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아침편지
한강 양화대교 중간에 걸린 선유도는 원래 섬이 아니라 모래톱에 우뚝 솟은 선유봉이었다. 일제기에 강변 제방을 쌓기 위해 바위봉을 깨기 시작했고, 미 군정기에 도로용 골재 채석장으로 변했다가, 1965년 양화대교를 건설하면서 아예 평지 섬으로 바뀌었다. 서울시는 이 섬을 정수장으로 이용하다 2000년 폐장했고 공원 조성을 결정했다. 건축가 조성룡과 조경가 정영선 팀이 현상설계에 당선되어 2002년 국내 최초의 ‘환경재생 생태공원’으로 개장했다. 정수장의 폐허를 보존하고 오히려 이를 활용해 새로운 정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옛 구조는 최대한 남기고 새 구조는 최소로 추가했다. 정영선은 구조물에 물을 끌어들이고 풀과 나무를 심어 여러 주제 정원들을 창조했다. 여과지의 콘크리트 기둥은 담쟁이가 덮인 ‘녹색 기둥의 정원’이, 수질정화조는 물속 화초들로 가득한 수생식물원이 되었다. 2층 수로 구조가 남아있는 약품침전지는 향기 식물들의 ‘시간의 정원’이, 원형 농축조들은 극장과 놀이마당이 되었다. 기계가 남겨진 송수 펌프장은 안내센터로, 한강 변의 취수 펌프실은 전망 좋은 카페테리아로 탈바꿈했다. 바스러져 가는 콘크리트 구조 속에 무수한 초목의 싹이 트고 녹슬어 가는 철근 사이로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난다. 옛것과 새것, 인공과 자연이 어우러진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었으니 진정한 생태공원이 되었다. 선유도공원은 국제적인 조경상들을 수상했고 정영선은 조경계의 노벨상이라는 제프리 젤리코상을 2023년 수상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d0v9GOUy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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