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세한도"와 염량세태 -
권다품
살다보면 여러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다.
가난해서 힘이 드는가 하면, 가족 중 누군가가 아파서 웃음을 잃고 사는 가족들도 있겠다.
전재산을 긁어모아서 힘들게 시작한 사업이 마음 먹은 대로 안되는 경우도 있겠다.
자녀가 바라는 대학에 합격하기를 애를 태우며 비는 부모도 있겠다.
요즘은, 자녀가 취직시험에 합격하기를 기도하는 부모들도 많다고 한다.
이런 부모들의 정성과 애태움은 옛날에도 있었고 한다.
아들이나 남편이 과거 시험에 합격하기를 빌며, 동네에서 제일 먼저 일어나서는 밤새 아무도 떠가지 않은 물,즉 엄마나 아내의 오롯한 정성이 담긴 '정한수'를 떠놓고 빌기도 했단다.
"집안이 가난할 때라야 좋은 아내를 알 수 있고, 세상이 어지러울 때라야 충신을 알아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아름다운 종소리를 더 멀리 퍼뜨리려면 종이 더 아파야 한다."는 말도 있다.
"모진 바람이 불 때라야 강한 풀을 알 수 있다."라는 말은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라.
권력이 있거나 사업이 잘 돼서 돈이 많을 때는 주위에 친구라며, 또는 "형님, 동생" 하며 따르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권력을 잃고, 하던 사업이 망했다는 소문이 나고 나면, "친구는 너밖에 없다."던 놈이나 "형님, 동생" 하며 연락하던 놈들이 떨어져 나가는 경우도 많단다.
또, 요즘 세상은 "사랑한다. 절대 변하지 말자."며 다짐을 주던 배우자마져도 자기 기대가 채워지지 않으면, 자기 조건을 채워줄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찾는 사람도 더러 있단다.
나는 조상이 돌봐서 그런 인간을 떨쳐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친구가 힘이 든다면, 막걸리집에라도 불러서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친구가 아닐까?
배우자 중 어느 한 쪽이 힘이 들 때는 더 도닥거려줄 줄 알고, 보듬어 주는 것이 배우자의 역할 아닐까?
그런 사람이라면, 나중에 성공했을 때도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고사성어에 "염량세태"라는 말이 생각난다.
잘 나갈 때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몰락하면 그 친하다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뜻이겠다.
서로에게 믿음이 있고, 하나 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참 행복한 사람이겠다.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물질적 부를 추구하며 마음이 언제 변할 지 모르는 그 따위 인간보다는, 가난해도 변함없는 마음으로 살 수 있는 사람들도 참 행복한 사람이겠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생각해 보라.
그 "세한도"를 보면서 공자의 말을 생각해 보라.
"날씨가 추워진 후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뒤늦게 시든다는 것을 안다."
2024년 4월 11일 오전 11시 1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