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터미널은 '군'을 대표하는 버스터미널이다.
동서울행을 비롯 수많은 시외와 시내버스의 기점이기도 하다.
좁디좁은 승차장 안에서 시외와 시내가 손님을 하나라도 더 태우기 위해 끊임없는 신경전을 벌인다.
그러면서도 몇 십년이란 세월동안 하나가 되어 공존하기도 했다.
더없이 평화롭고 안정되어 보이지만 알고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곳.
수많은 사람들을 품에 안고 말없이 앉아있는 터미널이 조그만 음성으로 내게 속삭이는 듯 하다.
'내 마음이 들리니'

가히 3년여만에 들리는 음성터미널.
당시에는 이런 곳엔 전혀 관심이 없었던터라 그냥 버스만 타고 지나쳤지만, 이제는 제대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왔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심지어 저기 있는 '김천' 간판까지 그대로다.

바깥사진 몇 컷을 찍고 조심스레 안으로 발길을 옮긴다.
터미널 사진을 찍을땐 아예 처음 방문하는 곳을 찍는게 낫다.
음성처럼 익숙한 곳일수록 오히려 사진 찍는게 낯설고 부끄럽게 느껴진다.

어르신, 엄마와 아이들, 커플들이 째려보는(?) 시선을 당당히 맞받아내고,
매표소와 마주보고 있는 매점 사진을 한 장 찍어본다.
여기는 특이하게도 매점 위까지 시간표가 걸려있다.
매표소와 매점을 같이하는 것도 아닌데 참으로 신기하다.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한건 없지만, 유일하게 달라진게 있다면 LCD TV와 자동발매기일 것이다.
한 눈에 봐도 들여논지 얼마 안된듯 반짝반짝 맵시를 뽑내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다는 것.
자동발매기야 그렇다 쳐도 TV는 아예 자판기에 가려져서 매점쪽에선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것 같다.
왠만하면 잘 보이는데다 걸어주지...;;

밖으로 나와 승차장을 사각사각 거닐어 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 틈에 제대로 사진찍기조차 버겁지만,
용기내어 보라돌이 세 대와 시내버스 한 대가 주차된 평화로운 모습을 담는다.

언제적에 지어졌는지 감도 안 잡힐 낡은 시설물들...
하지만 인고의 시간만큼이나 당당하게 버티며 튼튼히 지탱해주고 있다.

증평을 오가는 아성교통 로얄미디 신차.
조용히 출발을 기다리는 버스는 그 어떤 사람도 받지 않는다.

얼핏 보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또다른 조그만 승차장.
그 옆에서 잠시 쉬고 있는 음성교통 대우차 두 대.
정신없이 푹 패인 주차장까지 온갖 부조화의 투성이지만, 너무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 같다.

시내버스 시간표가 걸려있는 또다른 승차장.
일부 버스가 여기서 출발을 하는 것 같지만, 적어도 나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더없이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곳은 소리없는 전쟁터다.
매일 입구를 가로막는 차들과 씨름하고, 안에서도 시외와 시내 사이의 견제도 은근히 치열하다.
그러면서도 몇 십년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 음성터미널이 마치 나에게 조그맣게 속삭이는 듯하다.
'내 마음이 들리니'
첫댓글 잘보고갑니다..시지역보단 군터미널이 더 아늑하고 좋은거같아요...어쩔때보면 정이넘친다고 해야하나요?군안의 면지역터미널도역시나 같구요...
저도 동감입니다. 버스를 타기에는 큰 곳이 편하지만, 시끌시끌하고 복잡한 곳보다는 조그맣고 조용한 곳에 더 정이 가네요.ㅎㅎ
부대에서 휴가 나왔을때 한번 들려봤던 터미널이네요..그때는 빨리 서울 갈 생각에 정신없이 표끊고 탔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행기 잘 봤습니다. ^^
휴가나오면 정신없이 집에 갈 표부터 끊고 애타게 기다리게 된다죠...^^ 음성쪽에서 근무하셨나 보네요. ㅎㅎ
여행기 올릴때마다 아주 재미있고 정겹게 보고 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네.... 고맙습니다. ^^
어릴때 외가가 음성에 있어서 자주 이용하던 터미널이네요...
그런데..내가 기억하는 승차장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15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모습 그대로임이 더욱 신기하게만 느껴지네요...
잘 보고갑니다...^^*
15년 전에도 똑같았군요. 오랫동안 한결같음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죠. ^^
또 다른 곳의 정경을 봅니다.
그곳만이 풍길수 있는
따스한 향기겠지요.
조금은 설렁해 보일지 몰라도.
ㅎㅎㅎㅎ
잘 보고 갑니다.
썰렁하기보단 멋진 문구인데요? -_+
제가 82년도에 음성에 수시로 다닐때와 하나도 변한것이 없네요 대합실 내부 가게만 조금 단장된것이외에는
----밑에서2번째 시내버스승강장에 예전엔 버스가 들어와서 타고 내리고 했었읍니다 (통학생들이 주로 이용)
지금은 모르지만 ------음성하면 저하곤 인연이 무척 깊은 곳인데 이렇게 사진으로 봅니다
아버님이 38년의 공직생활을 마친곳이고 지금 음성군청길 건너편에 있던 관사에서도 살았는데
집앞은 시장이라서 고추장사하시는 분들이 엄청 많았던 기억이 있읍니다
청주집에가느라 지금은 작고하신 어머님모시고 음성터미널에서 매주토요일 버스를 이용 했는데 사진으로 보니 옛생각납니다 (그당시 청주터미널은 사직동터미널 )
82년이면... 벌써 거의 30년 가까이 지난 세월이네요.
그 30년이란 시간동안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물론 터미널을 제외한 주변 모습은 많이 변하였겠죠. 그 당시의 음성읍내 모습도 상상속으로나마 그려보고 싶군요. 좋은 얘기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