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중 소아과가 가장 붐비는 때가 바로 4월이라고 한다. 큰 일교차와 유해균까지 번성하게 만드는 따뜻한 날씨 때문일 것이다. 그런 탓인지 해마다 이맘때쯤에는 각종 바이러스 질환이 극성을 부린다. 봄철에 유행하는 질병에는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해야 예방할 수 있는지, 이미 발병했다면 어떻게 간호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봄철에 유행하는 질병은 대부분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따뜻한 봄 날씨가 바이러스의 활동을 왕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봄에는 아직 일교차가 크고, 계절이 바뀌면서 인체의 면역력도 떨어진 상태여서 바이러스 질환에 쉬 감염된다. 본래 어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한 아기는 두말할 나위 없다. 아기들이 봄철에 잘 걸리는 대표적인 질환은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 질환과 수족구병, 헤르판지나, 뇌수막염, 돌발진 등. 이 질환들은 대개 열을 동반하면서 아기가 몹시 힘들어해서 일단 발병하면 간호하는 엄마들도 쉽게 지치곤 한다.
겨울보다 봄에 잘 걸리는 ‘감기’
아기들에게 감기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 건강한 아기도 1년에 평균 7∼8회씩 감기를 앓는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당연히 거치는 연례행사로 무심히 넘겨버릴 수는 없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감기에 걸리면 여간해선 낫지 않고, 오래간다 싶으면 합병증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후두염, 세기관지염, 폐렴, 중이염 등을 꼽을 수 있다. 감기 합병증은 감기보다 더 많이 아프고 위험하기 때문에 감기를 감기 그 자체로 끝날 수 있게 아이를 간호하는 것이 필수. 또 합병증이 발생했다면 바로 그에 맞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감기 합병증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요 | 감기 진행 과정은 아기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비슷하다. 먼저 갑자기 열이 오르면서 보채고 재채기를 자주 한다. 그러다 몇 시간 지나면 콧물이 나오고, 코가 막혀서 숨쉬기를 힘겨워한다. 구토와 설사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열은 몇 시간에서 3일 정도까지 계속되지만, 이것으로 끝이다. 감기만으로 더 이상 오래 열이 오르는 경우는 별로 없다. 만약 열이 계속 오른다면 중이염, 폐렴 등과 같은 합병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잘 먹지 못해 고생하는 ‘수족구병’
수족구병은 이름 그대로 손(手), 발(足), 입(口)에 물집이 잡히는 병이다. 수족구병의 주요 원인은 콕사키 바이러스다. 물집 속에 있는 이 바이러스는 다른 사람에게로 전염된다. 입 안의 물집에서 나온 액체가 섞인 침, 손등과 발의 물집에서 나온 액체, 감염된 아기의 분변을 통해서 전해지는 경우도 있다. 보통 생후 6개월에서 5살까지 발생하는데, 만 4살이 넘으면 수족구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요 | 처음엔 감기와 비슷하게 열이 나며, 손·발·입 안에 물집이 잡힌다. 열은 2∼3일 사이에 많이 발생한다. 물집은 손보다는 발에, 그리고 발보다는 입 안에 많이 생기는 것이 보통. 별다른 처치 없이도 5∼7일 정도 지나면 물집 속 액체가 마르며 병세가 호전된다.
물집이라고는 하지만 가려움이나 열감 등이 거의 없어 별로 고통을 주지는 않는다. 때문에 손과 발의 물집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입 안의 물집이다. 음식을 먹을 때 물집이 터지면 입 안이 헐어서 통증이 크다. 이 때문에 수족구병에 걸린 아기들은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이로 인해 탈수와 탈진이 되기도 한다. 수족구병에 걸린 아기가 기운 없이 처지며 잠만 자려고 하는 건 모두 탈진 신호이므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와 함께 소변을 보는 횟수가 줄고, 소변 색이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도 탈수 신호다.
