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황매산의 머무르고만 싶었던 순간들.

[돌삐]

명품 산악회 느림보님들을 태운 산행뻐스가 합천으로 향한 막바지길에 접어 들기 전에, 마이크를 잡은

강 대장님께서 오늘 처음으로 느림보에 오신 새신도님(?)들을 한분 한분 앞으로 나오시게 해서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리자 산행경력을 비롯한 자신의 신상은 대부분 깜빡하곤 안녕하세요로 시작해서 잘 부탁드립니다로

간단하게 마무리를 하는 천편일률적인 인사말만 하곤 자신의 자리로 고우 백 한다.

좋게 말해서 은퇴를, 정직하게 말하면 말라 비틀어진 명퇴대가리가 되어 느림보산악회에 처음으로 입문을

하던 2010년 3월 어눌한 어조로 제가 했던 인사말을 리바이블 해 보면.

백수가 되어 낮잠이나 잘려고 쇼파에 디비져 있는데 베란다에 빨래 널려고 지나 가던 예폔네가 제 뱃때지를

발로 주 차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불 밑에서 베겟머리 송사 한번 지대로 안 하고 잠만 자는 인간이 오뉴월

울타리 밑에서 부랄 처억 늘이고 누워 있는 강생이 처럼 또 잠을 자느냐고 지랄을 하길래 문 밖을 나서긴

했는데 막상 갈 곳이 없더만요. 뒷동네 불곡산 입구에 가니 느림보 산행 전단지가 보이고 간편한 산행 복장에

점심 뻰또 한통과 약간의 산행비만 지참하면 아침 주전부리와 저녁 대용 뒷풀이 칠첩반상이 제공되고

재수 좋으면 과일 뿌시래기도 얻어 걸린다고 하여 체면 불구하고 찾아 뵈었으며 막상 산행뻐스를 타니

마누라 빽빽 거리는 소리는 간 곳이 없고 하늘에서 내려 온 팔선녀들도 드문 드문 자리에 앉아 계시는지라

여간 좋지가 않습니더. 재롱둥이 새내기 잘 부탁 드립니다. 꾸벅

고다꾜 졸업하던 무렵 이화여대 교지에서 졸업을 코앞에 둔 어떤 이화인 한 분의 글이 여태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화여대 뺏지만 가슴에 부착하고 시내를 나가면 모든 신랑감들이 선망의 눈으로, 모든 뚜쟁이들이 좋은

먹이감으로, 모든 장차의 시에미들이 군침을 질질 흘리던 누런 금괴 덩어리가 이대 뺏지를 가슴에서 떼는

그 순간 부터는 부러진 놋쇠 숟가락으로 전락할 판이고 뻐스 할인토큰 조차 살 수가 없게 되는 그 허전함과

아쉬움을 메우기 위해 공부했던 강의실과 써클룸을 비롯한 교정 곳곳을 거닐며 포근하고 안온했던 어머님

뱃속을 나와 앙하고 울어 대는 애기처럼 망연자실한 자신을 돌아 보던 그 절실한 문장.

처음으로 백수가 되어 물병 넣을 니꾸사꾸도 울러 매지 않고 운동화 한짝 질질 끌며 난생 처음으로 올랐던

도봉산 포대능선길에서 갈증과 주린 배로 만신창이가 되어 올려다 본 어느 너른 바위 위에서 현란한 등산복을

입은 한 무리의 산꾼들이 삐잉 둘러 앉아 맛난 점심을 먹는 광경을 보면서 느꼈던 부러움과 나도 언젠가는

하는 다짐 그리고 어느 날 불쑥 느림보 산악회에 입회를 하면서 이루어진 그 염원 오늘은 황매평전의 붉디

붉은 융단이 쪄르르 하게 펼쳐진 광경이 한 눈에 들어 오는 감암산 어느 산봉우리에서 걸판진 수라상의

결정판이 벌어 진다.

