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하반기 경기회복 가능할까?(4)

[宣한夫자]

그렇다면 세 번째 기업의 문제는 무엇일까?

기업은 지난 경기호황기를 통해 벌어들인 적지 않은 현금들이 존재하는 것이 정상이다. 아무리 기업의 수익이 주주배당과 투자, 내부유보의 세갈래로 나뉘어진다고 해도 일단 수익이 늘어나면 ‘유보’도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한데 기업부문 (특히 미국 기업)에 돈이 없다. 이점은 우리나라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르지 않다. 이유는 금융투자 때문이다. 미국의 기업들은 GE 와 같은 전통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마져 과도한 M&A 를 통해 파이낸스 분야로 영역을 확대했고, 파이낸스와 결합된 기업고유의 DNA 는 어느새 잡종 괴물로 바뀌고 말았다. 자동차 회사가 리스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반대로 사모펀드가 전통제조업의 대주주로 올라서는 과정들은 기업의 DNA 에 내재된 전통적 위기관리의 노하우들을 모두 마비시켜 버렸다.

특히 기업이 투자유가증권 수익에 집착하거나, 혁신을 바탕으로 기업을 키워나가는 방식의 전통적이고 합리적인 기업가 정신 대신 손쉬운 M&A에 뛰어 들면서부터 과거에는 굴지의 기업들이 모두 미쳐 날뛰며 승자의 저주라는 함정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파이낸스 부분에서 심각한 위기에 빠진 굴지의 건설업체. 자회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을 섰다가 무너져 내린 전통적 굴뚝 기업, 총수 1인의 독단으로 결정한 M&A 건으로 수천억원을 공중에 날려버렸지만, 그래도 차라리 그 선택이 진짜 죽음의 위기를 벗어나게 했다는 최악의 평까지 듣는 재벌기업의 악수에, 경기호황의 끝물에 대규모 달러를 차입해서 미국기업을 인수한 또 다른 굴지의 기업그룹, ‘일관 생산’을 부르짖으며 세운 제철소에 발목이 잡혀있는 자동차 회사에 이르기까지 사례를 열거하기에도 숨이 벅차다.

결국 기업은 호황기의 이익보다 큰 투자를, 그것도 과도한 레버리지에 실어버림으로서 그들의 무한 탐욕에 대한 응징을 당한 것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상당수가 IMF 이후 이익의 상당부분을 부채비율을 낮추는데 사용하며( 그것도 이제 국제평균수준) 미국에 비해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한 비율이 큰 탓에 그나마 지금의 위기를 견디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것도 일부일 뿐 2008년 이후 급격히 악회되어 온 기업의 현금흐름들이 시사하는 바는 여전히 우리기업들이 위기관리에 취약하며, 얼마나 부족한 안목으로 사업을 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전세계 기업들이 돈이 ‘있는데 없다’는 희안한 늪에 빠지고 말았다.

더구나 이런 탐욕의 악순환에 뛰어들지 않은 기업들도 많은 성장기업들의 경우(경기민감기업) 그동안 과도하게 경기순환에 대한 낙관을 유지한 탓에 장기불황이나 위기를 대응할 능력을 키우지 못했다. 경기는 최소 1-2년이면 회복된다는 과도한 확신이 깊거나 길게 이어지는 불황을 이기는 준비를 소홀하게 한 것이다.

결국 기업도 돈이 없다.......

그럼 마지막으로 가계는 어떨까?

가계역시 마찬가지다. 호황기를 지나오면서 가계소득이 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가계 소득은 일부 늘었을지 몰라도 수지는 심각해졌다. 심각한 양극화의 이면에 드리워진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의 정체는 경기호황과 엇박자를 냈지만, 그나마 중산층의 소득은 통계적으로도 분명히 늘었다. 하지만 중산층,혹은 중간층들이 대규모로 투자에 나서면서 자산대비 부채비율이 악화되었다. 기업의 그것처럼 가계 역시 분명히 자산은 증가하였으나 자산못지 않게 부채가 증가한 것이다. 그 이면에는 전세계적인 부동산 투기붐이 있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부동산 투자의 특징중 하나인 차입이 가계건전성의 목을 조은 것이다.

더구나 부동산 담보대출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대출이자를 내면서 다른한편으로는 적립식펀드에 투자하는 투자행태는 가계저축을 급속히 감소시켰고, 대신 자산가격 하락시에 가계부채율의 급증을 불러왔다. 부채에 둔감했던 가계 역시 심각하게 부추겨진 자산가격 상승의 희생자가 된 셈이다. 그러니 가계에도 돈이 없다.

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는 이 상황에서 멈추지 않으면 서로물고 물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자산가격의 하락은 가계의 부채는 고정시키고, 자산은 감소시킨다.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가계금융부채/자산 비율이 (-)였던 우리나라가 그새 (+)로 즉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상황으로 뒤바뀌었고, 그점은 빚으로 세운나라 미국은 더욱 심각하다. 결국 가계는 상당기간 부채조정을 할 수 밖에 없다. 가계부채조정은 자산가격이 상승하거나, 부채를 갚는 경우인데. 이 둘중 후자의 길밖에 없다면 향후 경기는 불을 보듯 한 상황이 되고 만다.

지금 가계와 기업은 공동운명체다.

가계의 위축은 기업의 위기이고, 그것은 다시 은행의 위기로 다시 국가의 위기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해법의 연결고리는 어디에 있을까?.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을 부추기고, 카드를 남발하면 햐결될 문제일까?. 아니면 지금처럼 전방위적으로 정부는 돈을 공급하고 그 돈이 은행으로. 기업으로 빨려들어가고 다시 넘쳐서 경기가 돌아가고, 투기적 가수요가 자산가격을 재 상승시켜 가계의 부채/자산 비율을 호전시키는 사이클을 만들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아니다.

지금 각국 정부의 재정은 거대한 마른 스펀지에 쏟아붓는 물바가지에 불과하다. 윗논에 물을 흘려 아랫논으로 물을 넘치게 하려는 대응은 첫 번째 논이 찰지고 건강할 때 가능하다. 이미 모래밭으로 변해버린 첫 번째 논에 물을 부어도 그물은 채워지지 않는다. 아무리 과격한 금융권지원 ( 미국의 경우 부채보증 + 자본투입+ 배드뱅크 )을 해도 그것은 고작 은행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것일 뿐이다. 또 GM 이나 포드에 지원해도 그 역시 당장 그들이 부도나지 않게 애써 버틸 수 있을 뿐이다. 가계에 돈을 풀려고 해도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하지 않는 한 속수무책이다. 결국 지금의 대응은 쓰러지는 기둥에 임시 지지대를 세우는 것이다.

아무리 돈을 찍어도 어느 한축이 무너지지 않게 간신히 버티는 것, 그것만을 하기에도 벅찬 것이다. 때문에 이시점에서 하반기 회복을 운운하는 것은 (물론 자산시장이 아닌 실물경제 부분에서) 지극히 무책임하다.

이유는 네군데 어디에도 모두 돈이 없기 때문에 말이다................

그럼 대책은 어때야 할까?. 진짜 희망은 없을까?.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이 부분을 생각해보자..

시골의사 블로그.. | 시골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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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윙]

잘 읽었습니다^^

[宣한夫자]

다음 이야기 어떻게 이어 나갈지 생각하면 흥미진진합니다.^^ 어떤 생각과 근거로 풀어나갈까요?ㅎㅎ

[Anne]

저도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