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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용흥궁공원 출발이니 아침시간 느긋중인데
어머낫 세상에나?
느닷없는 야채 잡채 한양푼을 통째루 들고오신 할머니 왈
" 고기는 안 넣었어. "
" 별루 좋아하는거 같지 않아서,,, 간이나 맞을지 모르겠네."
" 한번 먹어보고 싱거우면 간장 조금 더 넣어서 먹어! 실컷먹어"
" 아이구 ~ 그냥 한 접시만 주셔도 잘 먹을텐데 이케나 많이 가져오시면~ 어케여? "
콩밥도 맛있는데 ㅎㅎ 잡채 두 접시 먹느라 밥은 절반만
구수한 누룽지 숭늉에 물 말아 먹고 나온 아침 ㅡ 할머니께 무얼 드리면 좋아하실까?
저 지난주 겨울내복 하나 가져다 드릴때
얘기끝에 잡채 이야기가 나온적이 있었댔는데
할머니는 아마 잡채가 먹고싶은겐가 보다고 생각이 되셨었나보다.
" 할머니 정말 잘 먹을께요." " 정말 맛있어요. ㅎㅎ" 그래서 아침을 뜻하지않게
맛있게 먹고 차 한잔 마신뒤 아직 부실한 건강에 한의원들러 침맞고 용흥궁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9시 50분
맑은 햇살이 철종임금의 곤룡포인양 화려하게 비쳐드는 용흥궁은 고요했다.
어제 내린 잔설로 담장가엔 발자국들 이리저리 나 있고
아직 공사중인 강화성당 가는길은 새로 단장되어
길손들을 맞는 중이었으며
첫사랑길 출발하는 공원엔 출발도장 완주도장 제자리에 잘 있고,
오래되고 새로생긴
이정표들이며 지도가 세월을 말해주고 있는 모습보며 안내판들도 저리
소속이 달라 한 곳에 두개씩 서 있나보다. 두 기관이 조율이 되면 하나만 세워도
충분히 그 뜻이 군민들에게 잘 전달될텐데,, 하는 생각이 잠깐 머릴 스치고 지나갔다.
암튼 첫사랑길 오랜만의 걸음인데 잘 있는지?
처음 오시는 길벗님들이 잘 찾아 가실 수 있는지?
강화도에 처음 온 나들길에 처음 든 사람처럼
찬찬이 살펴보며 가보자 하고 이정표따라 용흥궁 골목으로 드갔다.
그러나 용흥궁 골목에서 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가야는지 왼쪽으로 가야는지 아무런 표식이 없었다.
나들리본도 이정표도,,, 오른쪽은 강화초교가는 대로가 나오고 왼쪽은
강화경찰서쪽인데 처음오는 사람은 이럴때 어디로 가나? 물론 지도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만 나들길 지도를 다 갖고 길을 걷는것은 아닌데,,, ?
그런데 주머니에 나들리본이 없으니 매달지도 못하고
이미 길을 잘 아니 길따라 간다. 구아리랑 골목길을
오래된 중앙다방이 보이고 ㅎㅎ 중앙사주까페라는 간판도 있네. 난 첨 보는데
언제쯤 생겨난 곳일까? 한번 드가볼까 시간될때?
맞은편 있었던 고려칼라는 말타는 아저씨가 오래전부터
문을 열고 있었으니까 몇십년은 되었는데 두주전쯤 여권
만기되어 새로 만드느라 가보니 문닫고 없던데 여긴 고려
족발이란 간판이 고려와 인연이 깊은 강화도를 상기시켰다.
합일초교쪽으로 첫사랑길은 가야하니 강화도에서 유일하게 있는 책방
청운서림을 지나 파리바게트에서 막 구운 따끈따끈한 모카빵을 하나 사 들고
또 48국도 대로에선 어디로? 그러나 첫사랑길 표식은 어디에도 보이질않고
중앙시장 앞 횡단보도를 건널적에도 감감
요사진을 만나기 바로 전에야 드디어 첫사랑길 이정표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80년대 이 사진속 시절의 강화도는 참 화려했었는데,,
사람들은 2,7일 장날이며 토,일요일엔 떠밀려다니다시피 북적였으며 아침저녁
여기저기 공장들은 밤새 철커덕거리며 돌아갔고 지금은 터미널은 강화군청 서쪽편
에 있었던 때 ㅡ 서울가는 2차선 도로를 달려 신촌가는 차비가 700원이었어. 물론 지금
3000번 버스처럼 수도없이 서는게 아니어서 5곳쯤 그야말로 직행이었는데,,,
"옛 사진" 강화군의 어느부서 어느 님 생각이신지 박수를 쳐 드리고 싶다. 멋지다구 ㅎ
글구보니 한옥 관광안내소를 담지 않았네. 노랑저고리님캉 이야기 나누다보니,,
10시 15분 도착했는데 "왜 이제 오시느냐"구 묻는다.
