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놀기삼아 무대에 올랐다가 큰 낭패를 보았었다.
기장군 철마면 철마한우축제 반딪불이쌀 홍보대사 진으로 뽑혀서
쌀을 세 가마 부상으로 받은 것은 큰 기쁨이었고 집안경제에 대단한 도움이 되었지만
이에 걸맞는 마음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홍보대사로 뽑혔음에도 불구하고 1년 내내 단 한번의 홍보활동에 참가를 하지 못했기에 미안한 마음때문이었다.
전화가 올 때마다 적당히 둘러대고는 가지 않았다.
물론 바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 얼굴 알리기를 워낙 싫어하는 나의 소극적인 성격 탓이 더 컸다.
이번 봄에는 전단지 광고를 찍자는 제의도 받았지만 매니저도 없고.....
더 중요한 것은 이 얼굴로 반딪불이가 뛰노는 무농약 쌀로 밥솥앞에 서서 하염없이 맛나게 밥을 퍼먹는
장면을 광고 찍자는 제의 또한 내 심기를 건드렸다.
이 얼굴로 김이 모락모락 밥퍼먹는 광고를 찍었다가는 쌀 판매량이 더 줄어들 것이 뻔했다.
그런 광고라면 이쁘게 잘 생긴 젊은 여자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뽀얀 얼굴로 화장도 반반이 하고 그래야 보는 사람이
밥맛 좋겠다싶어 쌀을 구입할 것인데 내 이 얼굴로는
밥맛 딱 떨어지기 쉽상이다 싶어 한마디로 잘라 거절을 했다.
당시 광고출연료 제의금도 대단했었는데 하마터면 그 돈에 넘어가 광고 찍혀 전국에 내 얼굴 팔릴뻔 하였다.
그때 철마쌀 작목회 영농조합장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면서 지금까지 나를 아프게 했다.
-홍보대사 진으로 뽑혔으면 홍보활동도 해 주시고 광고도 찍어주셔야지... 이거 너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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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년이 지난 어제 10월 6일 일요일
나의 홍보대사 1년 기간이 끝나는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속히 홍보대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야지.... 양심의 가책때문에 못 살겠다.
회장이 전화가 왔다.
-일요일 2시까지 꼭 오셔서 2008년 홍보대사 진에게 직위이양식을 거행해 주십시오.
그래도 내가 양심은 있지. 어찌 마지막날 까지 안가겠다고 버티랴?
그래, 가자..... 가 주자..... 내가 타 먹은 쌀값은 해야 안되겠나?
차를 몰았다. 어찌나 밀리는지....... 3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도착하였다.
홍보부스에는 제1회 진 선 미와 제2회 선.미가 이미 나와 홍보활동을 하고 있었다.
모두들 반갑다고 야단이다. 그동안 제2회 선과 미는 2달에 한번 정도 홍보활동을 계속 벌려왔다고 한다.
나만 부적응에다 버티기 작전에 들어간 것이다.
그래, 오늘만큼은 그동안 못했던 1년치의 홍보활동을 성의껏 해 주자.
마지막이니까.
오늘로 이 옷을 벗어버릴수 있으니까.
그러나 4시에 시작되기로 한 홍보대사뽑기대회는 쏟아지는 거센비로 내년으로 취소가 되고 말았다.
그러니 자연 작년에 뽑힌 진선미가 1년 더 연임을 하게 되었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아이고, 옴마야~~~ 이를 우짜노?
또다시 1년간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야 하나?
마지막 날이라고 나는 가장 나에게 잘 어울리고 이런 무대에 적합한 타일랜드 전통복(자주빛 실크)을 입고 갔다.
미스코리아처럼 화려한 드레스는 아니지만 그에 못잖게 품위있고 아름다운 옷이다.
아앙..... 망했다..
빗속에서 6시까지 홍보활동을 마치고 크고 넓은 가든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한우축제이니 만큼 한우로 그것도 암소구이로 배터지게 먹었다.
