한해가 될것같다. 올해 11월이면 결혼한지가 25년이 된다. 오늘은 섣달 보름날이라 일찍 절에 갈 준비를 한다. 운길산 수종사를 해뜨기 전에 도착하기위해 새벽을 가른다. 수종사에서 올해 마지막 보름날 못난 남편이.[2005년]
[풍경소리]
오늘은 섣달 보름날로 서둘러 운길산을 오른다
삼정 헌에서 일출을 바라볼 량으로
숨을 몰아쉬며 중턱쯤 돌아서는데
어느 보살님의 기척이 들린다
뭐!
그리 바쁘게 가시는지
바삐 가시는 뒷모습을 바라보노라니
내가 괜시리 슬퍼지는 연유는 무엇인가
일출을 수종사 삼정 헌 다실에서
보려고 나도 이리 서두르는 가
이내
문을 두드리니 보살님께서 반가이 맞이한다
첫객(客)이란다
이내 달마복륜란(蘭)이 궁금해진다
아!
꽃망울이 아직도 그대로 이네
아직도 이님은 참으로 귀하신 몸인가 보다
이님의 미소를 애타게 몇 일째 기다리건만
두 물 머리의 물안개만 피어오른다.
가물가물 보이는 느티나무 뒤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니 절간 처마에 달린 풍경소리만 요란하다
아마도 떠오르는 태양이 용트림을 치는가 보다
용트림에 파도가 이는 가 저 어기 두 물 머리에는
물안개가 휘리 릭 바람만 일으키네......
[등단시]
4.향리에서
오늘은 엄니의 32주년 기제 날 인데 몇일 전에 이곳에 내려와 복숭아농원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농사일 배우기 위해서 3년 이내에 향리 언저리에 귀향하여 조금 농사지으며 그동안 배워 온 들꽃들을 직접 가꾸는 농장을 조그마하게 운영하며 남은 삶의 소풍 길을 가고자 하는 나의 소박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동안 당신에게 꽤나 핀찬을 받으며 진행 하여온 나의 꿈을 이루고자 오늘도 삽과 호미를 들고 있다. 이젠 큰아들도 제가 원하는 은행에 취직 했고 둘째도 학군단 장교로 양구에서 군복무에 열심이고 장기(직업군인)하기를 바라는 애비의 마음이 통할지는 모르나 어찌하든 간에 내년에 제대하면 제가 원하는 곳에 취직이 되리라 기대한다.[2008년]
[첫출발하는 아들에게]
바람결에 흔들리는 촛불 같았던
너 뒤의 그림자로 애비는 네가
흔들리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너의 이자리가 너의 참 자리로
확정 했는지 너의 입가엔 늘
밝은 미소가 빛나고 있구나
녹지 않는 초 한 자루 밝혀 들고
삶의 길 안내 하니 더욱 더 힘차고
활기 있게 내일을 향해 출발 하거라
지금까지 살아온 네 삶 초석 삼아
이젠 모두와 더불어 잘 살 수있는
삶의 멋진 장을 힘차게 열어가라!
[첫째 사령장 받는날/2009년]
5.회향
내년이면 지애비의 할 일은 어느 정도 끝났다고 보지 않는가.이번에 이사하며 집을 큰눔 이름으로 해주었으니 내년에는 둘째눔에게도 조그마한 안식처 하나 마련해 주면 되지 않겠는가.우리의 능력이 정도면 된다고 보네 그려...결혼은 자식들이 알아서 할일이지 부모가 이러쿵 저러쿵 한다고 되는일도 아니구 그러면 이젠 서울생활 40년을 접어도 되지 않겠는가. 그동안 당신의 수고는 말로 다 해 무었하리...
못난 지애비만나 그동안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고개 마루금에 다 온 당신에게 무한한 고마움 표한다. 이제는 좋아하는 스님곁으로 가서 스님과 함께 생활하는 것도 나머지 소풍길의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하네만 당신의 결단만 나는 기다리겠네.내가 그토록 원하는 절에서의 나머지 삶의 소풍길로 회향 한다는 것은...[2009년]
[회향과 나눔]
회향은 살피고 배려하는 것이며 회향은 나눔의 시작이다
나눔이란 무엇인가 ?
나눔이란 나 아닌 다른 존재(사람,축생,산들내)에 대하여 나와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 순간이 바로 나눔에 눈을 뜨는 순간이다
그것이 산들내이든 사람이든 진정한 회향(廻向)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한 해를 마치고 또 다른 한 해를 시작한다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마음 속에 나눔하는 마음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나 가치가 없는 그저 똑같은 해일 뿐이다
나는 올해 과연 누구에게,무엇을,얼마만큼 나눔 하였는가?
