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일 없다는 듯이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 사람을 잊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사람을 위해서 잊어야 한다...
내가 아닌 사람을 사랑하는 그 사람을....
가슴이 사랑을 처음으로 말한 그 사람을....
심장이 처음으로 두근 거리게 만든 그 사람을....
잊어야 한다...
가슴에서 심장에서 마음에서 머리에서...
모두 밀어 내야 한다....
-3개월 전-
"현아야~~"
"언니!"
옷을 갈아 입고 있는 중인데 노크도 없이 그냥 문을
열어버린 언니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헤헤거리며 미안이러고 문을 닫고서는 다시 노크를
하더니 들어 오는 언니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어디가?"
"데이트가지~!!"
"그래? 언제 인사시킬래?"
"오늘 가서 말해보고.!"
"결혼할 사람있다고 말한적있지? 기억나?"
아무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언니가 무슨말을
할지 대충 짐작이 갔다.
"그 사람 올꺼니까 빨리와!! 안나갔으면 더 좋을걸...."
아쉬운 듯 말하는 언니의 말투에 마음이 약해졌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냉정하다는 말을 듣는 나이지만..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만은 절대로 냉정해 질수가 없는 나이다.
"알았어. 취소할께!!"
얼굴에 환한 미소를 보이며 방을 나가는 언니의 모습을 보곤
전화를 들었다.
한참을 울던 전화에서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야!!"
-무슨일?-
무슨일? 약속을 잊은 건가?
"오늘 약속.... 못 나갈것같아서."
-그래? 나도 취소하자고 할 참이였는데.. 중요한 약속이 있거든-
"잘됐네~ 그럼 담에 보자!!"
-어.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
바로 끈어버리는 사람. 얼마전 부터 이상한 점이 있었지만
괜찮을 것같아 그냥 넘어 갔었다. 그런데....심장이 두근거린다.
한참을 끈어진 전화기만 들여다 보았다. 그러다 엄마의 부르는
소리에 거실로 내려갔고... 심장이 두근 거린 이유를 알았다.
"현아야. 인사해. 나랑 결혼할 사람."
아무일 없다는 듯한 그 사람의 얼굴이. 다 알고 있었다는 듯한
그 얼굴에 대고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처음뵙겠습니다. 김영준입니다."
처음....처음...
"안녕하세요. 신현아라고 합니다."
하지만 얼굴을 보고 앉아 밥을 먹을 수는 없었다. 내가 사랑한
다고 말한 사람이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 사람이 지금 언니의
결혼 상대자로 나선 것이다. 언니는 모르고 있는 듯 했다.
"나 약속있는데... 나가야 할 것같아."
"취소한거 아니야?"
"어?........어"
"김서방 앉게나. 뭐하나? 식사준비는 다했나?"
"들어와서 먹어요. 현아야. 현희야 들어와!"
"엄마..."
고개만 흔들고 있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던 엄마는 아무말
없이 주방으로 들어 갔다. 다들 들어가고 나는 혼자 거실에 있었다.
눈물이 차올라 앞이 흐리게 보여 더 이상 집에 있을수 없었다.
지갑만 챙겨 밖으로 나왔다. 주말이라 혼자다니기도 이상하고..
술이 간절했다. 아니 술을 마시지 않고 가만히 있는게 이상했다.
친구 진경이가 하고 있는 Bar로 갔다. 점심시간이라 밥을 먹는
사람들로 가득찬 곳에서 옛추억에 잠기고 말았다. 그 사람..
영준과 같이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낸 곳이다. 나를 봤는지 진경의
부르는 소리에 추억의 시간속에서 빠져 나왔다.
"밥은? 영준씨는?"
"헤어졌다....."
진경이는 더이상 묻지 않고 술을 가져다 주었다.
무슨일이냐고 묻지 않는 진경이 고마웠고 그 고마움에 다시 눈물이 났다.
왜하필이면 언니였을까... 나를 정말 사랑하긴 한 걸까...
전부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사람은 나의 전부가 아니였을까...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진경이 그만 하라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진경과 그녀의 남편이자 친구이기도 한 경준이 무슨일이냐며 물었다.
"사랑하는 언니와 사랑이라고 믿은 김영준이 결혼을 한단다. 이제
사랑하는 남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언니의 남편이자 나의 형부가 된단다.
미친......"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그냥 해버리고 찬에 남은 술을 모두입으로 털어
버렸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날 보던 진경과 경준은 놀란 표정으로
날 봤고 난 그런 그들을 두고 밖으로 나왔다.
얼핏 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 이 시간에 내가 뭘 하고 있는지...
회사도 나가지 않겠다. 그냥 쉴려고 했는데...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갔다.바다가 보고 싶었다. 그 사람과 함께간 여행지...