누군가와 함께 무리를 이루고 함께 다니며 담소를 나누며 산천을 주유하면서 어느 안온한 곳에서 함께 밥을

먹을 수가 있다는 건 그 자체가 축복인데 들꽃님은 아마도 어느 생에서 궁중요리를 전담했던 상궁이셨던 가

보다.해운님,들길님,들꽃님 그리고 껏님 대장님이 함께 하셨는데 마늘쭁과 양파 그리고 청양고추를 간장으로

쨩아찌를 만들었는데 우선 청아한 빛을 내는 간장 국물이 환상적이고 그 맛은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다.

버버리(벙어리) 남녀가 모텔을 처음으로 들어 가서 이불 밑에서 내는 신음소리만 갠신히 스며 나올 따름이다.

갱상도 사람은 돈이 생기면 집을 사거나 고치고 엄청도 분들은 옷을 사지만 남도에선 시장에 가서 먹거리를

장만한다고 합니다. 맞선을 보던 날

할 말도 업꼬 해서 잘 하는 음식이 머냐꼬 하니 살믄 계란과 라면 어쩌고 할 적에 이미 내 눈까리에 대구

비늘이 씌여졌기 때문에 따끈 따끈한 계란에 얼큰한 김치라면이면 일년 삼백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꺼라던

나라는 인간은 정말 구제가 불가능한 인물이다.

황매산 정상이 올려다 보이는 철쭉군락지에 당도하니 사람 반 철쭉 반에 세찬 똥바람이 팔할 이다.

합천 가야산에서 멀지 않은 매화산도 이곳 황매산과 서울의 관악산 처럼 바위에 버티컬로 그려진 결 때문에

활활 타 오르는 불꽃을 연상 시킨다. 만개한 매화꽃이 그런 형상이다.그래서 관악산의 화기로 인해

경복궁에 화재가 날까 해서 광화문 앞에 두 기의 해태상을 세웠고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장경각이 있는

합천 해인사는 아마도 매화산의 불꽃 같은 바위가 몹시도 눈에 거슬렸을 것이다. 매화산

월류봉에 소금단지를 묻어 두고 매년 그 양을 확인해 본다고 하는데 매화산 산명도 원래는 묻을 매(埋)에

불 화(火)를 쓰다가 한문표기를 달리하는 지금의 매화꽃을 말하는 매화산이 되었고 황매산도 모산재의

암봉처럼 버티컬 결이 있어 형태가 매화라 황매산이 되었다는 설도 있고 넓고 평평한 산이라 너른 뫼로

불리다가 ㅓ를 항상 ㅗ로 발음하는 경상남도 사람들이 누른 뫼로 불렀기 때문에 누르 황에 산 뫼를 써서

황매산이 되었다고 한다. 경상남도 사람들은

어찌하면 좋을고의 준말인 어쨔꼬를 우야꼬라 하고 김 영삼 대통령 처럼 어째 이런 일이 를 우째 이런..

이렇게 말하고, 말이란 발음이나 표기의 변화로 자꾸 바뀌기 마련이다. 여자를 아주

상스럽게 표현하는 계집이란 말도 아주 나쁜 말이 아니다. 집에 계시는 분이란 말이고 여자아이인 계집아이는

기집아이 기지바 나중엔 지지바로 변한다. 그리고 철쭉이란 말의 어원은

척촉이라고 하여 마냥 머뭇거리거나 밍기적 거린다는 뜻이 철쭉으로 바뀌었고 척촉이 군락을 지어 만개를

하면 오늘 이곳 황매평전 처럼 사람들이 미적 미적 거리며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게 된다.

감암산에서 베틀봉으로 오는 능선길에선 본관이 파평 윤씨인 어느 분의 산소가 한기 있었고 파평 윤씨는

왕족인 전주 이씨를 제외하고 조선에서 가장 많은 수의 과거급제자를 배출한 명문 집안이고 베틀봉에서

모산재로 내려 오는 어느 길목에선 본관이 영일 정씨인 어느 처사의 산소가 또 있었는데 아주 작고 오래 되어

보이는 봉분 앞에는 상석이 놓여져 있고 그 옆에는 아마도 최근에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검은 오석에 화강암 지붕돌이 얹어져 있다. 관직을 표기하는

자리에 처사라고 쓰여져 있는 걸로 보아 벼슬하고는 거리가 먼 분이다. 벼슬없이 학문이 높은(?) 분을

예전에는 처사라고 했고 요즘엔 불가에서 재가 남신도를 처사 혹은 거사 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저 처럼

