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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19 - 가위바위보 2
S#1. 별장 외경 (밤)
밤새 소리가 들려도 좋고...주변의 산이나 밤의 경치가 잠시 보이고...
그 위로 들리는.
민재 : (E) 양주는 무슨 양주냐. 소주면 돼.
S#2. 별장 거실
아이들이 이리저리 둘러앉아 있고, 가운데 테이블에는 별장관리인 쪽에서 마련한 듯한 안주거리들이 마련되어있고.
전체적으로 썰렁하고 어색한 분위기이고. 민재 혼자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민재 소주병 하나를 들고 마이클을 지나 재명에게 따라주며.
민재 : 소주 못 마시는 사람? 옥주는 어때?
옥주 : 소주우? (찡그리면)
재명 : 옥주는 맥주 마셔. 내가 가져올게.
재명 일어서서 부엌 쪽으로 가려다가 대욱과 눈이 마주친다. 대욱은 한심하다는 듯이 재명을 보고 있다.
재명 기분 나쁜 채로 가고.
민재 : (정태를 지나서 지원의 앞에 도달) 지원이는 소주하냐?
지원 : 줘. (잔을 내밀고)
민재 : 어이구.. (따라주고..)
정태 : (그런 지원을 보고 의외인 듯 웃고)
진수 : 위스키 좋은 거 몇병 있어요. 그거 따요. 형.
민재 : 됐어. 비싼 걸로 입맛 버리면 앞날이 고달프다구. 자 진수 너도 한잔.
진수 : (두손으로 받고)
민재 : 덕분에 좋은데서 엠티한다. 이렇게 안주까지 준비해주고..
진수 : 관리하는 분이 해주신건데요. 뭐.
채영 : 아 꾸물대지 말고 내 잔두 채워봐아.
민재 : 너 오른 손, 가슴에 얹어봐.
채영 : 왜.
민재 : 절대로 술주정 안한다고 맹세해.
채영 : 야야 애들 들으면 진짠 줄 알겠다. 내가 언제 주정 하는 거 봤어?
민재 : 내가 술 취한 널 업구 기숙사까지 데려다 준게 몇번인 줄 알어?
채영 : (당황해서 진수에게) 유언비어야. 믿지 마. 믿지 마.
민재 : (대욱에게 따르고) 자아 다들 술잔 채웠나?
그 사이 재명이 옥주에게 맥주캔을 따주었고..
민재 : 그럼 진수가 한마디 해야겠는데?
옥주 : 그냥 민재오빠가 한마디 해.
진수 : (술잔을 들다가 멈추고)
민재 : 마. 신임회장의 한마디 듣고 싶지 않어?
옥주 : 그럼 전회장의 한마디부터 들어야지.
재명 : 아니 됐어. 진수형 해요.
대욱 : 정말 쫀쫀한 애들하고 놀게 생겼구만.
재명 : 그거 누구한테 하는 말입니까?
정태 : 거 자식들.. 소주 식는다. 아무나 빨랑 안할래?
진수 : 적으로 싸우다가 갑자기 한편이 되니까 아무래도 금방 친해지기 어려울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서로 노력하면
서로 좋은 점도 발견하게 되고.. 그렇게 좋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그럼 미스터의 발전을 위해서.. 파이팅!
잔을 든다. 민재와 정태가 파이팅. 따라 해주고 나머지는 조용하다..
어색한 상태에서 각자 술 마시고..
민재 : (주위의 눈치를 보다가 괜히 웃으며) 아하하.. 자..그럼 이제 뭐 하지. 로봇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채영 : 너 들어가서 자라. 이 로봇 귀신아.
민재 : 알았어. 그럼 로봇 빼고.. 아. 니들 야자타임 하고 싶냐? 아우님들 야자 하고 싶으세요?
옥주 : 재미없어.
민재 : 어.. 그럼 트럼프나 할까. (진수에게) 트럼프 있냐?
진수 : 없는데요.
민재 : 그럼 뭐하지. 첫사랑 얘기나 해? 수건돌리기 할래?
정태 : (참다가 킬킬 웃는다)
민재 : 왜 웃어.
정태 : 너 꼭 애들 앞에서 재롱 떠는 노인네 같어. 그만 해.
민재 : (잠자코 정태를 노려보는데..)
채영 : ..만수오빠 데리구 올걸 그랬다. 그치? 하하하.
아이들을 돌아보지만 모두 썰렁하다..
S#3. 밤 별장 외경
S#4. 여자들 방
옥주, 손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고,
지원이는 책을 보며 무릎에 놓인 노트에 필기를 하고 있고. 채영이는 뚱해서 기대앉아 있다가..
채영 : 이게 뭐야. 이게 무슨 엠티야.
지원 : 별장이라니까 좋다고 따라온 건 너잖아.
채영 : 그냥 이대로 자는거야? 캠프화이어 같은 것두 안해?
옥주 : 잔디밭 버린다구 그런 거 못한대잖아.
채영 : (옥주에게) 넌 밤중에 웬 화장이냐?
옥주 : 재명이랑 산책하기로 했거든.
채영 : 밤중에 산책을 하는데 화장을 왜 해.
지원 : 괜히 옥주한테 시비걸지 말구 너도 산책이나 갔다와.
채영 : 으아.. (벌떡 일어나 서성거리다가) 민재 이건 뭐하구 있나. 웬지 그 녀석을 패주고 싶어졌어. (나가버린다)
옥주 : (지원을 보며) 언니는 계속 공부할거야?
지원 : (책을 접더니) 나도 산책이나 다녀올까.
S#5. 거실 (밤)
현관쪽에서 재명과 옥주가 나가고 있다.
재명 : 옷 그렇게 입고 춥지 않겠어?
옥주 : 더 두꺼운 거 없단 말야. (재명의 잠바를 보며) 재명아 너 춥니?
재명 : 으이그..알았어. (잠바를 벗으며 나가는)
그들 나가고 지원이 나오다 보면 민재, 정태는 벽난로의 불을 붙이느라고 붙어앉아있고.
그 뒤에서 채영이 술을 마시고 있다.
채영 : 지원아 너두 일루 와. 술이나 마시자. 까짓거 4학년끼리 마시자구.
지원 : 진수는 자니?
정태 : 좀 전에 나가는 거 같던데.
지원 : 그래.. (하더니 나간다)
정태 : (나가는 지원을 보고 있고)
채영 : 민재야. (취하고 있다) 너 지금 후회하고 있지. 너 후회할거야. 아주 가슴이 찢어질거야. 땅을 치고 울고 싶을거야.
너 후회하지?
민재 : 그래 후회한다. 아무래도 아까부터 너 술 마시는 거 제어해야 했는데.
채영 : 내가 로봇이냐. 뭘 제어해?
민재 : 너 지금 싸우고 싶은거지?
채영 : 오옳지. 너 똑똑하다. 돈에 눈이 어두워서 회장자리까지 넘겨주고 현재 심경이 어떠십니까?
민재 : 정태야 얘 좀 어떻게 해줄수 없니?
정태 :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 (일어나 현관쪽으로 가며) 잠깐 도망갔다 올게.
정태 나가고 민재와 채영이 둘만 남았다.
민재 : 너 정말로 취한거야. 취하고 싶은거야?
채영 : (똑바로 앉더니) 아직 못 취하고 있어.
민재 : 좀 봐주라. 나 좀 도와줘. 넌 4학년이 되서 후배들 다독거릴 생각은 안하고 먼저 나서서 들쑤시고 있으면 어뜩하냐.
채영 : 그래. 나도 그럼 안된다고 생각해. 그런데.. 나 좀 불안해.
민재 : 뭐가.
채영 : 뭔지 모르겠어. 난 원래 국어 점수는 초등학교때부터 가였잖아. 수우미양가의 가. 그래서 말로 잘 설명 못하겠어.
