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23년 8월 18일 그러니까 거의 1년전에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는 조금 독특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타국의 정상과 일대 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한 것입니다. 이때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일본 총리와 함께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한국을 끌여들여 3국 연합 군사훈련을 본격화하는 등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의 3각 협력을 제도화하기도 했습니다. 거창하게 시작한 한미일 3각 협력은 하지만 중요 합의가운데 하나인 '최소한 연례적으로' 3국 정상회의를 한다는 공약은 올들어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행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그야말로 레임덕상황이며 기시다 총리는 다음달로 예정된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해 사실상 총리 실권을 내려놓았기 때문입니다.
이 사진은 지난해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한 뒤 퇴장하는 장면입니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일본 총리 기시다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는 모습입니다. 단 둘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3사람이 있었던 곳에서 단 둘이만 뭔가 의미심장하게 손을 얹고 있는 모습이 이색적입니다. 마치 두사람의 가는 길이 흡사할 것이다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 자민당 총재직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사실상 자신처럼 연임을 포기해 그야말로 동병상련 상황이 된 기시다 총리에 대해 성명을 내고 그가 역사적인 지도력을 보여주었다고 추켜세웠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의 지도력은 역사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면서 미일동맹을 가장 높은 수준에 올려 놓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외교에 자신의 치적을 내세우기를 즐겼던 바이든 입장에서 일본 총리 기시다와의 관계를 높여줌으로써 자신의 업적을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려는 시도로 읽혀집니다.
사실 일년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 모였던 3국 정상들에게 비슷한 점이 있었습니다. 국내의 지지율이 저조했고 이런 저런 구설에 올라 있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미국의 바이든은 고령이지만 재선을 고집하면서 고령리스크가 등장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은 유난히 재선에 목말라했습니다. 그가 외교에 더욱 공을 들인 것은 아마도 재선을 위한 것이 아니였겠냐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일본 기시다총리도 지지율에 허덕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자민당 내 정치자금 스캔들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습니다. 지지율 20%이하로 떨어진 적도 많아 총리수행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비슷하게 기시다 총리도 내치보다는 외교에 더욱 노력을 쏟는 상황을 보였습니다. 그런 외교적 애씀이 미국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각 협력으로 이어졌고 그것을 당사자들의 대단한 치적으로 평가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 일본의 기시다총리는 사임하는 상황도 비슷하지 않느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흠쾌히 사퇴하는 것이 아니고 밀려서 그만둔다는 느낌을 갖기에 충분했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리스크에 시달리다가 이런 상황속에서 제대로 된 대선을 치르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여론에 의해 미국 민주당 동료들에 의해 밀려 할 수없이 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기시다 총리도 회복 불가능한 지지율에다 강력한 지진 등 자연재해앞에 총리 재선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여론에 의해 할 수 없이 그만두는 상황속에 놓이게 됐습니다. 또한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최대명절을 앞둔 8월 14일 갑자기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민당 총재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르써 일본 국민들에게 불안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퇴의사를 밝히고 후임인 해리스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자세와는 별도로 그 자신을 사퇴하도록 종용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연락을 끊은 상태라는 기사가 미국에서 보도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오바마 전 대통령을 향한 불만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또한 공개적으로 후보직 사퇴를 주장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도 앙금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정치는 냉엄한 것이고 권력도 막강한 것 같지만 유한한 존재임을 미일 정상의 뒷모습속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2024년 8월 1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