내가 편안하기 위해서는 주위가 편안해야한다.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주위를 살피고 배려해야 한다.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나눔을 해야 한다
울의 산내들을 사랑하는 님들이여 !
편안하게 살고 있을때 늘 위태로울 때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거안사위(居安思危)의
마음으로다가오는 새해에는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하여 새롭게
눈을 크게 뜨고 나눔하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기도해보자
나눔은 돈을 많이 번 다음에, 성공(成功)한 다음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눔은 여유(餘裕)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가난을 나누는 것입니다
지금 나는 가난하고 힘이 없어서 나눌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나누려는 마음'이 가난하고 '나누는 능력(能力)'이 결핍(缺乏)되어 있는 것입니다
[소풍길]
울의소풍길에서
애면글면한다고
되는것이없다고
좌불안석해봐야
소풍길정거장엔
나기다리고있는
버스는 없 건만
이 못난 인간은
그져고개만자꾸
하늘을올려보나
지나가는삿갓은
고개만숙이시고
저어기 가시는
선사는 삿갓 만
누른 채 장삼만
휘 날리고 있네
[등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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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들은 29년 동안 같이 살아온 우리 삶의 한 단편이지만 내가 그 동안 담담하게 쓴 글과 詩로 이 글을 당신 생일 날인 오늘 당신에게 보내오.그 동안 못난 지애비 만나 고생만 했구려.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들만 있기를 합장드리오. 고맙소! 당신과 하늘나라에 계신 장모님께 장미꽃을 보냅니다.[2010년]
6.결혼 30주년 생일날
엊그제 첫째로부터 희소식이 날라 들었다. 2010년도 우수사원으로 뽑혀 해외여행의 특전이 주어졌다. 여행비용 3백만원과 일주일의 특별휴가가 결정났다. 평소 당신은 스위스를 가고 싶어했는데 이 참에 여행 경비를 보태서 가자고 제안한다. 결혼 30주년이 11월 말이니 이때 가면 좋으련만 문제는 그때까지 나나 당신의 건강이 장거리 여행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되어야 할텐데...지난 몇 개월간 자생에서 치료를 받고있지만 현재 나보다 당신이 더 통증(허리디스크)을 심하게 호소하고 있으니 내일은 **대병원 신경외과에서 진찰하고 가능하면 수술 하는쪽으로 생각해 봅시다.나와는 증상과 병명이 다르기에 나는 어렵지만 당신은 그렇게 합시다.
*母子가 가본 서부유럽(프랑스.스위스.이태리)
바로가기:http://ckcssh.blog.me/100145130552
http://ckcssh.blog.me/100144504523
평소에 가고 싶어하던 스위스를 4식구가 같이 가기위해선 앞으로 마련이 많을거 같다. 나 같은 경우 책 출판도 해야하고 10월 말에는 자격시험도 봐야하는데 몇 달동안 땡땡이를 쳤으니...9월부터 다시 학원에 다닐것이지만 제대로 공부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8월 20일경에 다시 입원하여 몸 상태를 점검받고 9월부터는 강행군을 해야 할텐데 몸이 잘 버텨주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10월 말에 시험보고 다시 몸 상태를 점검하고 장기여행을 할수 있다고 담당 의사의 소견이 나오면 스위스를 갈 것이고 장거리 여행은 하지 말라고 하면 동남아 가는 거로 합시다.현재로서는 건강이 우선이니 어찌하겠는가.
매년 생일날에 당신에게 편지를 쓰곤 했는데 올해는 지난 몇일간 내내 무리한 스케줄 때문인지 머리가 무거워 영 글이 안써진다. 이 글로 당신에게 보내는 생일편지를 대신합니다. 무심한 나와 결혼해 지난 30여년 동안 수고 많으셨네,앞으로도 내내 건강하길 바라며 생일 축하하오...당신의 못난 지애비가[2011.08.07]
[2010년 내 생일날/도산공원에서]
7.지난 31년간 우리의 두 자식들을 잘 키워준 당신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내며 두 아들들이 빨리 좋은 짝을 만나 결혼하길 이 애비는 바라며 지난 10년간 당신 생일 날 쓴 나의 편지를 2012년 하반기에 발간하는 책에 수록한다. 당신과 내가 만난지가 31년이 지나는구려. 그동안 수고 많으셨소. 이제서야 나는 당신이 짓는 밥 맛을 제대로 아는거 같으이. 앞으로도 더 건강하고 우리 가족에 좋은 일만 있기를 오늘 새벽 석림사에서 합장드리고 왔네...당신의 생일을 축하하오![2012.08.25(음)7.08]
*2012년 하반기에 상재되는
포토시산문집인 '개미실에서 히말라야까지의 그 안이야기'상권에 수록하다.
첫댓글 좋은글 잘 읽엇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