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기 전 간식 바구니에서 간식을 한 움큼 집어 듭니다.
엄마는 그런 아이를 보며 어린이집에서 먹을 간식을 챙겨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배웅을 위해 어린이집 차량이 오는 곳으로 아이를 데려갑니다. 차에 오른 아이는 손에 쥐고 있던 간식을 친구들, 선생님, 운전기사 아저씨께도 드립니다.
정작 본인에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엄마는 묻습니다.
“제헌아! 간식은 왜 친구들에게 나눠준거야? 너는 못 먹었잖아!” 그러자 아이는 대답합니다.
“어 그냥! 친구들이 좋아하잖아!”
대답은 간단했고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친구가 좋아하는 것이 기쁨이고 나눔이 사랑이라는 것을 아이는 알고 있습니다.
순수하고 조건 없는 사랑입니다.
우리도 이런 사랑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진 것이 많거나 능력이 출중해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이미 심어 놓으신 순수함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위기의 순간에 우리는 그
순수함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학교도 여러 가지 우려 속에 대면 수업을 시작
하였습니다. 텅 비어있던 교정에 학생들이 등교하면서 조금씩 활력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좋습니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이러
한 가운데 학생들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면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고, 기숙사도 일인실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 시간을 할애하여 매일
하루에 2시간 이상 교대 근무를 하며 교내로 출입하는 사람들에 대한 발열 측정과 교내 소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일들
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구성원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모습에서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봅니다.
또,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심어주신 사랑을 느낍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주신 순수함을 잊어
버리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
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 사랑은 우리와 함께하는 이들, 가족과 동료, 이웃 안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희생과 우리의 나눔이 이 힘
들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한 아이가 나눔의 기쁨을 통해 알게 된 사랑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사랑은 아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 있습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인 오늘, 순수했
던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 하느님께 도움의 은총을
청하며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김대선 안드레아 신부
가톨릭관동대학교 행정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