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일들이 있던 일주일이었습니다.
정규 수쁘에 번개 목쁘,
금·토 수업에 초급 파티까지!
다양한 일정과 수업만큼 춤도 더욱 풍성해지고 있습니다.
1. 알고 보니 세트 메뉴?!
이번 주에는 빠라다, 빠우사, 빠사다, 상구치또를 배웠습니다.
이름만 보면 대단히 많은 동작을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짧았습니다.
유치원 선생님이 “오늘 우리는 햄버거, 콜라, 감자튀김, 케첩을 주문할 거예요”라고 하길래
순진한 유치원생은 기대에 부풉니다.
‘와, 오늘 뭔가 대단히 많은 걸 먹나보다’
그런데 막상 패스트푸드점에 가니 “햄버거 세트 하나 주세요”라고 간단히 주문을 끝내는 걸 보고
조금은 허탈한 느낌이 드는 격이라고 할까요? ㅎㅎ
빠라다, 빠우사, 빠사다는 일련의 동작 덩어리인 패턴이라기보다
시점, 상황, 국면(phase)을 지칭하는 말에 가까웠습니다.
가던 것을 멈추면 빠라다(parada)
잠시 멈추니(pause) 빠우사(pausa)
팔뤄의 발이 리더의 발 위를 지나가니(pass over) 빠사다(pasada)
리더의 양발로 팔뤄의 발을 감싸 샌드위치(sandwich)를 만드니 상구치또(sanguchito)
그런데 이 별 것 아닌(?) 동작들이 “탱고답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번 수업이 준 화두가 바로 이겁니다.
‘무엇이 탱고를 탱고답게 만드는가?’
2. 멈춤도 춤이다
빠라다(parada)라는 말은 라틴어 parare에서 나온 말로
‘멈추다(stop)’라는 뜻 외에, ‘준비하다(get ready, prepare)’란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지하철을 타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쁘록시마 빠라다”라는 말입니다.
“다음 역은 카르타헤나입니다(Proxima parada Cartagena)” 요런 식으로 쓰이죠
정거장(停車場)은 분명히 차가 서는 곳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주차장(駐車場)과는 전혀 다르죠?
주차장에서는 차의 시동을 꺼버린 채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차를 세워둡니다.
이에 비해 정거장에 멈춘 차는 내릴 사람은 내리고 탈 사람은 타고 다음 역으로 갑니다.
잠시 멈추고 다음 역으로 갈 준비를 하는 거죠.
한창 춤을 추다가 체크를 걸고 정지.
음악은 계속 흘러나오고
잠시 멈춘 춤은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몰라 미묘한 긴장감이 생깁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멈춤이 탱고를 탱고답게 만듭니다.
살사나 스윙에서 정지 동작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살사나 스윙이나 재즈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에
재즈 음악 특유의 즉흥성과 변칙성이 녹아있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시작한 음악이 점점 빨라지며 마구마구 내달리다가
갑자기 음악이 뚝 끊기며 일순간 정적..
그러나 곧바로 언제 그랬냐는듯 천연덕스럽게 다시 음악을 연주하죠
현란한 변주와 변박(syncopation)의 맛을 살리는 의미에서
살사나 스윙도 일순간의 멈춤 동작을 집어넣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 동작들은 정말 일순간의 멈춤,
“기념사진 한 장 찰칵~” 찍는 정도의 멈춤이죠(snapshot pause).
이에 비해 탱고에서는 한 번 빠라다를 걸어 멈춘 후
정지상태에 들어간 것 자체를 ‘빠우사’라고 부를 만큼
오랜 정지 상태를 허용합니다.
멈춤도 춤이라는 거죠.
한번 춤추기 시작하면 방방 뜨는 경향이 있는 저에게(^^;)
빠라다는 매우 신선했습니다.
막 내달리다가도 빠라다를 걸어 잠시 멈춥니다.
‘어이~ 어이~ 진정하고 한숨 돌리라구~’
흐트러진 자세와 호흡을 가다듬으며 음악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한 걸음 내디뎌봅니다.
[대학(大學)]에 이르기를,
“그침(止)을 안 이후에 정(靜)함이 있으며,
정한 이후에 고요할 수 있으며,
고요한 이후에 편안할 수 있으며,
편안한 이후에 생각할 수 있으며,
생각한 이후에 얻을 수 있다.”
탱고를 추며 유교의 가르침을 깨닫는 기분입니다.
아아, 정말 탱고는 심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_+;;;
3. 발 : 또 하나의 커넥션
이미 아브라소 세라도에 들어가 접점이 많아졌는데
이제 접점이 또 하나 늘었습니다.
바로 발이죠.
어떤 춤이든지 춤의 기본은 발에서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춤에서 발의 쓰임은 스텝에 국한됐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탱고에서는 리더의 발과 팔뤄의 발이 맞닿으면서 신호를 줘서 정지시키고
둘의 발을 포개며 샌드위치를 만들고
장식 동작으로 막~ 팔뤄의 발로 리더의 다리를 쓸고 막~ 이러고 막~막~ ㅋㅋㅋㅋㅋㅋ
더욱이 이번에 커리큘럼에는 들어갔지만 진도 안 나가서 너무 아쉬웠던 바리다에 이르면
리더의 발이 팔뤄의 발을 쓸고 끌고 발장난하는 느낌이구요,
앞으로 안다리 걸고 밭다리 거는 기술들도 차차 배우게 되겠죠~ ㅋㅋㅋㅋ
탱고가 살사만큼 격렬하지는 않더라도
관능성에 있어서는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것은
이처럼 다양한 커넥션과 끼부리며 썸타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ㅋㅋㅋㅋ
4. 113기 초급 파티 : 통과의례를 하다
무엇보다도 지난 토요일에는 113기 초급 파티가 있었습니다.