민재 : 그렇게 진수가 맘에 안드니?
채영 : 난.. 니가 맘에 안들어.
민재 : (보는)
S#6. 별장 밖 일각
정태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문득 멈춘다. 어둠 저편에서 들려오는 소리.
지원 : (E) 난 니가 하는 거 맘에 안들어.
정태 소리 나는 곳을 기웃거려 지원과 나란히 있는 진수를 발견하다.
정태 조금 더 다가가서 나무 뒤쯤에 기대 서서 듣는다.
진수 : (E) 내가 하는 거 중에 어떤거요.
지원 : (E) 너 이번에 벤처경영론에 과제물 낸 거. 제목 봤어.
진수 : (E) 아아.. 그거요.
지원 : 로봇 축구의 사업화 가능성이든가?
진수 : 어때요. (미소로) 괜찮은 거 같죠?
지원 : 미스터를 사업본부로 삼을 생각이니? 그게 니 목적이야?
진수 : 누나는 내가 꼭 나쁜 음모라도 꾸미는 것 처럼 말하네요. 그게 나빠요?
지원 : 그럴 생각이구나.
진수 : 맞아요. 다른 팀원들에게도 나쁠 거 없잖아요. 취미 생활로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데.
지원 : 돈을 벌 수 있으면 다 좋다는 논리니?
진수 : 아닌가요? 누나는 나하고 생각이 비슷할거라고 봤는데요.
지원 : 최소한 나는 친구들을 내 돈벌이에 이용할 생각은 안해. 너 민재한테 그런 구상 얘기했어?
진수 : 민재형은 곧 졸업할 거 아닌가요? 골치아픈 거 알 필요있나?
지원 : 민재는 아주 순수한 애야. 너의 그런 생각, 맘에 안 들수도 있어.
진수 : 누나 말하는 거 좀 짜증스럽네요. 뭡니까. 과학이고 공학 연구하는 사람들이 돈 얘기하는 건 순수하지 못하고
더럽단 얘기에요?
지원 : .... 친구를 사귀는 게 아니라 이용하려고 드는 건.. 더럽지.
진수 : (잠시 보다가) 나요. 누나한테 관심 많았어요. 한 살 연상 정도는 괜찮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한 적 있어요.
난 누나가 내 편이었음 좋겠어요. ..먼저 잘게요. 잘 자요.
일어나더니 저쪽으로 가버린다.
가는 진수를 보고 있다가 일어서던 지원. 문득 기척을 느끼고 돌아본다. 정태가 물끄러미 보고 있다.
지원 : 넌 남의 말 엿듣는 게 취미니?
정태 : 그런 거 같어. 아주 재밌잖아.
지원 : 어디서부터 들은거야?
정태 : 뭐.. 대충 들어야 될 건 다 들은거 같은데.
지원 : (정태를 비켜서 가려는데)
정태 : 민재한테 말할거냐?
지원 : (보는)
정태 : 나같으면 냅두겠어. ..자연법칙이잖아.
지원 : 자연법칙?
정태 : 음.. 적자생존이라구 할까. 이런 건 지들끼리 치구박구 정리하게 하는 게 좋아. 괜히 끼어들 거 없어.
지원 : 너답지 않게 냉정하게 말하네.
정태 : 난 원래 냉정해. 후배 한놈이 내가 관심 있는 여자한테 고백하는 거 들어도 이렇게 냉정하잖아.
정태 장난이라도 쳤다는 듯 웃고 있고. 지원은 어이없어 본다.
S#7. 별장의 외곽
대욱이 혼자서 걸어오고 있다. 기분이 안 좋은 상태. 괜히 돌맹이 같은 것을 발로 뻥 차다가 박힌 돌이라서 아야..발을 잡는데..
저만치서 재명과 옥주가 나서고 있다. 산책을 하며 어두운데서 돌아나오는 중.
대욱을 발견하고 멈칫해서 선다. 피차 기분이 안좋아서 보는..
대욱 : 어쭈.
재명 : 뭐요?
대욱 : 느이들은 컴컴한데서 뭣들을 하고 나타나는거냐?
옥주 : 뭐에요?
재명 : 그거 무슨 뜻으로 말한 겁니까?
대욱 : 뭐.. 뽀뽀라도 하고 온거냐고 물었다. 왜.
옥주 : 어머어머.
재명 : (한번 참고) 사과하세요.
대욱 : 뭘해?
재명 : 방금 옥주를 모욕했으니까 사과하라구요. 한국말 몰라?
옥주 : (재명이 심상치 않아서) 재명아...
대욱 : (웃음이 나오며) 야 임마. 내가 사과를 안하면? 나한테 덤비기라도 할거냐?
재명 : (옥주에게) 너 먼저 들어가.
옥주 : 재명아 하지마. 재명아아.
재명 : (벌컥) 들어가라니까.
대욱 : 짜샤. 난 검은띠야. 함부로 주먹 쓰면 나 잡혀가. 그러니까 관둬.
재명 : 운동이라면 나도 좀 했으니까 걱정마시죠.
옥주 : 재명아 왜 그래. (잡으며) 나 저런 사람 신경 안써. 무시하면 되잖아.
대욱 : 이것들이 정말..
재명 : 이건 남자들끼리 문제야. 너 좀 안 비킬래. (옥주를 뿌리치고 대욱에게 다가서며) 사과 안할거야?
대욱 : 나 안그래도 기분 바닥이야. 너 고만 꺼져주라 어?
재명 : 이 자식이.
재명 대욱을 향해 한 대 갈기는데 대욱 그 손목을 잡아 넘겨버린다.
옥주의 비명이 들리는가 싶더니 옥주 그대로 대욱에게 달려들어 마구 팬다.
옥주 : 너 왜 재명이 때려. 너 왜 그래!!
대욱 : 야야야.
어쩔줄 몰라 피하는 대욱.
재명, 어이구우해서 상체를 일으키고.. 옥주는 계속 소리 질러대며 대욱을 패고 있다.
옥주 : 너 나빠. 나쁜 놈이야. 너 왜 재명이 때려.
S#8. 거실
민재와 채영이 술잔을 주고 받고 있다. 옆에는 비어진 소주병 몇 개와 지금은 양주를 까서 마시는 중.
채영은 취한 기색이 완연하고, 민재는 취했지만 똑바로 있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둘 다 말이 어눌해져 있고. 횡설수설하고 있다.
민재 : 그래서.. 넌 내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놈이다.. 이런 얘기야?
채영 : 그렇지. 바로 너같은 인간이 핵폭탄을 발명할 놈이다. 이 얘기지.
민재 : 가만가만.. 여기서 핵폭탄이 왜 나오냐.
채영 : 오오케이 내가 설명을 해주지. 핵폭탄 만든 놈과 너의 공통점. 첫째, 에에 (잠시 생각해보다가) 핵을 누가 발견했지?
민재 : 바륨말이야? 그게 오토 한인가?
채영 : 맞어. 그거 발견할 때까지 그 사람은 과학자였어. 그 사람이 노벨상 받았나?
민재 : 그건 그 전일걸. 페르미인가?
채영 : 하여간 거기까진 과학이야. 그 담에 이차대전으루 넘어가. 미국에 어떤 놈들이 이걸 폭탄으로 만들기 시작했어.
연쇄반응을 성공시키고, 전자분리법을 생각해내고 말이야. 이게 얼마나 엄청난 폭탄이고 얼마나 엄청난 사람을 죽일지
알면서 계속한거야. 요기서부터는 과학자 아니야. 맞지?
민재 : 그래도 과학자야. 과학자는 그냥 과학을 하는 사람이란 소리야. 너 정말 국어 몇점이었어?
