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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 <제 191 회>
씬 백제 황궁 대전
지난 회와 장면이 연결된다. 아버지와 아들의 눈이 떨며 부딪히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부복해 있다. 신검은 그대로 서 있다.
견훤 신검이가 아니냐...? 아직 황도를 떠나지 않았느냐..?
신검 예, 아바마마..
견훤 어째서...?
신검 폐하께오서 환후가 중하시고 연로하시어 군무와 국정이 혼미함으로 소자가 폐하의 자리를 대신하지 않으면 아니 되게 되었사옵니다. 이에 떠나지 못하였나이다.
견훤 무엇이라...?
신검 역도의 무리들이 나라의 기강을 어지럽히고 폐하의 환후를 틈타 황실을 없수이 여김을 보았사온데 어찌 떠날 수 있었겠사옵니까? 하여 소자가 나서 이를 제압하였나이다.
견훤 뭐라...?
신검 역적의 무리들을 응징하기 위하여 혁명을 결행하였나이다, 아바마마. (비로소 한쪽 무릎을 꿇고 군례를 드린다) 미처 칙령을 받들지 못하고 역신들을 선참후보함을 용서하시오소서.
견훤 선... 선참후보....? 도대체 누구를 베었다는 것이냐? 누구를 죽인 것이야?
신검 외람 되게 옥좌를 노리고 황실의 법도를 어긴 금강 아우와 그 후견인인 파진찬 최승우를 참하였나이다.
견훤 (벌떡 일어서며) 뭐라.........? 그.. 금강이를....? 파진찬을...?
신검 그러하옵니다, 아바마마.
견훤 네 이놈.........! 사실이 아닐 것이다. 설마 그리야 하였겠느냐? 네가 설마... 네 아우를 죽이고 이 나라의 원로대신인 파진찬을 죽이기야 했겠느냐?
신검 사실이옵니다.
견훤 사실이라...? 사실이라....?
능애 폐하, 신검 태자마마께서 아뢰고 있는 것은 모두가 사실이옵니다. 지금 혁명군은 모든 황도를 장악하였으며 나라 전국에 비상을 전하여 새로운 황제의 즉위를 준비하고 있사옵니다.
견훤 능애 이놈... 네 이놈..... (하다가) 뭐라....? 새로운 황제의 즉위..?
신덕 그러하옵니다, 폐하. 이제 폐하께오서 환후가 중하시기로 새로운 황제께오서 이 제국을 맡게 되실 것이옵니다.
신검 아바마마.. 그러하옵니다. 아바마마께서 세우신 대 백제국의 영광을 지속하기 위하여 소자가 나섰사옵니다. 용서하시오소서. 이제부터 아바마마께오서는 좋은 휴양처로 가시어서 환후를 돌보시고 편안 여생을 보내시게 되실 것이옵니다.
견훤 네 이놈... 네 이놈... (비틀한다) 그럴 리가 없다. 금강이가 죽다니..? 그럴 리가 없다. 파진찬이 죽다니..? 그럴 리가 없어. 병부를 맡은 박영규 장군은 어디 갔느냐? 박영규 장군은 어디를 갔어..? 이놈아, 네 매부도 죽였느냐?
신검 매부는 저들보다 죄가 덜하기로 그 목숨만은 보전하였사옵니다. 아바마마.. 이제 이곳을 떠나셔야겠사옵니다.
견훤 떠나.......? 떠나다니..? 내가 어디로 간다는 말이냐? 이놈.... 신검아, 네가 제정신이냐..? 아무리 옥좌가 탐이 나기로 이놈아... 네가 제정신이냐, 이놈아.....?
신덕 폐하, 용서하시오소서. 뫼시겠사옵니다. 얘들아 무얼 하느냐? 폐하를 뫼시어라.
대답과 함께 들이닥친다. 그리고 형식적인 군례를 올린 후에.. 견훤을 부축하여 끌고 나간다.
견훤 놓지 못할까..? 이놈들... 놓지 못할까... 이놈들......? 신검이 이놈... 신검이 이놈.....
신검 ................?
견훤 신검이 이놈.......!
그렇게 끌려나가자 신검은 한숨을 쉰다. 신덕이 다가와 말한다.
신덕 가마를 이미 대령해 놓았사옵니다. 이 길로 곧장 파달 장군의 인솔하에 금산사로 향하게 될 것이옵니다. 보시겠사옵니까?
신검이 끄덕인다. 그들 밖으로 나간다.
씬 동 대전 마당
가마가 마련되어 있다. 저만큼 울부짖으며 끌려오는 여인이 있다. 고비다. 그리고 그 한쪽에 또 한 여인이 있다. 박씨다. 상궁들과 내관들이 도열하여 허리를 숙이고 있다. 군사들은 빼곡하게 경계를 서고 있다.
고비 놓지 못할까..? 나는 황태후이니라. 놓지 못할까..? 금강이... 우리 금강 태자는 어디 갔느냐? 황제가 되실 금강 태자는 어디 갔느냐..?
