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소설 '절반의 실패'의 저자인 작가 이경자 씨가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당당하게 앉아 있군요. 때는 2005년 5월 15일 전남 구례군 섬진강변 근처. 얼마전까지 이곳 농가에 집을 구해놓고 집필활동을 했던 소설가 김남일 씨의 창작현장을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김남일 씨는 소설이 써지지 않으면 심야에 섬진강변에 있는 이곳 정자에 앉아 순천에서 구례를 거쳐 북쪽으로 끝없이 올라가는 차량의 불빛행렬을 하염없이 바라봤다더군요. 때로는 새벽 3시이든 언제든 시간을 가리지 않고 선배 작가인 이경자 씨에게 전화를 걸어 "죽고 싶다"고 창작의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다는 곳입니다. 이경자 씨가 김남일 씨의 전화 때문에 밤잠을 설쳤던, 발신지이기도 한 바로 그 정자 옆 나무 그늘에 오월의 더위를 피해 세워둔 고가의 할리 데이비슨에 올라탔습니다. "야! 김남일, 이제 아무때나 전화하지마, 괴롭히면 오토바이 타고 구례까지 내려와 '아작' 낼겨!"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사실 이 오토바이의 주인은 수년간 지리산 근처에 머물러온 이원규 시인입니다. 이원규 시인은 문예진흥원이 후원하는 제1회 힘내라 한국문학 축제가 열린 이곳 구례에 온 '중앙'의 문인들을 안내하느라 '잘생긴'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관광버스를 인도하며 구례와 섬진강 일대를 누볐답니다. 나중 구례 일원에 갔다가 경찰 사이카 비슷한 것이 도로에 지나가거들랑 "혹시 지리산 시인 이원규 선생이 아닐랑가?"하고 한 번쯤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