채영 : 과학자 아니네. 과학자는 인간이야. 인간이 아닌 놈은 과학자도 아니야. 돈 땜에 폭탄 만드는 놈은 인간도 아냐.
민재 : 뭐야 그러니까 내가 인간이 아니란 거야. 핵폭탄을 만든다는 거야?
채영 : 오오케이. 바로 그거야. 넌 핵폭탄을 만들고 있다고. 축구로봇을 여얼심히 만드는 데 까지는 과학자야.
그런데 넌 세계대회에 나가서 일등할 생각에 눈이 멀어가지구 핵폭탄을 만들고 있단 말이야. 그 중에서도 원자폭탄.
넌 지금 핵분열을 시키고 있다구우.
민재 : 에에 그러니까 (손을 꼽아보며) 여기서 주어진 명제는 과학자와 인간. 폭탄과 로봇인데.. 이걸 연산해보자면...
문이 벌컥 열리며 진수와 씩씩거리는 대욱이 들어서며.
대욱 : 패긴 내가 누굴 팼다구 그래. 먼저 덤빈 건 그 놈이고 맞은 걸루 치면 내가 더 맞았다구. 여기 할퀸 거 안보여?
그 뒤로 정태, 재명 옥주 지원들이 들어온다. 옥주는 엉엉 울고 있고, 지원이 옥주를 달래며 들어서고..
민재와 채영이 술김에 멍해서 그들을 본다.
정태 : 이것들 좀 어떻게 해봐라. 어?
옥주 : (울며) 나 정말 이런 식으로는 동아리 못해. 뭐야 깡패랑 같이 뭘 하란 말야.
대욱 : 하아.. 정말 나 미치고 팔짝 뛰겠네.
채영 : (비틀비틀 일어서더니) 지원아.
지원 : 왜.
채영 : 화장실이 어디지?
지원. 채영이 이상한 걸 보고 얼른 잡아서 데려간다.
민재 : (역시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진수야.
진수 : 예?
민재 : 우리 술 모자라서 느네 양주 하나 마셨다.
진수 : 예. 그런데 형. 얘들이요.
민재 : 잘 마셨다.. 이거 비싼 거 같드라. 맛이 좋았어. 그럼..
하더니 옆의 소파로 고꾸라져버린다. 정태 다가서서 흔들어본다.
정태 : 어이. 이민재.
민재는 반응이 없다.
정태 : (모두를 보더니) 여기서두 한바탕 한 모양인데. 오늘의 해프닝은 이걸로 충분한 거 같으니까 고만 자자. 자 해산.
박수를 쳐버린다.
S#9. 캠퍼스 전경 낮
S#10. 이교수 연구실
이교수와 만수, 명환이 둘러 앉아서 작업을 하는 중이다. 회의 테이블에 페이퍼들을 주욱 늘어놓고..
이교수 : 결과는 어땠어.
명환 : 계속 버그가 안 잡히는데요.
이교수 : 그 자리에서만 뱅뱅 돌지 말고 그럴 땐 처음부터 해. 처음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다시 하란 말이야. 그리고..
소리 : (노크소리)
이교수 : 네.
문이 열리더니 서교수가 고개를 들이밀고..
서교수 : 계셨군요.
이교수 : 들어오세요.
서교수 : 작업 중이신가본데..
명환과 만수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 서교수 받아주고..
이교수 : 무슨 일이라도..
서교수 : 어.. 그냥 지나가다가요. 이 말씀을 드려야 될 거 같아서..(테이블의 서류들을 보며) 나중에 들르죠. 계속 하십시오.
이교수 : 여기까지 찾아오신 거 보니까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네요. 왜요?
서교수 : 그게 좀.. (명환 등을 보는)
이교수 : 조용히 하셔야 될 얘긴가요.
명환 : 저희가 나가 있겠습니다. (나가려는데)
서교수 : 아니에요. (이교수에게) 박교수 방에 있을게요. 어차피 박교수한테도 할 얘기였으니까. 그럼..
고개 숙여보이더니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이교수 잠시 생각해보다가 일어서며.
이교수 : 나 좀 나갔다 올게. 다시 검토해보고 있어.
이교수 부지런히 나가고 일어서서 배웅한 명환과 만수. 문이 닫기자 마자.
만수 : (심각하게) 선배님. 이거 뭔가 수상한데요.
명환 : (앉아 서류들을 들추며) 헛소리 할거면 관둬.
만수 : 서교수님이 아마 미혼이시죠.
명환 : (한심해 보는)
만수 : 혹시 서교수님 연세가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명환 : 경고하는데 그만 둬어.
만수 : 아니아니... (의자를 당겨 앉으며) 요즘엔 말이죠. 연상의 여자와 연애하는 게 유행이라는 거 아시죠. 저도 그렇거든요.
그래서 제가 아주 잘 이해하는데 말이죠. 연상의 여인은 뭔가 내 영혼에 깊은 울림을 준다고요. 근데.. 방금 들으셨죠.
조용히 해야 될 얘기래잖아요. 조용히.. 예? 물리과 교수하고 전자과 교수가 조용히 뭔 얘기를 할 게 있겠어요.
그것두 노총각 노처녀가.
명환 : 임마. 넌 어떻게 남의 말을 그렇게 죄다 편집을 해서 듣냐. 방금 못 들었어. 박교수님하고 같이 상의할 일이라고 하잖아.
만수 : 아이구. 선배는 그러니까 아직 장가를 못 갔죠. 약혼한지 몇 년입니까. 예? 남녀의 문제는 언제나 행간을 읽어야 된다구요.
눈에 보이는 게 절대로 전부가 아니에요.
명환 : 너 설마 이거 또 비비에스에 올리고 싶은 건 아니겠지.
만수 : 오우 그것두 방법이야. 서동요 아시죠. 서동요. 밤마다 노래를 불렀다는 거 아니에요. 누구누구는 좋아한대요. 좋아한대요.
그랬드니 사람들이 그게 다 진짠 줄 알고.. 그러다가 진짜진짜로 둘이 같이 살게 된 얘기 아니에요. 그게.
명환 : 니 머리통 속에 프로그램은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거냐.
만수 : 말 나온 김에 말인데요. 전산과 남희선배 아시죠. 그 선배랑 나랑 사실은 썸싱이 있거든요. 선배님 이거좀 소문 내주실래요?
명환 : 정만수.
만수 : 예?
명환 : 난 말이지. 가끔 납땜질을 할 때마다 말이지. 니 입을 이렇게 땜질해버리면 좋겠다구 생각해.
그럼 세상이 아주 평화로와 질거야. 어떠냐.
만수 : (저도 모르게 자기 입을 만져보는)
S#11.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 부지런히 차를 내오며.
박교수 : 아이구 기쁘고 즐거워라. 이 좋은 일요일에 궁상맞게 연구실을 지키는 교수들끼리 모였네.
우리 아예 자리를 옮깁시다. 네? 요 앞에 내가 술집 하나 봐둔데가 있는데..
이교수와 서교수 차를 받아들고..
박교수 : 응? 그리루 갑시다. 네? 거기 노가리안주가 아주 죽여요.
이교수 : (대꾸 안하고 서교수에게) 하실 말씀이란 게..
박교수 : 자리 옮겨서 하자니까요.
서교수 : (역시 박교수는 신경 쓰지 않고) 레드존에 팀장이었던 학생 말입니다.
이교수 : 정진수요.
서교수 : 그 아버님 되시는 정회장이 저에게 전화를 하셨어요.
이교수 : 서교수님에게요?
박교수 : 야아 역시 인공위성은 뭐가 달라두 달러. 재벌 회장이 먼저 전화를 해오고 말이야.
서교수 : (이교수에게) 로봇 축구 스폰서 문제를 전화를 하셨던데 말이죠.
이교수 : 그게 왜요? 뭐래요?