박씨 고얀 것 같으니... 황태후라고....?
고비 황후마마...?
박씨 지금 뭐라고 지껄였느냐? 네가 황태후라 하였느냐? 뭐라..? 황제가 될 금강태자라..?
고비 황후마마... 살려주시오소서. 우리 금강 태자를 살려주시오소서.
박씨 이미 역적들은 죽었다.
고비 무엇이... 우리 금강 태자가 죽었사옵니까..?
그때, 전각 안에서 견훤이 부축되어 나오고 있다. 고비가 울부짖는다. 모두들 본다.
고비 폐하... 폐하..... 우리 금강 태자가 죽었다 하옵니다, 폐하.
견훤이 그렇게 선다. 모두들 본다. 신검과 제장들이 뒤따라 나와 그렇게 또 선다. 견훤과 박씨가 떨리는 눈으로 마주보고 있다.
견훤 황후..... 황후도 이 일에...참여하였소이까..?
박씨 그러하옵니다, 폐하.
견훤 이런 못된.....
박씨 익히 상주 아버님의 망령을 누누이 보아온 신첩이옵니다. 폐하께오서도 보령 칠십이 가까우시면서 그 망령을 이어받았음을 보았사옵니다. 황실과 나라를 위해 어찌 혁명군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있겠사옵니까? 자업자득이시옵니다.
견훤 황후...... 이런 못된... 이런 못된....
박씨 그래도 승평부인의 목숨은 보전해 드렸사옵니다. 그나마 중하신 환후를 돌보게 해 드리라고 이 신첩이 마지막으로 베푸는 선심이옵니다.
견훤 못된 것들.... 못된 것들.......
그러다가 견훤은 의식을 잃어 가는 듯 비틀거린다. 내관들이 급히 부축한다. 고비는 거듭 폐하를 부르고 있다. 모두들 신검을 본다. 명을 기다리는 것이다. 신검은 잠시 침묵으로 본다.
신검 모시도록 하시오.
파달 가마에 뫼시어라.
신검 승평부인과 소속된 궁인들을 함께 딸려 수발을 들어들이게 하라.
파달 예, 태자마마.
신검 또한 전의를 따라 붙여 아버님의 환후를 계속 돌보아드리게 하라.
명령과 동시에 계속해 행동들이 이어지고 있다. 견훤이 가마에 태워지고 휘장이 처진다. 그리고 군사들이 그 가마를 들었다.
신검 아바마마.... 가서 편히 쉬시오소서...
견훤 (소리) 신검이 이놈.....
신검 (눈물 글썽인다) 편히 쉬시오소서...
신검이 군례를 드리면 모두들 따라서 군례를 드린다. 대전을 빠져나가는 견훤에게 마지막 예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토록 차갑던 박씨도 오열을 참고 있다. 그렇게 견훤의 가마와 고비들은 대전을 빠져나간다. 아무도 말이 없다. 그렇게 긴 침묵이 이어지다가 박씨가 한 마디 내뱉고 간다.
박씨 폐하의 시대는 갔소이다. 이제부터는 신검 태자의 세상입니다. 즉위를 서두르도록 하세요.
신검 ................. (그저 대답 없이 예만 올린다)
그런 신검의 표정에서 천천히 디졸브 되면....
씬 길
파달이 군사들로 하여금 가마를 호위하여 가고 있다. 견훤이 계속 비명처럼 소리를 지르고 있다.
견훤 신검이 이놈..... 신검이 이놈.....
가마 속의 그 견훤의 모습을 잡으면서 다시 군사들로 이어진다. 그 위로..
해설 견훤. 그는 이렇게 그가 세운 제국의 옥좌에서 아들 신검에 의해 쫓겨났다. 삼국유사는 그가 정변을 맞던 순간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처음에 견훤이 잠자리에 누워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멀리 대궐 뜰로부터 고함소리가 들렸음으로 ‘이것이 무슨 소리냐’ 하고 물었다. 신검이 그 아버지에게 고하기를 ‘왕이 연로하셔서 군무와 국정에 혼미함으로 맏아들 신검이 부왕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음으로 여러 장수들이 축하하는 소리입니다’ 고 하였다. 얼마 안 있어 그 아버지를 금산불우로 옮기고 파달 등 장수 삼십 명으로 지키게 하였다” 라고 하였다.
씬 병부 외경
씬 동 병부 안 어느 곳
박영규, 애술, 김총들이 연금 되어 있다. 그들은 답답하다.
애술 어이구... 이거 도대체 뭐가 어찌되었는지 알 수가 있나..? 변이 있어도 큰 변인데... 어이구 답답해..
김총 반란이올시다. 보나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 것이외다. 이러다가 우리 목숨도 언제 갈 지 모를 일입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박장군..? 박영규 그렇겠지요. 저들이 작심을 하고 지방의 군대까지 동원을 하였는데 우리를 그냥 놓아두겠습니까?
