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 해파랑길을 걷고서...
재경대구경북시도민회(양재곤 회장) 산악회(서성도 회장)는 재경향우 130여명이 해파랑길 44번 코스를 걷고 낙산사 홍련암을 돌아본 후 회집에서 푸짐한 활어회 상차림에 술한잔으로 정담을 나누고 귀가했다. 스폰해주신 서성도 회장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 해파랑길
해파랑길 대장정의 시작은 동해와 남해의 분기점이 되는 오륙도공원 부산구간 (1~4코스) 73.6km, 간절곳에서 시작하는 울산구간 (5~9코스) 85km, 동해안 주상절리 경주구간 (10~12코스) 47.6km, 가장긴 포항구간 (13~18코스) 106.3km, '블루로드' 영덕구간 (19~22코스) 62.8km, 동해안 트레일의 우직함을 드러내는 울진구간 (23~27코스) 82km, 의외의 구간 삼척 동해구간 (28~34코스) 100.5km, 바우길과 동해안 구간이 겹치는 강릉구간 (35~40코스) 86.4km, 양양 속초구간 (41~45코스)61km, 고성구간 (46~50코스) 64.7km 총길이는 770km이다.
해파랑길 마지막 50코스 구간은 도보가 금지된 곳으로 출입신고서를 작성하고, 차량을 이용해야 마지막을 걸을 수 있다. 그래서 해파랑길은 꿈을 꾼다. 통일이 되는 그날 51코스부터 다시금 이어져 금강산과 함경도를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경유, 유라시아를 횡단할 그날을 말이다.
홍련암 / 조명래
바닷가 절벽 위에
선정에 든 홍련암
눈부신 햇살 따라
관 하는 소리마다
맑은 서슬 해조음
관음 친견 암자라
세속의 나그네가
번뇌를 씻고가네
○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
동해의 낙산사 홍련암(觀音窟), 서해의 보문사(普門寺) 굴법당(窟法堂), 남해의 금산 보리암(菩提庵) 음성굴(音聲窟)은 모두 바닷가에 있다. 이 세 곳은 불자들 사이에서는 ‘관음기도처’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왜 이름난 관음도량은 모두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을까?
그것은 ‘해조음(海潮音)’을 듣기 위해서다.
‘관음(觀音)’은 ‘소리를 관한다’는 말로 관음신앙과 밀접한 ‘법화경(法華經)’, ‘능엄경(楞嚴經)’ 에는 묘음(妙音), 관음(觀音), 범음(梵音), 해조음(海潮音) 4가지 소리를 언급한다.
해조음은 바닷가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로 관음도량을 바닷가에 지은 이유는 이 해조음을 듣는 수행을 하기 위해서라고 추측된다.
문득,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는 때에는 가끔 산사를 찾는다. 나는 산사의 풍경소리 목탁소리도 좋지만 바닷가 암자에서 끝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의 노래소리 해조음이 좋다.
○ 홍련암
낙산사 홍련암은 낙산사와 바닷가 절벽에 또 하나의 절벽을 포갠 듯한 암자다. 홍련암 가는 길에 먼저 의상대사가 좌선하고 시인 한용운이 세웠다는 의상대에 올라 끝없이 펼쳐진 푸른 동해 바다를 바라보면, 그저 모든걸 내려놓게 된다.
의상대 아래로는 아득한 바위 절벽이다. 그 절벽의 바위를 뚫고 나온 푸른 소나무가 푸른 허공에 손을 짚은 채 바다로 향해 있다.
경봉 스님이 쓴 홍련암 편액은 그 스님의 필체가 거의 그렇듯 서법에 얽매이지 않고 뜻을 살려 쓴 호방한 선필(禪筆)이다.
당나라에서 돌아온 의상대사가 신라 문무왕 12년(672)에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난 다음, 대나무 두 개가 솟은 곳에 지은 화엄불전에 어느 날, 이곳을 참배하던 의상대사가 파랑새 한 마리를 만났다. 그 파랑새가 석굴 속으로 자취를 감추자 이상히 여긴 스님이 석굴 앞에서 7일 밤낮으로 기도를 했다. 마침내 7일 후 바다 위에 붉은 홍련이 홀연히 솟아났고, 그 홍련 한가운데에 관음보살이 나타나 이 암자를 홍련암이라고 불렀다.
홍련암은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로 그 중에서도 제1성지를 들라면 단연 낙산사 홍련암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홍련암은 법당 마룻바닥 밑을 통해 출렁이는 파도를 볼 수 있도록 바닷가 석굴 위에 지어졌다.
통도사의 금와당에서 금개구리를 보듯 홍련암의 석굴에서도 불심이 깊은 이들에게는 파랑새가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다.
○ 산사의 소리
귀경길 도로위 머문시간 저녁예불 종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조용히 두 눈을 감는다. 절 마당이 부산스레 스님과 불자들이 법당으로 들고 잠시 후 사람들로 가득 찬 법당에서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난다.
목탁은 절의 맥박소리요 염불은 심장박동 소리다. 산이 깊을수록 바다가 넓을수록 더욱 적막해지는 두 소리는 추임새 같은 풍경소리에 더해 서로 그 무늬와 빛깔이 달라져 조화를 이룰 때 '관음(觀音)'이 오는 보이지 않는 소리를 보는 것이다.
새벽과 저녁예불 종소리, 죽비소리, 목탁소리, 염불소리, 풍경소리, 운고소리, 법고소리, 독경소리, 꽃이 피고지는 소리, 해와 달이 뜨고 지는 소리…
모두 다 큰 고요가 깃든 빛의 집(大寂光殿)에 사는, 보이지 않는 '소리들'이다. 이 소리들은 세상의 다른 소리들과 다를 바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세상의 소리로 듣지 않는다.
산사의 소리는 다만, 적막의 넓이와 깊이를 나타내주는 고요의 척도일 뿐이다. 그 척도의 추가 수평을 이루는 중심에 관음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낙산사의 관음보살은 바다의 수평에 눈금을 그으며 중심을 향해 날아가는 파란 새와 같은 것이고, 홍련암은 그 파란 새의 기착지에 있는 암자다.
언젠가 따스한 봄날 솔향기에 잔뜩 취한 맑은 햇살이 홍련암에 들고 해조음 소리에 번뇌가 씻기는 가슴 뭉클함으로 낙산사에서 잠시 나를 잊었던 무념무상의 순간이 좋았다. 동해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잃어버린 나를 찾아 또다시 혼련암 해조음을 들으려 오리라.
좋은곳에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준 서성도 회장님 및 임원진 여러분 수고많으셨습니다. 함께한 재경향우 여러분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