서교수 : 그게 실은.. 좀 듣기가 거북한 얘기일 거 같은데 말이죠. (이교수의 눈치를 보는)
이교수 : 말씀해주세요.
서교수 : 그 첫마디가.. (망설이다가) 그 학교는 도대체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키냐.. 이런 거였거든요?
이교수 : ...뭐라구요?
박교수 무슨 일인가 해서 양쪽을 보는..
S#12. 기숙사 전경 (밤)
S#13. 정태/민재의 방 (밤)
엠티에서 돌아오는 차림의 민재와 정태가 방으로 들어선다.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진수. 문가에 서서 망설이는데..
민재 : 들어와. (책상 앞에 가서 뒤지며) 일단 회로도만 넘겨주면 되나.
진수 : 네. 프로그램은 차차 살펴볼게요.
민재 : 아... (컴을 부팅시키며) 그동안 문제점들을 죽 정리해놓은 게 있거든. 이것두 아마 도움이 될거야.
진수 : (방을 둘러보며 서있는데)
정태 : (그새 가방을 던져놓고 테이블 앞에 주저앉다가..) 근데 정진수.
진수 : 예.
정태 : 니가 구했다는 스폰서 말이다. 그게 어디라구 했지?
민재 : (돌아본다)
진수 :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든가요.
민재 : 너 아주 능력있어. 어떻게 설득시켰냐. 교수님도 어려워하시든데.
진수 : (알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다가) 그 회사 가보실래요?
민재 : 나?
진수 : 내일 저 그 회사로 가요. 월요일마다 거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든요.
민재 : 아르바이트를 한다구? 회사에서?
진수 : 전 월요일에 수업이 없는데. 형은 어때요?
민재 : (정태를 돌아본다)
정태 : 빠지구라도 가겠지 뭐. 돈 준대는데. 안그러냐? (민재를 향해 웃는)
S#14. 서울 거리
평일의 차가 많이 오가는 도심가의 스케치. 그 중의 높은 빌딩 하나.
S#15. 빌딩 로비
진수를 따라 들어서는 민재. 화려하고 넓은 로비를 둘러보는데. 진수는 익숙한 듯이 엘리베이터 앞으로 간다.
엘리베이터 앞.. 따라와 선 민재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춰서.
민재 :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거야?
진수 : 예. 일주일에 한번이요.
민재 : 여기서 뭘 하는데?
진수 : 과외공부요. 컴퓨터를 가르쳐요.
민재 : 여기서? 여기라면 컴퓨터 도사들이 있는데 아니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진수는 웃기만 하며 먼저 탄다.
어리둥절해서 따라 타는 민재.
S#16. 회장실 앞의 비서실
여비서가 앉아있다가 진수네가 들어서자 얼른 일어선다.
진수 : 계시지요?
비서 : 기다리고 계세요. (인터폰을 누르고) 선생님 오셨는데요.
회장 : (F) 들여보내.
민재 : (선생님 소리에 진수를 돌아보는)
진수 : 선생님이라고 하지 마시라니까요.
비서 : 회장님도 그렇게 부르시는걸요. (먼저 회장실 문쪽으로 가서 열어준다) 들어가세요.
진수 : (민재를 돌아보고) 들어와요.
먼저 들어가는 진수. 민재, 비서에게 괜히 머리 숙여보이고 따라 들어간다.
S#17. 회장실 내부
책상 앞, 소파에 앉아있는 회장. 노한 눈으로 진수를 보고 있다가..
회장 : 선생. 7분 늦었어.
진수 : 죄송합니다. (민재를 소개하는) 저희 학교 선배 형입니다. 형. 회장님이세요.
민재 : (꾸벅 고개 숙여) 안녕하십니까. 이민재라고 합니다.
회장 : 뭐야. 새 선생인가. 정선생은 사표 내는게야?
진수 : 아닙니다. 먼저.. 앉겠습니다. 형 앉아요.
진수와 민재, 소파에 앉고...
민재는 아무래도 이 자리가 좌불안석이고.
진수 : 지난번 말씀드린 스폰서 건에 대해서 확답을 들으러 왔습니다.
회장 : 무슨 스폰서. 그리고 지금은 수업 시간이야. 난 선불로 강습비 냈고.
진수 : 아버지.
민재 : (놀라서 진수를 보고 회장을 보고)
회장 : 지금 넌 선생하고 난 학생하는 시간이야.
진수 : 이 선배님이 바로 우리 로봇 축구팀을 끌어가는 분이세요. 스폰서 건에 대해서 확실히 알고 싶다고 해서 모셔왔습니다.
저번에 드린 사업계획서 있지요?
회장 : 버렸어.
진수 : ....예?
회장 : 선생이 준 거니까 특별히 내가 직접 검토를 해본거야. 해봤는데 쓸데없어서 버렸어.
(테이블에 놓인 노트북을 열며) 저번에 국내 검색하는 거 하다 말았어. 다음은 뭐야.
진수 : (당황해서) 그렇지만 저번에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하셨잖습니까.
회장 : 멍청한 놈. 서류도 보기 전에 상대가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단 말을 믿는단 말이냐. (시계보며) 10분 지났다.
니 월급에서 뺄거 냐 아니면 보충수업을 할거냐.
진수 : (어쩔줄 모르고 민재를 돌아본다)
민재 : (일어서며) 밖에서 기다릴게. (회장에게) 만나뵙게 되서 기쁩니다. 그럼.. (인사하고 문으로 가는)
회장 : (대꾸도 안한다)
진수 : (나가는 민재를 보고 있다가 회장에게) 숙제는 다하셨어요?
회장 : (출력물 내밀며) 여깄다.
진수 : 물론 직접 검색하셨겠지요?
회장 : (당연하다는 표정)
S#18. 로비
로비의 대기의자에 앉아있는 민재. 혼자 뭔가 생각에 잠겨있다.
S#19. 회장실
진수가 회장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다.
진수 : 이제부터는 외국 검색 엔진을 사용해서 데이터 찾는 방법입니다. 준비 되셨죠.
회장 : 난 평생 준비자세로 사는 사람이야.
진수 : 먼저 제가 들어가는 곳들을 봐주세요.
진수 마우스를 클릭해가고.. 회장은 돋보기 너머로 열심히 모니터를 지켜본다.
진수 : 제가 지금 들어간 곳이 어딘지 아시겠어요?
회장 : (열심히 들여다보며) 가만 있어봐. 여긴 왜 이렇게 색깔이 컴컴해?
S#20. 로비
책을 보며 기다리고 있는 민재. 문득 고개를 들면 우울한 얼굴로 진수가 나오고 있다.
민재 일어선다. 진수는 민재를 보고 면목이 없다.
진수 : ..미안해요. 형.
민재 : 뭐가. (책을 가방에 챙겨넣는)
진수 : ...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다시 말씀드려볼게요.
민재 : 하지 마.
진수 : (보는)
민재 : (웃는 얼굴) 이 회사 회장님이 아버님이셨구나.
진수 : ..몰랐어요?
민재 : 부잣집 아들이란 얘기만 들었어. 어쨌든.. 느이 아버님 돈이라면 어차피 안 받았을거야.
진수 : ...왜요?
민재 : (진수의 등을 밀어 가며) 왜냐면..음.. 어째 유치원생이 되는 기분이잖어.
진수 : 그렇지만..
민재 : 저녁은 가다가 휴게소에서 먹을까? 그게 어느 휴게소더라. 국밥을 잘하는 데가 있었는데..
S#21. 빌딩 주차장
운전석에 들어앉는 진수. 조수석으로 타는 민재. 안전벨트를 매고 돌아보면 진수, 시동을 걸 생각도 않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민재 : (기다리다가) 시동 거는 법 잊어먹었냐?
진수 : (쓰게 웃더니) 아버지 아들 치고는 웃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민재 : 뭐가.
