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東學)ㆍ천도교(天道敎)의 창시자. 본관은 경주(慶州). 초명은 제선(濟宣)ㆍ복술(福述), 자는 성묵(性黙), 호는 수운(水雲)ㆍ수운재(水雲齋)이다. 제우(濟愚)라는 이름은 어리석은 세상 사람을 구제하겠다는 결심을 다짐하기 위해 스스로 고친 이름이라고 한다.
[생애와 사상]
최제우는 1824년 10월 28일 경북 경주에서 부친 옥(鋈, 號 近庵)과 모친 한(韓)씨와의 사이에서 만득자(晩得子)로서 출생했다. 최제우의 7대조인 최진립(崔震立)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큰 공을 세워 병조판서의 벼슬과 정무공(貞武公)의 시호를 받은 무관이었으나 6대조부터는 벼슬길에 오르지 못한 몰락한 양반 출신이었다. 어려서부터 경사(經史)를 읽었고, 13세의 나이로 울산 출신의 박(朴)씨와 혼인했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17세에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게 되자 남달리 인생의 무상을 느끼고 참된 진리를 찾아 구도(求道)에 힘쓰게 되었다.
그리하여 유ㆍ불ㆍ도의 교리를 두루 섭렵해 보았으나 기성종교로서는 세상을 구원할 수 없음을 개탄하고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며 구도행각을 하는 한편, 음양(陰陽)ㆍ복술(卜術)ㆍ주술(呪術) 등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으며, 활쏘기, 말타기, 행상 등을 하며 세상인심을 경험했다. 1855년 32세 되던 해에 울산에서 초당을 마련, 조용히 묵상에 잠겨있는데 이상한 도인이 나타나 책 한권을 주는 것이었다. 이것을 《을묘천서(乙卯天書)》라 한다. 그 책을 받아 숙독하는 한편 기도생활을 계속했다.
특히 천성산(千聖山) 기도, 적멸굴(寂滅窟)에서의 49일 기도 후, 울산 집에서 적공을 드리던 중 그의 나이 37세 되던 1860년 4월 5일 갑자기 몸이 떨리고 천지가 진동하는 중에 상제(上帝)로부터 무극대도(無極大道)의 계시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1년 동안 가르침에 마땅한 이치를 체득, 도를 닦는 순서와 방법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1861년부터 이 도를 ‘동학(東學)’이라 부르며 사람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동학을 펴기 시작한지 불과 몇 달 만에 서학(西學)과 동일하게 취급되어 관청으로부터 탄압을 받고 고향을 떠나 피신 길에 오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는 남원 은적암(隱寂庵)에서 동학의 사상적 기반이 된 안심가(安心歌)ㆍ교훈가(敎訓歌)ㆍ포덕문(布德文)ㆍ몽중노소문답가(夢中老少間答歌)ㆍ논학문(論學文) 등을 제자들과의 서신(書信) 형식으로 이룩했다. 그러다가 1862년 남원으로부터 고향 경주로 돌아오게 된다. 그가 돌아오자 많은 제자들이 모여들었다. 이처럼 신자들이 모여들자 그해 9월 영장(營將)은 최제우를 체포해 갔다. 이 소문을 들은 각지의 제자들이 경주병영에 모여들어 최제우를 석방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바람에 석방되었다. 이 사건으로 동학의 신도는 급증하게 되었다.
1863년 불어나는 신도들을 효과적으로 통치키 위해 접주제(接主制)를 실시하는 한편 8월에는 최시형(崔時亨)에게 도통(道通)을 전수 하는 등 교회제도(敎會制度)를 갖추어갔다. 그러나 그해 12월 동학의 신도가 크게 늘어나는 것을 우려한 관청에서는 이단사교(異端邪敎)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좌도난정(左道亂政)이라는 죄를 씌워 최제우를 비롯한 제자 23명을 체포해갔다. 그리고 최제우는 1864년 1월에 대구 감영에 이첩되어 3월 10일에 참형(斬刑)을 당하게 되었다. 최제우의 사상은 《동경대전》과 《용담유사》에 나타나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천주(한울님)와 지기, 시천주와 사인여천, 수심정기, 성경신으로 집약된다. 수운사상의 핵심은 천주(天主)와 지기(至氣)로 대분된다. 천주사상은 신관이요 지기사상은 우주관이라 할 수 있다. 천주는 상제 즉 한울님이다. 최제우에게 “나에게 영부(靈符)가 있으니 그 이름은 선약(仙藥)이요 그 모양은 태극(太極)이요 또 그 모양은 궁궁(弓弓)이니 나의 영부를 받아 사람의 병을 고치고 나의 주문을 받아 사람을 가르쳐서 나를 위하게 하면 너도 기리 살아 덕을 천하에 펴리라”(《동경대전》 포덕문)라는 계시를 내려준 것이다.
천은 동양사상에서 유일자존(唯一自尊)의 전체자리로서 만물이 모두 여기에 근원하고 그 지배를 받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바로 이 천에 인격성을 가미한 존재다. 아울러 천주는 우주의 일부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우주 밖에 독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현상 속에 내재해 있으면서 우주만물을 총섭 하는 존재다. 이 존재는 무한한 과거로부터 무한한 미래로 존재하고 공간적으로 무한한 이 우주전체를 총체적으로 말할 때 천주라 하고 또 ‘한울님’이라 한 것이다. 지기는 천주와 표리적 관계로 파악되는 개념으로 천주와 함께 최제우가 득도한 사상의 양대 골격중의 하나이다.
최제우는 《동경대전》 논학문에서 “지기는 허령창창(虛靈蒼蒼)하여 우주에 충만 된 한 기운”이라 했다. 이렇게 우주의 근원적 진리를 지기라는 간단한 말로 표현한 것이다. 즉 지기는 한울님의 질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한울님이라고 하면 우주 본체의 전체적인 표현이 되어지는 것이고 지기라고 하면 그 본질을 이적(理的)으로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시천주(侍天主)는 한울님을 내 몸에 모시고 받든다는 의미다. 모심은 살아계시는 것을 섬김이다. 사인여천(事人如天)이란 인내천(人乃天) 즉 사람이 곧 한울이니 사람 받들기를 한울님 섬기듯 하라는 의미이다.
인내천이란 표현은 뒤에 나타나고 있지만 최제우의 ‘오심즉여심(吾心卽如心)’ ‘천심즉인심(天心卽人心)’(《동경대전》 논학문)에 근거를 두고 있다. 수심정기(守心正氣)란 안에 있는 신령의 마음을 잘 보존하고 기운을 바르게 하라는 의미이다. 최제우는 “인ㆍ의ㆍ예ㆍ지(仁義禮智)는 옛 성인의 가르친 바요 수심정기는 내가 다시 정한 것이니라”(《동경대전》 수덕문) 했다. 성ㆍ경ㆍ신(誠敬信)이란 정성ㆍ공경ㆍ믿음을 의미한다. 최제우는 “우리 도는 넓고도 간략하니 별로 다른 도리가 없고 성ㆍ경ㆍ신 석자니라”(《동경대전》 좌잠)하여 이 성ㆍ경ㆍ신을 중요한 윤리덕목으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