김총 처음부터 뭔가가 삐걱거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만 모르고 있었습니다.
애술 그건 그래요. 우리만 모르고 있었소이다. 허허, 이것 참... 우리만 빼돌리고 저희들끼리 다 만든 일이올시다. 헌데 왜 우리만 빼놓았을꼬..? 왜.....? 그래도 의논은 해주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씬 백제 황궁 조당
임시 어전회의가 열리고 있다. 문무신료들이 빼곡하게 좌우를 메우고 섰다. 혁명의 주체인 능환, 신덕, 영순, 능애들이 한쪽에 섰고 용상은 비어있는 채 그 옆으로 신검이 서 있다. 모두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소리가 들려온다.
대전내관 (소리) 황후마마 납시옵니다....
황후박씨가 들어온다. 모두들 고개를 숙인다. 박씨는 황제와 나란히 앉던 한쪽 의자에 가 앉는다. 견훤의 의자는 비어있다. 좌중을 둘러보다가 입을 연다.
박씨 경들은 들으시오.
모두들 예...
박씨 오랫동안 폐하께서 환후가 중하시더니 급기야는 국정을 돌보기가 어렵게까지 되었소이다. 만년의 사직을 이어가야 할 제국이오. 단 한시도 방심이 있을 수 없기에 이 사람은 황실의 어른으로서 태자 중 맏이인 신검 태자에게 나라의 일을 부탁하였소이다. 이 점을 분명히 알아두기 바라오.
모두들 예, 황후마마... 망극하옵니다.
박씨 내가 오늘 이 자리에 나선 것은 아직도 혼미한 이 정국을 하루라도 빨리 정리하기 위함이오. 그리고 지난밤의 혁명이 지극히 당연한 구국의 길이었음을 대 내외에 천명하고 인정해주기 위함이오. 신료들은 이점 또한 오해가 없기를 바라오.
모두들 예, 황후마마.
박씨 환후가 중하신 폐하께서는 지금 요양처로 옮겨가셨소이다. 그곳에서 의원의 도움을 받으며 환후를 다스리게 되실 것이오. 지금부터 이 제국은 신검 태자가 맡아 운영하게 될 것이오. 그 절차를 논의하여 전하여주기 바라오.
모두들 예, 황후마마...
그리고 박씨는 일어나 다시 조당을 떠난다. 모두들 숨죽였다가 다시 신검을 본다. 능환이 나선다.
능환 이미 혁명은 성공하였고 폐하께오서는 떠나셨사옵니다, 태자마마.. 한시도 옥좌를 비어둘 수는 없는 일이옵니다. 대위에 오르시오소서.
능애 지극히 당연한 청이옵니다. 대위에 오르시오소서.
신덕 대위에 오르시오소서.
모두들 대위에 오르시오소서...
그러자 신검이 한동안 말없이 좌중을 보다가 손을 들어 제지한다.
신검 옥좌에 오르는 것이 급한 일은 아니올시다. 지금 백성들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모르고 있소이다. 어차피 제국은 이 사람이 운영하게 되었소이다. 성급하게 옥좌에 오르지는 않겠소이다. 백성들과 신료들과 모든 이들에게 충분한 사실을 인정시키고 옥좌에 오르겠소이다.
양검 태자마마, 어인 말씀이시옵니까? 옥좌는 한시도 비워두지 못한다 하지 않사옵니까? 오르시오소서.
용검 오르시오소서.
신검 아니오. 아버님께서 떠나셨소이다. 금강이도 파진찬도 죽었습니다. 무엇이 그리 성급해서 옥좌부터 챙기겠소이까? 나라를 안정시키십시다. 그 후에 충분한 수순을 밟아서 대위를 받을 것이오.
능환 태자마마, 아니 되옵니다. 그러실 이유가 없사옵니다.
신검 아니오, 이찬. 나는 그러고 싶지 않소이다. 그렇게 고통을 받으면서도 아버님의 인정과 허락을 받고 싶었으나 실패했소이다. 그렇다고 해서 혁명을 일으켜 옥좌를 찬탈했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소이다. 어차피 제국은 이 사람의 것이오. 대 백제국은 이 사람이 다스리는 것이오. 내가 주인이오.
모두들 .................
신검 이의가 있소이까...?
모두들 망극하옵니다, 태자마마.
신검 허면 내 의견을 따라주시오. 그리 길지 않을 것이오. 흩어진 기강을 바로 잡고 나라를 반듯하게 안정시킨 후에 옥좌에 오를 것이오. 그 동안은 폐하께오서 아직도 이 나라의 상징으로 남아계실 것이오. 그것이 나의 생각이오. 이의들 있소이까?
모두들 영을 따르겠사옵니다, 태자마마.
능환과 신덕들은 실망의 표정들이다. 양검들도 안타까워한다. 신검의 얘기는 계속된다.