진수 : 난 아버지가 마흔 넘어서 본 아들이에요.
민재 : 외아들이야?
진수 : ...형이 있었어요.
민재 : 있었다면..
진수 : 죽었어요. 유학 가서.
민재 : 아.
진수 : 아버진 날 볼때마다 생각하나봐요. 어째서 저 놈은 지 형의 반만도 못할까... 이왕 죽을거면 저 놈이 죽었으면 좋잖아.
민재 : (웃는) 마. 너 지금 사춘기같은 소리하고 있는 거 알어?
진수 : (웃지 않는) 아무리해도 형처럼 될 수가 없어요. 형이 가져온 사업계획서라면 절대로 쓰레기통에 쳐박히진 않았을 거에요.
형은 대학교 삼학년 때 일억을 번 사람이에요.
민재 : (휘파람을 부는)
진수 : 형은 아버지한테 천만원을 빌려서 팔개월만에 일억을 벌었대요. 아버진 형한테 천만원을 돌려받던 날 아주 취하셨어요.
아버지가 그렇게 기분좋게 취하신 건 처음 봤어요.
민재 : .... 그래서 너도 삼학년이 끝나기 전에 일억을 벌고 싶었냐?
진수 : ..... 우리 빅딜했던 거 없었던 일로 할게요.
민재 : (보다가 웃더니) 아무리 생각해도 너 사춘기 맞는 거 같다.
진수 : 채영이 누나나 다른 회원들에겐 내가 말할게요. 그동안 허풍을 떤거라구요.
민재 : 하지 마.
진수 : (돌아보는)
민재 : 내가 선배니까 내 말 들어. 하지 마. 아무 말도 할 거 없어.
진수 : 그렇지만..
민재 : 스폰서는 구할거야. 니가 만들었다는 사업계획서 나 좀 보여줘. 그걸로 시작해보자.
진수 : 형.
민재 : 이거 술 땜에 속이 쓰린건지. 배고파서 이런건지 모르겠는데. 나 지금 위가 뒤집힌 거 같어. 휴게소까지 못 가겠다.
이 근처에 국밥집 없을까. 시원한 국밥. 어?
진수, 그런 민재를 보다가 시동을 건다. 아직은 웃음기가 없는 얼굴.
그들을 태운 진수의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S#22. 캠퍼스 전경 낮
학생들이 오가는 모습으로.
S#23. 동아리방
재명과 옥주가 들어서다가 멈춰선다.
대욱이 땀을 뻘뻘 흘리며 안의 가구들을 재배치하고 있다.
중앙의 테이블에는 새로운 컴퓨터가 아직 선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올려져있고, 새로운 컴퓨터 책상 하나가 옆에 있고.
옥주 : 뭐하는거에요?
대욱 : 거기 야전 침대 좀 빼봐. 이 책상 글루 넣어놓게.
옥주 : 뭐하구 있는 거냐고 묻잖아요.
대욱 : (옮기던 것을 내려놓고 땀을 닦으며) 보면 모르냐. 노동을 하고 있잖아. 나 혼자서. 안 도와줄거면 비키고.
재명 : (테이블의 컴퓨터를 보며) 이건 누구 거에요?
대욱 : 진수꺼니까 함부로 건들지 마.
재명 :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는) 방도 좁은데 우리 컴퓨터 같이 쓰면 안될까요.
대욱 : 내 생각을 말하자면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분 같아선 진수놈 한방 먹이고 가벼렸음 좋겠다고.
옥주 : 내 생각도 말하자면요. 댁에서 왜 진수라는 분을 따라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부자 친구라서 그런가요?
대욱 : (옥주를 보고 있다가 허허 웃는다) 옥주야.
옥주 : 친한 척 부르지 마요.
대욱 : 나는 이래뵈도 너의 산디과 선배 아니냐.
옥주 : 불행하게도 그래요.
대욱 : 혹시 아냐. 니가 평면조각기 사용할 때 내가 도와줄지.
옥주 : 내가 바이트 갈아끼다가 깔려죽더라도 그런 일은 없을거에요.
대욱 : 내 말은 이제 좀 고만 깽깽거리고 대충 친해보자 이거야.
옥주 : 내가 깽깽거린다고요? (재명에게) 너두 들었지?
재명 : 그 말은 뭡니까. 옥주가 댁에 강아지라도 되요? 깽깽대다니.
대욱 : 아아.. 고만하자. 고만해. 니들한텐 두손 다 들었어. 그리고 사실은 니들이 좀 맘에 들기 시작했거든.
니들이 나한테 목숨 걸고 덤비는데 감명받았다.
재명 : (어이없어서) 그건 또 무슨 뜻입니까?
대욱 : 좋은 뜻이야. 자꾸 토달지 마. 귀찮아. 그리고 (옥주에게) 니 말에 대답을 하자면.. 내가 진수를 따라 다니는 이유는..
그 놈이 불쌍해서다. 나라도 옆에 없으면 금방 부러질 거 같거든. 됐냐?
옥주 이해가 되지 않은 채로 재명을 본다. 재명 여전히 찌푸리고 대욱을 보고 있다.
대욱은 영차. 야전침대를 들어내고 있다.
S#23-1. 처장실
소리 : (노크소리)
처장 : 들어오세요.
들어서는 민재와 진수. 민재와 진수가 인사를 하고..
민재 : 부르셨습니까.
처장 : 그래 일루들 앉아요.
아이들.. 조심스레 앉으면.
처장 : 이렇게 보자고 한 건 다름이 아니고.. (진수에게) 그 스폰서 건은 어떻게 됐지요?
진수 : ... 죄송합니다. 잘 안됐습니다.
처장 : (끄덕이고) 얘기 들었어요.
진수 : (어떻게 들었나..해서 보는)
처장 : 이교수님이 아침에 다녀가셨는데 그 일로 걱정을 하시드군요. 로봇 축구 스폰서 건이 무산된 거 같드라..
민재 : 이교수님께서요. 어떻게 그걸..
처장 : 알았냐..궁금하지요? (진수를 향해) 아버님이 정동근 회장님이시라구요?
진수 : 예.
처장 : 아버님께서 학교로 직접 전화를 하셨대요.
진수 : 아버지가요?
처장 : 걱정이 되셨던 모양이에요. 평소 안면이 있었던 물리과 교수님께 이런 질문을 하셨다고 하는군요.
...내가 그 스폰서 되는 걸 거절하면 우리 아들이 학교 다니는데 지장이 있습니까...하구요.
진수 : 예에?
처장 : 허허허 뭔가 오해를 하신 거 같아요. 거 뭐냐.. 마치 우리가 촌지 받는 선생들같이 되버렸에요.
진수 : (고개를 숙이는) 죄송합니다.
민재 : 저어.. 그건 제가 설명 드릴 수 있습니다. 진수는 어디까지나 정식으로 사업계획서를 아버님께 드렸었구요. 그리고..
처장 : 됐어요. 이해해요. 자아 ..그럼 이제 스폰서는 어떻게 구하나.. 이게 문젠데.
민재 : 진수가 만든 사업계획서를 저도 읽어봤는데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단 그 계획서를 들고 각 기업을 돌아다닐 생각입니다.
처장 : (테이블에 놓였던 메모지 한장을 건네준다) 이거 받아요.
민재 : (어리둥절해서 받는)
처장 : 홍릉에 있는 테크노 경영대학원 알지요?
민재 : 예.
처장 : 거기 최고정보 경영자 과정에 대해서 들어 본 적 있어요?
진수 : 잘 압니다.
처장 : 아 진수군은 잘 알겠군. 아버님도 거기 다니시죠?
진수 : 예. 그래서 저에게 따로 과외도 하시거든요.
