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지금의 편안함을 원합니다. 사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어쩌면 편안하게 살고자 함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능하면 빨리 이루어져야 합니다. 세월 다 지나고 내가 누리지도 못할 것이라면 구태여 발버둥 치며 안달할 일이 무에 있겠습니까? 하루라도 빨리 힘든 상황을 벗어나 보다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 어디를 가도 공통적인 모든 사람의 욕망이지요. 그 바람이 바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현실에 닥치면 망설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가 없는 보상은 없습니다. 그만한 투자가 있기에 그에 따른 이익이 생기는 법입니다. 꼭 경제법칙이 아니라 세상법칙이기도 합니다. 투자하는 것이 있으니 그에 따른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돈이 들어옵니다. 그만한 투자가 있으니 들어오는 겁니다. 그런데 그 투자가 땅이라면 이야기가 심각해져야 합니다. 돈보다 정직한 것이 땅입니다. 땅은 뿌린 대로 돌려줍니다.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 납니다. 그런데 돈은 꼭 그렇지를 않지요. 돈 심는다고 꼭 돈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돈은 잃으면 다시 벌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땅은 한 번 버리고 나면 회복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천연가스 개발을 위해서는 땅이 필요합니다. 대기업은 돈으로 땅을 구입하려 합니다. 자그마한 마을에 돈이 들어옵니다. 이 미끼는 대단하지요. 지지부진한 농업으로 살아가기 힘듭니다. 한 해 농사지어 대출금 갚기도 힘들고 아이들 학비 조달하기가 버겁습니다. 그야말로 이 농촌에서 계속 살아가야 하는가, 회의가 생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대로 이어오던 고향을 떠나가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살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합니다. 마침 땅을 좋은 값으로 사겠다고 제의가 들어옵니다. 기회가 아무 때나 생기는가? 어쩌겠는가?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글로벌’의 명운을 걸고 협상전문가 스티브가 파견됩니다. 이번 건만 잘 해결되면 개인적으로도 대도시 뉴욕으로의 진출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성공의 길이 눈앞에 보이는 듯합니다. 그러나 주민들을 설득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경기침체, 가지고 있어봐야 살 길이 막막하다, 그런데 여기 길이 있다. 천연가스가 들어온다, 땅을 기업에 넘겨주면 여러분은 주주가 되고 돈이 들어오게 됩니다. 돈 걱정 없이 살 것입니다. 아이들 학비 걱정도 없을 것입니다. 기회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슬기로운 판단을 하십시오.
그곳 학교의 한 과학 선생님이 주민을 대표해서 반대 의견을 제시합니다. 이미 다른 곳의 실태를 알아보고 그 후유증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자칫 땅을 잃는 것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잃게 되고 생명의 위협까지 안게 된다는 말입니다. 천연가스 개발에 따른 환경오염에 대한 경계를 합니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어두웠다가는 고향을 잃고 삶을 잃게 됩니다. 함부로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기한을 정하고 의견수렴을 거친 후 주민투표를 하기로 합니다. 스티브는 부지런히 주민 설득작업에 나서지요.
뜻하지 않은 환경단체 회원이 찾아와서 주민 편에서 반대를 주도합니다. 어디서 구했는지 이미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의 실태를 알리는 사진을 대량 전시합니다. 주민들이 동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날짜는 다가오는데 낭패입니다. 인생 탄탄대로가 여기서 꽉 막히는 것 같습니다. 일부 동네 사람들로부터도 외면을 당합니다. 정말 보따리 싸들고 물러가야 하는가?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가?
사실 자기 자신도 확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환경오염에 대한 자신이 없다는 말이지요. 그것을 100% 차단할 수 있는가? 아무도 확답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일을 주민 편에서 생각해야 하는가,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추진해야 하는가? 나도 농촌 출신인데 나의 땅이 죽음의 땅이 된다면 어쩌겠는가? 대대로 물려받아 온 땅인데, 조상들의 삶의 터전이었고 우리가 가꾸어야 할 땅이요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땅인데 함부로 넘겨주어도 된다는 말인가?
마치 첩보극을 본 듯합니다. 사진의 진위가 밝혀지고 환경단체 회원이 누구인가 알게 됩니다. 놀랍습니다. 나는 이 기업에서 어떤 존재인가? 생각해봅니다. 이 기업을 믿고 내 인생을 걸 수 있는가? 본인으로서는 매우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단호한 결정을 합니다. 협상의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결정이지요. 어쩌면 가치관의 전환이고 재정립의 기회이며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서로 의견과 사상이 다르면 그 사람까지 미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하면 서로 원수가 될 것입니다. 물리적 충돌도 따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견이 서로 대립된다고 사람까지 미워해서는 안 되겠지요. 하기야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서로에게 유익하고 서로 배우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오히려 더 자주 소통하고 대립된 서로의 의견과 사상을 조율하여 보다 나은 결과를 창출해낸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것입니다.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의견과 목표가 서로 다른 사람이 자리를 함께 하고 식사를 함께 하고 자기 의견을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는 태도, 과연 협상의 달인은 그런 속에서 나올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우리들하고 많이 비교가 되었습니다.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를 보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첫댓글 소중한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