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갱노회(蓴羹鱸膾) 순갱노회(蓴羹鱸膾)- 순채국과 농어회, 고향의 맛 [순채 순(艹/11) 국 갱(羊/13) 농어 로(魚/16) 회 회(肉/13)] 어려운 한자로 이뤄진 성어지만 뜻은 단순히 고향의 맛을 가리킨다. 蓴羹(순갱)은 순채라는 나물로 끓인 국이고 鱸膾(노회)는 농어로 회를 친 음식이다. 순나물이라고도 하는 순채는 수련과의 수초로 논에서 기르기도 하고 약용 외에 어린 순을 식용한다. 바닷물고기 농어는 타원형의 몸통에 검은 점이 많고 자랄수록 맛을 좋다. 지역에 따라 특산품이 많아 고향의 맛을 상징하는 것이 다 다를 텐데 순채국과 농어회가 오른 것은 중국 西晉(서진) 때 張翰(장한)이라는 사람의 고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장한은 吳郡(오군) 출신으로 문장에 뛰어났다. 격식을 싫어하고 예절에 구애받지 않아서 사람들이 그를 江東步兵(강동보병)이라 불렀다. 장한은 진나라 惠帝(혜제)때 司馬冏 (사마경, 冏은 빛날 경)이 집정하자 그의 밑에서 벼슬자리를 얻었다. 그 후 나라가 시끄러워지고 세력을 좌우하던 사마경이 실권할 것을 예측하고는 자신에게도 화가 미칠 것을 두려워해 떠날 결심을 했다. 洛陽(낙양)에 있을 때 가을바람이 불자 ‘ 고향 땅의 진미인 연한 나물과 순채로 끓인 국, 농어가 생각났다 (思吳中菰菜 蓴羹 鱸魚膾/ 사오중고채 순갱 로어회).’ 菰는 부추 고. 그러면서 장한은 말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신의 뜻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귀중한 일이다. 어찌 벼슬로 수천리 떨어져 살면서 명예나 작위를 노리겠는가 (人生貴得適志 何能羈宦數千里以要名爵乎/ 인생귀득적지 하능기환수천리이요명작호)!’ 미련 없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와 유유자적했다. 한 사람이 한 때의 기분으로 사후에 올 명예는 생각하지 않는 행동이라 하자 장한은 지금의 한 잔 술이 죽은 뒤의 어떤 것보다 귀하다고 했다. 房玄齡(방현령) 등이 편찬한 ‘晉書(진서)’ 열전에 나온다. 장한의 결단은 상급자에 굽실거리는 것이 싫다며 歸去來辭(귀거래사)를 읊은 陶淵明(도연명)을 연상시킨다. 이 성어는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면서 인생은 자신의 뜻에 적합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개인적인 삶이 없어진 현대사회에서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 업무와 사생활의 균형을 갖추려는 워라밸 (Work-life balance) 로 발전한 셈이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小確幸(소확행)도 상통한다. 제공 : 안병화 (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 오늘의 고사성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