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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4. [BJ 살인 생중계 - ⑦]
S# 49. 112 신고센터.
신고 전화가 빗발친다
센터 요원 112 경찰입니다. 말씀하세요.
신고자 제가 지금 24시간 반려동물 방송하는 방송을 보고 있는데,
반려견들이 하나 둘씩 죽어가고 있어요.
어떤 개들은 발작을 심하게 일으키고 있고요.
센터 요원 누가 죽이고 있나요?
신고자 아니요. 아까 침에, 반려견들이 사료를 먹었는데,
그 후에 갑자기 구토를 하고, 근육 경련을 일으키고는
축 늘어져 쓰러져 있어요.
빨리 출동 좀 해주세요.
S# 50. 119 신고센터.
전화가 빗발친다
센터 요원 119 입니다. 말씀하세요.
신고자 여보세요. 24시간 펫방을 보고 있는데,
닥스훈트, 포루투칼워터도그가 구토를 해요.
주인은 어디 간 거에요?
우리 아이들이 지금 그거 보고 막 울고 있는데.
S# 51. 120 다산콜센터.
센터 요원 120 다산 콜 센터 입니다. 말씀하세요.
신고자 아이리시세터견을 비롯해서 애완동물들이 근육 경련을 일으키고 있어요.
몇 몇 마리는 이미 바닥에 축 늘어져 있는 것이 죽은 거 같아요.
24시간 반려동물 방송하는 ‘펫방(애완동물 방송)’ 에서요.
뭘 잘못 먹었는지, 개들이 이상해요.
어머. 어떡해
S# 52. 강력 1팀.
김 형사가 국과수에서 나온 반려견들의 부검 결과를 가지고 돌아 온다.
김 형사 예상대로, 사료에 초콜릿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었습니다.
전문가 말에 의하면,
초콜릿에는 카페인과 테오브로민이 들어있는데,
이 성분들은 '메칠키산친(methylxanthines)' 종류에 속한답니다.
그래서, 개가 초콜릿을 먹으면
구토, 탈수증, 복통, 근육 경련, 비규칙적인 심장 박동 등을
일으키며 체온이 올라가고 발작, 대다수는 죽음에 이르게 된답니다.
강력 팀장 펫방 BJ는 뭐라고 해?
박 형사 개를 키우는 사람이면 누구나,
개에게 초콜릿을 먹이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데,
자기가 왜 그런 짓을 했겠냐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요.
반려견들 때문에 먹고 사는 자신이.
그리고, 그 사료들은
어느 독지가의 후원으로 2주 전인가 50포대가 배달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고요.
강력 팀장 누군지는 알고?
박 형사 그게. 신분을 밝히지 않고서 배달됐다고 합니다.
종종 남 몰래 그런 식으로 후원을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크게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강력 팀장 큰일이군.
지금까지, 3 건 모두가 ‘인터넷 방송, BJ’와 연관돼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혐의점이나 단서를 못 찾고 있으니.
잠시 생각을 하다가, 유 형사를 보며,
강력 팀장 유 형사.
유 형사 예.
강력 팀장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유 형사 예? 그거야. 뭐.
원한, 복수, 돈, 사랑, 질투, 명예 뭐 이런 것들 때문에.
강력 팀장 그지?
자. 정리해 보자고,
우선, ‘날먹팬’의 경우를 보자고.
또래들 보다는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해서,
조리병으로 있다가 제대하고,
대학 복학 준비 중에 ‘먹방’을 시작해서 대박을 터트렸어.
박 형사 그렇죠.
강력 팀장 그런 피해자가 누구와 죽임을 당할 정도의 원한 관계를
가졌을 거라 생각해?
유 형사 제 상식으로는, 아닙니다.
강력 팀장 복수나 돈은?
유 형사 고진동 씨의 통화내역이나 금융거래 조회한 결과를 보면,
복수나 금전 관계도 아니고요.
통화도 친한 친구들과 만이었고, 그것도 빈번한 통화는 없었으니깐요.
강력 팀장 사랑, 질투, 명예 부분은?
김 형사 그것들도 아니죠.
군대 가기 전에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겨우 1년 동안이었고, 제대해서는 ‘먹방’ 때문에
누굴 사귈 엄두가 없었다고 큰 누나가 진술을 했죠.
이메일이나 SNS도 별다르게 깨끗하고요.
강력 팀장 그럼, 고진동은 살인의 동기를 가진 범인에 의해
살해 당했지만, 우리는 그 동기를 확정할 수 없어.
고진동 살인 건은 이렇게 살짝 옆으로 놔두고.
다음,
‘뷰티 BJ 옥도순 씨’.
유 형사 옥도순 씨 역시,
누구와 원한, 복수, 돈, 사랑, 질투, 명예 등 어느 것 하나
걸리는 것이 없습니다.
비록 31살 이었지만,
딱히 남자 친구라 할만한 사람이나, 금전 거래는 없었으니깐요.
강력 팀장 맞아.
하지만, 범인은 정성이 담긴 수제 의자와 코르크 그림을 보내면서까지
그녀를 죽여야 했어.
