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국민 반감 커져 남북관계 개선에 더 장애"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19일 북한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5주기를 맞아
보낸 ‘김정은 조화(弔花)’를 놓고 논란이 일어난 데 대해 “전달 과정과 방식 등이 우리 국민 정서와 상식에 어긋나는데도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일행이 이를 덥썩 받아온 건 굴종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하
의원은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박 의원과 김대중 평화센터 측에서 그렇게라도 노력을 해 현재 꽉 막힌 남북관계를 개선해보려는
취지나 뜻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굴종적인 모습 때문에 국민들의 반감이 커졌고, 이로 인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개선에 장애가 되는 것같다”고 했다.
-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조선일보DB
하 의원은 지난 이틀간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 북한의 조화와 관련한
문제점들을 글로 올리기도 했다. 운동권 출신인 그는 북한의 실상을 접하게 된 뒤 이후 줄곧 북한 민주화와 인권개선운동에 매진해온
초선 의원이다. 지난 2012년 국회에 입성한 후 현안과 관련된 각종 소신 발언이 화제가 돼왔다. 하
의원은 조화를 보낸 북한 당국에 대해서도 “우리를 얕보고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측이 조화에 빨간색 리본을 단 점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장례식이나 추모식 때 빨간색은 금기(禁忌)인데, 북한에서 이를 몰랐을 리가 없다”며 “북한에서 조화에
빨간색 리본을 쓴 경우가 있다고 해도 상대방의 문화와 정서에 어긋나지 않게 보내는 것이 존중이고 예의 아니냐. 그런데 마치 ‘이런
거라도 받아라’는 식의 굴종을 강요한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지난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낸 조화엔 빨간색 리본이 아닌 검정색 리본이 달려 있었다. 하
의원은 “만약 북한이 그렇게 준비해왔다면 박지원 의원 일행도 그 자리에서 ‘이러면 남한 내 국민 정서와 맞지 않으니 색깔을
바꿔달라. 아니면 남한에서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왜 그런 말을 안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
- 지난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모행사장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보낸 빨간색 리본의 조화가
놓여있다. 오른쪽 사진은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냈던 조화. /남강호 기자·조선일보DB
하 의원은 북한 측이 남측을 방문하지 않고 대신 조화를 받으러 오라고 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업 전 의원이 박 의원과 함께 북한을 다녀왔는데, 어떻게 보면 김 전
의원은 상주가 아니냐”라며 “우리 예법에 보면 상주는 빈소를 지키는 게 상식인데 조화를 받으러 상주까지 오라고 한 것은 정말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그는 “만약 북한 측이 남한에
오려고 관련 협상을 벌이다가 잘못돼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런 설명없이 북한에서 오란다고 불쑥 조화 받으러 간 모습은
정말 아닌 것같다”며 “과연 김대중평화센터 측이나 박 의원이 이런 노력이라도 했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
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조화는 지난 18일 열린 국립현충원 추도식 때 한국 전직 대통령들이 보낸 조화보다 서열상 앞에
위치했다. 이를 놓고 다시한번 논란이 일었다. 일부 언론에선 이를 다루면서 “특수한 남북관계를 고려해 현직 국가원수의 예우를
갖추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는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박한수 기획실장)의 설명을 보도했다. 이
에 대해 하 의원은 “김대중평화센터가 왜곡된 논리로 김정은 조화를 최상석에 놓은 것은 유감”이라며 “이런 억지 이유를 갖다 붙이는
건 국민들에게 굴종적인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김대중평화센터가 좀 더 사려 깊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는 “언론 보도를 보면 김대중평화센터의 설명은 김정은이 국가원수임을 고려한 일종의 외교적 프로토콜(protocol·규약)이라는
것
인데, 명확하게 따지면 김정은은 외교적으로 볼 때 국가 원수가 아니다”라며 “북한의 국가원수는 헌법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다.
이 자리를 현재 김영남이 맡고 있다. 국가 원수가 아닌 사람을 왜곡해서 억지 이유를 붙이는 것도 굴종스럽게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론 북한의 권력서열 1위는 김정은이지만, 그가 권력서열 1위인 이유는 국가원수이기 때문이 아니라
‘수령’이라는 북한의 독특한 제도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정상회담보다는 최고위급회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하 의원은 “물론 김대중평화센터가 막힌 남북 관계를 개선해보겠다는 선의의 취지로 김정은 조화를 받아오고 상석에 배치했겠지만, 이 과정이 국민들의 상식에 배치되면서 오히려 국민 반감만 키웠을 뿐”이라고 했다. 북
한은 지난 15일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 조화를 보내겠다면서 이를 받아갈 것을 요청했고, 이에 서거 5주기 하루 전날인 지난
17일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등 야권 인사 5명이 단체로
방북했다. 북측에선 김양건 노동당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나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명의의 조의문을 낭독한 뒤 조화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