정동진........
그 바다가 다시 보고 싶다.. 아니 그 바다를 보며 그 사람을 잊고 싶다..
역으로 갔지만 아직 세시간이 더 있었야 한다는 말에 근처의 술집으로 들어가
마티니를 마시며 생각했다. 왜 언니일까.....
내 사랑이 아니라 언니의 사랑일까....
시원한 정동진의 바람이 내 얼굴을 내 마음을 내 심장을 스쳐지나간다.
그럴때마다 그 사람에 대한 추억을 기억을 지워간다. 다시 얼굴을 봐야 하는
그런 사람이기에 아무런 감정이 없어질때까지... 그때까지 바다를 보았다.
"당신의 기억에서 나...지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한 당신이니까.
나 당신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빨리 잊을꺼니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을 얼마나 볼지 모르겠지만..."
집으로 돌아와 아무런 말없이 가족들을 보기만 했다.
다들 걱정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지만 표현을 하지 않았다.
"언니. 축하해."
"고마워, 근데 너 왜 어제 안들어 왔었?"
"그냥 바다가 보고 싶더라고."
"그래?"
고개를 끄덕이던 나를 보던 부모님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 아직
펴지지 않았다.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그래서요..."
"현아야..."
"괜찮아. '다른 사람이 생겼다'그러는데 울며 매달려? 그럼 신현아가 아니지!!"
억지 웃음이지만 얼굴에 미소를 실었다.
남자친구가 언니랑 결혼할 사람이다..그렇게 말 할 수 없으니까...
웃을수 밖에....
"현아야. 김서방들어와 살기로 했다. 그러니까 불편해 하지마~!"
"엄마...."
엄마, 아빠 모두 그렇게 하기로 한듯....
"들어 오기로 했다. 그러니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참고."
"아빠. 나 독립할께요."
"현아!!!!!"
"독립해요. 지사발령 받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독립해요."
그말과 함께 거실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 갔다.
쉬는 날이긴 하지만 회사를 나가야 겠다. 지사발령 신청이 오늘까지
이기 때문이다. 준비를 마치고 내려온 거실에는 그 사람과 모두들 웃으며
이야기 하는 모습에 또 다시 눈물이 차 올랐다.
내 옆이였으면....
-3개월 후-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식장으로 손을 잡고 들어 가는 두 사람의
모습에 난 눈물이 났다. 모든 사람들이 보면 언니 결혼식에 무슨 눈물을
그렇게 흘리냐며 뭐라고 할지 모르지만 언니의 결혼식이자 첫사랑의 결혼
식이니 눈물이 안날수는 없었다.
모든 식이 끝나고 언니와 엄마. 아빠, 그리고 그 사람...아니 형부까지
모두 같이 식사를 하였다.
"언니. 오늘 너무 예쁘다!!"
"고마워~ 살많이 빠졌네?"
"일부러 다이어트하는데?!"
"뭐?!!!"
다들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신혼여행지로 떠나버리고
다시 일터로 가야 한다.
"엄마? 아빠! 나가요."
"하루 자고 가는거 아니야?"
"내일 출근이요. 가야해요!"
서운해 하는 두분의 얼굴을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손을 꼭 잡아드리고는 차에 몸을 실었다.
"현아야..."
아빠의 목소리에 눈물이 날 것같았지만 참았다. 참아야 했다..
"건강 조심하고. 잘 챙겨 먹고"
"네~ 다음달이나 되서 올께요."
인사를 하고 차를 출발 시켰다. 천천히 여행을 하듯 그렇게
운전을 하며 내가 살고있는 곳의 땅을 밟았다.
대형마트에 들어가 장을 봤다. 아니 기분전환이라도 하고 싶었다.
비워져 있는 냉장고가 생각도 났다. 카트를 밀며 이것저것 담아
밀고 다녔다. 물건을 담는 순간에도 나만을 생각하며 그렇게 움직였다.
간혹 쇼핑을 하는 연인들을 보면 울컥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순간 손에 있는 가방이 누군가의 손에의해 빠져 나갔다.
"도둑이야!! 내 가방!!!!!!"
가방을 들고 뛰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열심히 달렸지만 정장치마에
굽놓은 힐을 신고선 달려가고 뒤처지기만 했다. 뒤에서 누군가가 도둑을
쫓아 갔고 나도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매장입구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뭐를 해야 할지도 모르
겠다. 정지 화면처럼 가만히 서있던 내 눈앞에 가방을 들고선 숨을 고르는
남자가 눈에 보였다.
"가방.."
"감사합니다!"
가방을 챙겨 지갑안에 있는 현금과 카드의 갯수까지 체크를 하였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 봤다. 쌍꺼플이 없는 큰 눈에
오똑한 콧날, 조금은 붉은 약간은 도툼한 입술, 잘빠진 턱선...