목이 심하게 아픈 ‘헤르판지나’
입 안에 물집이 생기는 병으로 수족구병과 비슷하다. 그러나 수족구병과 달리 물집이 입 안에만 생기고, 물집의 위치도 수족구병보다 더 안쪽이다. 수족구병으로 생기는 물집은 보통 입과 가까운 쪽이지만, 헤르판지나의 물집은 입보다는 목구멍에 가깝다.
원인은 콕사키 바이러스나 에코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일단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주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뒤 하나 둘 물집이 생기며 진행된다. 대부분의 경우엔 증상이 약하고 큰 부작용 없이 3∼6일 뒤에 자연 치유된다. 아주 드물게 무균성 뇌수막염의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요 | 물집이 생긴 후 2∼3일이 지나면 1∼2㎜ 정도였던 물집 크기가 3∼4㎜까지 커진다. 커진 물집은 조그만 자극에도 금방 터져 궤양이 된다. 고열과 함께 두통이 심하고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음식을 먹으면 입천장이나 목젖 등에 생긴 물집이 자극을 받아 큰 통증이 오기 때문이다.
목이 너무 아파 침조차 삼키지 못해 침을 줄줄 흘리는 경우도 있다. 고열과 함께 심한 구토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구토는 5세 미만의 어린 아기들 중 약 25%에서 관찰된다. 수족구병과 마찬가지로 탈수와 탈진의 위험이 있으므로 엄마가 주의해서 관찰해야 한다. 탈수와 탈진이 된 듯하면 빨리 병원을 찾아 이에 대한 처치를 해주어야 한다.
“기응환도 준비해 두어야 할까요?”
아기가 놀라거나 경기를 할 때 먹이면 좋다고 알려진 기응환. 어떤 이들은 보약이나 예방약으로 먹이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기응환이 어떤 약이건 간에 자주 먹여 좋을 게 없다고 이야기한다. 생후 6개월까지의 아기는 감각이 예민하기 때문에 조그만 자극에도 심하게 반응할 수 있는데, 이는 아주 정상적인 것이다. 또한 이런 반응은 조금 지나면 저절로 진정되는 법이어서 구태여 약을 먹일 필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기에게 이상이 있어 놀라거나 경기를 일으켰는데 약을 먹여 진정시켜 놓으면 그 원인에 대해 파악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놀라거나 경기를 일으키면 아기를 안정시키고 경기할 때 적합한 응급조치를 한 뒤 곧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감기와 비슷한 ‘무균성 뇌수막염’
뇌수막염은 세균성 뇌수막염과 무균성(바이러스성) 뇌수막염으로 나누어진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심한 신경계의 후유증이나 사망을 초래할 정도로 중한 병이지만, 무균성 뇌수막염은 별다른 합병증 없이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다가 자연 치유된다. 증상만으로는 세균성 뇌수막염과 무균성 뇌수막염을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뇌수막염 증세를 보이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무균성 뇌수막염은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보통 3∼4년을 주기로 유행하는 것이 특징. 홍역이나 풍진, 수두, 감기 등 다른 바이러스 질환이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별다른 합병증 없이 깨끗이 낫는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성 질병은 한 번 앓고 나면 면역력이 생겨 다시 걸리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여러 가지여서, 한 번 뇌수막염을 앓았던 아이라도 다시 뇌수막염에 걸릴 수 있다. 때문에 무균성 뇌수막염이 유행하는 시기라면 예방을 생활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요 | 무균성 뇌수막염은 가벼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감치처럼 열이 나고, 콧물과 기침 증세를 보인다. 하지만 감기와 다르게 시간이 지나도 열이 내리지 않고 오히려 심한 두통과 구역질, 구토 증상을 보인다. 이들 증상은 원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며 그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무균성 뇌수막염은 감기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안정을 취하며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진통제를 사용하는 정도. 해열제로 열을 내리고 영양 주사로 조절해 주는 등 충분히 안정을 취하면 80∼90%는 대개 일주일 내에 좋아진다.
