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 오후 무렵 웹서핑을 즐기고 있는데 전화 한통이 걸려 왔다.
차분한 친구의 목소리는 오늘 아니면 한 친구를 볼 수 없으니
오늘 안으로 청량리의 모 병원에 꼭 가보라 했다.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아주 위독한가 보다..친구의 마지막을 어떻게 지켜줘야 하지?
망설이다 같이 갈 약속을 정하려고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가
친구가 위독한 게 아니라 죽었다는 얘길 들었다.
멍해졌다...
그리고 옷을 갈아 입으러 집에 가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일은
그 아이의 험담을 했던 것이다.
학교때 커피도 자기 돈으로 안 사마신다고 돈 100원 갖고 치사하다는 둥..
이런 류의 험담이었는데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내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아이를 섭섭하게 했을 나의 행동들이 떠올랐다.
미안하다,미안하다,미안하다...
그래도 그 아이에게 사과할 길이 없었다.
빈소를 이틀간 지켰다.
나와 그 아인,빈소를 이틀간 밤샘하며 지킬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껏 변변찮게 그 아이에게 해준 것도 없고 연락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무언가 해줄 길이 없기에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곳에서 한 없이 쏟아지는 그 아이의 어머니와 가족들의 눈물을 보았다.
그리고 벽제로 떠나기전 새벽에 어머니께서
살아 생전 그 아이의 이야기를 차분히 하셨다.
시선은 우리에게 마추셨지만 분명 그 아이에게 하듯이 조곤조곤 속삭이셨다.
24일 크리스마스 아침...
경기도 벽제에 있는 화장터로 떠났다.
솔직히 졸리고 피곤했다.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친구의 몸은 불태워졌고 영혼만 남게 되었다.
부디 행복한 영혼이기를...
좋은 곳에서 웃으며 우릴 기다리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 친구의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일상으로 돌아와 몇가지 일을 마친후에
18시간의 수면에 빠져들었다.
치즈케익과 와인으로 보내기로 했던 크리스마스 이브는 그냥 날려버리고
크리스마스 당일은 극도의 불안감으로 인해 거의 제 정신이 아니라
세실을 힘들게 했다.
오후가 되어 삼다수(짱구),막시 오빠,세실과 영화를 보기로 했다.
실미도를 보자는 막시 오빠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사실..그 영화는 정말 보고 싶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더욱 정서 불안에 시달릴 거 같았다.
당분간 사람이 마구 죽어 나가는 영화는 마음을 무겁게 해서 볼 수가 없다.
그리고 오늘의 일상을 시작했다.
변함없는 일상이다.
여전히 하던대로 싸이 미니홈피에 갔다가
같이 빈소를 지켰던 언니가 서 놓은 글귀가 눈에 띄었다.
내가 무의미하게 보냈던 하루는 어제의 그 친구가 간절히 바라는 하루였을 수도 있다.
눈물이 쏟아졌다.
3일간 눈에 맺히기는 했지만 쏟아지지 않았던 눈물이 지금 쏟아진다...
글을...
더이상은..못쓰겠다.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솔직해지고, 죽음을 보면 진지해 집니다. 파이란의 죽음 앞에 변한 강재처럼..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라도 죽음은 언제든지 찾아옵니다. 당장에 나 자신이 몇분 뒤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 것이죠. 인생.. 쉽게 소비하기엔 너무 짧고 극적입니다. 아직 살게 해주심에 감사를 느껴야죠.
첫댓글 누군가가 죽는다는건... 이세상을 떠나는게 아니라... 누군가의 가슴속에 새겨지는 거래요... 그 친구분이 위노나님의 가슴속에 머물렀나 봅니다... 소주한잔 하세요...
에휴... 언니 충격받으신 거 같아요.. 어서 기운차리고 일어나세요..
중환자실에서 담당 환자들이 어제까지 이야기했었는데 다음날 주검으로 맞이하고, 내 눈 앞에서 명을 다할 때 그 느낌 정말 묘하고.. 그런 후로 한동안 힘이 없고.. 멍하죠. 힘내세요~!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솔직해지고, 죽음을 보면 진지해 집니다. 파이란의 죽음 앞에 변한 강재처럼..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라도 죽음은 언제든지 찾아옵니다. 당장에 나 자신이 몇분 뒤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 것이죠. 인생.. 쉽게 소비하기엔 너무 짧고 극적입니다. 아직 살게 해주심에 감사를 느껴야죠.
3년전 발렌타인데이에 친구를 보냈적이 있었어...화재였는데...공연연습중이었는데 긴 시간동안 정신이 멍...........길을가다가도 출몰하는 친구의 모습때문에...지금은 다른이를 통해 보고 있지. 강재 닮았어...
그래요 언니.. 기운 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