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럽 탄소국경세, 기후변화 대응 효과 작아 (미히르 샤르마, 블룸버그 논설위원)
○ 남반구 개발도상국 기업들은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으로 발생하는 높은 준법 비용과 비현실적 기준으로 탈탄소화가 아닌 다른 시장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됨.
- 유럽연합(EU)의 많은 관계자들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기후 변화 대응과 EU의 글로벌 평판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음. 실제로 EU는 내부 의견합의를 빠르게 달성했으며, 21세기 무역과 환경에 관한 논의를 결정적으로 바꾸어 놓았음. 그러나 남반구 개발도상국 국가들은 동 제도로 도입되는 새로운 관세에 관한 더욱 명확한 시각을 갖고 있음.
- CBAM 도입 시 개도국 기업들은 특정 분야 상품의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를 기준으로 국경세를 지급해야 하는 것은 물론 EU 기업이 요구하는 서류 요건을 충족해야 함. 이러한 준법 비용 상승은 사실상 숨겨진 추가 관세를 의미함. 유럽 기업 및 탄소 거래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행정 효율이 높은 북반구 국가들의 기업은 유럽 시장에서 확실히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며, 생산자 증명서 작성에 필요한 세분화된 배출 데이터가 부족한 남반구 기업들은 심각한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보임. 학계의 한 분석에서는 CBAM 전면 시행 시 선진국 국가에는 연 1,410억 달러 규모의 후생 증가(welfare gain)가, 개도국에는 연 1,060억 달러 규모의 후생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음. 이는 EU가 이야기하는 기후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음.
- 또한 새로운 제도가 글로벌 탈탄소화 노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음. EU는 동 제도를 통해 저렴한 탄소 비용으로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유리해지는 이른바 ‘탄소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함. 하지만 CBAM은 탄소 거래제와 EU 수준의 행정 역량을 갖춘 고소득 국가들과, 나머지 국가들이라는 두 가지 종류의 공급망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음. 한편 향후 10년 동안의 개발 활동은 대부분 남반구 개도국에서 진행되고, 동 지역의 생산과 소비에 따른 탄소 배출 증가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됨. 이러한 상황은 동 지역의 기업들에게 탈탄소화보다는 개도국 간 공급망에 집중할 유인책을 제공할 것으로 보임.
- 일각에서는 EU가 탄소 국경세 수입을 남반구 개도국의 탈탄소화 지원에 사용하도록 촉구하고 있음.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제안된 ‘글로벌 기후 동맹(global climate alliance)’은 최근 탄소세 수입 공유를 통해 탈탄소화 유인책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 모색에 집중하고 있음. 또한 G7의 ‘기후 클럽’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회원국에게 차등적 대우를 제시함으로써 실현 가능한 기후 동맹을 형성할 수 있음. 이를 위해서는 유럽의 새로운 규정에 지역별 또는 국가별로 다른 준수 요건을 적용하는 노력이 포함되어야 함.
- 유럽 정책 입안자들이 글로벌 기후 변화 대응을 고려한다면, 동 지역의 일방적 조치가 다른 국가들의 탈탄소화 노력에 장기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이해해야 하며, 유럽이 글로벌 평판을 중시한다면 개도국들이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함.
출처: 블룸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