"왜 10시 출발해서 오는건데,, " " 아유~ 전 10시에 바로 오시는줄 알았죠. ㅎㅎ"
" 오늘은 덜 추워서 그런가 사무실이 따뜻하네." " 글잖아두 큰일 날뻔 했어요 샘"
" 엊그제 영하 19도였을적에 화장실이며 다 얼어버려서 녹이느라 생 난리를 쳤어요."
" 그래서 이젠 마루에 약하게 불을 넣고 다니니까 덜 추워요." " 잘하셨네. 얼어터지면
배꼽이 배보다 커질텐데 참 잘했다요 저고리님!"
" 샘! 차 무얼로 드실래요? " " 커피 괜잖아여? " " 글잖아두 같이 마시려고 커피는 안
마시고 나왔으니 따뜻하게 주시면 감사히 잘 마시겠다는,, ㅎ " 큰 머그잔에 타 준 커피
행복하게 잘 마셨다요 노랑저고리님! " 그리고 챙겨준 나들리본 고맙게 잘썼으며 몇개
남았으니 다른 길 걷다가 필요한 곳에 달아 놓을께요. 주먹에 두개 쥐어준 밀감도 감사 !
성원빌라 앞인데 옛 이정표가 마른 한삼덩굴에 가려 잘 안보이는데
손으로 도저히 떼 낼수가 없어 일단 나들리본만 아랫부분에 달아놓고
이곳에서 향나무주택서 올라오는 능선과 마주치는 골목길로 올라가야는데
이런이런 화살표시가 오른편으로가 아니라 직진하게 되어있으니 나사로 풀어서
화살표방향을 90도만 오른쪽으로 돌려 다시 죄어주면 되게 생긴 곳! 체크해달라고
저고리님께 말해 두어야겠다.
바로 저 골목인데 ,,, 나들리본 초입부에 하나 달아놓고
올라가 좌회하니 낡은 분홍색 첫사랑길 리본이 반겨주는 길을 따라
발아래 오른편 강화읍내도 바라보며
청하동 약수터를 향해 오르는데 벌써 선객 한 분 산을 다녀 내려오신다.
그러나 솔숲을 막 지나려는데 얼마나 솔향기가 그윽턴지
다시 되돌려 나들배낭 내려놓고
요 풀위에 앉아 얼마나 있었는지~ 시간을 잊었었다.
순간 내가 길을 걷는게 아니라 길이 나를 기르고 있구나란 생각이 절로 나도록
그 길 첫사랑길은 참으로 고요하고 그윽했다.
그리고 청수암을 지날적엔 귀여운 강아지 한마리 나무계단 언덕배기에 쨘~
순간 아기 고라니인줄 착각했었다는 ㅡ 등뒤에서 아저씨 한분이 올라오고 앞에선
강아지 주인장이 내려오고.
청하동 약수터 다 와가는데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강화군표 앞에는
어느 고약한 손길이었을까? 빙판길 조심하라고 정성스레 쌓아놓은
강화군의 주민을 위한 맘과 나들길을 평화로이 걸으시라고 세워놓은
예쁜 첫사랑길 이정표곁에 저리 모양을 떨어놓으셨으니,,, 에제라.
약수터는 물이 마른채 거북이만 쳐다보고 있고
철종임금 원범이랑 봉순이는 춥지도 않으신겐지 털옷도 걸치지 않고
선객의 눈길을 받고 있었다.
한국의 아름다운 섬 강화도 심도기행 화남길위에서
단기 4349 병신년 정월 스므아흐레
춤추는,, 쌍무지개의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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