벼슬은 고사하고 주머니에 쪈 조차 낙낙하게 없이 사는 사람을 백수건달이라고 하기 멋하니깐 재야인사 혹은

방외지사 라고 하는데 저 같은 경우엔 자칭 은둔처사 라고 하졈. 좌우간

무덤 앞에 비석을 세우는 건 반드시 벼슬살이를 했었던 사람에 한하고 벼슬을 살았던 사람도 그 지방의 유림

어른들로 부터 우선 재가를 받은 연후에 비석을 세움과 동시에 고유 라고 하여 이를 만방에 널리 알리는 별도의

고유제를 반드시 지내야 한다. 돈이 많다고 함부로 돈질을 하는 것이 아니다.

벼슬을 살지 안흔 분 묘소에 돈이 많다 하여 잘못 비석을 세우면 돼지 발꼬락에 진주 반지를 끼우는 꼴이 되는데

어느 산악회에서 우연히 만나 가끔씩 정자동 행복치킨에서 맥주를 함께 마시던 어느 잡놈이 생각난다.

행복치킨은 유명하여 이곳에서 우리 느림보의 에쉴리 여사님 그리고 선한 눈매가 꽃사슴을 연상 시키는

솔잎님도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데 이 잡놈의 시키가 술만 쳐 먹으면 핸펀을 열곤 큰소리로 대리기사를

불러 대는데 구냥 분당에서 강남 꺼증 울매나 주면 되냐고 물으면 될 것을 외제차 정자동 내 사무실 앞에서

강남 대치동 은마 아파트 꺼증 얼마면 가냐면 묻고는 개씨배 찡겨 있는 보리알을 빼서 묵는 게 헐 낫지

대리기사비 깍아 달라며 오도방정을 떨 지경이면 목구녕으로 들어 갔던 닭똥집이역산행을 하며 마구 오바이트

하기 시작한다.

오늘 들머리에서 함께 올랐던 해운님은 이곳 황매산엔 철쭉이나 기암괴석 보다 더 유명한 영암사지란 옛 절터가

있는데 여주의 고달사지와 경주의 감은사지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명소라 하며 빠른 걸음으로 하산을 하신다.

이 해운님과 연전에 느림보에서 팔공산을 함께 올라 점심을 먹는데 몽골 기병의 전투식량에 대해 말씀을

하시는 걸 우연히 들었는데 다방면에 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을 갖춘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육포는 몽골 기병들이 말안장 밑에 깔고 앉았던 것에서 유래가 되었고 양을 잡아서 통채로 말려 우리의

미싯가루 처럼 맹글어서 푸대에 담으면 약 보름치의 전투식량이 되는데 흔히들 보르츠 라고들 한다고 하며

오늘의 영암사지도 쌍사자 석등과 삼층 석탑을 비롯하며 여러 볼만한 문화재가 많다고 하는데 어떤 묘한

연줄인지 난 영암사지에 대해선 그 이름 조차 들어 본 적이 없고 결국엔 느린 내 발걸음 때문에 끝내 영암사지엔

들러 보지 못하는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된다. 너무도 아쉽다.

꼬부랑 할배가 되어 다시 한번 더 이곳 황매산을 찾게 되던 날 문득 시조 한 수가 떠오르네여.

오백년 영암사지를 필마로 돌아 드니

황매산 모산재는 의구하되 들꽃님 쨩아찌와 껏님 대장님 살믄 계란은 간데 없네

아 어즈버 물 좋던 그 시절이 꿈이련가 하노라.

분당 탄천변 방외지사 돌삐 드립니다.

[꽃님]

밤잠안자고 달걀구워 ~~
담주에는 특별준비 하겠나이다.

[sannary]

돌삐님..영암사지 못보셔서 섭섭하셨군요.
내년 오월에 영암사지에 내려가 꼼꼼하게 살펴보시고 좋은 말씀 많이 들려주세요.
구운 계란은 제가 마련하겠습니다.ㅎ
늘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경포]

삶은 계란은 많이 드셨겠습니다. 축...
니꾸사꾸라.... 어머님 생각이 나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