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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아와 블루머그- 문학·체육·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 정통한 인문학 전도사 이민아 시인이 2011년 말 요트를 타고 해운대 앞바다에서 진행한 블루머그 행사 장면. |
# 이민아
- 시인.
- 신춘문예 3관왕에 온갖 스포츠를 즐기는 액티비스트
- 인문학은 생활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독서멘토
# 김동규
- 철학박사.
- 생활과 대중에 깊이 스며드는 시장 인문학을 고민
- 그 핵심은 스스로 읽고 스스로 깨닫는 독서라 믿는다
2000년대부터 전국 대학이 인문학 관련 학과를 축소, 변형, 폐지해왔다. 그 결과는 조만간 나타날 것이다. 현재 인문학 전공자가 각자 다른 살길을 찾아 나서는 한편으로 대중들의 수요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패스트푸드와 같은 강좌와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는 인문학 지식에 실망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공급 원천이 고갈되고 있다는 것. 대학은 차츰 인문학 담론의 발신지 기능을 잃어가고 있으며, 후속세대 연구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 점에서 돈이 안 되는 인문학의 길을 선택해 '무전유죄'를 실천하면서도, 시민과 함께 열정을 나누는 젊은 인문학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민아: 신개념 '북 컨시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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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아 |
이민아 시인은 신춘문예 3관왕. 그것도 시 부문(국제신문, 2005)과 시조 부문(동아일보, 매일신문, 2007)을 아우른다. 부경대 국문과에 문예 특기생으로 들어간 뒤 해양스포츠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해 골프 종목으로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땄고, 요트 실력도 수준급이다. 말 그대로 문화·체육·관광 세 부문을 아우른다. 다재다능하다는 말은 이 시인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지.
여느 시인처럼 해변에서 '아아 바다여'를 읊조리는 대신, 요트와 모터보트를 몰며 바다를 느끼는 액티비스트. 차세대 인문학 운동의 기수라고 할 만하다. 한 번 말문이 터졌다 하면 폭포처럼 쏟아지는 능변에 다변. 그 속에는 오랜 시간 곰삭은 통찰이 배어있다. 이 시인을 움직이는 에너지의 원천은 독서이며, 그가 펼치는 인문학 운동 또한 독서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독서 공동체의 확장
이 시인은 부경대 입학사정관(2010~1212)을 지내며, 본인처럼 입학사정관제로 들어온 학생을 위해 독서토론 프로그램 '블루머그'를 마련했다. 학생들의 자신감과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것이 일차 목표. 책 읽기, 강연, 토론, 상담을 병행하며 '진로 탐색을 위한 독서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자라났다. 초청연사를 선정한 기준이 흥미롭다. 책의 저자보다는 '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을 찾았다는 것. 문학담당 신문기자, 책 평론가, 연극 연출가, 기업가 등과 함께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블루머그를 진행할 때마다 학생들과 하루에 300통이 넘게 통화를 했단다. 토론을 도와주고, 고민 상담도 했다. 이 덕분에 자퇴서를 낸 학생이 되돌아오기도 했다. 이제 부경대를 벗어난 이 시인은 부산지역 대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블루머그를 확장했다. 또 현재 거주하는 영도지역 중고등학생, 학부모와 함께하는 '인문독서교실' '인문캠프'도 진행한다. 대상 연령층을 아래위로 넓힌 것이다.
▷기획 공유 공동체
이 시인은 인문학이 '생활 속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구체적이라야 한다고 본다. 이런 뜻에서 부산 중구 백년어서원 1층에 문화기획 컨설팅을 위한 '퍼블릭 큐브'를 열었다. 블루머그가 '커뮤니티 플랫폼'이라면 이것은 '기획 공유 플랫폼.' 삶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발전시켜 현실로 만드는 공간이다.
이 시인은 자신을 '북 컨시어지'로 불러달라고 한다. 컨시어지(concierge)는 원래 '촛불 지킴이'를 뜻하는 프랑스어. 촛불을 들고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이 시인. 어느덧 부산을 밝히는 촛불 지킴이가 됐다.
