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03월의 시
詩題 : 早春 [服齋 奇遵先生 詩]
押韻 : 樓, 流, 柔.
暖風晴日共邊樓 정자 가에는 훈풍 불고 날은 맑은데
雪盡千江春水流 모든 강에는 눈 녹아 봄 물이 흐르네
忽憶故園啼鳥處 문득 추억하노니 고향 동산의 새 울던 곳과
門前楊柳幾枝柔 문 앞에 실버들 몇 가지는 보드랍겠구나
○복재 기준(1492∼1521)의 본관은 행주(幸州)이고, 자는 자경(子敬), 호는 복재(服齋)·덕양(德陽)이며,
시호는 문민(文愍)이다.
조광조의 문하에서 수학하였고 1514(중종 9)년 별시 문과에 응시하여 병과로 급제하였다.
이후 사관(史官)을 거쳐 1516년 저작(著作)으로 천문 예습관(天文隸習官)을 겸하였고,
홍문관박사·검토관·수찬·시강관 등을 거쳐 1519년 응교가 되었다.
원래 행주 기씨는 경기도 고양시 고봉산 아래에서 살았으나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 1527 ~1572)의
아버지 기진(奇進;1487~1555)이 성리학을 연구하다가 그의 동생 기준(奇遵)이 1519년(중종 14)
남곤(南袞) ·홍경주(洪景舟) 등의 훈구파(勳舊派)에 의해 조광조(趙光祖) 등 신진 사류(新進士類)들이
숙청된 기묘사화(己卯士禍) 때 온성으로 귀양을 가서 죽임을 당하자
권속을 거느리고 서울을 떠나 둘째 형 기원(奇遠)과 함께 광주로 낙향하면서 자손이 번창했다.
복재 奇遵은 23세에 출사하여 신진 사림파로 크게 활약하던 가운데 28세에 기묘사화를 당하여
牙山으로 유배되었다.
이듬해에는 죄의 가중으로 穩城으로 移配되어 圍籬安置 되었다가 서른 살의 젊은 나이에 사사되었다.
이렇게 순탄치 않게 살았던 그의 삶을 반영해내듯 그의 문학 작품들에는 悲哀感이 강하게 표출되어 있다.
복재 기준의 『德陽遺稿』 안에 305제 450여 수의 시가 남아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중 대부분의 작품들은 己卯士禍 이후 유배기에 지어진 것들이다.
일반적인 유배문학 작품들이 울분과 좌절이라는 현실과의 갈등 양상과 안분과 자적이라는
현실에의 동화 양상이 동시에 드러나는 것과는 달리
기준의 시작품 안에는 현실에의 동화 양상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은 당시 그가 처해있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기준 유배문학이 갖는 하나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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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문헌학회 회원 시고
梅香隱隱上高樓 매화 향기 은은한 정자에 오르니
雪盡前江澎水流 눈 녹은 앞 강에 물이 불어 흐른다.
細雨濛濛煙霧岸 봄비 몽몽 하니 안개 덮인 언덕에
時方楊柳欲枝柔 지금 바로 버들은 부드럽게 되려네.
學松 宋泰鍾
和風日暖共城樓 온화한 바람 따뜻한 날씨 성루에 함께하니
月印千江與水流 모든 강에 달떠 봄물과 함께 흐르는구나
已發梅花忙報信 이미 핀 매화는 봄소식 전하기 바쁘고
雁陣思鄕柳枝柔 기러기 고향 생각 버들가지 부드러워진다.
金谷 朴炯駿
西山落照映雲樓 서산 낙조가 구름 낀 누각에 비추고
旱魃長長無水流 긴긴 가뭄으로 흐를 물이 없구나
今亦春來春不似 올해에도 봄은 오건 만 봄 같지 않고
只擾風前楊柳柔 바람결에 부드러운 버들만 요란하네
江齋 梁一太
南原芳草隔江樓 남쪽 언덕엔 꽃향기 풀 강건너엔 누각
谷水潺潺解凍流 계곡물 졸졸졸 얼음 녹아 흐르네
雨氣煙霞充大地 비가 오려고 노을은 대지에 가득한데
隨陽柳絮帶靑柔 양지쪽 버들개지는 푸른 싹이 돋았네
春壽堂 梁會翊
登攀德裕雪川樓 촬영하러 덕유산 설천루에 오르니
福草黃開笑意流 노랑 복수초 활짝 웃음꽃 흐르네
柳絮初春溪谷擺 초봄의 버들개지 계곡에서 뽐내니
乾坤調和卽剛柔 천지(건곤)의 조화가 곧 강유(음양)의 조화렸다
淸路 宋富鍾
榮山林道上望樓 영산강 숲길로 망루에 올라보니
野鴨雙雙浪隨流 물오리 쌍쌍이 물결 따라 흐르네
遠樹浮雲倒水裏 먼 숲에 뜬구름은 물속에 거꾸러지고
湖頭細柳動飄柔 호수 가에 가는 버들가지 산들거리네
竹山 金萬源
春景遙看獨上樓 봄 경치 먼 데까지 보려고 루에 올랐더니
旣開柳眼日華流 버들은 벌써 눈을 뜨고 날은 화창하네
麥田抱卵棲雌雉 까투리는 보리밭에서 알을 품었는데
雄雉徘徊情話柔 배회하는 장끼의 정담은 부드럽네
磻溪 李正淑
二月故鄕江上樓 이월의 고향은 강 위의 루정이요
風和日暖水長流 온화한 바람 따뜻한 날 강물 길이 흐른다
百花滿發乾坤靜 온갖 꽃 만발하니 건곤이 고요하고
春節方深芳草柔 봄이 깊어지니 향기로운 풀 부드럽다
休齋 崔洙現
賞玩風光上水樓 좋은 경치 구경하고 수루에 올라가니
高山殘雪盡消流 높은 산에 남은 눈이 다 녹아서 흘러가네
寒梅爛漫鶯歌舞 찬 매화 곱게 피니 꾀꼬리들 춤을 추고
楊柳垂枝性直柔 늘어선 버들 곧고 부드러운 품성이네
河星 金弼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