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민노총의 24시간 유령 집회
김수경 기자
입력 2023.12.01. 03:00
지난 2023년 11월 15일 밤 서울 광화문역 6번 출구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조법 2·3조 국회 조속통과 촉구를 위한 노숙 집회를 하기 위해 1인용 텐트 20여동을 설치해 놓고 있다. /장련성 기자
민노총은 지난달 13일 100명이 일주일간 광화문 일대에서 24시간 동안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집회를 금지하겠다고 통보하자, 민노총은 이에 반발하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했다. 법원은 음주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이를 허가했다. 민노총 측은 법원이 허가해 준 첫날인 14일부터 텐트를 치고 야간 농성을 했다.
24시간 동안 집회를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했다. 이들은 아침에 일어나 텐트를 걷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점심시간쯤 이들은 현수막을 들고 광화문 사거리 횡단보도에 잠시 서 있었다. 그 외에 다른 형태의 눈에 띄는 집회는 찾아볼 수 없었다.
민노총은 뒤이어 지난달 20일부터 오는 15일까지 동화면세점 앞에 200명이 모여 집회를 하겠다고 또다시 신고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24시간 동안 집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경찰은 낮 시간대 집회는 허용하고 심야 시간 집회는 금지했다. 지난 열흘간 이 장소에는 현수막 정도만 걸려있고, 실제 집회는 길어야 하루에 1~2시간쯤 열렸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실질적인 집회는 열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말하자면 ‘유령 집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집회가 계속되자 경찰 일선에선 “하지도 않을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혹시 모르는 긴급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관 최소 수십 명은 집회 현장에서 대기해야 한다. 집회를 관리하는 한 경찰관은 “당일 아침에 갑자기 집회를 안 하겠다고 말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며 “수십 명이 기다리면서 대기했지만 (주최 측에서) 별 이유 없이 집회를 안 한다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해 놓고 집회를 열지 않을 경우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과태료 부과는 쉽지 않다. 원칙적으로는 신고한 집회 시작 시간 24시간 전에 철회하는 사유를 적어 내야 하지만, 경찰과 조율하는 과정에서 집회를 안 하겠다고 말 한마디만 해도 가능하다. 또 해당 집회 때문에 다른 집회가 열리지 못하게 된 경우에만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한 경찰관은 “유령 집회를 저지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유령 집회는 다른 이들의 집회를 막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누군가 알박기로 먼저 집회 신고를 해두면 같은 장소에서 다른 집회를 열 수 없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유령 집회는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인천과 제주 등에서도 신고된 집회의 99%가 열리지 않았다는 통계가 나왔다. 경찰력을 낭비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집회할 자유까지 침해하는 유령 집회. 법원은 알고나 있을까 모르겠다.
김수경 기자
김수경 기자
기사 전체보기
많이 본 뉴스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분열의 중심, 이준석과 이낙연
이재명과 이화영의 ‘義理’...끝까지 갈지는 미지수
[朝鮮칼럼] 민심 잃은 시진핑 정권, 어디로 가고 있나
100자평4
도움말삭제기준
100자평을 입력해주세요.
찬성순반대순관심순최신순
동방삭
2023.12.01 04:33:59
민노총 이노마들 불법탈법 도를넘네 // 알박기에 심야집회 허용한 판사땜에 // 경찰력 낭비되는군 과태료를 물려라
답글작성
15
0
밥좀도
2023.12.01 05:11:16
민노총의 최종 목표는 한국을 망하게 해서 북괴에게 넘기는 것. 민노총을 몰락시키지 않으면 한국은 북괴에게 흡수된다. 때려 잡자 민노총, 쳐부수자 민노총, 무찌르자 민노총.
답글작성
11
0
삼족오
2023.12.01 06:43:24
속임수 사기 꼼수의 극치, 집회가 아닌 사기극에 폭동을 밥 먹듯 해다는 민노총의 실체 실상 현실을 말해주고 있는 거다
답글작성
4
0
qwerfdsa
2023.12.01 06:54:31
법복입은 정치꾼은 제손에 흙 묻히지 않고 억대 연봉이나 챙기는데 관심있지 ~
답글작성
2
0
많이 본 뉴스
1
함세웅, 文·이낙연 겨냥 “방울 달린 남자들이 추미애보다 못해”
2
러시아와 협상론 꺼내자… 젤렌스키는 책상을 내려쳤다
3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분열의 중심, 이준석과 이낙연
4
선거 개입·불법 대선자금에도… 민주, 반성없이 검찰·법원 탓
5
이재명과 이화영의 ‘義理’...끝까지 갈지는 미지수
6
엑스포 실패... 재계 총수들 5개월 전 발언 보니 미묘한 차이가?
7
[朝鮮칼럼] 민심 잃은 시진핑 정권, 어디로 가고 있나
8
플라스틱통 2개 들고...자승 스님 입적 전 행적 나왔다
9
마트 없고 배송도 안돼… 전국 곳곳 ‘식료품 사막’
10
무인 공중급유 드론도 첫 탑재...美 핵항모 조지워싱턴함 타보니
오피니언
정치
국제
사회
조선경제
스포츠
건강
컬처·
스타일
조선
멤버스
DB조선
조선일보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개인정보처리방침
앱설치(aos)
사이트맵
Copy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