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넘치기보다 사랑이 넘치는 교회
섬김을 원하기보다 섬김의 기쁨 알아가는 교회
세상이 주목하기보다 주님이 주목하는 교회
화려한 겉모습보다 중심이 주를 향한 교회
내 작은 생각보다도 하나됨의 소중함 아는 교회
세상에 알려지기보다 서로가 서로를 깊이 아는 교회
주님이 피로 사신 아름다운 교회
서로를 사랑함으로 하나되는 교회
주님이 머리 되신 거룩한 교회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 염평안, 찬양 <교회> 가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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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자리라는 말을 아시지요? 모내기를 하기 위해 볍씨가 싹을 틔워서 자란 조그마한 벼인 모를 일정기간 별도의 공간에서 어느 정도 길러내는 곳을 일컫습니다. 못자리는 일년 농사의 시작이지요. 시작이 반이라 하였으니 못자리는 일년 농사의 절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도 못자리가 있었습니다. 이승호 장로님 가정이 아무도 없는 교회에서 교회를 일구기 위해 보이지 않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못자리에서 자란 교회의 볍씨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튼실한 벼로 익어가고 있습니다.
교회를 개척하고 6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보석같은 존재들이 하나 둘 모여들더니 지금의 교회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은혜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목사의 부족한 부분들을 교우들은 훌륭히 메워주었습니다. 저는 교회를 생각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헌신으로 제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는 교우들에 대한 고마움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교회창립 기념주일은 언제나 감사의 고백밖에 다른 할 말이 없습니다.
교회창립 기념주일을 준비하면서 교회를 개척할 당시의 첫 마음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첫 마음은 가장 순수한 마음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중한 것들조차 잊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 인간의 습성인지라 의식적으로 처음의 때를 생각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먹고 사는 일에 매몰되어 첫 마음을 떠올리는 것조차 잊고 살아가게 되는 일이 많지요. 그렇다고 세월에 떠밀려 그저 넋 놓고 있을 수는 없겠지요. 교회창립 기념주일에라도 첫 마음을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처음 의성에 내려올 때 교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교회가 어느덧 사회의 지탄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지요. 교회의 본질을 떠올릴 때면 예수의 삶으로 드러난 생명과 평화의 삶을 핵심이라 여겼습니다. 또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이 되는 일이 이 시대 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 여겼습니다. 무엇보다 기후 위기의 상황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이에 대한 교회의 책임있는 응답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늘 염두에 두고 있는 지역교회, 녹색교회는 이런 고민들의 결과입니다. 어느 시점까지는 어쩔 수 없이 제가 앞서 이끄는 형국이었지만 앞으로는 여러분들이 주체적으로 그런 교회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저는 우리 교회가 우리들만의 리그로 그치지 않게 되기를, 하나님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실질적인 힘과 도움이 되는 소중한 벗으로 자리매김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예배 중 함께 부르게 될 염평안 님의 찬양 <교회>의 가사 내용은 저의 이런 바람을 오롯이 담고 있습니다. 예수의 사랑을 가슴에 불꽃처럼 간직하여 그 사랑을 나누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그런 존재가 바로 그리스도인입니다. 우리 모두 지금까지 잘 해오신 것처럼 앞으로도 그런 존재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2024.5.18.>
** 올린 영상은 교회창립 3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었던 노래 '하나님의 따스한 숨결 머금은 너, 하나님의 사람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