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東歐, 유럽의 ‘공장’이 될 수 있나?
EU 가입으로 제조업 기지로서 위상 제고
폴란드, 헝가리를 비롯한 中東歐 국가의 EU 가입을 계기로 중동구가 새로운 제조업 기지로 각광받고 있다. 서유럽의 유수 기업들이 중동구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기진출 생산라인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한국 등 역외국 기업들도 EU의 관세 차별과 무역장벽을 우회하면서 코스트 절감을 노리는 1석2조 전략하에 중동구로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동구가 제조업 기지로 부상하리란 전망이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반면, EU 가입을 통해 서유럽과의 임금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면서 중동구의 투자 이점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동구가 과연 ‘세계의 공장’ 중국과 비교되는 ‘유럽의 공장’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관심을 끈다. 이와 관련, 美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중동구의 제조업 기지로서의 가능성이 높고 특히, 서유럽시장을 타겟으로 할 경우 자동차, 백색가전 등 일부 산업은 중국보다 입지 여건이 좋다고 분석하여 주목된다.
왜 중동구 인가? 단순히 低賃 만 노리는 것은 아니다
중동구 등 저코스트 국가들(Low-cost countries; LCC)의 이점으로는 무엇보다 임금을 비롯한 낮은 생산비용을 들 수 있다. BCG 분석에 의하면, 폴란드의 생산비용은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24%에서 30% 낮고 특히, 독일에서 제조업을 하는 기업들이 폴란드로의 이전을 통해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구 주요국(폴란드, 헝가리, 체크 + 슬로바키아)의 경우 임금수준이 대동소이 하므로 폴란드의 서유럽 대비 낮은 생산비용은 헝가리, 체크 등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 표 1 > 폴란드 생산의 서유럽 각국 대비 코스트 절감 효과
국 명 |
독 일 |
이탈리아 |
영 국 |
프랑스 |
아일랜드 |
스페인 |
평균 절감율 |
30% |
27% |
26% |
26% |
25% |
24% |
자료 : BCG
주: Average savings estimated for 4 selected industries (white goods, steel, FMCG, auto)
< 표 2 > 중동구 주요 4개국의 임금 및 생산성 수준
국 명 |
폴란드 |
헝가리 |
체 크 |
슬로바키아 |
독 일 |
월평균 임금 (유로) |
578 |
518 |
494 |
326 |
2,808 |
노동생산성* (US$) |
7.11 |
8.31 |
6.90 |
5.25 |
30.43 |
자료: Dresdner Bank, "Investing in Central & Eastern Europe (2003. 7),
IMD World Competitiveness Yearbook 2003
주: *시간당 근로자 1인당 GDP
그러나, 중동구에 진출하는 것은 단순히 低賃 만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BCG는 중동구 진출은 비용 면에서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기술, 유연성, 품질, 생산성 등의 면에서도 혜택이 있다고 분석한다.
저임 외 강점으로는 우수 인력이 풍부한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IMD Business School’이 세계적 기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의하면, 숙련노동력 활용 가능성에서 폴란드, 헝가리, 체크, 슬로바키아는 영국, 이탈리아 및 중국 등의 나라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숙련 노동력에 대한 접근도가 높은 중동구 투자기업들은 자동화보다 노동력을 많이 활용할 수 있어 제조시 유연성을 높일 수 있고 따라서 기업들은 新제품을 더 빨리 출시할 수 있게 된다. “중동구의 고수준 숙련노동력과 신규 공장 설립의 잠재력에 힘입어 저비용으로도 고품질 제품의 제조가 가능해 진다.”는 BCG 전문가의 이야기이다.
임금 격차의 해소로 중동구의 강점이 사라진다?
EU 가입, 경제발전으로 서구와의 임금 격차가 빠르게 해소되면서 LCC로서 중동구의 강점이 사라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BCG의 의견은 다른데 중동구의 수요와 현대화 진전으로 노동 및 기타 비용이 상승하겠지만, 비용상의 우위는 한 순간에 증발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현재 독일과 신규가입국 간 제조업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임금 차이는 많게는 90%나 되는 상황인데 향후 서구의 성장률을 2-3%, 신규 가입국 성장률을 5-7%로 전망하면, 노동비용의 수렴(收斂)에는 수십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물론 중동구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빠르고 서구에서 급진적인 변화(예컨대 실질임금 인하)가 있다면, 임금 접근의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BCG는 상당한 임금 격차가 급속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고 실제 지난 86년 포르투갈과 그리스의 EU 가입 이후 경험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중동구 일부 산업의 제조업 입지, 중국과 비교할 만하다
BCG는 기업의 해외직접투자와 관계되는 노동(비용) - 물류(비용) 사이의 상쇄효과(trade-offs)를 감안하여 분석한 결과, 유럽시장을 겨냥하는 기업에게 중동구는 다수 산업에서 ‘세계의 공장’ 중국보다 더욱 유리한 제조업 입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코스트’란 시각에서 보면, 노동비용의 내용(labor cost content)과 제품의 積荷價(cargo value of a product)가 입지 선정을 위한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 BCG는 기업이 유럽시장을 겨냥할 때, 낮은 적하가의 제품 그리고 비숙련노동 비중이 비교적 낮은 제품의 경우 중국 내 제조 보다 중동구에서의 제조가 더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중국보다 중동구 내 제조가 유리한 제품(산업)의 예로 자동차, 백색가전, 철강, 가구 등을 들었다.
[ * 적하가가 낮은 제품이란 부피는 크나, 단위당 (큐빅미터 등) 적하가가 낮은 제품을 의미하며, 비숙련노동 비중이 낮은 제품은 숙련노동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는 제품을 뜻한다. 한편, 철강, 가구의 경우 폴란드의 강세 산업인 바, BCG는 동 산업의 제조업 입지로 특히 폴란드를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역관 註 ]
반면, 전자제품, 컴퓨터, TV 셋트, 고급의류제품 및 스포츠 장비 등은 重厚한 제품이 아니고 운송비용이 아주 비싸지 않은 바, 이러한 산업의 제조활동에서 중동구 국가들이 중국보다 앞서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역사적인 EU 확대와 함께 중동구의 저렴한 생산요소, EU의 무역장벽과 관세차별, 거대 시장 등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들도 중동구 투자를 통한 EU 진출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EU의 역외관세율과 무역규제가 상대적으로 높은 전자산업도 전술한 BCG의 유망산업에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원: BOSS Business News Poland, 주간 Warsaw Business Journal, 기타 자료 종합
작성자: 바르샤바무역관 김삼식 차장 (sk7192@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