신검 무릇 나라를 다스리는 치자는 제일 먼저 덕을 앞세우라 했소이다. 피치 못하여 몇 사람의 목숨을 취하기는 하였으나 나머지는 모두 용서하고 화합하여야 할 것이오. 지금 구금되어 있는 나의 매부이자 병부의 총사인 장군 박영규를 향리로 보내도록 하시오. 이찬이 직접 이 일을 챙기시오.
능환 예, 태자마마.
신검 또 있소이다. 역시 구금되어 있는 장군 애술과 김총을 방면하여 새로운 조정에 출사할 기회를 주도록 하시오.
능환 예, 태자마마.
신검 지금부터 황실과 대소신료들은 모두 나서서 나라를 재건하는데 앞서도록 하십시다. 어차피 우리 백제는 고려와 운명을 건 한판을 벌려야 합니다. 그러자면 나라가 안정되어야 합니다. 경들이 도와주시구려. 모두 새로운 제국 건설에 앞장서십시다. 그리고 이 일을 충분히 지방의 호족들에게 설명해 주도록 하시오.
모두들 망극하옵니다, 태자마마.
끄덕이는 신검의 표정에서...
씬 황도 거리
달리는 파발마들... 전령들이다. 수십 기의 전령들이 가면서 곳곳으로 흩어져 사라진다.
해설 신검은 반란을 성공시켰으나 곧바로 황제에 오르지 않았다. 그것은 그만큼 견훤의 영향력이 컸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신검으로서는 백성들과 지방의 호족들에게 정변의 정당성을 충분하게 알리고 인정받는 계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 때문에 그는 불안한 옥좌를 사양하며 실권만을 챙겼던 것이다.
씬 병부 관아
어느 전각들의 문이 열리고 박영규가 끌려 나온다. 강렬한 햇빛을 보며 변한 세상을 둘러보는 박영규... 뒤이어 김총과 애술도 나온다. 상귀가 부장들과 함께 보고 있다.
상귀 새로운 백제국의 주인이신 신검 태자마마의 영을 전하겠소이다. 장군 박영규는 이 길로 즉시 향리로 돌아가도록 하시오.
박영규 ..............(한숨 짓다가) 폐하께서는 어찌 되시었소..?
상귀 요양을 떠나셨소이다.
박영규 금강 태자마마는 어찌되시었소..? 파진찬은...?
상귀 역적들은 참형에 처해져 그 목이 도성밖에 걸려있소이다.
애술 참형이오....?
상귀 그렇소이다. 옥좌를 찬탈하려 하였으니 어찌 대역죄인이 아니겠소이까? 애술 장군과 김총 장군 두 분은 새 조정에 출사하랍시는 태자마마의 영이시오. 즉시 조당에 들도록 하시오.
김총 그래도 우리는 살려주는 모양입니다. 하긴 뭐 우리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금강 태자가 너무 하셨지요. 아, 안 그렇습니까?
애술 뭐 그렇기는 합니다마는... 허허, 이것 참... 뭐가 뭔지...
그런 그들의 표정에서...
씬 길
계속해 파달이 인솔해 가는 견훤의 가마가 시골길을 가고 있다. 견훤이 휘장을 걷으며 멍하니 본다. 눈발이 희끗희끗 날리고 있다.
견훤 기가 막히는구나... 하룻밤 자고 나는 사이에 모든 강산이 다 변하였구나... (사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구먼...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눈물 글썽이며) 금강이가 죽었다... 파진찬도 죽었다... 오호, 이런...
그러면서도 견훤은 계속 등창이 아프다. 고통스럽다. 그렇게 가마가 가고 있다. 파달이 소리지른다.
파달 폐하께오서 빨리 가자 하신다. 서둘러라, 이놈들아...
견훤 저, 저.. 저런......
파달 헤헤헤, 폐하... 잠시만 참으시오소서. 금산사가 그리 멀지는 않사옵니다... 서둘러라... 서둘러라 이놈들아...
부장들 서둘랍신다.... 서둘러라...
그러자 일행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견훤은 더욱 고통스럽다. 가마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고비들은 그저 눈물만 흘린다. 그들 그렇게 가고 있고....
씬 황도 외경
씬 동 황도 대전
신검이 견훤의 자리에 앉아서 두 장군을 보고 있다. 애술, 김총이다. 능환, 능애, 신덕이 보고 있다.
신검 두 분 장군.. 내가 이렇게 두 분께 청하고 있소이다. 나라를 위해서 한 일이외다. 도와주셔야겠소이다.
애술 ............. (대답이 없다)
신검 애술 장군...?
애술 ..........
신검 김총 장군...?
김총 아, 예, 태자마마...
신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였소이다.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하였소이다. 우리는 고려와 싸워야 하오이다. 그래서 결정한 일이올시다.
김총 아 그렇고 말구요... 진작 말씀을 주셨으면 소장도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인데... 지금이라도 열심히 해서 태자마마를
보필해 올리겠사옵니다. 신검 고맙소이다. 애술 장군...? 도와주시구려. 이 백제는 장군을 필요로 하오이다. 어쨌든 장군도 고려를 무너뜨리고 유금필이를 잡고 해야하지 않겠소이까?