자신이 장수 말벌에 쏘여 죽을 수도 있다는 위험까지 감수하며.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분명한 살인의 동기를 가지고.
그리고 다음,
‘애완동물 초콜릿 테러 사건’
박 형사 죽이는 대상이 사람에서 애완동물로 완전히 바뀌었죠.
강력 팀장 그래.
앞에 두 살인 사건과 ‘애완동물 초콜릿 테러 사건’이
과연 동일범의 소행인지,
그리고 연관이 되는지조차 쪽 팔리게도, 우리는 파악을 못 하고 있고.
미루어 짐작만 할 뿐이지.
왜?
세 사건이 동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통분모는 실존하니깐.
김 형사 그것들이 뭡니까?
강력 팀장 BJ! 1인 인터넷 방송!
유 형사 팀장님. 그거야 그렇지만,
그것만 가지고 범인을 잡을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박 형사 팀장님. 제가 좀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설명해 주세요.
자꾸 어려운 말씀만 하시니깐,
제 머리에서 과부하가 걸리려고 합니다.
강력 팀장 유 형사 생각은?
유 형사 팀장님 말씀은,
범인은 사람이나 애완동물을 죽이려 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강력 팀장 그렇지.
범인은 ‘BJ, 1인 인터넷 방송’을 죽이려 하는 것 같아.
강력 팀장이 팀원들을 둘러 보고 다시 입을 연다.
강력 팀장 지난 설날 연휴 때,
의정부 경찰서에서 3년 간, 같이 근무했던 정보 과장님의 아들이
내게 꼭 보라면서 추천했던 영화와 드라마가 각 한 편씩 있었어.
유 형사 전에 ‘여중생 매니큐어 살인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
주 정보 과장님 아들 주진우요?
강력 팀장 기억 하네.
응. ‘저수지 게임’과 미국 드라마 ‘더 시너(The sinner)’.
박 형사 근데요?
강력 팀장 그 미국 드라마 ‘더 시너(The sinner)’를 보고 내가 시청자로서
느낀 소회가
딱 우리가 지금 처한 현실을 설명해 주는 것 같아서
자네들에게 얘기해 주려고.
김 형사 아~ 예.
강력 팀장 뉴욕 북부의 한 호수 공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시작해.
한 여성이 호수공원에 애인과 놀러 온 젊은 의사를 수 차례 찔러 죽여.
남자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그 자리에 있던 수 많은 사람들이 살해 장면을 목격하지.
그 여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고,
또 순순히 범행을 자백을 해.
김 형사 예? 끝 이잖아요?
강력 팀장 응.
여자가 범죄를 저지르고 체포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5분?
용의자, 피해자, 증인, 범행수법, 자백 등이 한 자리에서 확인되는
그야말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살인 사건이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이야기는 지금부터야.
김 형사 예.
강력 팀장 담당 형사가 이 점에 의문을 품는 거야.
박 형사 어떤 의문이요?
강력 사건이 이렇게 명쾌할 수가 없는데요.
강력 팀장 박 형사 말 그대로.
살인 사건이 이토록 명확하고 단순하기는 어렵다는 점.
박 형사 아~
강력 팀장 그리고 담당 형사는 이 사건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더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다는 것을 곧 알아채지.
유 형사 그게 뭡니까?
강력 팀장 그녀는 ‘왜’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세 형사의 입에서 동시에 ‘아~’ 소리가 튀어 나온다.
강력 팀장 담당 형사가 그녀를 취조하면서 물어.
왜? 그 남자를 죽였는지
박 형사 그랬더니요?
강력 팀장 용의자 왈,
그 남자가 음악을 너무 크게 틀어서 자기도 모르게 칼로 죽였다고 해.
박 형사 그랬더니요?
강력 팀장 보통사람들은 음악 소리를 크게 튼다고 사람을 죽이지는 않아요
왜 그랬나요? 하고 담당 형사가 반문을 해.
그리고 그 용의자가 대답이 없자.
질문을 바꿔.
박 형사 어떻게요?
강력 팀장 “당신은 왜 사람을 죽일 만큼 분노한 것입니까” 라고.
박 형사 야~
팀장님. 그 여자의 대답은요?
강력 팀장 대답?
세 사건의
‘살인범의 살인 동기’를 찾으라는 것이 나의 대답이다.
범인이 던진 근원적인 질문에 너희들이 답해보라는 거야.
박 형사 아이고, 또 우리 팀장님한테 낚였네.
강력 팀장 하 하 하
박 형사! 너무 억울해 하지 말고.
내가 이 미국 드라마를 한가해서 애기해 주는 게 아니야.
이 놈의 ‘살인 동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범인을 잡을 수도 없고,
못 잡으면 앞으로 범죄는 계속 일어날 거고,
잡았다 한들 범인의 자백을 들을 수도 없으니깐,
지금으로서는 증거도 없기 때문에 놈을 풀어줘야 돼.
이해가 가?
내가 미국 드라마 이야기를 장황하게 꺼낸 ‘동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