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풍요가 최우선인 여성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blog.naver.com/changss0312
자기는 올해 37세로 회사에서 아랫사람들을 통솔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일은 얼마든지 하겠는데,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거나 어울리는 것을 너무 힘들어하니까 회사 대표가 상담을 받으라며 나를 소개하였단다.
그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어떤 이유에서 그러한 어려움에 봉착했는지 알고자 했다. 배경을 살펴보니, 그녀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여러 자녀 중 한 명으로 태어났다. 똑똑했던 덕분에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괜찮은 대학에 진학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과 학우들이 자기와는 달리 아무런 부담 없이 해외여행이나 연수를 다니는 것에 그녀는 충격을 받고 말았다. 자기는 용돈이 부족해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하며 옹색하게 지내는데, 다른 학생들은 거리낌 없이 소비하며 여유롭게 지내는 것에 그녀는 바짝 속이 상했다. 문제는 이러한 속상함이 깊숙이 내재하게 되어 그녀는 결혼 이후에도 돈 버는 것에 치중했다. 즉, 아이를 낳아 기르면 그만큼 돈 벌기가 어렵고 양육비도 많이 들어가야 한다며 출산을 포기하였다.
그녀가 상담자를 찾은 목적이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잘 어울리거나 지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이것을 빙산 일각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그보다 더 중대한 문제는 그녀가 돈에 맺힌 나머지 결혼생활의 기본인 출산마저 꺼리는 태도라고 봤다. 그녀의 남편은 아이를 원했던 사람이고, 자기 부모가 손주를 봤으면 하고 기다린다는 걸 안다고 하였다. 하지만 아내가 극구 출산을 꺼리니까 양보하는 식으로 그러려니 한단다.
나는 그녀가 딱해 보였다. 경제적 풍요가 뭐라고 결혼생활의 기본인 출산마저 포기하는가 하여 안됐다고 봤다. 나아가 이 여성의 주변에는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고 여겼다. 그녀의 친정 부모는 딸이 똑똑하니까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니 하는 듯했고, 시부모도 며느리가 그렇게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그저 아이가 생기지 않는가보다 라고 여기며 눈치나 보는 것 같았다. 천성이 순한 남편은 아내에게 밀리는 형상이고.
사람들이 다 똑같이 살 필요는 없지만, 결혼해 가정을 이루었다면 보편적인 길을 가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한다. 즉 아이를 낳고 살아야 부부 사이가 탄탄하게 결속될 수 있고, 나아가 부모와도 연대감을 유지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하여 나는 그녀가 직장에서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거나 아랫사람들을 이끌어가느냐 하는 문제보다 그녀가 균형 잡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나는 그녀에게 쓴소리로 꼬집기도 하고, 때로는 정성스럽게 말하기도 하며 상담을 진행했다. 그녀가 이미 30대 후반이기 때문에 출산할 수 있는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나는 조바심쳤고, 느긋하게 상담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자기가 상담에서 원하는 것은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거나 스스럼없이 지시하는 것인데, 정작 상담자는 그것보다 출산에 더 비중을 두니까 곤혹스러워했다. 상담을 받는 도중 얼굴을 벌겋게 달구며 시선을 아래로 깔곤 했다.
이러한 그녀를 바라보며 나 역시 편한 마음이 아니었다. 한두 차례 언급해 주는 정도라면 몰라도, 내담자가 원하지도 않는 문제를 수시로 언급하며 몰아붙이니 나 자신도 이래도 되는가 하는 의문에 휩싸이곤 했다. 그리하여 자제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다가도 막상 그녀의 착해 보이는 얼굴을 마주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일어 자신도 모르게 정신 차리라며 쓴소리로 자극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고문하듯 상담을 이어가는 데도 그녀는 꼬박꼬박 상담을 받으러 왔다. 이런 태도가 다행스럽고 고마웠던 나는 어느 날 그녀에게 물었다.
“상담 시간이 무척 괴로울 텐데 어떤 심정에서 빠짐없이 오지요?”
그랬더니 그녀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이렇게 대답하였다.
“힘들기는 한데, 이상하게 싫지가 않아요. 아직은 ‘그래, 맞아!’ 하는 마음이 전적으로 들진 않아도 언젠가는 새겨듣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요.”
그녀의 이런 진솔한 말에 나는 안도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단지 그녀를 내담자로, 즉 그녀가 필요로 하는 것에 부응할 따름인 고객으로 보기보다는 그녀를 아끼고 염려한다는 것을 그녀가 느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그녀가 뭘 모르고 경제적 여유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 게 딱하게 보였고, 그리하여 무리수를 두며 두 팔을 걷어붙이고 그녀를 상담하는 식이었다.
또다시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학 때 받았던 충격이 오랜 시간에 걸쳐 습성으로 자리 잡았는데, 형성된 것은 얼마든지 해체할 수 있으니까 좀 더 나은 쪽으로 힘껏 나아가 봅시다.”
이런 나의 언급에 그녀는 웃음으로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6회기 상담할 때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일이 많아 주말에 출근하다가 공원 근처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는데, 문득 ‘나도 아이를 낳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출산을 준비하기 위해 산부인과에 한번 가보려고 해요.”
“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반응하며 나는 반가움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책상이 가로 놓여있지만 않았어도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흔들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그녀가 좀 더 안정되고 건강한 삶의 노선을 걸었으면 하는 내 간절함이 전달된 것 같아 반가웠다.
단지 내담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일개 상담자가 아니라, 전체를 바라보고 틀어진 것이 있으면 그것을 바로 잡아주는 어른으로서 역할을 했다는 뿌듯함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나의 이런 역할에 그 여성을 잘 다듬어 좀 더 유용하게 쓰려고 했던 회사 대표, 즉 그녀를 내게 보냈던 사람은 그녀가 출산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될 때 낭패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그녀를 진정 아끼는 사람이라면 나의 역할에 반기를 들지는 않으리라 여겼다.
첫댓글 "전체를 바라보고 틀어진 것이 있으면 그것을 바로 잡아주는 어른으로서 역할"
잘~~하셨네요..
여자 37세 출산부터 해야지요..
시부모걱정 근심거리...
그녀가 출산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도 좋은 상담 ,
감사해요..
고온에 습하고 개미떼, 모기떼 극성입니다...
평안하세요,,
행복하세요,,**^^
인제 한국에서는 고온이었던 날씨가 한풀 꺾이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국에는 요즈음 모기가 그리 많지 않아요.
참으로 변화가 무쌍한 기후 입니다.
부디 건강하게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