애술 유금필이오...? 유금필이... 유금필이.....
신검 도와주시구려.
애술 하긴 뭐... 고려와 싸우기 위해서 결심한 일이라 하시는데 어찌 나만 고집을 부리겠사옵니까? 출사를 하겠사옵니다. 하옵고 유금필이를 잡아야겠사옵니다.
신검 고맙소이다. 두 분 장군 참으로 고맙소이다.
능환 고맙소이다... 두 장군은 우리 백제국의 기둥이올시다.
능애 그렇고 말구요....
신덕 할 일이 많소이다. 새롭게 군부를 재편해야 하고 고려와의 대 접전을 계획해야 하오이다. 우리 군은 지금 운주 전투에서 패한 이후, 그 군세가 일리천(지금의 구미시)까지 밀려있소이다. 더 이상의 후퇴는 나라가 무너짐을 의미하오이다. 여기서 어떠한 결판을 내든 내야 하게 되어 있소이다. 우리 군부가 잘해야 합니다. 해 보십시다, 두 분 장군...
두 사람 알겠소이다, 신장군.
능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이올시다. 폐하께오서 못 이루신 통일대업을 우리가 해내는 것이올시다. 우리가 말이오.
그러한 그들의 표정에서....
씬 금산사 근처 산길
어둠이 내리고 있다. 산길에는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계속해 낙엽의 무리들을 몰아가고 있다. 바람은 소리를 내며 운다. 파달 일행들이 그 바람과 싸우며 가고 있다.
파달 지독한 바람이구나. 해가 진다 이놈들아... 서두르라고 하지 않았느냐? 도대체 금산사가 어디쯤 있느냐?
부장 다 와 가옵니다. 저기 저 쪽이 금산사이옵니다.
파달 오... 저기가...?
금산사의 모습이 보여온다. 대 가람이다.
파달 주지에게 우리가 온다는 것을 알렸느냐?
부장 예, 장군. 이찬어른께서 입조심을 당부하셨기에 극비리에 움직이고들 있사옵니다.
파달 그래, 그래.. 그래야겠지. 어서 가자.
씬 금산사
어둠이 내리고 있다. 동자승 하나가 장명등에 불을 밝히고 있다. 여기저기 불빛이 살아난다. 갑자기 대문소리가 나더니 사람들과 함께 파달 일행들이 경내로 들어선다. 주지가 급히 나와 합장을 하고는 한쪽을 가리키며 앞선다.
주지 어서들 오시오소서. 저쪽 구석의 산쪽으로 암자를 비워놓았소이다.
파달 어서 안내하시구려.
주지 예, 예... 소승을 따르시오소서. (다른 스님들에게) 폐하께서 오시었다. 준비들을 하도록 해라. 방에 불을 지피고 세숫물을 준비해 드리거라. 저녁 공양도 올려드리도록 하고...
스님들 예, 큰 스님...
그렇게 다시 또 파달 일행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씬 그곳 금산사 견훤의 거소 (밤)
큰 사찰의 담이 연결되어 있는 구석의 외진 암자이다. 파달의 부장과 군사들이 지키고 있다.
씬 그곳 암자 마당
생각보다 안이 넓다. 곳곳에 아름드리 나무와 담이 둘러쳐져 있다. 한쪽 객사에 불빛이 밝다. 그리고 군사들이 묵을 수 있는 행랑채들이 또한 길게 늘어서 있다. 그 한켠에 파달이 여러 스님들과 군사들을 모아놓고 훈시하고 있다.
파달 스님들과 군사들은 모두 함께 다 들으시오.
모두들 예..
파달 우리는 특별한 임무를 받고 폐하의 환후를 돌보아드리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오. 폐하께서 움직이시는 것은 국가적인 극비사항에 속하오. 누구든 이를 발설하거나 누설하는 자는 참형으로 다스릴 것이오. 스님이 되었건 군사들이 되었건 간에 말이오. 주지 스님도 이를 명심해서 각별히 입단속들을 시키시오.
주지 알겠소이다.
파달 또한 너희 군사들은 들어라. 밤낮으로 교대하여 번을 선다. 폐하께오선 저 문밖으로 절대 나가지 못하신다.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길 때에는 너희들의 목을 벨 것이다. 폐하께서는 이 마당 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신다. 승평부인 마마는 물론이고 그 아랫것들 또한 내관이든 상궁이든 나인이든 누구든 나가지 못한다. 알겠느냐?
군사들 예, 장군.
파달 그렇다면 각자 위치로 가 그 소임을 다하라.
군사들이 대답하며 흩어져간다. 주지는 그저 떨며 어쩔 줄 모르고 있다.
파달 가보시구려.
주지 예... 알겠소이다.
씬 동 견훤의 방 안
불이 켜져 있다. 최상궁과 나인들이 밥상을 두고 물러간다. 고비가 눈물을 훔치며 보고 있다.