처장 : 기업체의 최고경영자나 고위 공직자들이 최신관리 능력이라든가 정보기술능력을 교육 받는 코스지요.
거기라면 아마 국내의 사장님 회장님들을 한꺼번에 수십명 볼 수 있는 곳일텐데..
민재 : 어.. 그럼..
처장 : 그 메모의 전화번호는 그곳 교수분 거에요. 전화를 하면 아마 수업시간 뒤에 잠시 시간을 내줄지도 몰라요.
어때요. 흥미 있어요?
민재 메모를 다시 보고 처장을 보고.. 안 믿겨져서..
민재 : 정말 여기 전화해봐도 되는 겁니까? 정말 괜찮은거죠?
처장 하하 웃는다.
S#24. 석학의 집
지원과 정태, 채영이 앉아서 스터디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지원이 질문하고 둘이 답을 하는 방식.
지원 책을 뒤지며.
지원 : 리스트(list)를 이용해서 원형 Queue(큐)를 만들 때 어떻게 하면 되지?
채영 : 알어. 그거. 에... 큐의 마지막 노드에 있는 포인터가 첫 노드를 가르키게 하면 돼.
지원 : 그리고?
채영 : 그리고... 에...
지원 : 그 속에 데이터는 어떻게 뽑아 써.
채영 : 데이터를 어떻게 뽑아쓰느냐... 에...
정태 : 포인터 두 개를 별도로 만들면 돼. 뒤에 들어오는 데이터를 가르키는 포인터와 첫 번째 데이터를 가르키는 포인터를
만든 담에 이것들을 이용하면 되지.
지원 : 좋아. 그럼 그 다음에..
채영 : (부지런히 메모를 하며) 잠깐만.. 정리 좀 하고..
정태 : (문 쪽을 보다가) 쟤들은 왜 헤메구 있는거야.
다들 돌아보면 재명과 옥주가 들어서다가 정태 등을 발견하고 온다.
채영 : 니들 왜 여기 있어. 동아리 방에서 로봇 수리 한다며.
옥주 : (옆에 주저앉으며) 말두 마. 지금 발 들여놓을 데도 없어.
채영 : 왜.
재명 : 레드존 팀의 짐들이 들어왔다구. 대욱이란 사람이 지금 난리를 치고 있어. 지멋대로 가구 다 옮기고 아휴우...
정태 : 마. 그래도 선밴데. 대욱이란 사람이 뭐냐.
옥주 : 근데 민재 오빠는 정말로 진수란 사람이 마음에 드는거야? 그래서 그 사람들 받아들인거야?
정태 : 그 사람들?
옥주 : (얼른) 그 오빠들..
채영 : 지금 둘이 붙어 다니는 거 보면 모르냐. 뭔가 맘에 드는 구석이 있으니까 그러고 있겠지.
지원 : 알고보면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야. (책을 뒤적이며)
채영 : 누가. 그 왕재수가?
지원 : 생각하는 스타일이 다를 뿐이지. 세상 사람이 다 똑같을 순 없는 거니까.
정태 : (지원을 본다)
지원 : (정태의 시선을 느끼고 정태를 똑바로 보며) 그게 자연법칙이잖아. 서로 다른 것들이 어울려서 살아가는 거.
정태 말없이 지원을 보고만 있고.
바 일각.
미순이 전화를 받고 있다.
미순 : 어 그래 여기 다 있다. 잠깐 기다려. (아이들을 향해) 박채영.
채영 : (이쪽을 보면)
미순 : 이민재다. 전화 바꾸래.
채영, 어리둥절해서 일어난다.
S#25. 창고 방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채영과 재명 옥주.
민재와 진수, 대욱이 기다리고 있다가.
민재 : 어서 오너라. (아주 기분이 좋다)
채영 : 여긴 뭐야. 창고잖아.
민재 : 현재까지는 그렇지.
채영 : (안을 둘러보고 진수와 대욱을 보더니) 알았다. 니들 한판 붙을거지? 좋아. 누구랑 누가 붙는거야.
(소매까지 걷으며) 심판은 내가 봐주지. 좋아. 여기 장소도 좋은데. 뭐야. 권투야. 아님 기냥 치고 박을거야?
민재 : 으이그. 생각하는 거 하곤..
진수 : 미스터 동아리 방을 일루 옮길까하구요.
채영 : ...뭐야?
옥주 : 우리 방은 어떻게 하고.
민재 : 좀 감격해주면 안되냐. 진수하고 하루종일 뛰어다녔다구. 봐 넓구 좋지? 저번 방에 두배는 될걸.
재명 : (대욱에게) 어떻게 된거에요?
대욱 : (부우해서) 낸들 아냐. 하여간 난 두 번 다시 이삿짐 못 옮겨.
민재 : 자아... 우선.. 니들 대충 자리 잡고 앉아봐.
옥주 : (둘러보며) 어디 앉어.
민재 : 서있어도 좋고. 지금부터 진수가 사업 계획 하나를 브리핑 할거거든. 한번 들어보라구.
채영 : 사업계획?
민재 : 진수야. 시작해.
진수 : (나서며) 사실 이건 제가 레드존을 만들 때부터 구상했던 건데요. 로봇 축구에서 개발한 노우하우들로
사업을 해보자는 겁니다.
S#26. 기숙사 외경 (밤)
그 위로 들리는 채영의 소리.
채영 : 나도 몰라. 이거야 원 저그 한놈 데리구 우주를 평정하겠다는 얘기같아서 말이야.
S#27. 채영/지원의 방
채영, 라면을 먹어가며 얘기 중. 지원은 아까 진수가 나눠줬던 프린트를 보며 듣고 있고.
지원 : 그래서 그 저그 한놈이 축구로봇이라는 거야?
채영 : 그렇지. 거기 봐. 할수 있다고 큰소리 친게 백가지는 될걸.
지원 : (보고 읽어보는) 로봇축구에서 개발한 비젼보드. 자동제어 프로세싱, 실시간 하중적응 모터 콘트롤. (넘겨보는)
채영 : 거기다가 IP사업체를 차려서 로봇 컨설팅도 유료 서비스하겠대.
지원 : 캐릭터 사업까지 구상하고 있네.
채영 : 그래 팀 캐릭터를 만들어서 뭐라드라. 세계대회에 우승한 담에 그 캐릭터로 사업한대. 장난감도 만들고.
또 뭐냐. 게임도 만들 수 있대나.
지원 : 흠... 재밌는데.
채영 : 재밌어? 넌 원래 미친 놈 말을 재밌어 하니?
지원 : 안될 것두 없잖아.
채영 : 하이구.. 물론 안될거야 없지. 어느 멍청한 사장이 그 말 믿고 자본금을 펑펑 대준다면 말이지.
지원 : 그래서 민재하고 둘이 경영대학원에 가겠대? 프레젠테이션 하러?
채영 : 그래애. 어떻게 된 게 민재까지 나서서 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구. 난 걔가 못생기긴 했어두 머리는 제대로 박혀있는
앤 줄 알았거든. 그런데..
지원 : 다른 이유가 있을거야.
채영 : 뭐?
지원 : 단지 돈을 버는 게 목적이라면 민재가 그렇게 열심히 매달리진 않을거라고 보는데. 니 생각은 어때?
채영 : 내 생각? (그제야 생각해보는)
지원 : 참 걔들 내일 가는 데가 최고경영자 과정이라고 했지?
채영 : 어 왜.
지원 : 그렇다면 정보검색을 공부할텐데..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전화기를 끌어당겨 네자리 번호를 누른다. 채영 무슨 일인가 보는데.
지원 : 여보세요. 민재니? 나 지원이야. 너 노트북 없지? 내일 갈 때 노트북을 하나 가져가지 그래. 응. 아주 성능 좋은걸루.
