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문화권의 3대 고(古) 조리서 중 하나인 '온주법(蘊酒法'의 저자가 현재 의성김씨 청계공파 종손의 12대조 할머니일 가능성이 후손들에 의해 제기됐다.음식디미방(김유 저)과 수운잡방(정부인 안동장씨 저)과 달리 온주법은 의성김씨 청계공파 문중에서 소장해 왔으나 저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청계공파 종손의 동생인 김명균(59) 사단법인 교남문화 대표는 최근 온주법 역주서를 발간하는 과정에서 의성김씨 대동보 등 관련문헌을 분석한 결과 자신의 12대조 할머니인 예천권씨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온주법 원본이 13대조 할아버지인 표은(瓢隱) 김시온(1598~1669)의 사적을 기록한 숭정처사표은김공사적략(崇禎處事瓢隱金公事蹟略)의 뒷면에 기록됐다는 점을 들고 있다. 종이가 귀한 시절 시아버지에 대한 기록문헌의 이면에 술 빚는 법을 남겼을 사람은 표은공의 며느리인 12대조 할머니가 가장 유력하다는 것. 예천권씨는 초간정 종가의 딸로 의성김씨 문중에 시집오기 전부터 문필과 가까웠으며 사대부가의 법도에 밝았을 것으로 후손들은 짐작했다. 부인의 생몰연대 역시 온주법 저작연대의 학술적 추정치인 1700년대쯤과 일치한다.
또 원본 서문에 "고을 정사를 술로 안다 했나니, 양반의 집에서 어찌 유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기록한 점에 비춰 사회활동이 제한된 여성이면서도 술이 고을 정사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악해내는 통찰력을 가진 인물로 보인다.
김 대표는 "12대조 할머니가 저자로 보이지만, 명확히 하려면 전문가에 의한 학술적 연구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며 "온주법 레시피(음식 만드는 방법)의 현대화, 지식재산화 사업과 함께 조상이 남긴 예법과 정신을 더욱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