39℃ 이상의 고열이 나는 ‘돌발진’
돌발진(Exanthem subitum)은 생후 6∼15개월 사이에 걸리는 바이러스 질환. 헤르페스 바이러스인 HHV-6가 원인균인데, 아직 정확한 감염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아기가 태어나 처음으로 체온이 38℃를 넘었다면 돌발진일 가능성이 높다.
극히 일부의 경우 HHV-6이 아닌 HHV-7에 의해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HHV-7에 의한 돌발진은 HHV-6에 의한 돌발진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이 앓으며, 열이 높지 않고 병의 지속시간은 짧다. 하지만 뇌염, 뇌수막염, 간염 등의 발열성 질환이 합병증으로 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HHV-6에 의한 돌발진은 대부분 다른 합병증 없이 일주일 정도면 호전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요 | 39∼41℃까지 오르는 고열이 4∼5일간 계속된다. 고열 때문에 열성 경련이 생길 수도 있으며, 열이 떨어지면서 발진이 생긴다. 얼굴이나 다리보다는 몸통, 목, 귀 뒤에 많이 나타나며, 홍역보다는 옅은 열꽃이다. 발진이 나타나면 이제 병의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보면 된다. 발진은 이틀 정도 지나면 없어진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죠?”
안타깝게도 바이러스성 질환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집에서 간호할 때는 증상을 덜어주는 것이 최선이다. 봄철 유행성 질병은 대부분 열, 기침, 코막힘 등의 감기 증상을 동반한다. 또한 경우에 따라 목이 아파서 음식을 잘 먹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은 아기를 몹시 힘들게 하기 때문에 엄마로서는 간호하기가 무척 힘이 든다. 어떻게 하면 아기를 좀더 편안하게 하고, 질병도 잘 이겨낼 수 있을지 알아보자.
기침을 심하게 하고 가래가 나와요 | 감기일 때 기침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일은 드물다. 일 주일 이상 기침이 계속된다면 감기 합병증이나 천식 등 다른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엄마는 아기의 호흡기 관리에 힘써야 하는데, 호흡기 관리를 잘 해주면 빨리 낫고 합병증에 걸릴 가능성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선 공기를 건조하지 않도록 가습기를 틀어준다. 물론 가습기 물은 매일 갈아주고, 팔팔 끓여 식힌 물을 사용하는 등 가습기 관리도 잘해야 한다. 만약 가래가 심하게 끓는다면 손바닥으로 등을 두드려서 가래를 뱉게 한다. 또 누워만 있으면 가래가 한쪽으로 고여 잘 나오지 않으므로 엎드리거나 옆으로 눕게 하는 등 자세를 자주 바꾸어준다. 말귀를 알아듣는 아이라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힘껏 내쉬게 하면 가래가 잘 나온다. 수분이 부족하면 가래가 진해져 잘 안 나오므로 물도 충분히 먹인다.
열이 나요 | 봄철 유행성 질환의 대부분은 열로 시작되는데, 열을 내리도록 처치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열이 39℃ 이상이라면 빨리 병원을 찾는 편이 낫다. 38℃ 정도의 열은 적절한 처치와 해열제로 떨어뜨릴 수 있다. 먼저 아이의 몸을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닦아준다. 찬물이나 알코올은 모세혈관을 수축시켜 열을 내리는 데 도움이 안 된다. 특히 알코올이 몸에 흡수되면 저혈당증으로 경기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그래도 열이 계속되면 해열제를 사용하는데, 해열제를 먹인 뒤 1시간이 지나도록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목이 아파 음식을 못 먹어요 | 수족구병이나 헤르판지나 등에 걸리면 목에 물집이 생기는데, 이로 인해 목이 아파서 음식을 잡 섭취하지 못한다. 이럴 때는 맵거나 짠 음식을 피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여야 한다. 또한 뜨거운 음식보다 찬 음식이 목의 통증을 덜어준다. 야채 수프, 미음 등의 유동식을 먹일 때는 미지근하게 식혀 먹이고, 젤리나 푸딩, 아이스크림 등과 같이 차고 부드러운 것을 먹이는 것이 좋다. 목 통증이 심해 물조차 삼키기 힘들다면 병원을 찾아 탈수와 탈진을 예방할 수 있는 수액 주사를 맞힌다.
