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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다음은 영국·일본 될 수도"
그리스가 심각한 재정 적자로 국가 부도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영국과 일본이 그리스에 이어 ‘재정 위기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과 일본이 당장 국가 부도를 겪을 가능성은 낮지만, 정치적 불안정성 등으로 재정 위기가 심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는 1일(현지시각) 런던 외환시장에서 한때 미국 달러화에 비해 1.6% 떨어진 1.49달러대를 기록했다. 파운드화가 1.5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며, 올해 들어서만 미국 달러화에 비해 7% 떨어졌다. …(중략) 여기에 “영국 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할 경우 파운드화에 대한 투매로 최대 30%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각국 정부는 재정지원 등 대규모의 경기부양정책을 실시해 왔습니다. 경기침체시 민간부문에서는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의 투자가 줄어들면 고용이 줄어들게 되지요. 고용이 위축되면 다시 소비가 위축되고 결국 국가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되는데, 이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 정부가 도로·다리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저소득층 및 실직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기부양정책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유례없는 증가라는 또 다른 문제를 가져왔습니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정적자 증가
가정에서 가계부를 쓰듯이 국가 차원에서도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는 가계부를 작성합니다. 이 가계부를 흔히 '재정수지'라고 부르는데 수입과 지출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재정수지가 흑자가 될 수도, 적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재정수지를 균형 또는 흑자에 두려고 노력을 합니다. 보통 경기가 호황일 때에는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활발해지고 민간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세금이 걷히게 됩니다. 반면에 경기가 불황일 경우에는 세금수입이 줄어들게 되고, 오히려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지출이 늘어나게 됩니다. 또한 경기가 좋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정부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민간부문에서 투자와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대신해서 나서는 것이지요. 경기부양에서 정부의 역할은 1930년대 경제학자 케인스의 '유효수요이론'에 의해 주장되었습니다. 경기 위축으로 기업과 개인이 투자와 소비를 꺼리고 있을 때는 정부가 보완적으로 수요를 창출해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글로벌 경제위기로 작년 한 해 동안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이 실시한 경기부양정책의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인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에도 1.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정부지출로 인해 경제위기의 충격을 상당 부분 감소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그 결과 정부의 재정적자가 유례없이 늘어나게 되었답니다.
재정적자는 이자비용 증가·외국인 투자 감소 초래
그러면 재정적자가 늘어나면 왜 문제가 될까요? 한 개인에게 있어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경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수입보다 많은 지출을 위해서는 결국 빚을 져야 하고, 이 빚은 언젠가는 갚아야 합니다. 결국 현재의 지출을 위해서 미래의 수입을 앞당겨서 쓰는 셈이고, 이로 인해 생긴 빚은 미래의 재정에 대한 부담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국가의 빚은 국가채무라고 부릅니다. 적자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서 정부는 돈을 빌려와야 하는데, 주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적자가 늘어날수록 국채를 계속 발행해서 적자를 메워야 하고, 이에 따라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는 늘어나게 됩니다. 국가채무가 늘어날 경우 크게 세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우선 다음번 경기부양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재원에 한계가 생깁니다. 국채 발행을 통해서 재원을 조달하더라도 국가채무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국채에 대한 위험도가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해당 국가가 발행한 국채 구입을 꺼리게 됩니다. 결국 국채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이자율 지급을 약속해야 합니다. 국채 발행 국가가 국채에 대한 지급불능을 선언할 것에 대비해 투자자들은 일종의 보험에 가입하게 되는데, 이를 CDS(신용디폴트스와프)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국채 발행국의 채무가 증가할수록 CDS 매입 비용인 '프리미엄'이 올라가게 되고 투자자들은 국채 매입을 꺼리게 됩니다. 결국 해당 국가는 국채를 발행하는 데 점점 더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지요.
두 번째 문제는 국채에 대해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국가채무가 높다면 추가적으로 채무를 늘리지 않더라도 계속 이자를 지불해야 하게 됩니다. 결국 국가채무로 인해 또다시 재정수지 적자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이지요. 현재 세계 각국은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기준금리 인상의 시점을 논의 중인데 현재의 저금리 기조에서 각국이 금리를 올리는 출구전략을 실시할 경우, 국채에 대한 이자율도 따라 올라가게 됩니다. 이 경우 이자비용이 추가적으로 늘어나게 되고 국가채무가 많은 국가일수록 더 큰 부담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세 번째로 국가채무가 많을 경우 해당 국가에 대한 대외적 신인도가 떨어져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게 됩니다. 한 국가가 국가부도(default)에 직면할 경우 이 국가 내의 모든 경제활동이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결국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외적 신인도가 낮은 국가에 투자를 꺼리게 되지요.
과세대상 확대와 예산집행 효율성 제고로 해결
재정수지를 균형으로 유지하는 것은 모든 정부의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세율을 높임으로써 세입(歲入)을 늘리거나, 사회보장지출의 축소 등을 통해 세출(歲出)을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경제위기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에서 세금 인상은 자칫 투자동기와 근로의욕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세출 축소는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감소와 소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각국은 세율 조정 및 지출 감소보다는 우선 과세의 대상을 넓히거나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정적자 감소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재정적자의 축소는 궁극적으로 경기가 살아나 세입이 늘어나고, 민간수요가 활발하게 일어나 정부를 대체할 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통합재정수지·관리대상수지
한 나라의 가계부를 '재정수지'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는 재정수지를 발표할 때, '통합재정수지'와 '관리대상수지'를 동시에 발표합니다.
통합재정수지는 국가의 살림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모든 수입과 지출을 통합하여 파악하는 방식입니다. 국세 등 정부 수입에서 각 부처 사업비 등 지출을 뺀 개념입니다.
관리대상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이라고 일컬어지는 각종 연금을 뺀 재정수지를 뜻합니다. 국민연금·사학연금·산업재해보상보험기금·고용보험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이 제외 대상입니다.
그러면 왜 두 가지 종류의 재정수지를 같이 발표할까요?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국민연금제도를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 연금을 내고 있는 사람의 수가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 수보다 훨씬 많습니다. 따라서 사회보장성기금은 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사실 연금수입은 미래에 지출될 부분입니다. 따라서 미래지출을 현재의 수입으로 포함시킨 통합재정수지는 현재의 재정지표를 왜곡해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사회보장성기금의 흑자로 통합재정수지는 흑자를 기록하지만, 국가채무는 매년 늘어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통합재정수지와 관리대상수지 두 개를 동시에 발표하여, 비교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선일보 201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