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계방산행 2008. 1. 27(일) 포근하고 쾌청한 날씨에 바람도 잔잔하고 하늘이 무척 푸르렀다. 인숙. 명옥. 경복. 경희. 정남. 운하, 숙희, 명숙. 8명이 참가했었지! 아침 6시 50분 안양 이천일 아울렛 앞에서 안양산악회 회원들과 합류하여 41명을 태운 버스는 출발했다.
유머 풍부한 버스기사는 7080의 잔잔한 음악도 틀어주고 산악회 집행부에선 따뜻한 환영의 눈길을 보내줘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 가는 중간 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날씨가 좋은 탓인지 산악회 버스가 여주 휴게소 앞마당에 하나가득이다. 음식 주문을 하고 기다리기도, 화장실에서 줄서기도 온종일이다. 우리나라 중장년 산에 가는 사람들은 모두 계방산으로 모이는 듯 했다. 휴게소에서 올갱이와 사골 해장국으로 아점을 하고 구불구불 고갯길을 한참 올라 우리나라 가장 높은 곳의 눈 쌓인 고갯마루 운두령에 10시 30분경 우리는 내려졌다.
하산해서 점심을 먹기 위해 도시락은 차안에 두고 간식만 챙기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스패치와 아이젠도 준비하고(오늘도 장비의 여왕 인숙 언니의 새 아이젠은 우수상에 오름)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 태산회는 산정상에서 펼쳐놓고 먹는 점심의 꿀맛을 귀중히 생각하건만 오늘은 주체측의 계획에 따라야만 했다. 가파르지 않은 평평한 길과 경사 급하지 않은 약간의 오르막길도 한참 지나고 내리막에서는 달려 내려오며 오늘은 달리는 산행이냐며 정상을 향해 발걸음도 재촉하고.
산악회원들 중 가장 늦게 출발한 우리들은 친절하고 젊은 안양산악회원의 보호를 받으며 온 세상 하얗게 물들어 있는 산을 올랐다. 그 젊은 회원(이름을 모르니까)은 지쳐 보이는 우리들을 위해 귤도 꺼내 놓고, 초코렛도 건네주고 정상에서는 맛난 김밥까지 내 놓아 우리 모두를 감동시켰다. 후미에서 뒤처지는 우리들을 끝까지 도와주는 자상함에 우리 모두는 감동했었고(이때 백 교감님을 생각했고, 하얀 눈덮힌 멋진 장관을 연출해준 태백 준령들 앞에선 은경 언니 생각이 많이 했음-사진 열심히 찍으셨을 것 같아서....)
올라가는 중간 중간 넓은 평지가 펼쳐져 다른 사람들이 점심 보따리를 펼쳐 놓고 먹는 모습도 지나치며 이곳은 명당자리가 많다고 생각도 하고 봄빛같은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우리모두는 열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등산로는 수많은 인파들로 뒤덮혀 속도는 낼 수 없었지만 두어 시간만에 도착한 계방산은 포근한 날씨 덕인지 우리가 바라던 눈꽃은 볼 수 없었다. 정상 가까이 몇그루의 고사목들과 잎 없는 진달래와 철쭉들이 우릴 맞았는데 봄철에 무척 아름다운 꽃 세상을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1577m 계명산 정상에서 기념사진도 어김없이 누르고 산악회원들이 건네준 막걸리도 한 컵 들이키고 하산을 서둘렀다.
아이젠은 했지만 급한 경사길에선 약간 녹은 눈길이 무척 미끄러웠다. 조심조심 안전제일을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두 팔의 스틱에 힘을 주었다. 짧은 하산길이었지만 속력을 내지 못해 두어시간 걸려 내려왔다. 우리를 내려놓았던 장소에 백두여행사의 버스는 기다리고 있었고.
버스에서 도시락을 갖고 내려와서 야외에 있는 평상에 쪼그리고 앉아 산악회원들이 끓여 준 뜨끈한 라면 국물에 식은 밥을 정말 맛있게 또 황공히 먹었다. 이미 산악회 선두 그룹은 일찌감치 내려와 밥도 다먹고 갈 준비가 다 되었는데 부진아 그룹 우리들을 위해 기다려야 함에 우린 미안함과 죄송함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오후 4시 넘어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예상대로 영동고속도로는 밀리기 시작했고 문막에서 42번 도로와 3번 국도를 달려 다시 양지IC로 진입! 북수원으로 빠져나와 안양에 도착했다. 산악회버스를 이용하니 너무 저렴한 산행을 할 수 있어 좋았고(8명 회비 12만원이면 렌트비밖에 안된다네요!) 운전을 안해도 된다는 편안함이 너무도 좋았지만 우리 특유의 수다를 펼칠 수 없는 아쉬움과 일정 시간에 쫒겨 여유롭게 사진 찍을 수 없는 속상함도 약간은 있었다.
안양산악회 집행부에 우리 한명옥회장님이 입성한다는 대단한 약속을 뒤로하고 우린 이번 산행을 마무리했다. 푹푹 빠지는 흰눈 쌓인 산길을 한없이 걷던 발바닥의 포근함과 뽀드득 거리던 두 스틱과 눈들의 만남 속삭임 소리들이~ 또, 저리도록 새파랗던 계명산의 하늘빛과 인간미 엿볼 수 있던 친절한 안양산악회원들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자리할 것이다.
자유게시판
댓글 5
경희
어찌 같은 산행길에 올랐는데도 돋보기로 들여다보 듯 이렇게 선명한 글을 쓸 수 있나요? 자랑스럽습니다.
2008.01.28 오전 07:45
경희
고구려여행이 아닌 백제여행! - 기사님이 말씀
2008.01.28 오전 07:47
서운하
집에 와서도 없어지지 않은 멀미증상만 빼면 더 멋진 여행이었을건데 나름대로 알찬여행이었습니다.
2008.01.28 오후 05:29
정숙희
이침에일어나니얼굴이부석부석~~원없이본 눈덮힌산들이지금도아물거립니다.
2008.01.28 오후 08:33
홍정남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산행을 하시느라 무척 힘드셨지요. 팔, 다리, 어깨 모두 뻐근한 하루였을거예요. 안전산행을 감사하며 어제의 일들을 글과 사진으로 남겨주신 작가님들 감사해요.