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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창고가는길
 
 
 
카페 게시글
상운재소식 스크랩 여든, 봄날은 왔다.
고진감래 추천 0 조회 96 09.04.26 23:41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토요일 오후...시간이 잘 안간다.  오후 4시까지는 일을 해야 한다. 맘만 바쁘다.

오늘은 귀한 초청을 받아논 날이기 때문이다..

바로 하잘것 없는 이몸을 <주치의>로 모셔주시는 <어머님>의 팔순잔치가 있는 날이다.

 

<어머니>의 댁은 김포하고도 고촌에 사신다.

꼬박 한달에 한번 병원에 오신다. 내 스스로 몸둘바를 모른다.

 병원이 바쁘면 그야말로 5분 진료이건만... 한시간 가까이 달려오신다.

"어머니 처방전에 의뢰서 드릴테니 힘드신데 근처 병원가세요."

"되었어.  그냥 바람쐬러 오는거야.  그냥 편해서 오는거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제가 특별히 잘해드릴게 없어요.  그냥 동네에서 정붙이시면 괜찮으신데....."

"원장님이 잘 생겼잖아" 웃으시며 넘어가신다.

 

어머님은 일찌기 남편을 여위고 힘들게 세상 살며 1남3녀를 씩씩하게 키워내신 강하시면서도 부드러운...

눈물나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중 한분이시다.

 

69세에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병상을 헤메신 적도 있다.

불편한 몸에 남들은 세상접고 지낼 칠십중반에 그림을 <흉내내기> 시작하셨다.

"손녀들 쓰다 남은 에노그 찌꺼기들 그냥 버리기 아까와 그냥 칠해보는거야."

이 한마디가 당신 불편한 몸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가 되셨다.

 

그렇게 세월이 또 흘러 그만큼 한점 두점 <흉내내기>가  33개의 <작품>이 되어 팔순잔치에 봄꽃을 피우게 되었다.

<여든 봄날은 왔다>

제목이 필요없다.  어머니의 삶이 여든이시고, 그 삶이 봄날이시다.

 

고령화 사회.

남들은 걱정과 비관만 하고 있을 때, 그냥 삶을 사시며 세상사람들에게 작은 빛을 보여주신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은은히 비춰주신다. 

앞서 묵묵히 나가신다.......

 

스크린에 어머님 모습이 담기고....<여든 봄날은 왔다>는 팔순 <주제>가 가슴에 와닿는다.

낮은 나무탁자에 소박한 올림상이 차려지고, 가족분들이 <노가바> 축하노래를 부르신다.

거실,작은 방들에 어머니의 <작품>들이 줄줄이 걸려있다. 

 

<남편은 숲길을 좋아 했다>  (캔버스,아크릴/30x30cm/2008) 

..........

일찍 여위신 남편과 따님이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얼마나 그리우실까?

 

<두부 큰딸 부부>  (캔버스, 아크릴 / 38x45.5cm/2008)

큰 따님과 사위, 두부를 빚고 계시다.  지금도 두부를 만드신다

그림 뒤쪽 메뉴판이 가슴에 젖는다.

<두부,국수...비빔밥.>

오는 길에 비닐봉지에 담긴 팔순잔치 <선물>을 받았다.

큰 따님 부부가 손수 빚으신 <두부 한모>. 

집에와 구워먹으니 정말 맛이 구수하다.

그림 저귀퉁이에 내 스스로 앉아 있는 있는 듯하다.

 

<아들 부부 어른되던 날>  (캔버스, 수채 / 33x24cm /2009)

어머니 당신의 삶과 기억이 고스란히 뭍어있다. 

뒷배경의 꽃이 화사하고 이쁘다.

이 또한 어머니의 바램이 그대로 베어있을 듯....... 

 

<잘~ 들 논다>  (캔버스,아크릴 /45.5x38cm/2007)

꼬리치는 금붕어가 살아움직인다.

몸 불편하신 어머니 당신의 바램일까?

 

<신식부처님-묘향사후불탱화>  (캔버스,아크릴 / 38x45.5cm / 2009)

어머니는 불자이시다.

그러기에 부처님을 <가지고 노신다>  정말 도가 트이셨나보다. 

 

<미술학원 냄새가 나는 정물>   (종이,아크릴 /27x39cm / 2008)

"과일 바구니 그림자를 표현하려 했더니 너무 진하게 되어버렸네"

다 그려놓아도 미완성작품이다.   

<그림 흉내내는 사람들> 모두의 아쉬움이다.

 ...................................

....................................

이렇게 팔순 봄날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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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4.27 00:06

    첫댓글 소박한 그림들이 감동적입니다. 자신의 삶을 그림으로 표현 한다는 것... 생활에서 멀어기면 도가 아니라는 옛 선비의 말이 생각나네요.

  • 09.04.27 10:21

    전혀 아마추어 느낌이 나지 않는군요... 나이 들어 가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늘 시도하는 삶이 위대합니다.

  • 09.04.27 23:24

    와.... 너무 잘 그렸다. 노인이라 해서 매일 유치원생 같이 다루는 노인대학 말고, 진정 이런 수준 높은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생활이 필요할 듯.... 나도 할머니 되면 그림 그릴까? 피아노 치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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