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모든 것을 섭리하신다고 해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죄와 악까지 하나님이 창조하셨다고 말할 수는 없다. 죄와 악이 존재하는 것은 하나님이 만드신 인간의 자유의지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님의 허용적 차원에서 그 존재 이유를 물어야 한다. 하나님이 적극적으로 악을 의도하신 것은 아니지만, 전능하신 하나님이 그 악이 자행되도록 허용하신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데일 무디의 말을 들어보자:
하나님의 “뜻”(will)은 의지적 요소로서, 이를 통해 하나님의 목적이 그의 부르심을 듣는 모든 사람들을 인도한다(사 49:8; 53:10; 시 51:19; 엡 1:11). 이 말은 일어나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어나는 많은 것들은 자연법칙과 인간의 자유가 개입될 여지를 두는 하나님의 허용적 뜻에 의해 가능하다. 모든 것을 하나님의 직접적인 뜻으로 돌리는 사람들은 하나님을 두렵고 사랑하기 어려운 분으로 여길 것이다.
그런데 때때로 하나님은 주권적으로 이 세상의 악을 선으로 바꾸신다. 요셉의 경우가 적절한 예다. 요셉은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만민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나니”(창 50:20)라고 고백했다. 슈타우퍼(Ethelbert Stauffer)는 이것을 “반전의 법칙”(Law of reversal)이라 불렀다. 하나님은 인간의 악한 의도를 선으로 역전시키면서 이 세상을 섭리하시는 분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악을 행하는 주체는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이다. 그 악에 대한 책임 또한 인간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19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