고비 폐하, 어서 수라 좀 드시오소서. 하루종일 아무 것도 아니 드셨사옵니다.
견훤 나를 보고 밥을 먹으라..?
고비 드셔야 하옵니다. 드시고 기운을 차리셔야 하옵니다.
견훤 기운을 차리라...? 나라를 도둑맞고 생떼 같은 자식을 죽였어. (사이) 평생을 함께 살아온 파진찬이 죽었어. 금강이가 죽고.. 파진찬이 죽었어...
고비 (울며) 폐하...
견훤 아아... 이 백제가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 신검이 놈이 다 망치는구나.. 이놈이 다 망치는구나.. 이놈이... (격하게) 이놈이.. 이 미친놈이....
그러다가 견훤은 또 울컥 몸을 가누지 못한다. 모두들 폐하를 부르며 다가가 부축한다.
견훤 그렇게 되어가는구나... 결국 이렇게 해서 백제가 망해 가는 것이구나... 이렇게 해서.... 왕건 아우가 삼한을 거머쥐는구나... 왕건 아우가........
견훤은 또 비틀거리며 정신을 잃어간다. 고비들이 울부짖으며 폐하를 부르며 한바탕 소란이 일면서
씬 달빛
그 달빛을 받으며 고려의 첩자가 긴 황톳길을 달려 사라져간다. 아주 길게.... 그 위로
왕건 (소리) 무엇이라고...? 백제에 정변이 났어...?
씬 고려 황궁 외경 (낮)
씬 동 대전
김행선과 복지겸, 최지몽이 왕건과 함께 해 있다.
왕건 백제에 정변이 났다고 하였소이까?
김행선 그렇다고 하옵니다, 폐하. 여기 내군 장군이 백제에 심어놓은 세작들의 첩보이옵니다.
복지겸 그러하옵니다. 백제의 왕이 그 후계로 삼으려 했던 넷째 아들 금강이 죽고 백제의 모든 전략을 도맡았던 책사 최승우가 역시 목숨을 잃었다 하옵니다.
왕건 오, 그런 일이....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오..? (최지몽을 본다) 이보아라, 내의성령...?
최지몽 예, 폐하.
왕건 신묘하다... 하늘을 볼 줄 아는 너의 그 천문이 참으로 신묘하다...
최지몽 망극하옵니다, 폐하.
왕건 네가 미리 알려준 것처럼 백제에 정변이 났다고 하는구나. 허면 백제의 견훤왕을 어찌 되었을꼬...? 네 점괘는 무언가 나온 것이 있느냐..?
최지몽 예, 폐하. 백제왕의 사주로 보건데 아직 목숨까지 버린 것 같지는 않사옵니다. 아직 그 명이 좀 더 남아있사옵니다.
왕건 오호, 그래...
복지겸 예, 폐하. 그런 것 같사옵니다. 백제의 실권은 그 맏아들 신검 태자가 잡았으나 견훤왕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없었사옵니다. 세작들을 재촉해서 그 뒷일을 좀 더 살펴보겠사옵니다.
김행선 어찌 되었거나 우리 최대의 적국인 백제에 정변이 났사옵니다. 대책을 논의해야 할 것으로 아옵니다.
왕건 신료들을 들라 하였다 하니 가 보십시다. 대책을 마련해야지요.
김행선 예, 폐하.
디졸브되면... .
씬 황후전
황후 오씨와 유씨, 상궁들이 함께 해 있다.
오씨 무엇이라...? 조당에서 긴급한 회의가 열린다고...?
제조상궁 예, 황후마마. 뭔가 급한 일이 생긴 것 같사옵니다.
유씨 급한 일이라니..? 나라 안의 일이라는 말인가?
김상궁 그런 것 같지는 않사옵니다, 마마. 아마도 나라 밖의 일을 가지고 논의하는 것 같사옵니다. 모든 대소신료들이 다 모였다 하옵니다.
오씨 뭔가가 있어.... 아주 큰일인 모양인데...
김상궁 쇤네가 듣기로는 백제에서 뭔가 큰일이 일어나 이를 시급히 논의하신다 들었사옵니다.
오씨 백제에서...? 거기서 무슨 큰일이...?
씬 조당
신료들이 다 모여있다. 김행선을 비롯하여 유금필, 박술희, 복지겸, 홍유, 배현경, 염상, 왕충, 박수문, 박수경 형제, 윤신달, 최지몽, 왕규, 추언규, 왕식렴, 정윤 무들이다.
왕건 백제에 정변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일찍이 그 일을 내의성령 최지몽이 예견하였소. 그리고 우리는 백제의 황실에 뭔가 좋지 않은 조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소이다. 자, 이제 이 일을 우리 신료들이 공개적으로 논의할 때가 되었다고 보는데 어떻소이까, 유장군?
