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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꿈꾸고 퍼뜨리는 녹색 정치
- 서울녹색당 와글와글 워크샵 후기
쓴 이 : 중랑녹색당 상현
웅성웅성 세월호 참사 추모 분위기 속 서울을 가로지르는 여정
화창한 토요일 오후, 서울녹색당 확대운영위원회 워크샵 참석을 위해 서울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긴 여정을 떠났습니다. 집에서 나서며 동네 단톡방을 보니 다른 친구들은 세월호 집회 참가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광화문에 가기에 앞서 역 광장에 돗자리를 깔고 지나가는 주민들과 함께 세월호를 기억하고 다짐하는 모임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북적북적 활기찬 모습에 나도 힘을 받았습니다.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는 저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고 줄곧 방싯방싯 웃어 보이는 모르는 어린이를 만나, 기분 좋은 출발이었습니다.
워크숍이 열린 강서구는 해고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있는 콜트콜텍 본사가 있는 지역이라 멀지만 제법 익숙한 동네입니다. 발산역 근처까지는 종종 와 봤는데 종점은 처음이라 좀 설렜습니다. 역에서 내려 길을 걷자 한적하고 소탈한 동네 풍경이 펼쳐집니다. 바람이 적당하고 나뭇잎이 살랑입니다.
2020 총선, 마음을 열고 함께 준비해요
워크샵 장소인 국제청소년센터 유스호스텔에 도착하니 건물 입구에서 경호원 복장을 한 사람들이 나오길래 약간 위화감이 들었는데, 1층에서 방화5구역 주택조합설립총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열린 대강당 문틈으로 나오는 소리를 들으니 누군가가 연단에서 뭔가를 성토하고 있고 발언이 끝나자 큰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동쪽 변방의 중랑도 개발바람이 불고 젠트리피케이션이 일고 있는데 서쪽 끝 동네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살짝 싱숭생숭했습니다. (그나저나 주택조합총회와 녹색당 워크샵이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열리는 이 상황도 퍽 신기했습니다.)
우리 워크샵은 이 건물 4층에서 열리고 있었습니다. 늦잠 지각을 한 터라, 제가 도착하니 이미 하승수 공동위원장님의 강연이 한창이었습니다. 입구에서 앨리님이 반갑게 맞아주셔서 접수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화이트보드에는 마음열기 시간의 흔적으로, 녹색당에 대한 당원들의 바람과 고백의 마음이 빼곡히 붙어 있었습니다. 정치조직인 동시에 따뜻하고 안전한 ‘공동체’인 녹색당의 의미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르는 얼굴들도 꽤 눈에 띄었습니다. (녹색당에서 앞으로 알아갈 일이 많네요!) 해도, 마침 앉은 조 5조에서 장미축제 액션을 함께하게 된 노원의 이상춘 당원님이 말을 걸어주셔서 반가웠습니다.
하승수님의 2020 녹색당 총선기본계획 강연을 통해, 우리가 이제 뭘, 왜 해야 하는지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거개혁으로 변화할 정국에서 녹색당이 진행하고 있는 대통령을 꿈꾼 100명의 여성 프로젝트 등을 통해 어떻게 후보자들을 잘 발굴하고 녹색 정치를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인지 살펴보았습니다.
이어,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영준님이 독일 녹색당 선거대응 사례와 녹색당이 잘했던 선거운동을 소개했습니다. 15개월 전부터 선거를 준비하는 유비무환 정신과 다양한 선거 프로그램들(아쉽게도 한국에선 선거법 때문에 활용할 수 없는 것들도 있지만)이 재미있었습니다. 내가 몰랐던 녹색당의 시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뜻 깊었습니다. 2016년 총선 영준님 선본이, 상업자본이 점령한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선거운동이라는 이름의 신나는 난장을 펼치는 장면을 보니 보는 내가 다 해방감이 느껴지고 좋았습니다.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 사례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일구어져 온 시간들이 녹색당을 이루고 있구나, 실감이 났습니다.
강의 후, 독일과 한국 사례에 대한 소감나눔과 총선 전략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여태까지 비례대표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던 녹색당이 ‘지역구 다지기 전략’을 어떻게 수립할지에 대한 질의응답, 여론조사에서 우호적인 곳 접촉하기, 재정과 후보자 지원, 환경문제를 고민하면서 동시에 ‘먹고 사는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과제 등등이 나왔습니다. 기본소득도 그렇고 녹색당이 반대만 하는 정당은 아닌데, 아무래도 탈성장을 말하다보니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해 지지를 이끌어내기는 힘들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불평등과 경쟁이 빈곤하게 하고 결핍되게 한 삶을 충만하고 풍부하게 할 녹색당의 대안을 어떻게 사람들의 욕망에 부합시킬 것인지, 하는 고민도 나왔고, 셀렙 섭외,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매뉴얼 배포 등 의견도 있었습니다.