만난지 불과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사람들끼리 모여서 춤을 출 뿐만 아니라
수십 명이 참가하는 파티까지 해내다니!
저 세상 추진력과 안드로메다 실행력으로 멋진 파티를 연 동기님들이 엄청 자랑스럽고,
물심양면 도와주신 사부님들, 도우미님들, 선배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113기도 나름 초급으로서의 성인식을 치른 셈인가요?
아니, 돌잔치인가? ㅋㅋㅋㅋㅋㅋ
우얏든동 중요한 통과의례 하나를 넘겼으니
앞으로도 즐겁게 쭉~~~~~ 함께 춤췄으면 좋겠네요!!! \^0^/
첫댓글 해리님,우째 글을 이리 맛깔나게 비유 써가며 잘 쓰는지. 탱고에 관한 연구서를 읽는 듯한 느낌. 배운 거 항상 멋드러지게 정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음 편 기대할께요ㅎㅎㅎ~~
저도 매주 수업 때마다 기대되고 설레여요~~~ ^^
크~~으~~ 항상 감탄사가 나오는 후기 감사합니다.
해리님 후기 덕분에 113기는 다시한번 이론 복습을 하게되내요^^
끝까지 초심 잃지마시고 구름은 손오공이 해리님은 론다를~~ 아시죠?ㅋㅋ
넵~ 구름은 손오공에게 양보하고 저는 론다 한 길을 가겠습니다!!! ^^
세트메뉴&프렌차이즈 비유ㅋㅋㅋ
그냥읽다가 터졌네요 ㅋㅋㅋ
앞으로도 파이팅입니다 ㅋㅋㅋㅋㅋㅋ
파이팅~ 파이팅~ ㅋㅋㅋㅋㅋ
이열~ 해리님 글 재주에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탱고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네요, 감사합니다~
사..사..좋아합니다 ^^*
해리님 찰진비유 ㅋㅋㅋㅋㅋㅋ👍 아 전 개인적으로 빠우사 잘하는 사람이 좋아요.. ㅎㅎㅎ 둘이 정말 하나로 호홉하는 느낌이 좋다고 해야하나..
저..저기..헨리 아니구 해리인데요.. ㅠㅠ
함께 호흡을 맞추기.. 정말 이거야말로 빠우사의 요체인듯 하네요 ^^
@해리(쎈뜨로113기) 으악!! 죄송합니다😭
@화영(103💋/쎈뜨로113) 괜찮아요~~ ^0^
멋진 후기네요. 멈춤도 춤이다! 감사합니다^^
“움직이지 않는 춤은?”
“멈춤”
아재개그 스타일 수수께끼 같네요 ^^
엄청난 후기 장인이십니다 ㅋㅋ
방망이 깎는 노인의 후예, 후기 쓰는 노인.. 쿨럭.. ^^;;;
해리님의 후기를 기다렸네요.^^ 탱고에 대한 열정이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쭉 즐기면서 춤춰요
넵~ 함께 탱고의 끝판왕이 되어보아요~~ ^^
오 생각에 대한 깊이가 느껴지네요~~ 멋짐
춤에 대한 깊이가 느껴지도록 정진하겠습니다 ^^
와우~~ 탱고 열정이 짱짱입니당
매일매일 쁘락에 수업에 뒷풀이까지 달리는 체리쉬님의 열정이야말로 짱짱입니당 ㅎㅎ
해리님 후기
부라보~~~~~~~!!!!!!!!^^
뮤즈님도 부라도~~~~ ^^
와~~ 글솜씨가 일반인이 아니신듯 하옵니다~
사랑과 애정이 묻어나는 소중한고 따스한 후기 감사합니다~^^
읽으며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 같은 글이에요~^^
오오, “읽으며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 같은 글”이라니.. 닉네임처럼 영혼을 울리는 말씀이네요~ 감사합니다~^^
생각한 이후에 얻을 수 있다.는 구절이 참 멋지네요.
글만봐도 해리님의 훌륭한 인품이 느껴집니다
멋진후기 감사합니다
춤만봐도 훌륭한 인품이 느껴지도록 노력할게요~ ^^
글을 참 맛깔나게 쓰시네요. 인상깊은 후기 감동받았습니다. 후기대박!!
113기도 대박!! ^^
후기 감동이네요! 탱고를 대하는 자세가 본받고 싶네요. 해리님 덕분에 수업내용이 저절로 정리가 되네요.감사합니다.
탱고를 대하는 자세뿐만 아니라, 실제로 탱고를 추는 자세도 본받을만 해지면 좋겠네요 ^^;;; 함께 노력해봐요~ ^^
어쩌면, 대학의 저자도 탱고를?~^^
빠우사의 과정을 글로 쓰면 딱!
빠우사는 온몸을 릴렉스해서 쉼을 즐겨야하건만,
어느 분은 되려 온몸에 힘을 실어 꼭 껴안는 바람에 쉼은 커녕 숨도 못쉴판...허걱???
아하하ㅎㅎㅎ 엄청 격정적인(?) 빠우사를 좋아하시는 분인가 봐요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