야들야들하니 입 안에서 솔솔 녹는것이 어찌 그리도 맛나던지
비싸서 평생 내 돈으로 못 사먹는 한우 암소구이가 아니던가?
나중에는 그 품위있던 태국전통복의 허리단추가 툭 하고 끊겨져 나갈정도로 배터지게 먹어버렸다.
영농조합회장, 부회장, 총무, 감사, 이사들.... 기장군 기관장들... 1-2회 진선미 회원들...
너무너무 친절하게 대해주고 잘 배려해 주었다.
특히 작년 진으로 당선되고 난 이후 마지막날 첫 얼굴을 내비치는 나에게는 더욱 많은 호의와 친절이 쏟아졌다.
-내년까지 임기가 연임되었으니 이제부터 열심히 해 보입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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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혹 떼려갔다가 도리어 혹 더 붙이고 왔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다.
갈때는 이제는 마지막이다. 내가 그 촌사람들과 어울릴 필요가 없다. 등 등
이런 마음이었는데 막상 하루 단 몇시간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농영인들의 마음이 순수하고 정직하기가
하늘같아서 내 마음이 달라져버렸다.
그래,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자.
이렇게 대회 있는 바로 5분 전에 장대비를 내려서 대회도 못하게 하고 1년 더 연임하게 강압적으로 만든 것도
다 하늘의 뜻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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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때는 콘야도 싸 주고, 아침 과수원에서 땄다는 사과도 주고, 햅찹쌀도 싸 주고, 햅쌀도 주고,
호박즙엑기스도 주고..... 차에다 바리바리 싸 준다.
게다가 와 줘서 고맙다고 봉투까지 내미는데 살째기 보니 돈이 많이 들어있다.
아니 세상에 이럴수가
홍보대사 노릇도 제대로 못했는데 이렇게 황송하게 대해 주시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항상 열심히 해 주던 선과 미보다 나를 더 챙겨주는것이 더욱 미안하고 고맙기만 하다.
10시경에 폭풍우 내리치는 길을 차를 몰고 왔다.
마음이 든든한 것이 포근했다.
농사짓는다고 얕잡아 본 내 자신을 한없이 원망하면서
저들의 진실되고 정직한 땀과 마음에 감동을 얻었다.
우리 나이 또래의 영농인들인데 햇볕에 그을리고 바람에 나부껴서 10살은 더 들어 보이는 까매진 얼굴하며
굳은 살이 맨살이 되어버린 영농인들....
반딪불이가 뛰놀고 메뚜기가 뛰노는 무공해 무농약 쌀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에도 겸손함이 들어있다.
그나저나 이제 1년간 어찌 지낼꼬?
부를때마다 다 나갈 수도 없고 .......
아무튼 나는 2007년에 이어 2008년에도 철마쌀 작목회 영농조합법인의 <반딪불이 무농약쌀 홍보대사 진>이긴 틀림없다.
이제 다시는 아무 무대나 절대 올라가지 않으리라 ...
이번 일을 통하여 나는 입술을 깨물며 다짐을 하였다.
여러분!!!
부탁 하나 드립니다.
기장군 철마쌀 무농약 무공해 쌀 좀 많이 사 주십시오.
------------- 10키로에 26,000입니다.
------------- 그리고 호박+옥수수수염+대추+감초 넣고 푹 고은 호박엑기스팩 1박스 50개 25,000입니다.
호박이 몸에 좋은 건 다 아시죠?
필요하신 분 이 메일 보시는 대로 전화나 메일로 신청해 주세요
홍보대사인 만큼 홍보는 해 주어야 하겠지요?
오늘 아침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주문을 좀 받았습니다.
우리 무공해 쌀 영농인들에게 힘을 보내 주입시더........
대량생산이 아닌 관계로 일반마트에는 내놓지 않는답니다.
기장군의 명예와 이름을 걸고 생산하는 반딪불이 무농약 쌀... 많이많이 애용해 주세요
(저에게 연락주시면 가정으로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첫댓글 들판님의 글심에 따를 자가 없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