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줘!!" 전화 속 지인이 다급하게 외쳤다. 집 근처에서 엄마와 자식으로 보이는 고양이 두 마리와 마주쳤는데 배가 고픈지 야옹 거리며 계속 따라온다는 것이다. 급한대로 집으로 가서 기름기 뺀 참치를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주라고 했다. 자신이 준 음식을 설거지가 필요 없을 만큼 깨끗하게 먹는 그 모습이 지인의 가슴 속에 박혔나 보다. 대형 마트에 가서 고양이용 사료와 캔 30개를 사왔다는 연락을 받고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캣 데디가 된 걸 축하해요♥'라고 답장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동물을 키우지 않는 지인이지만 조만간 냥이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라는 걸. 2년 전 여름 남실이와 아침 산책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삐약삐약 소리가 들렸고 남실이가 곧 그 소리의 근원지를 발견하고 다가갔다. 주먹 한 개만한 작은 아기 고양이였다. 두 눈은 눈꼽이 가득 끼어 뜨지 못했고 몸에는 고름이 덕지덕지 묻어있고 파리들이 들끓었다.
고양이를 접해 본 적이 없는 나는 무서웠다. 그래도 살겠다고 인도까지 기어 나와 마지막 힘을 다해 살려달라고 외치는 작은 생명을 외면 할 수 없었다. 아기 고양이를 안고 단골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체온이 너무 떨어져 있었고 심박수가 느렸다. 수의사는 아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데 스스로 이길 체력이 될 지 의문이라며 하루 이틀이 고비라고 했다. 꼭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에 영어 단어 ‘Strong’에서 따와 ‘트롱’이라고 이름 붙여주었다.
다음 날 가니 수의사가 손으로 건네준 음식을 받아 먹었다고 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살 의지를 보인다는 것이기에 희망을 가졌다. 다행히도 트롱이는 하루하루 호전세를 보이더니 건강을 되찾았다. 거기다 반가운 전화까지 받았다. 고등학교 동창이 내 페이스북에서 트롱이 이야기를 읽고 입양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이렇게 수월하게 평생엄마까지 만나다니 복을 타고난 아이다!!
트롱이는 현재 친구와 친구 부모님 모두를 자기 집사로 거느리며 럭셔리한 냥이로 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유명 연예인 집에 있는 것과 똑같은 친환경 원목 맞춤 캣타워까지 생겼다고 하니 제대로 묘생역전이 아닐 수 없다. 트롱이를 입양 후 친구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주위에 있는 길 고양이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전혀 무섭지 않아졌다고 한다. 동물에 별 관심도 없던 친구는 현재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 입양 전 꼬질꼬질했던 트롱이(좌)와 지금은 럭셔리 하게 살아가고 있는 트롱이의 현재 모습(우) ⓒ데일리펫 |
나 역시 남실이를 만나면서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달라졌기에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남실이를 알고부터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생명이 없었다. 주위 생명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게되고 그들이 나은 삶을 살길 바라게 되었다.
캣 데디가 된 지인은 벌써부터 다음 달에 자기가 여행을 가면 어떡하냐며 걱정하고 있다. 옆집 사는 학생에게 부탁을 해야겠다며 말하는 그 모습에서 사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동물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조만간 지인이 냥줍(길에 버려진 고양이를 줍는 것)이라도 하는 게 아닐까 반가운 기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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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냥줍
애진이 덕에 새로운 단어를 알게 되었네~
묘생역전한 냥이 얘기 넘 감동적이다 ㅠㅠ
언니...얘 저기에는 안썼지만.... 저 집에 얘 전용 공간 방이 따로있구요 이효리네 있는 맞춤 캣타워에서 노는 애예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