배가 몹시 고파서 토론 후 찾아온 저녁 시간이 반가웠습니다. 면님과 함께 3층으로 내려가 접시에 양껏 음식을 담았습니다. 얼마 전 친구를 만나러 강릉으로 훌쩍 떠났었는데, 그때 되게 맛있게 먹었던 짬뽕 순두부가 메뉴로 나와 추억을 잠깐 떠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배움과 모색으로 토요일밤을 불태우다
정책위원장 김형수 당원님의 녹색+정치 강연으로 저녁 프로그램을 열었습니다. ‘반정당의 정당’ 등 녹색당을 설명하는 수없는 어려운 말들이 많은데요. 녹색당의 가치에 대해 매우 분명한 힐링 50분을 해주시는 형수님의 강의력에 감탄했습니다.(비록 ‘반정당의 정당’은 토론과제로 넘겼지만요) 경계를 넘고 싶으나 경계 자체를 무시할 수 없는, 경계인의 정치를 해 나가는 녹색당, 이상과 현실 속 현실에 발 딛고 이상을 실현해나가는 녹색당의 정치.
핵심은, 모든 것을 한 번에 하지 않고 자신이 관심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작은 것부터 천천히 해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였습니다. 때로는 무리하고 과도한 요구를 서로 해 가면서도 함께, 차근차근 해 나가는 정치의 의미에 대해 차분히 짚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구의회 회의록을 검색할 때 ‘사과하세요’라는 키워드를 치면 문제 상황을 발견할 수 있다는 깨알 노하우도 신박했습니다.
손성실 당원님이 소개해주신 살림의료사협 사례는 단순 조직운영에 대한 배움을 넘어 저에게 정치 활동의 의미 자체에 대한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건강한 개인의 삶을 위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처럼 건강하지 못한 사회와 정치조직을 고치기 위한 정치활동을 펼쳐나가기 위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림의료 사협의 촘촘한 조직 활동, 조합원 한 명 한 명의 욕구에 주목하고 조합원들이 하고 싶어하고 조합원들에게 필요한 활동을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촉진시키는 구체적인 기획, 노력들에서 배움을 얻었습니다.
이어, 녹색당이 집중할 과제에 대한 토론을 열었습니다. 각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포스트잍으로 모으고 분류해보니, 당원참여·확대/정책홍보/지역정치/재정 의제가 나왔습니다. 저는 의견은 ‘정책홍보’ 분야로 내었지만, 서울녹색당 재정TF팀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무감으로 재정 테이블에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테이블에 사람이 오지 않아서 자동 해체되나 싶었는데, 제가 버티고 있자 그래도 한 두 분씩 와 주셨습니다^^ 선거 재정에 대한 경험이 있는 익수 당원님, 아이디어가 풍부한 준휘 당원님, 서울녹색당의 재정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초별 당원님과 함께 소수정예로 알찬 논의를 펼쳤습니다. 기승전 서울녹색당 재정 TF팀 참여를 유도하는 결론!
녹색당을 위한 다짐
각자 스스로 녹색당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다짐하고 나누는 시간. 주변에 녹색당원 영업하기(구체적인 포섭 인원도 제시!), 녹색당 후원금 모금하기, 녹색당 활동에 더 참여하기, 생활임금 쟁취 시 당비 증액, 주변 당원들 잘 챙겨주기, ‘선거 때 열심히 춤춘다. 캐릭터를 만든다. 녹색당을 소개한다’ 등 다양한 약속들이 등장했습니다. 저도 참 많은 다짐을 했는데요^^ 다 잘 지킬 수 있겠죠?! 모두모두 응원합니다!
(충동적) 의제모임을 불러오는 뒤풀이
워크샵 기획단에 참여하고 있던 저는 푸름님과 함께 다음날 아침 체조 진행을 맡았습니다. 여성만 항상 앞에서 율동 시범을 보이는 걸 한 번 바꿔보자는 푸름님의 제안으로, (지정)성비를 맞추기 위해 영준님, 주영님을 시범팀에 섭외했습니다. (당일 즉석 섭외^^ 갑작스러운 섭외에도 선뜻 응해주신 영준님, 주영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3층 로비 테이블에 소담하게 모여 앉은 뒤풀이 시간에는 상희 당원님, 도연 당원님과 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침 관심이 있었던 ‘건강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반가웠습니다. 도연님이 건강의제모임을 추진하신다고 하기에, 저도 관심이 있었던 ‘도시권 의제모임’을 충동적으로^^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2020 선거캠프인 줄, ‘녹색당을 국회로!’ 의지로 불타는 아침 체조
워크샵 둘째날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을 먹고 강연장으로 올라갔습니다. 스크린에 영상을 띄우고, 시범팀과 체조를 하고 있으니 하나 둘씩 강연장으로 모여든 당원님들도 따라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영준님이 한 동작 한 동작 포인트 강의를 해 주셔서 배워보고, 본격 체조를 시작하자 어느덧 모두가 신나게 ‘녹색당을 국회로!’를 외치며 손과 발을 구르고 있고, 다들 참 잘 하셔서 신기했습니다. 벌써 2020년 선거캠프 활동에 돌입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귓가에 계속 맴도는 ‘녹색당을 국회로’는 진정한 후크송이예요^^
평등문화 선언문, 읽기 아닌 실천하기
아침, 경기녹색당 풀잎님 강연을 통해 녹색당 평등문화약속문을 이해하고 실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등문화 침해 상황 발생 시 ‘공동 대응’의 어려움에 대해 많이들 토로했습니다. 평등문화약속문의 몇몇 조항에 동의하지 않고 반론을 제기한 사례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했습니다. 발언 자체가 누구를 상처 입히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누가 그 말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관계와 맥락에 따라서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고 불쾌함을 느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강의 후 이어진 토론 시간에는 페미니즘의 ‘태도’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경험이 없기에 잘못/실수를 하는 당원에 대해 배제적이거나 공격적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셨습니다.