S#28. 박교수 연구실 (낮)
남희가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있다. 그 앞에 선 민재와 만수.
민재 : 고맙습니다. 아주 조심해서 쓰고 갖고 올게요.
남희 : 나야말로 고맙다구 그래야겠다. 덕분에 하루정도는 컴퓨터에서 해방이야.
만수 : 그러니까 그 감사를 받을 사람은 나란 말이지. 그쵸 선배.
남희 : (민재에게) 너 절대로 만수한텐 이 노트북 맡기면 안된다. 분명히 이상한 그림 잔뜩 넣어놓거나 뭔가 들쑤셔 놓을 게
분명하니까.
민재 : (웃으며) 예.
만수 : 어어 선배. 날 아주 이상한 놈으로 점 찍어 놓은 거 같은데 말입니다. 저요. 알고보면 아주 섬세하고 진지한 놈입니다.
남희 : 그래. 하마도 가끔은 섬세하니까.
만수 : (민재에게) 들었지. 남희 선배는 나를 하마처럼 듬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야.
민재 : (웃으며 가방을 받아든다) 사실 만수형, 알고보면 아주 속이 깊어요.
만수 : (헤벌레) 그렇지? 그거야 바로. (남희에게) 그런 뜻에서 선배. 오늘 우리 영화 한판 때리러 갑시다. 응?
남희 : 정만수. 제발 그 레파토리 좀 바꿀 수 없어?
만수 : 좋아요. 그럼 남희 선배. 오늘 우리 캬바레 가서 사교댄스나 한판 땡겨볼까요.
그 다음에는 미래의 신혼여행지를 한번 답사하고..
순간 남희가 던진 책이 날아오는데 만수 잽싸게 받아들고.
만수 : 나이스캐치. 흐흐흐.
두 번째로 날아온 무엇인가가 만수를 다시 정통으로 맞춘다.
S#29. 테크노 경영대학원 전경
정문 기둥에 새겨진 학교 이름 "카이스트 테크노 경영대학원"
정문 너머로 언덕길에 건물 몇채 보이고.
교수 : (E) 시간은 딱 15분입니다.
S#30. 건물 로비 정도
담당교수의 안내를 받으며 오는 두 사람.
교수 : 우리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강하는 분들은 대부분 기업체 임원이나 사장님이라 오래 시간을 비워줄 수가 없어요.
민재 : 네. 그정도면 충분합니다.
교수 : 좋아요. 그럼.. (손목 시계를 보더니) 이따 수업 끝나는 시간에 봅시다.
민재와 진수의 인사를 받으며 교수가 가버린다.
각각 노트북 가방을 든 진수와 민재.
민재 : (돌아보며) 강의실에 느이 아버님도 계시겠지.
진수 : 예. (어쩐지 그 얼굴이 우울하다)
민재 : 전투에 나갈 놈이 얼굴이 그게 뭐야. 아침 안 먹고 왔냐?
진수 : 나 잠깐 밖에 좀 걷다 올게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나간다.
보는 민재.
S#31. 건물 사이 밖
나오는 민재. 주위를 돌아보지만 진수는 보이지 않는다.
민재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옆의 건물을 본다.
S#32. 건물 일층 유리 홀
민재 두리번거리며 들어서다 보면 진수가 유리로 둘러싸인 공간 가운데 창밖을 보며 우두커니 서있다.
민재 잠시 보다가 근처에 앉는다. (계단 정도)
진수가 인기척에 돌아보더니 좀 망설이다가 민재의 옆으로 와서 앉는다. 그렇게 말이 없다가..
민재 : (주위를 둘러보며) 여기 굉장한데. 콘서트 해도 되겠어. 응?
진수 : .... 부탁이 있는데요.
민재 : (돌아보는)
진수 : 이따가 프레젠테이션.. 형이 혼자 들어가 하면 안될까요.
민재 : 왜.
진수 : 아무래도 형이 나보단 말을 잘하잖아요. 세미나 경험도 많고.. 그리고..
민재 : 그리고 아버지 앞에서 실패하는 꼴은 보이고 싶지 않고?
진수 : ...
민재 : 그런거야?
진수 : ... 아무래도 안될거에요. 우리 사업계획서 그렇게 비전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우린 다 학부생인데다가...
민재 : 너 머리 좋다더니 아무래도 어디가 좀 모자란 거 아니냐? 느이 아버님. 니가 실패하는 꼴은 못 봐주실거 같애?
그럼 당장 널 내쫓기라도 하실거야?
진수 : (좀 웃더니) 내쫓지야 않겠죠. 그렇지만.. 또 그런 눈으로 볼걸요.
민재 : 어떤 눈?
진수 : 역시 그럼 그렇지. 니가 별 수 있냐... 그런 식의 눈이요.
민재 : (머리를 벅벅 긁더니) 니 아버님이 사람 보는 눈은 있으신가보다.
진수 : ...예?
민재 : 너 지금 하는 꼴을 봐. 나라도 그렇게 말하고 싶어. 너 정말 별수 없는 놈이구나. 에라 나가 죽어라.
진수.. 민재를 본다. 민재는 시계를 보더니 일어선다.
민재 : 시간 다 되가. 난 갈거야. 여기서 안되면 대한민국에 회사는 많으니까 딴 데 또 알아볼거야. 넌 여기 있을거야?
진수 : (말없이 보기만 하는)
S#33. 강의실
반원형 계단식 강의실에 사장님들이 앉아있다. 노트북을 펼쳐놓고.
그중에 진수부의 모습도 보이고...
앞의 스크린에는 강의한 내용이 아직 남아있다. 교수가 컴을 조작해서 화면을 끄더니..
교수 : 이것으로 오늘 수업은 끝내겠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시기 전에 괜찮은 분들은 15분 정도 시간을 좀 내주셨으면 하는데요.
대전 본교에서 올라온 학부생 두명이 여러분께 특별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교수가 교단에서 내려간다. 갑자기 실내 조명이 꺼지고 어두워진다.
웅성거리는 사장들.
이내 밝은 빛과 함께 중앙 스크린에 투사되는 사진. 붉은 화성의 천제사진이다.
민재 : (E) 지구로부터 약 1억 9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별. 화성입니다.
패스파인더호의 사진으로 바뀌고.
민재 : (E) 이것은 1997년에 발사된 나사의 무인 화성 탐사선 패스파인더호의 모습입니다.
스크린 빛에 반사되는 사장들의 얼굴. 어리둥절하면서도 흥미롭다.
탐사로봇의 사진으로 바뀌고 탐사로봇이 촬영한 화성의 사진들이 차례로 보여진다.
민재 : (E) 이것은 사상 최초로 화성에 착륙한 인공물로서 화성의 암스트롱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탐사로봇 소저너입니다.
지구의 나사에서 발사한 전파가 화성표면의 소저너에게 닿을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8분.
소저너는 우주공간을 8분동안 날아온 명령을 받아 화성표면탐사를 실시합니다.
토양표본을 채취하는 소저너의 기계팔 사진.
민재 : (E) 소저너는 현재 나사에 근무중인 한국인 과학자 박영호 박사의 작품입니다.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성과는 아닙니다. 우리의 로봇기술이 넘어야 할 산은 험하고, 많습니다.
순간 불이 켜지며 민재가 서있다. 쑥스럽게 웃더니 꾸벅 인사를 한다.
민재 : 카이스트 전자과 4학년 이민재라고 합니다. 모두 돌아가실까봐 약간 쇼를 했습니다. 남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들 흥미있어서 본다. 웃는 사람도 있고.
그중에 진수부친 정회장, 민재를 기억하고 보다가 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진수.
정회장 좀 놀라서 본다.
민재, 진수를 돌아보고 씨익 웃더니 마이크에 대고.