콧물이 심하고 코가 막혀 답답해해요 | 콧물이 많거나 코가 막히면 코를 풀어주어야 한다. 아기들은 코로만 숨을 쉬기 때문에 어른보다 콧물·코막힘을 더 힘들어한다. 말귀를 알아듣는 아이라면 한쪽 코를 막고 ‘흥’ 하게 해서 반대쪽 코를 푸는 방법으로 양쪽 코를 다 풀어준다.
그리고 코가 막혔을 때는 수분 섭취를 늘리고, 가습기를 사용하여 코를 묽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코막힘이 심할 때는 식염수를 서너 방울 콧구멍에 넣어주어도 좋다.
봄철에 유행하는 또 다른 전염병들
볼거리 | 늦겨울에서 시작해 봄까지 유행하는 환절기 바이러스 질환. 생후 6개월 이내의 아기들은 모체 면역 때문에 걸리지 않고, 이후에는 백신 접종으로 예방한다. 볼거리는 앓더라도 경미하게 지나가기도 한다. 발병하면 1∼3일 동안 39℃ 정도의 고열이 나고 귀밑 이하선이 부으며 통증이 온다. 이 때문에 입 안이 바짝 마르고, 음식을 삼키지 못해 고생을 할 수 있다. 보통 3∼7일 정도 지속되다가 가라앉으며, 뇌수막염, 고환염, 난소염, 췌장염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지만 예방 접종만 잘하면 별 문제없이 지나간다.
홍역 |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 보통 2∼4년을 주기로 진행된다. 홍역에 한 번 걸리면 면역력이 생겨 다시 홍역에 걸리는 일이 없으며, 미리 예방 접종을 하면 걸리지 않거나 걸리더라도 경미하게 앓는다. 주요 증상은 열과 발진. 열과 함께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3∼4일 지속되다가 발진이 나타난다. 눈이 충혈되고 당기며 기침이 심하게 난다. 열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되는 것도 홍역의 특징. 발진은 귀 주변에서 시작돼 아래로 퍼져 나가고, 색깔도 점점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홍역은 중이염, 기관지염, 폐렴 등의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풍진 | 홍역과 비슷한 발진이 생기는 급성 전염병으로, 5∼10년 주기로 유행한다. 홍역보다 증세가 훨씬 가볍고, 한번 발병하면 평생 면역을 갖게 된다. 감염성도 홍역만큼 강하지는 않다. 콧물이나 기침은 없지만 목구멍이 조금 아프고, 희미하고 납작한 분홍색 반점이 아주 빠르게 몸 전체로 퍼져나간다. 이 반점은 3일 정도가 지나면 불에 덴 것 같이 얼굴 전체가 빨개지면서 사라진다. 이때 열은 조금 따끈한 정도이거나 거의 없다. 머리와 목뒤의 임파선이 붓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수두 | 물방울 모양의 수포성 발진이 온몸에 생기는 바이러스 감염 질환. 늦가을에서 초봄 사이에 잘 생긴다. 건강한 아기는 수두에 걸리더라도 특별한 문제없이 회복되나 면역 결핍이 있는 아기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열, 식욕 부진, 두통, 권태감 등이 1∼2일 나타난 뒤 발진이 생기는데, 몸통부터 손이나 발바닥까지 여기저기 돋아나 작게 물집이 생겼다가 몇 시간이 지나면 터지고 작은 딱지가 된다. 여러 개의 딱지가 앉은 뾰루지들 틈에서 2∼3개의 작은 물집이 새로 생긴 경우 수두라고 생각하면 맞다. 일단 딱지가 생긴 다음에는 다른 아이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감염 후 1주일 정도 지나면 병이 완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