한편, 많은 젊은 여성 당원들이 차별의 언어에 시달리고 큰 불편을 겪고 있었습니다. 현존하는 차별과 불균형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이어, 워크샵에서 평등문화가 잘 지켜졌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워크샵에서도 전체 진행자 상희님을 제외, 첫째날 발제자는 모두 남성이었으며 질의응답 시간에도 주로 남성이 발언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강사님은 이에 대해 남성이 “내 생각이 ’기준‘에 부합한다는 생각 하에, 여성에 비해 공적 발언을 쉽게 하며, 여성은 자신의 언어를 사적이고 개별적 언어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한 남성 당원분은 이에 대해 ‘남성이 발언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나, 여성의 발언이 훨씬 논리적이고 내용이 좋아서 우리 당은 여성이 주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그에 대해 ‘소수의 여성이 발언했지만 그 발언들이 훨씬 논리적이고 중요한 말이었다는 거죠?’라는 확인 발언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많은 당원분들의 웃음이 터졌던^^)
저는 이 자리는, 우리 각각의 차이가 드러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과 서로를 직면하고 존중하면서 힘과 위계를 살피고 보다 평등한 관계 맺기, 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고민.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긴 눈으로 변화를 그리며 진솔한 대화와 성찰, 반성을 통해 서로에게 안전하고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감 나눔
마지막으로, 동그랗게 둘러 앉아 1박 2일 동안의 워크샵을 정리하며 서로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이주민 문제에 연대하자는 제안, 먹거리 문제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자는 제안 등이 있었습니다. 바쁘게 뭔가를 하다보면 잊기 쉬운 일인데, 그럴수록 ‘기본’을 다시 돌이켜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성 당사자로서 페미니즘을 말할 때 겪는 어려움과 ‘피해자로서 말하기 그만두기’를 다짐하는 목소리도 인상에 무척 깊게 남습니다.
평등문화 약속문을 통해 ‘내게 안전한 공간’이라는 확인을 받았다는 이야기, 평등문화 약속문은 모임을 시작할 때가 아니라 모임이 끝날 때 다시 돌아보면 좋겠다는 이야기, 원활한 녹색당 활동을 위한 다양한 매뉴얼을 제작해보겠다는 다짐, 아직 마냥 녹색당이 편안하지는 않지만 좀 더 편안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편안하고 좋은 곳은 없겠지만,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다름을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보다 소중한 장소로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소감시간에 급 제안한 ‘도시권 의제 모임’을 조준희 정책팀장님이 쿨하게 받으셔서 앞으로가 정말 기대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많이 만나요^^)
워크샵 첫째날에는 같은 지향점을 두고 공통의 그림을 그렸는데, 둘째날에는 우리 안의 차이를 드러내고 말하고, 각각의 과제를 안고 각자의 삶터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름답게 봉합하지 않는 이 흐름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편 둘째날 아침 강의가 너무 좋아서 더 많은 당원들이 들을 수 있도록 첫째날에 하는 것이 좋았을 거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서울 서쪽 끝, 지하철 종점에서부터 동네에서 열리는 세월호 참사 추모 영화 ‘생일’ 단체 관람을 위해 전철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중랑 동료 면님과 함께 기절하듯 눈을 붙였습니다.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촘촘하고 많이 웃었고 마음을 다했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 정말 많이 듣고, 몸으로 외친 “녹색당을 국회로!”가 귓가에 뇌리에 계속 맴도네요. 2020년, 꼭 이루어지리라 기대하고 다짐합니다^^ 함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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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중간중간 나누었던 상현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이렇게 후기로 자세히 생각과 느낌을 나누어 주어 감사해요.
함께 기획하며 의도하지 못했던 의미까지 일깨워주어 상현님 후기보며 또다른 배움의 시간이었어요. 고맙습니다. ^^
일요일에 진행된 프로그램이 궁금했습니다. 자세히 그리고 정성스럽게 후기를 작성해주셔서 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긴 후기 잘 읽었습니다.
상세하고 정성스런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