민재 : 저희는 10년 후, 20년 후에 우리가 만든 로봇을 화성과 수성, 목성의 표면을 걸어다니게 하려고 공부 중인 학생들입니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 먼저 여러분의 도움을 구할 것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 정진수 학생이 설명을 드릴 겁니다.
민재, 진수에게 자리를 비켜준다.
머뭇거리며 앞으로 나선 진수. 수강생들을 본다.
수런거리며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중에 정회장이 눈을 가늘게 뜨고 진수를 보고 있다.
진수 : 저는... (긴장해서 목소리가 잘 안나온다 헛기침을 하고) 저는 산업경영학과 3학년 정진수입니다.
우선 나눠드리는 유인물을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민재가 재빨리 복사물을 나누고 있다.
S#34. 석학의 집
백곰이 어슬렁거리며 들어선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미순이 보이지 않는다.
백곰 : 계십니까... 아무도 안계십니까?
진영 : (안에서 나오며) 오셨어요. 앉으세요. 뭘로 드릴까요?
백곰 : 아.. 앉아서 뭘로 주문하기 전에.. 여기 주인은 없습니까?
진영 : 지금 출장 가셨는데요.
백곰 : 출장을 가요?
진영 : 네. 인테리어 하는데 도와주러 가셨어요.
백곰 : 인... 테리어를 해요?
진영 : 뭐 전할 말씀 있으세요?
백곰 : 아.. 아닙니다. 그럼 이만.. (돌아서 나가려다가 다시) 이왕 물어보셨으니까. 그럼 이 말을 좀 전해주시겠습니까?
진영 : 네 뭐요?
백곰 : 내일 이 시간 다시 찾아오겠노라고요. 그럼 정말로 이만..
백곰 나가버리고 진영 멍해서 본다.
S#35. 창고방
아이들 집기를 옮기느라고 야단이고. 미순이 그 가운데 서서 지휘를 하고 있다.
미순 : 아니지 아니지. 그 야전침대는 방향을 이쪽으로 놔야지. 사람이 누울 때 머리를 북쪽으로 두면 안되거드은.
대욱 : (할수없이 야전침대를 다른 쪽으로 옮긴다)
미순 : (또 다른 곳을 보며) 어허. 시계는 그 벽에 붙이면 안되지. 사람이 방에 들어올 때 시계를 보는 게 아니잖어.
나갈 때 지금 몇신가..하고 보는거지.
벽에 시계를 걸려던 재명과 옥주. 할수없이 다시 떼어내며..
옥주 : (낮게) 누가 도와달라고 부른거야?
재명 : (낮게) 몰라아.
정태 전화선을 마악 연결했다.
정태 : 전화선 연결 했어. 누가 밖에 나가서 전화 좀 해볼래?
소리 :(전화벨소리)
모두 전화를 쳐다본다.
채영 : (후다닥 달려와 수화기를 들더니) 민재니? 어떻게 됐어?
모두 : (쳐다보는)
채영 : ... 어 지원이니? 아니 아직 아무 연락이 없는데.
모두 : (실망해서 하던 일 하는)
S#36. 강의실
진수 : (브리핑을 끝내고 있다) 이상 저희들이 생각하는 사업 구상과 예상 수익입니다. ...
그러나 수강생들은 별 반응이 없이 각자 돌아갈 준비를 한다. 더러 일어선 사람도 있고.
진수 : 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하면서 아버지를 보는)
정회장 : (지겹다는 듯 노트북을 챙기고 있다)
진수 : (당황해서 민재를 보는)
민재 : (말없이 돌아갈 준비를 하는 사장들을 보는데)
사장1 : 자네들 제안은 충분히 인상적인데... 몇마디 말만 듣고 학생들을 믿을 순 없잖나?
민재 : 뭐든 말씀하십시오. 최선을 다해서 저희들 실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장1 : 그래? 자신 있다 이말이지?
민재 : 네.
사장1 : (짖굳은 표정) 좋아. 그렇게 자신있다면... 나에 대해서 알아내 보게.
민재 : 에?
사장1 : 난 국제신용카드사 사장 김형국일세. 내 이름과 직장만 갖고 나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보라구.
민재, 난감한 표정인데 진수가 마이크 앞에 선다.
진수 : 5분만 시간을 주십시오.
사장1 : 5분? 그 안에 나를 파악할 수 있다?
진수 : (진수부를 보며) 5분이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 아버님에게서 배웠습니다.
진수부, 멋적어서 헛기침한다.
사장1 : 좋아. 내가 시간을 잴테니까 어디 한번 해보게.
담당교수의 노트북과 다른 사장의 노트북을 빌려 자리를 잡고 앉는 민재와 진수.
어느새 두 개의 노트북 화면이 중앙 스크린으로 투사되고 있다.
민재 : 자신있어?
진수 : 될 때까지 해보자구 한건 형이잖아요. 형은 개인신상을 검색해요. 난 다른 쪽을 뚫어볼테니.
민재 : 그래. (어깨 두들겨주고)
진수, 준비됐다는 눈짓을 한다.
사장1이 고개를 끄덕이고 시계를 본다.
음악이 나오면서 빠른 편집 화면.
-민재의 작업.
pc통신에서 중앙일보등의 인물 정보 메뉴가 뜨고 김형국 사장의 이름을 검색하는 장면.
개인적인 신상(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가족관계, 학력, 경력, 취미, 혈액형, 결혼기념일등)이 뜬다.
-진수의 작업
한기평이나 한신평의 기업DB에 들어가 국제신용카드사의 회사정보를 파악한다.
김사장의 개인지분, 회사의 현재 상황 및 주거래 은행명등을 입수. 홈뱅킹을 통해 주거래 은행에 user ID와 패스워드를 입력시도.
패스워드는 민재가 검색한 개인신상의 번호등을 입력해간다.
- 이 모든 과정을 스크린으로 지켜보는 사장들. 두사람의 뛰어난 솜씨에 감탄하는 표정들이다.
- 입수한 정보들을 차례로 띄우며 설명하는 민재와 진수의 모습 편집화면 끝나면서....
진수 : 사장님이 보유한 두 개의 계좌에 각각 750만원과 5830만원의 잔고가 남아있는걸 확인했습니다.
(숨돌리고) 저희가 파악한 정보는 여기까지입니다.
놀라는 사장들. 특히 사장1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사장1 : (농담조) 자네들... 여기서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고 우리 계좌를 뚫고 들어와 인출해가는건 아니겠지?
진수 : (웃으며) 계좌이체를 하려면 계좌별 비밀번호와 이체를 위한 보안카드 및 이체 비밀번호도 알아야합니다. 거의 블가능하죠.
사장1 : 매우 인상적이야. 감동 받았어. 말보다 실력이 앞서는 친구들이구만.
됐다 싶은 민재와 진수.
사장1 : 한가지 더 물어볼테니 대답해볼텐가?
진수 : (자신감에 넘치는) 네. 뭡니까?
사장1 : 지금 내 지갑에 얼마가 들어 있을거 같은가?
진수 : 네?
사장1 : 이걸 맞추면 내가 자네들 스폰서가 되어 주지. 어때?
진수 : 그건....
진수,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망설이는데.
민재가 마이크에 가까이 간다.
민재 : (거침없이) 1원도 없습니다.
사장1 : 뭐라구?
민재 : 사장님은 한푼도 갖고 있지 않으실 겁니다.
사장1 :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민재 : 신용카드 회사 사장님이 카드를 쓰셔야지, 현금을 가지고 다니실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사장1 : (사장들 돌아보며) 틀린다고 대답하면 우리 회사 망신이고...맞다고 하면 저 학생들에게 발목 잡히는 셈이고..
이거 진퇴양난이올시다.. 허허허..
파안대소하는 사장1. 다른 사장들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린다.
진수부, 여전히 무표정하게 지켜보고...
진수, 그런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