유금필 예, 폐하. 백제에 정변이 일어나고 왕권에 치명적인 변화가 생겼다면 이는 우리 고려를 위해 좋은 조짐이옵니다. 보다 더 확실한 뒷일을 살펴보아야 할 것으로 아옵니다.
배현경 하오나 폐하, 우리 고려는 백제를 계속해서 연파하였고 지금은 그 전선을 저 일리천까지 밀어놓았사옵니다. 기회에 대군을 일으켜 백제를 침이 어떠하옵니까?
홍유 지당하시옵니다, 폐하. 모든 것은 때가 있다 하였사옵니다. 지금이 바로 그 적기로 사료되옵니다.
박술희 신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군사를 일으키시오소서, 폐하.
무 소자도 판단컨데 백제가 위기를 맞고 있음이 보이옵니다. 삼한을 통일할 때는 지금이라 사료되옵니다.
염상 신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폐하. 즉시 군을 일으키도록 허락하시오소서.
왕식렴 하오나 폐하, 적국에 어떤 변화가 있다 하여 그것이 곧 우리에게 모두 유리하다고는 볼 수 없사옵니다. 유금필 장군의 말처럼 보다 정확한 적정을 아는 것이 중요하옵니다.
윤신달 신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보다 자세한 적정을 살펴보신 후에 군사를 준비하여도 늦을 것이 없다고 사료되옵니다.
추언규 폐하, 지난번에 신들이 경보대사님을 만나뵙고 왔사옵니다. 그분께서는 때가 올 것이니 기다리라 하셨사옵니다. 지금이 그 때가 아닌가 사료되옵니다. 보다 넓고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을 것 같사옵니다.
왕규 그러하옵니다. 분명 때가 오기는 오는 것 같사옵니다. 차라리 한번 더 백계산 옥룡사에 사람을 보내보심이 어떻겠사옵니까?
박수문 참으로 내봉성령의 말이 일리가 있사옵니다. 한편으로는 적정을 살펴보면서 또 한쪽으로는 경보대사님을 만나보도록
하심이 가한 줄로 아옵니다. 박수경 그리하시오소서, 폐하.
왕충 그리하시오소서.. 무엇하면 이번에 소신이 다녀오도록 허락해 주시오소서.
왕건 허... 왕충 장군이 가겠다고...?
김행선 폐하, 이번 일만은 이 노신이 한번 가보고 싶사옵니다. 윤허하여 주시면 왕충 장군과 함께 경보대사님을 찾아 뵙고 보다 확실한 백제국의 사정을 알아보겠사옵니다.
왕건 경은 이 나라의 시중이오. 그리고 연로하셨소이다. 왕충 장군이라면 모르되 어찌 경이 그 먼길을 간다 하시오?
김행선 아니옵니다. 그토록 법이 높은 대사님을 만나는 일이옵니다. 신의 기력이 아직 충분하니 윤허하시오소서.
유금필 그리하시오소서, 폐하. 어차피 경보대사께서는 삼한 통일의 대업을 보고 계시는 분이시옵니다. 시중 어른의 건강이 아직 충분해 보이시오니 가도록 하시오소서. 그로써 대사님께 폐하께오서 예를 다한다는 좋은 명분을 보이실 수 있사옵니다.
왕건 정말 그건 그렇구먼 그래. 괜찮겠소이까, 시중...?
김행선 망극하옵니다, 폐하. 아직 칠십 밖에 아니 되었사옵니다. 또한 기력은 이십 대 젊은이 못지 않사옵니다. 보내주시오소서.
왕건 허면 가도록 하시오. 왕충 장군이 잘 보좌하도록 하오.
왕충 예, 폐하.
왕건 아까 누군가 말했듯이 백제에 정변이 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오. 오히려 더 적이 강해질 수도 있는 것이올시다. 이럴 수록 더욱 더 경계를 강화하고 군부는 긴장하여 대기해야 할 것이외다.
배현경 예, 폐하. 그리하겠사옵니다.
왕건 허허. 정변이라...? 형제를 죽이고 정변을 일으켰다...? 그리 할 수 있는 것인가, 이것이....? 아무튼 지금 논의한대로 보다 정확한 백제의 상황을 수집하도록 하고 시중과 왕장군은 경보대사께 떠나도록 하시구려. 그리고 기왕이면 내의성령도 함께 가보도록 하라. 가서 주변 상황을 함께 보고 오도록 하라.
최지몽 예, 폐하. 그리하겠사옵니다.
왕건 자 그러면 그리들 하십시다. 내군은 정보를 강화하고 군부는 군을 비상대기하고 또 떠날 분들은 어서 떠나세요.
그들 예, 폐하.
고개를 외로 꼬는 왕건의 표정에서...
씬 길
김행선과 왕충, 최지몽이 가고 있다. 종자 둘이 호종하고 있다.
김행선 삼한 통일이 눈앞에 오기는 오고 있는 것 같소이다. 정변이라..? 그건 그만큼 백제국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소이까?
