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송용 천수경은 우리의 불교신앙 의례에서 매우 중요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다양한 국면에서 쓰이고 있음은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만큼 이 '독송용 천수경'을 한문 천수경이 아니라, 우리말로 번역해서 읽고 외운다면 더 좋지 않겠는가? 이런 문제가 제기된 것은 벌써 오래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이 시대는 한문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지 않은 한글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 형편이므로, 절에서 읽고 외우는 한문 천수경은 뭔가 시대착오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렇게 한문 천수경이 아니라 우리말 천수경을 읽고 외우자는 필요성이나 주장에는 저 역시 공감합니다. 하지만 우리말 천수경을 마련하고 준비하는 데, 또 실천하는 데에는 반성할 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그 번역본이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거기에는 통일된 번역본의 제정이 늦어지고 있거나,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는 데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우리말 천수경의 마련은
불교진흥원에서 "통일법요집"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시도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법요집은 그 야망과는 달리, 통일할 수는 없었습니다. 통일되지는 않았습니다. 불교진흥원은 그 통일안에 대한 하나의 시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지, 그 안을 불교계 안에서 퍼뜨릴 수 있는 조직력은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대한불교조계종에서도 우리말 천수경을 마련한 적이 있지만, 다시 포교원을 중심으로 해서 개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압니다. 작년인가, 그 천수경 우리말 번역사업을 위한 공청회도 열렸고 저 역시 그 시안을 보고서 토론자로 공청회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금년에 들어서 다시 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말 천수경을 마련한다는 문제를 생각하면 가장 크게 봉착하는 문제가 운율의 문제입니다. 박자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한문 천수경에는 다라니 부분을 제외한 현교(顯敎) 부분에서는 한자로 5언(다섯 글자)이 아니면 7언(일곱 글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것을 박자로 생각해 보면, 두 박자와 세 박자가 되는 것입니다. "아약향도산"은
"아약 / 향도산"이렇게 두 박자로 읽힙니다. 하지만 "나무대비관세음"은 "나무/대비/관세음"이렇게 세 박자로 읽히게 됩니다.
저는 이것이 기본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우리말 천수경에서도, 한문의 5언은 두 박자로 옮겨야 하고
한문의 7언은 세 박자로 옮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5언의 경우를 보지요. 저는 이렇게 옮겼습니다.
백겁 / 적집죄 --- > 백겁토록 / 쌓인죄도
일념 / 돈탕제 --- > 한 생각에 / 사라지니
안 됩니까? 뭔가 뜻이 훼손되는 것이 있는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만 해도 됩니다. 다음으로 7언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지요.
아금 / 지송 / 대준제 --- > 제가이제 / 준제주를 / 지송하오니
즉발 / 보리 / 광대원 ---> 보리심과 / 크나큰원 / 발하게되며
저는 이렇게 옮겼습니다. 즉 2박자와 3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금년에 포교원에서는 다시 우리말 천수경을 새롭게 재정비한다고 하면서, 다시 4박자를 기본으로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신문을 통해서 알게 된 일입니다만 ---.
만약 신문 보도와 같이, 4박자로 되돌아간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시조나 불교가사의 박자처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보지요.
시조 : 태산이 / 높다하되 / 하늘아래 / 뫼이로다
불교가사 : 홀연히 / 생각하니 / 도시몽중 / 이로다(경허, "참선곡")
이런 것이 4박자입니다. 그럼 우리말 천수경을 4박자로 번역하는 예를 들어보기로 하지요.
한문 : 살생 / 중죄 / 금일참회(2박자)
어떤 번역 : 살생하여 / 지은죄를 / 지금모두 /참회하고
만약 4박자로 하게 되면 한문으로 8글자가 우리말로는 16글자로 되면서, 꼭 2배가 늘어납니다. 저의 번역은 "생명해친 / 무거운 죄 / 참회하옵고"로 3박자로 마감합니다.
더욱이 문제인 것은 이렇게 4박자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게 되는 경우이입니다. 한문으로 5언을 우리말로 16글자로 늘어나게 한다는 것이지요. 이는 큰 문제라 생각됩니다.
저는 아직까지 알 수 없습니다. 왜 4박자를 채택해야 하는지 ---. 2박자나 3박자를 혼용하면서도 뜻을 잃어버림이 없이 번역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번역용례가 없지 않은데 말입니다. 그 사례는 광덕스님 번역본과 저의 번역본이 그러한 예입니다. 4박자를 굳이 채택한다면, 왜 4박자여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공적으로 밝혀주신다면, 그래서 그러한 입장이 타당성을 인정받는다면 더 이상 혼란이 없이 다 4박자를 채택할 수 있겠지요.
사실 우리말 천수경의 문제가 이렇게 혼돈을 거듭하는 데에는 포교현장에서 그 필요성의 절박함으로 말미암아서 저마다 우리말 번역을 새롭게 마련해온 많은 분들에게도 있으리라 봅니다. 정말로 그 절박한 필요성을 느낀 바로 그 시점에서, 기존에 이미 선행하여 존재하고 있는 번역본들을 채택하여 따라 할 수는 없는지 충분히 검토해 보았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큰 문제가 없다면, 점점 하나 하나 힘을 모아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불교계에는 그러한 마음이 부족한 것같습니다. 저마다 결정적인 틀림이나, 결정적인 차이도 없는데 중구난방으로, 굳이 나의 번역을 새롭게 제시하는 데 서로 앞다투어 달려간 것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선행하는 번역에서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 점을 지적하는 글이 번역문 외에 제시되어서 토론의 자료로 삼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종래에는 그러한 성찰이 축적되어 오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혼돈이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제라도 운율의 문제에 있어서 큰 원칙을 세우고, 하나하나 의미의 문제를 풀어가면서 누구나가 다 따라서 채택할 수 있는 우리말 천수경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첫댓글 그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
천수경 산책으로 몰랐던 부분들을 많이 공부를 했답니다 감사 드립니다 _()_
귀한 법문 올려 주심에 많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_()_
귀한 법문 공부할 수 있는 기회
만들어 주심에 감사드립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그간 많은 공부에 도움이 되었답니다 감사 드립니다 _()_
고맙니다-()-
학계에서 불교 발전을 위한 노력이 모든 불자들에게 길잡이가되고 지팡이가되여
남녀노소가 함께 할수있는 좋은날이 오리라 믿어봅니다
수고하심에 두손모아 항장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무관세음보살_()_
감사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8.23 1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