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시흥문학상’ 당선작 발표
시흥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수준 높은 창작문화의 활성화와 한국 문학을 짊어질 시․수필 부문의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을 위해 ‘제14회 시흥문학상’ 전국공모를 실시했다. 2013년 10월 1일 부터 31일까지 한 달 간 공모한 결과 응모된 작품 수는 국내를 비롯하여 해외까지 총 400여명이 응모하여 시부문 1520편 수필부문 475편이다. 이 중에 예비심사에서 시부문, 145편과 수필 60편의 작품을 본 심사에 올려 4명의 심사위원이 심사를 하고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알려드리겠습니다.
구분 분야 성명(주소) 제 목
대상 시 박윤근 - 전북 익산시 부송동 「안녕, 피쉬맨」외 4편
우수상 시 김유섭 - 경남 진주시 서장대로 「너에게 나라는 질량」외 4편
시흥문학상 심사평 - 손택수(孫宅洙)시인 / 정끝별 (鄭끝별)시인
올해로 14회를 맞는 ‘시흥문학상’에는 총 시 부문에 210여 분의 작품 1520편과 수필 부문에 197분의 작품 475편이 응모되었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본심 대상작들은 시 29분, 수필 29분의 작품이었다. 시의 경우 시적 발상, 호흡, 이미지 구사, 적절한 잠언, 그리고 시의 길이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의 작품을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비슷비슷했다. 낯익은 서정과 풍경과 구조에 기대고 있는 작품들이 많았고, 작품의 완성도의 측면에서는 딱히 흠 잡을 데는 없으나 작품의 열도(熱度) 혹은 에너지를 내뿜고 있는 작품은 드물었다. 수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적절한 묘사와 인용, 그리고 회상과 현재적 성찰의 적절한 안배는 안전하되 새롭지는 않았다.
특히 이번 심사는 난항이었다. 시와 수필 모두, 대상으로 선정한 작품들을 선자 스스로가 번복해야 했다. 선정 작품들에 대한 표절 및 기발표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의 경우는 표절로 판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시적 소재, 시어 사용, 이미지 전개, 구조의 측면에서 기성 시인의 작품과 너무 흡사했다. 수필의 경우도 전형적인 당선용 기획 작품(!)이라는 혐의가 짙었다. 둘 다 자격 미달로 탈락시킬 수밖에 없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했던 이 심사과정을 굳이 공개하는 것은, 글 쓰는 우리 모두에게 경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우리가 왜 글을 쓰는지, 글을 쓴다는 게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그 초발심과 진정성을 다시 새겨봐야 할 것이다.
대상으로 시 부문의 ‘안녕, 피시맨’ 외 4편과 ‘입술’외 4편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숙고 끝에 선자들은 ‘안녕, 피시맨’ 외 4편의 손을 들어주었다. 완성도보다는 열도(熱度)를, 안전보다는 가능성을, 감각보다는 사유를, 이미지의 조탁(彫琢)보다는 통찰의 음역을 더 높이 평가했던 까닭이다. 또 다른 시의 우수작으로 뽑힌 ‘너에게 나라는 질량’외 4편은 요즘 시 답지 않게 낮고 소박한 목소리를 가졌다. 그래서 언뜻 보면 지나치기 십상인 작품이다. 그러나 선자들은 그 겸손함과 진정성을 높게 평가했다. 나직한 목소리로 거느리고 있는 시의 깊이가 결코 녹록치만은 않다. 수상작의 시적 개성들이 각각 다르기에, 선정 순위와 무관하게 시를 감상하는 기쁨이 있을 것이다.
시 부문 우수
너에게 나라는 질량
김유섭
너를 만날 때마다
무게의 눈금이 보고 싶지만
바람에 날리는 옷자락을 따라 사라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단다
이곳이 아름다운 별이라 하더라도
확신 없이 떠돌아야 하는 궤도
함께 웃고 떠들고 집으로 돌아와 백지처럼 증발해버린
너를 마주하게 되는 날들이 눈부셔
나는 자꾸만 허공 쪽으로 고개를 꺾고
허리마저 비트는 버릇이 생겼단다
가슴을 열어 펼쳐 보이는 그 짓
한줌 부스러기 같아서
다가가 덥석 껴안았던 그 어색한 눈빛
나는 형틀에 묶인 얼굴로
내동댕이쳐져서 흘러 다닌단다
얼마나 자주 낯선 질량 속으로
나를 던져 넣어야 했던지
한 치 오차도 없는 저울의 계산법으로
너는 휘파람 불며
이 광활한 세계를 잘도 오가는구나
첫댓글 김선생님 승승장구하시네요, 축하드립니다.
열심히 하시니 감사합니다. 좀 더 힘을 내세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윤선길 시인도 감사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