왕충 그러하옵니다. 소장도 그리 생각이 드옵니다. 아니 그렇소이까, 내의성령..?
최지몽 모두들 통일대업을 목표로 하여 지금까지 수십 년을 달려왔사옵니다. 분명한 것은 폐하께 그 기회가 열리고 있어 보이옵니다. 참으로 감축할 일이옵니다.
김행선 이번에는 내의성령이 가서 경보대사님을 뵙고 한번 점을 쳐보게나. 도대체 경보대사께서는 무엇을 생각하시면서 우리
고려를 도우려는지 말일세. 최지몽 하하하... 소생이 아무리 역학에 밝고 천문에 밝다하더라도 법력이 높은 고승의 마음을 제멋대로 훔쳐보려 하다가는 벼락이 떨어지옵니다. 그건 아니 될 것이옵니다.
김행선 허허허.... 이런, 천하의 신동도 겁이 나는 사람이 있구먼 그래.... 허허허...
모두들 웃으면서 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씬 백계산 옥룡사 외경
씬 동 경보의 방
시자가 말을 전하고 있다.
시자 정변이라 하옵니다, 큰스님... 황제의 소식이 끊겼고 그 후계를 맡게 되어있던 금강 태자가 목숨을 잃었다 하옵니다.
경보 (계속 눈을 감은 채) 다른 사람은 다친 이가 없다고 하더냐..? 누군가 또 있을 것인데...
시자 예, 큰스님. 파진찬 최승우라는 사람이 이번 난리에 목숨을 잃었다 하옵니다.
경보 지난번에 황제와 파진찬이 왔을 때 내게 물었었지... 삼한의 장래가 어찌될 것이냐고.... 그때 황제는 나의 말뜻을 몰랐지만 파진찬 그 사람은 알아들었느니라. 나무관세음보살....
시자 무슨... 말씀이시온지...?
경보 스승께서 내리신 예언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예언의 때가 다 되었어. 허허허..... 천하의 영웅이 가엽게 되었구나. 백제의 황제 말이다. 천년에 한 사람 나올까 말까한 영웅이었느니라. 허나 인간의 한계가 본래 거기까지이니 어찌하랴...
시자 ...............?
경보 아무리 천하의 영웅이라 하더라도 내일 일은 알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니라. 나무관세음보살... 나무서가모니불..... 아비가 세운 덕을 자식이 다 허물고 있구나. 백제에 석양이 깃 들고 있음이다.... 쯧쯧쯧...
씬 백제 황궁 외경
씬 동 대전
신검과 능환, 능애, 신덕, 영순이 모여있다. 모두들 긴장한 눈빛이다.
능환 일단 지방 태수들이나 호족들의 저항은 없는 것 같사옵니다. 제일 크게 걱정한 것이 변방 호족들의 움직임이었사옵니다.
능애 일단 폐하께오서 환후가 중하셔서 요양지로 가셨다고 호족들에게 이르고 있사옵니다. 역시 급하게 황제의 위에 오르시기보다는 그러한 수순을 천천히 밟으시는 것이 더 현명하시다는 것을 깨달았사옵니다. 역시 태자마마시옵니다.
신덕 그러나 국정을 운영하는데 있어서는 보다 강력한 권위를 세우셔야 하옵니다. 역시 황제에 오르심이 가하다고 소장은 보옵니다.
신검 서둘지 말자고 하였소이다.
신덕 고려가 지금 우리 나라의 사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옵니다. 틈새를 노려 대 공격을 해올지도 모르옵니다. 나라의 안정이 되어야 저들을 막을 것인데 그 길은 태자마마께서 속히 황제에 오르시는 것이옵니다.
신검 고려는 그리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오. 지금까지의 보고가 그렇지 않소이까? 그보다도 아버님은 지금 어찌하고 계시오?
영순 파달 장군이 잘 지켜뫼시고 있사옵니다.
신검 제발 지금이라도 마음을 돌리셔서 다 원만하게 되었으면 좋겠소이다. 제발.... 참으로 아버님은 너무도 이 자식의 마음을 모릅니다. 너무 몰라요....
씬 금산사 견훤의 처소 외경
씬 동 방안 견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등창을 치료하고 있다.
전의 송구하옵니다, 폐하. 매일처럼 고름과 근을 짜내지 않으면 아니 되옵기에 이러하옵니다.
견훤 (참으며) 그래...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는데야 어찌하겠느냐..? 뼈가 부러지든 등창이 터지든... 해보거라...
고비 어찌하옵니까, 폐하...?
견훤 자식놈이 나라를 훔치고 애비를 이곳에 가두고 중신을 죽이고... 제 아우를 죽이는 마당인데.. 이까짓 등창이 대수랴.... 짜보거라... 더 짜보거라...
전의 예, 폐하. 용서하시오소서....
짠다. 무자비하게 짠다. 고비는 눈을 감는다. 견훤은 발악처럼 소리친다.
견훤 오냐.... 짜거라.... 더 짜거라... 더..... 더.............!
<191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