■김동규: 인문학 현장실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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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규 |
김동규 박사(철학)는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를 재해석해 '개성은 왜 사회를 발전시키는가'(2010)란 책을 펴낸 연구자. 미술, 사진, 기타 연주도 즐기는 예술 애호가이기도 하다. 그는 인문학 '현장실험'을 계속해오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인문학이 소수 사이에만 회자하는 골방 담론을 벗어나 대중 속에서 공공성을 얻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일회적 강좌를 벗어나 일상에 스며드는 인문학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실험하는 것이다.
김 박사는 누구나 제 목소리를 내며 서로 차이를 존중해주는 '공적 토론'의 장이 사회 곳곳에 마련되길 바란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지역주민과 작가들이 함께 이런 토론의 장을 마련할 때 참된 공공예술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거다. 마침 '또따또가' 인근 카페에서 이 얘기를 들으니 느낌이 색달랐다. 부산 중구 문예창작촌인 또따또가는 '따로 또 같이'의 줄임말이다.
▷독서모임에서 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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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규와 시민독서모임- 김동규 철학박사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경남 김해 삼계동 화정도서관의 시민 독서모임. |
그가 올해 '서로 프로젝트' 팀장을 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로 프로젝트는 해운대구 반송시장의 '인문학골목' 사업. 김 박사가 부산 미술가와 문화기획자 10여 명과 함께 만든 단체 '미실'이 추진한다. 오는 10월까지 반송시장 사람들과 함께 독서전, 골목미술관, 골목길영화제와 같은 '골목 문화제'를 벌인단다. 문득 '독서전'이란 말이 눈에 띈다.
김 박사는 인문학 현장실험에서 핵심은 독서라고 말한다. 그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공간초록에서 시민독서모임 '산책'을 꾸려왔다. 여기서 깨달은 것은 아무리 좋은 강사가 나선다 해도, 강좌가 주는 감동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 대중이 스스로 책을 읽고 생각하며 자신의 인문학을 세워나갈 때 참된 인문학의 효과가 지속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시민독서모임에서 익힌 경험을 곳곳에서 펼치고 있다. 2009년부터 진행한 '노숙인 인문학강좌'에 독서 프로그램을 넣었고, 해운대구 세계시민사회센터에 독서 매개자 교육과정을 열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김해 화정, 칠암, 하늘빛 작은도서관 등에서 독서모임을 꾸리는데, 책 한 권을 두 달에 걸쳐 꼼꼼하게 읽는단다.
▷자유로운 연대와 '인문생협'
흥미로운 것은 독서모임 성원들이 스스로 별도의 공부 모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인문학자인지 모르던 시민이 스스로 인문학자로 바뀌는, 자발적 인문학 공동체의 모습이 아닐까. 이 아름다운 공동체는 협동조합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때 '바까데미아'는 자유로운 시민의 연대 위에 자리 잡는 것이다.
김 박사는 이삼 년 뒤 협동조합 형태의 '인문생협'을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지만,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인문생협이 출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것은 김 박사 한 사람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공적 토론'의 문제란 것. 달리 말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힘을 모아야 할, 우리 모두의 문제란 것이다.
◇ 바까데미아
바까데미아는 '아카데미아(대학) 바깥'을 가리키는 말. 고전학자인 정천구 박사가 만든 말이다. 정 박사는 바까데미아가 단순히 또 하나의 제도라기보다는 기존의 대학 체제에 갇힌 인문학을 시민 가까이 가져온 '프로메테우스적인 액션'이라고 본다. 여기서 인문학의 목표는 학문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 다시 말해 인문학을 넘어 인문학 운동을 지향하는 것이다. 정 박사는 동서고금을 꿰뚫는 통섭적 학술 연구와 함께 중국과 일본의 고전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있으며, 부산 곳곳의 시민 인문학 공간에서 강의하고 있다.
이지훈 철학자·필로아트랩 대표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