한마디로 '잘생긴 사람'이였다.
"그럼."
"저기...."
다시 뒤를 돌아보던 그는 모델같아보였다.
"사례라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할까? 생각하던 난 궁금하단 표정으로 그를 다시 봤다,
"매장관리가 잘 못 되 고객님께서 이런 일을 당하셨으니
저희에게 손해배상 신청을 하셔도 괜찮습니다."
죄송하다... 순간 잘생긴 이남자를 골려주고 싶었다. 웃음끼 없는
얼굴에 무표정한 모습.
"쇼핑을 하던 중이였는데.. 제 카트가 아직 매장어딘가에 있을 꺼에요.
같이 쇼핑해요!"
내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같이 쇼핑을 하고 싶었다.
아니 가방을 찾아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으니 쇼핑을 하면서 일부를 사줄수도 있으니..
"네?"
"빨리오세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매장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그남자 나에게 미안할 필요가 없다. 나도 여기 매장 직원이니까..
매장에서 일을 하지는 않지만.. 신입사원이라도 되나보다..
카트가 있는 곳까지 갔을때 그 사람의 무표정이 눈에 들어 왔다. 무표정...
내가 집에서 할 수 있는 표정... 집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한숨이 나온다.
애써 웃으며 남자의 팔을 당겼다. 아무 생각하고 싶지 않다..
시식코너들마다 돌아다니며 먹기도 하고 사은품을 주는 곳은 모두다 들려 받기도
하며 그렇게 한시간쯤 돌아 다녔다.
"살께 많은가 봅니다."
"그냥 기분전환이요. 그리고 반은 공짜인데 뭐 어때요?"
그리곤 또 아무 말없이 카트를 미는 사람..
옆에 있는 사람이 영준이였으면.... 바보 같은 생각...
"핫바 먹을래요?"
"네?"
이 사람의 직위는.... 신입사원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다.
뒤어서 계속 따라다니는 사람. 그리고 급한 스케줄이라도 있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 보는 사람은 이 남자의 비서쯤?!...
손을 잡고선 핫바코너로가 양손에 세개의 핫바를 들었다. 계산도 하였고
내 옆에 있는 남자에게 하나 그리고 내꺼 하나 또 하난 뒤어서 난처한 얼굴의 사람
에게 하나..
"맛있겠죠?"
손에 받아 들고선 아무말도 못 하고 어버버거리며 있는 사람이 너무 웃기게만 보였다.
내가 언제 이렇게 웃었더라...
깔끔한 정장에 핫바를 들고선 나를 바라보는 두 사람이 너무 웃겼다. 하지만 꾹 참았다.
"어서 먹어요."
"......"
"맛있는데... 실은 내가 먹고 싶은거라서.. 두개 다 먹으면 배부르고..
나중에 한입만 줘요!"
"........."
"내꺼도 한입 줄께요."
"........"
"그리고 이거만 먹고 가요. 바쁜 사람이잖아요."
"........"
아무말 없이 나를 바라보는 이 남자. 다시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 나이다.
영준이 내 옆에서 이렇게 있기도 했는데... 지금은 언니 옆에서 웃으며 보내고
있을 사람... 쓸쓸한 미소가 입가에 걸린다..
맛있게 먹으며 카트를 밀며 그렇게 쇼핑을 했다. 웃고 있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진다. 웃고 있는 내모습이... 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바빠보이는 사람에게 핫바를 주는 내 모습도 그 핫바를 받아드는 사람도
모든게 우습게만 느껴졌다.
아무런 생각없이 계산대로 가고 있는 중 어깨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놀라
뒤를 돌아 보니 조금 전까지 같이 있던 사람이다.
"그렇게 먼저 가버리면서 핫바를 달라고 하는건 뭡니까?!"
"아..!!"
이제 말문까지 막혔다. 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계산해야죠?"
자기물건인것 마냥 계산대에 물건을 올리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계산이 끝난 물건을 봉투에 담아 정리까지 해주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나도 이렇게 누군가에 보살핌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
더 좋았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보살핌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그런 생각
이들었다. 항상 내가 하던 일이니까.. 그 누구의 도움도 보살핌도 없이...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며 초콜릿봉투를 꺼내어 주었다.
"왜 주시는지..."
"감사해서요. 가방을 찾아 준것도... 그리고 슬픈날 혼자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해줘서요. 그럼..."
인사를 하고 돌아 섰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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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글을 끝내고선 이제서야 다시 글을 올립니다.
장마라 그러더니 비도 많이 오네요...
태풍이 온다더니... 다들 피해 없도록 조심하시구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많이 읽어 주세요~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시작 ]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1
현아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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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0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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