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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모음 1316. 「거리(距離)」
거리(距離)에 관한 시 차례 거리 / 유자효 거리 / 이윤학 거리 / 나희덕 거리(距離) / 문태준 적당한 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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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距離)에 관한 시https://naver.me/xLJoFRiF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칼릴 지브란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그래서 창공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서로 사랑하라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마라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서로는 혼자있게 하라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줄은 서로 혼자 이듯이서로 가슴을 주라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 너희의 가슴을 간직 할 수 있다.함께 서 있으라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자랄 수 없다. 거리 / 유자효 그를 향해 도는 별을 태양은 버리지 않고 그 별을 향해 도는 작은 별도 버리지 않는 그만한 거리 있어야 끝이 없는 그리움 - 유자효,『황금시대』(책만드는집, 2018) 거리 / 이윤학 담장 안 살구나무 두 그루 밑동 껍질이 빙 둘러 벗겨진 살구나무 두 그루 느지막이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마지막이 될 열매를 맺은 살구나무 두 그루 담장이 무너질까 껍질을 벗긴 집주인이 찾아와 곧 죽을 거라 말할 때 새순을 피워내던 살구나무 두 그루 곧 담장이 무너질 거라 말하는 살구나무 두 그루 안심하고 자르지 않은 가지 하나만 남은 살구나무 두 그루 오늘은 카펫이 널린 빨랫줄에 당겨 살짝 다가간 살구나무 두 그루 - 이윤학,『나를 울렸다』(문학과지성사, 2011) 거리 / 나희덕 이쯤이면 될까. 아니야. 아니야. 아직 멀었어. 멀어지려면 한참 멀었어. 이따금 염주 생각을 해봐. 한 줄에 꿰어 있어도 다른 빛으로 빛나는 염주알과 염주알. 그 까마득한 거리를 말야. 알알이 흩어버린다 해도 여전히 너와 나, 모감주나무 열매인 것을. - 나희덕,『그곳이 멀지 않다』(문학동네, 2004) 거리(距離) / 문태준 오늘 풀뱀이 배를 스쳐 여린 풀잎을 눕힌 자리같이 거위가 울며 울며 우리로 되돌아가는 저 저녁의 깊이와 같이 거위를 따라 걷다 문득 뒤돌아볼 때 내가 좀 전에 서 있었던 곳까지 한 계절 전 눈보라 올 때 한 채의 상여가 산 밑까지 밀고 간 들길같이 그보다 더 오래 전, 죽은 지 사흘 된 숙부의 종아리가 장맛비처럼 아직 물렁물렁할 때 누구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던 거리 - 문태준,『그늘의 발달』(문학과지성사, 2008) 적당한 거리 / 공광규 선운사 도솔암 내원궁 수목정원 한쪽 바위에 기댄 소나무 허리에 흉터가 깊다 일생을 기대보려다 얻은 상처인 것이다 일곱 가지 보물로 지은 법당이 있고 한량없는 하늘 사람들이 산다는 도솔천 지장보살도 어쩌지 못하는 관계가 있나 보다 내원궁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오는데 진달래꽃과 생강나무꽃이 거리를 두고 환하다 당신과 나, 적당한 거리가 도솔천이다. - 공광규,『말똥 한 덩이』(실천문학사, 2008) 생사의 거리 / 이재무 숟가락 엎어놓으면 그 형상 무덤 같다 생사의 거리가 이만큼 가깝고 멀다 숟가락 엎는 날 죽음이 마중 오리라 - 이재무,『슬픔은 어깨로 운다』(천년의시작,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